양 목에 방울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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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6년 6월 2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코니 윌리스 (Connie Willis). 영미권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미국의 작가 중 하나인 코니 윌리스는, 최근 국내에 소개된 그의 중단편 걸작선 《화재감시원》과 《여왕마저도》가 능히 증명하듯이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머러스한 ‘수다쟁이’로 유명한 작가다. 코니 윌리스는 늘 독자들을 시끌벅적한 소동 한 가운데에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로 끊임없이 오해하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만 떠들어대며 얽히고설키는 사이 문제는 점점 꼬여간다. 처음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감조차 잡기 힘들 때도 있지만, 떠들썩한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다 그의 이야기에 중독될 즈음, 도저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그 모든 ‘사태’와 ‘소동’이 알렉산더가 골디온의 매듭을 잘라내듯 깔끔하게 정리되며 마무리된다. 그러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가 수다 속에 감춰졌던 깊은 이야기를 다시 음미하곤 한다.
코니 윌리스는 수상 경력만 봐도 그의 명성과 작품성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코니 윌리스는 지금까지 휴고상을 11번 수상했으며, 네뷸러상을 7번, 로커스상을 13번이나 받는 등 각종 SF/판타지 관련 수상목록에 이름을 빼놓지 않으며,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으로 이어지는 근래 SF 분야에서 문학적으로나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에는 그 모든 업적과 공로를 아우를 만한 ‘그랜드 마스터상’을 받으며 ‘명인’의 반열에 올랐으며,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45년 12월 31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콘스탄스 일레인 트리머 윌리스다.

역자 이수현은 SF작가이면서 번역가로 인류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체체파리의 비법》,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과 《블러드차일드》, 어슐러 르귄의 《빼앗긴 자들》과 《로캐넌의 세계》 등의 헤인 연대기와 서부해안 시리즈, 테리 프레쳇과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꿈꾸는 앵거스》와 《천국의 데이트》, A. M. 홈스의 《사물의 안전성》, 제프리 포드의 《유리 속의 소녀》와 《환상소설가의 조수》,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과 ‘노인의 전쟁’ 3부작, 닐 게이먼의 그래픽노블 ‘샌드맨’ 시리즈, 릭 라이어던의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 등이 있다.
목차
- 1장 시작
1 훌라후프
2 오래된 골동품 상점
3 폴렌느
4 품질 관리 서클
2장 분출
5 미니 골프
6 커피하우스
7 앨리스 블루
8 핫팬츠
9 최면요법
10 너구리털 모자
11 엔젤 푸드 케이크
3장 지류들
12 디오라마 가발
13 댄스 마라톤
14 스포크 박사
15 파이로그라피
16 머리 펴기
4장 급류
17 지터버그
18 행운의 편지
19 마종
20 챠오파이
21 화동 결혼식
22 가상 애완동물
23 감정 반지
24 머리카락 화환
25 큐피
26 금주 운동
5장 본류
27 무도병
28 타조 깃털
29 루빅스 큐브
30 쿠에의 자기암시요법
31 문신
32 위지보드
역자 후기
코니 윌리스 작품 연보
출판사 서평
책 소개
혐오는 어떻게 유행하는가?
단발머리 유행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그리고 혼돈 이론 학자가 기묘한 소포 하나로 한데 뭉쳤다. 문서 작업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회사와 그 회사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과학자들의 고민. 하지만 신념에 가득찬 두 과학자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도 자신들의 연구와 과학이 지닌 엄청난 중요성을 발견하는데…. 유행은 어디서 오는가, 과학적 발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코니 윌리스의 유쾌한 해답!
출판사 서평
혐오 유행의 시대를 버티기 위한 코니 윌리스적 해답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꼭 작동 원리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운전이 그렇고, 유행을 시작하는 일이 그렇고, 사랑에 빠지는 일이 그렇다.”
하지만 작동 원리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적어도 연구비를 타내려는 학자라면, 작동 원리를 알아내겠다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나 운전과 달리 유행과 사랑은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작동 원리를 아예 모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유사성을 보면 사랑 역시 유행과 흡사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상 유행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집단적으로 애호하는 것이다. 반대로 어떤 것을 집단적으로 혐오하는 유행도 있다.
유행의 작동 원리를 알아내려는 사람들
사실 유행하는 것 중 많은 것들이 이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것들일 수 있다. 하이텍의 연구개발부에 있는 샌드라 포스터는 유행에 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이지만 갖가지 유행을 따라하는 ‘부서간 연락 보조원’인 플립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심지어 혐오가 유행이며,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플립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이런 면에서 코니 윌리스의 소설 《양목에 방울달기》는 유행, 어쩌면 혐오 유행에 관한 소설이다. 20년 전에 이 소설이 발표될 때 미국 사회는 ‘흡연 혐오 유행’의 시기였다. 그리고 작중 샌드라의 희망섞인 예상과는 다르게 오늘날 그 유행은 아직 사그러들지 않았으며, 대한민국에도 상륙했다. 게다가 샌드라는 ‘흡연 혐오’를 넘어 ‘혐오 유행’ 전체의 특성을 지적하는데, 그런 식으로 친다면 대한민국에서 혐오는 늘 유행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양목에 방울달기》는 유행의 작동원리를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1920년대 미국의 단발머리 유행의 기원을 찾는 사회학자 샌드라와, 정보 확산에 관한 혼돈 이론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베넷이 만나서 유행의 근원과 유행이 퍼져 나가는 방식을, 혐오 유행의 혼돈 속에서 찾는다. 소설 속에서 유행하는 혐오는 ‘흡연 혐오’이지만,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강한 편견이란 제일 오래되고 제일 추악한 유행 중 하나이다.
“강한 편견이란 제일 오래되고 제일 추악한 유행 중 하나이고, 워낙 끈질기게 지속하다 보니 대상이 변하지 않았다면 유행이라고 불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위그노교도, 한국인, 동성애자, 이슬람교도, 투치족, 유대인, 퀘이커교도, 늑대, 세르비아인, 세일럼의 주부들.... 규모가 작고 다르기만 하다면 거의 모든 그룹에 차례가 돌아갔고, 그 패턴은 절대 달라지지 않았다. 못마땅해하고, 고립시키고, 악마로 몰아세우고, 박해하고. 그것은 유행을 시작하는 스위치를 알아내면 좋을 이유 중 하나였다. 나는 편견의 유행을 영원히 꺼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과연, 유행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한 것일까? 단발머리 유행의 기원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은 역시 한때의 유행이던 죽을 때까지 이어지던 ‘댄스 마라톤’에 나간 것처럼 비틀거리고 질퍽거린다. 한때 유행했던 그 모든 것들의 무덤 속을 찾아 헤맨다. 훌라후프, 댄스 마라톤, 핫팬츠, 금주 운동 등 지난 세기 사회를 흔들었던 유행 속에서 ‘방아쇠를 당긴’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떤 유행의 시작을 정확히 집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유행이 유행처럼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면 그 기원은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 있고,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시도는 나일 강의 원천을 찾는 일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아니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주인공은 혐오스러운 상품의 유행, 그리고 혐오 유행에 절망하고, 과학적 연구보다는 ‘문서 작업’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회사 ‘하이텍’의 만행에 분노한다. 문서 작업의 양식에도 유행이 있는데 회사는 그것들을 무의미하게 끊임없이 바꾸어 나간다. 뿐인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이 나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더한 혼돈으로 빠트리는 ‘부서 간 연락 보조원’ 플립의 어이없는 실수들과 끝없이 싸워야 한다. 그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주인공은 절규한다.
“인간종을 개선하느니 인류를 완전히 버리고 베넷 박사의 원숭이가 되는 편이 낫겠다 싶은 순간들도 있다. 그쪽이 더 이해가 될 테니까.”
절대로 혐오 유행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혐오 유행은 특히 더 싫죠. 사람들에게서 최악의 면을 끌어내는 것 같아요. 그게 혐오 유행의 원리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결코 주인공은 유행에 대한 이해를,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다. 혐오 유행이라는, 사람들의 최악의 면을 마주하고 서 있으면서도, 작가는 그 일이 가져올 결과를 알기에 끝내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절대로 혐오 유행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이 나라에 불어 닥쳤던 지난번 혐오 유행은 공산주의 성향에 대한 대규모 고발, 망가진 평판, 끝장난 경력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코니 윌리스는 메카시즘이란 이념적 광풍과 흡연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을 ‘혐오 유행’이란 틀 안에서 함께 설명한다. 이러한 재담은 인간의 단순한 부분과 복잡한 부분, 아름다운 부분과 추악한 부분, 우스운 부분과 따스한 부분을 관통한다. 과학자인 베넷 박사는 흡연 혐오 때문에 연구가 좌절될 위기에 처하자 그들의 두려움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드러나는 것은, 편향적 이념까지 포함한 ‘혐오 유행’에 그럴듯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저기 내 심장의 혐오가 가네.”
코니 윌리스는 ‘유행’이라는 얼핏 보면 과학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소재에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과 과학적 태도를 끌어들여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결국 유행의 비밀을 알게 될 경우 많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을 거라는 기업 연구개발부에서 일하는 처지이지만 샌드라는 과학자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유행의 비밀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유행에 따르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과학이란 결국 그런 것이니까요. 다음 유행은 위험한 것일 수도 있고, 당신은 나머지 양떼와 함께 절벽으로 달려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비밀은 그렇게 명료한 영역에 서 있지 않다. 정보 확산에 관한 혼돈 이론 씩이나 필요한 것도 그래서이다. 변수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무언가를 알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그들은 하나의 개체가 만들어내는 혼돈에 요동을 친다. 양떼를 데리고 실험을 시작한 그들은 방울양이라는 ‘아주 조금’ 특이한 개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 개체는 마치 플립과도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무리보다 아주 조금 앞서는 양. 도시 반대편에 사는 치과의사에게 반해서 미용실에 걸어 들어가서는 자신이 유행을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자신이 혼돈을 임계상태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머리를 잘라달라고 말한 여자.”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이 하나의 사건 속에, 유행과 같은 것에 빠져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닫는다. 그러한 깨달음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깨달음 속에 각 시대의 다양한 영역의 유행이 어떻게 설명되는지를 보는 것은 이 작품의 큰 재미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 혐오 유행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인가? 글쎄,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꼭 작동 원리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운전이 그렇고, 유행을 시작하는 일이 그렇고, 사랑에 빠지는 일이 그렇다.”
샌드라는 비록 작동 원리를 아직 파헤치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유행의 시작과 범람에 좌절하지는 않는다. 역사 속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사라져갔는지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유행이 있다면, 기다리면 된다. 혐오 유행조차도 혐오의 대상을 이리저리 바꿔서 나타난다. 혐오의 주체이던 이가 혐오의 객체가 되는 이가 흔하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운전을 하고, 유행을 즐기며, 사랑에 빠진다.
“멋진 일들이 생기리라.”
정말로 그러하다.
추천의 글
유행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그리고 혼돈 이론가가 기묘한 소포 하나로 한데 뭉쳤다. 이 책은 코니 윌리스가 휴고상/네뷸러상 수상작인 《둠스데이북》에서 보여주었던 재치와 영리한 서술로 가득 차있다.
― 아마존 리뷰
코니 윌리스는 SF적 장치를 충실히 사용해 등장인물과 관계들을 엮어 나간다. 코니 윌리스의 글은 신선하고, 날카로운 동시에 마음을 움직인다.
― 뉴욕 타임즈 북 리뷰
과학자인 샌드라는 깊은 좌절감 속에서 유행의 기원을 연구한다. 마찬가지로 동료인 베넷도 비슷한 좌절감 속에서 혼돈 이론을 연구한다. 자금 지원에 대한 고민과 문서 작업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회사에 대한 고민 속에서도, 신념에 가득찬 이 두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와 과학이 지닌 엄청난 중요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들의 연구가 가진 중요성을 알아가며 두 명은 점점 그 속으로 빠져든다. 코니 윌리스의 글은 느리게 흘러가지만, 현실적이며, 정신을 온통 빼앗는다. ― 미드웨스트 북 리뷰
《양목에 방울달기》는 짧고 달콤한 책이다. 당신이 코니 윌리스의 팬이라면, 분명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만약 아니라면, 코니 윌리스에 빠져들기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 북스머글러 리뷰
교수들이 이야기 해주지 않는 과학의 진짜 모습 : 이 책은 ‘진짜’ 과학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 사이언티픽 젬스.
이렇게 웃기고, 반짝이며, 즐거운데 《양목에 방울달기》에 더 바랄게 뭐가 있단 말인가.
― 메릴린 암스트롱
꼭 읽어라 : (나처럼) 유행 중독이라면.
읽지 마라 : 사회학 시간에 땡땡이를 많이 쳤다면.
책을 읽은 뒤 : 팔에 청테이프를 감고 유행이라고 우겨보라.
― 긱키라이브러리
코니 윌리스다운 웃음의 혼돈
― 조 월튼, TOR 리뷰
책의 진짜 재미는 탄탄한 세부 묘사, 그리고 인간 본성의 멍청함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묘사다. -― 퍼블리셔 위클리
코니 윌리스는 희극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양목에 방울달기》는 그 중 백미다. 247페이지가 놀랍도록 술술 읽히는 이 책은, 초기 인터넷이 개통되던 때, 그리고 유행의 속도가 점점 가속도를 얻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가던, 그 때 당시의 모습을 충실히 보존하고 있는 타임 캡슐이기도 하다.
― 코리 닥터로우, 보잉보잉
작품 해설 및 역자 후기
복잡계 속의 우리
책이 나오기 얼마 전에 안경을 새로 맞췄다. 십 년 이상 같은 안경테에 렌즈만 바꾸다가 오랜만에 새로 테를 샀는데, 안경사가 내 예전 안경을 잘 갈무리해 담아주면서 말을 건다.
“예전 안경테를 보니 보수적인 취향이신데, 무슨 심경 변화로 이런 안경테로 바꾸셨어요?”
“이게 왜요? 이 안경테 무난하지 않아요?”
“어? 유행 상관없이 고르신 거예요?”
“그냥 편한 거로 골랐는데요.”
“아… 그냥 고르신 거구나. 요새 유행하는 디자인이에요.”
보수적인 취향이 뭔지도 모르겠고, 요새 유행하는 디자인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유행이란 살면서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렇다고 작품 속 베넷 박사만큼 유행에 면역이 있는 사람 같진 않지만, 플립이나 빌리 레이와 백만 광년쯤 떨어진 부류라는 점은 자신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샌드라 포스터 박사의 간절한 마음이 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유행은 대체 왜, 어디에서, 어떻게 출발하여 어디로 가는가. 특히 어떤 유행은 이유를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해할 수 없기로 치자면, 플립도 그렇다. 번역하면서 코니 윌리스 작가 주변에 플립 같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씨앗이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물론 실존 인물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건 그만큼 플립이라는 인물이 생동감 있다는 점이고, 그보다 중요한 건 작가가 그런 인물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유행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여기에 어떤 답이 존재할 것인가. 그런 생각의 줄기에 과학사에 길이 남을 뜻밖의 발견들을 섞고, 큰 강의 발원지를 찾아 떠났던 모험가들도 생각하고, 혼돈 이론과, 어쩌면 지금의 복잡계 이론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발상을 연결하고….
그렇게 작가가 그려낸 유쾌한 가설은 형편없는 유행에 대해서도, 플립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해서도 따뜻하다. 불평하고 좌절하고 냉소하고 답답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포기할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세상의 모든 플립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생각해낸 장대한 가설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냥 독자였다면 읽기만 하고 넘어갔을 것들을 찾아보고 배우는 즐거움은 번역자의 특권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경쾌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편집부의 생각에 동의하여, 주석을 달지 않고 가급적 본문 흐름에 녹아들게 옮겼다. 읽다가 튀어나오는 온갖 기기묘묘한 유행사와 과학사의 우연한 발견에 대해 궁금해진다면 한 번씩 검색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같은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만 소개한다.
모래더미 모형(sandpile model). 한 알씩 모래를 떨어뜨리다 보면, 모래더미가 쌓이다가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순간이 있다. 대부분 한 알의 모래알은 아무 파장도 일으키지 못하지만, 가끔은 모래더미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여기에서 ‘자기 조직화 임계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외부 통제 없이, 계 내부의 복잡한 요소만으로 이루어지는 질서와 혼돈 사이의 단속적인 평형. 1987년에 세 과학자가 소개한 개념으로, 복잡계 과학의 시작이다.
1987년 실험에 참가했던 페르 박은 1996년에 《자연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책으로 이 이론을 다듬어 냈다.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와 있었으나 현재는 절판 상태다. 2002년에 다시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을 내놓은 A.L.바라바시의 저서 《링크》와 《버스트》는 현재도 훌륭한 번역본으로 구해볼 수 있다. 복잡계 물리학을 사회학과 경제학에 적용한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도 이 분야의 추천 도서다.
이 책의 원서 출간이 1996년이니, 복잡계 과학의 한 갈래로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이 발전하고, 지진과 산불과 주식시장과 질병과 선거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연결점을 연구하는 동안 그 씨앗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 벨웨더 가설(혹은 플립 가설)을 낳은 셈이다.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원제인 bellwether는 중세에 양떼 우두머리에게 방울을 달던 데에서 유래한 단어로, 현재는 유행의 선도자, 주모자, 더 나아가서는 그런 조짐이나 징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마침 얼마 전에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영화 <주토피아>에 ‘벨웨더’라는 이름의 양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반가웠으나, 본서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와 약간 다르게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여 방울양으로 옮겼다.
본문에 그려지는 극심한 흡연 혐오 유행 속에서 “차별금지법 때문에 흡연자도 해고할 수 없다”는 투덜거림이 스쳐 지나가는데, 이는 물론 차별금지법이 기능하고 있기에 가능한 농담이다. 한국에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은 UN의 권고를 받은 이후 지난 10년간 세 번에 걸친 제정 시도가 있었으며, 20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통과 여부를 논할 예정이다.
코니 윌리스는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서 콜로라도 대학을 나왔고 지금도 콜로라도에 살고 있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된 곳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7206125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6월 15일 | ||
쪽수 | 368쪽 | ||
크기 |
137 * 197
* 30
mm
/ 418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Bellwether/Connie Will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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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목에 방울달기도 참 느리게 읽었다. 한 챕터 읽고 쉬고, 한 챕터 읽고 쉬었다. 며칠씩 텀을 둬서 앞 내용이 가물거려 두어쪽을 되돌아가 읽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처음 이 책에 받은 느낌은 잔잔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느릿느릿 읽어도 괜찮았다. 어차피 포스터 박사도 연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장르는 SF인데 고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 뿐이라 이게 왜 SF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포스터 박사와 함께 어째서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게 보이기를 좋아하는지, 왜 불쾌한 유행은 빠르게 퍼지는지 고민했다. 베넷 박사의 혼돈계도, 주인공의 유행도 관련 지식이 없는 내게는 그저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일 뿐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꼭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지나,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는 연인 때문에 고민하는 새라, 기회주의자 턴불 박사, 가여운 베넷과 말썽쟁이 플립까지 느긋하게 즐길만한 이야깃거리가 여기저기 널려있었으니까. 주인공과 빌리 레이의 오묘한 관계도 상상의 여지가 있어 재밌었다.
주인공이 나열하는 우연한 과학적 발견에 대한 이야기도, 챕터 시작마다 나오는 다양한 유행도 모두 즐거운 볼거리였다. 나는 주인공과 함께 베넷 박사의 연구비는 해결될지, 지나는 과연 브리타니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오래 대여되지 않은 책을 폐기하기로 한 도서관 정책에서 과연 오래된 책들은 살아남을지 고민했다. 계속해서 실마리는 이미 옆에 있었다고 언급하는 독백에 대체 단발머리의 힌트는 무엇일까 하는 화두도 잊을 수 없었다.
베넷 박사는 이야기한다. '혼돈계는 비선형적인데, 비선형이란 너무나 많은 요소가 너무나 상호 연결된 방식으로 작동해서 예측을 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양 목에 방울달기 속에 펼쳐진 세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혼돈계였다. 베넷 박사와 포스터 박사는 혼돈계의 원인을 찾는 과학자다. 두 사람이 함께 찾아낸 결론이 결국 이 책 전체의 시작점이라는 것은 물론이다. 결말을 읽고 한대 얻어 맞은 느낌에 웃어버린 내 경험을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허무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법 같은 이야기다.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노래 부르는 소녀 피파처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오는 나비의 이야기. 무턱대고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어쩌면 그 뒤를 따르는 건 꽤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먼저, 내가 이 책을 만났을 당시의 상황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평일 내내 아기와 전쟁을 치르느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 토요일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울산에 내려가 결혼식에 참석하고 당일 밤 기차로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당연히 체력은 방전되고, 눈도 피곤하고, 졸리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 옆에서 남편은 자기 시작했고, 나는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왜냐하면 집에 도착하면 다시 육아 전쟁에 뛰어 들어야 하므로, 기차 안에서의 두 시간이 유일하게 책을 볼 수 있는 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눈꺼풀은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었고, 어깨는 뭉쳐 있었고, 피곤으로 두통도 약간씩 오는 중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셈인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단 세 장 만에 내게서 잠과 피로를 확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 삐딱하게 고개를 젖히고 최대한 허리를 눕히고 좌석에 기댄 상태로 책을 읽던 내가 자세를 다시 고쳐 앉고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궁금한가?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보시라.
이렌느 캐슬이 골프 클럽과 한 일이라고는 헤지테이션 왈츠뿐이었고, 나는 잠시 후에 불을 켜고 브라우닝의 책을 펼쳤다.
브라우닝은 플립을 알았던 게 분명했다. 플립에 대한 시라고밖에 볼 수 없는 '스페인 회랑의 독백'을 썼으니 말이다. 그는 확실히 플립이 시를 다 구겨버린 뒤에 나왔을 법한 "으아아, 이 골칫거리야"라는 구절을 썼고, "저기 내 심장의 혐오가 가네"라고도 썼다. 나는 다음에 플립이 계산서를 나에게 떠맡기면 그 구절을 읊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 작품의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은 이렇다. 하이텍의 연구 개발부에서 1920년대 미국의 단발머리 유행의 기원을 찾는 사회학자 샌드라 포스터는 부서간 연락 보조원 플립의 실수로 잘못 배달된 소포를 전해주러 생물학부로 내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혼돈이론을 전공한 생물학자 턴블 박사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다 해진 코르덴 바지에 두꺼운 뿔테 안경, 발가락에 구멍이 난 캔버스 등... 도저히 무언가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한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오랜 시간 유행과 패션을 분석하며 보냈기에, 대부분 첫눈에 상대를 파악하는 편이었는데도, 유행과 전혀 무관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그의 스타일은 정의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샌드라는 유행에 대한 그의 면역능력이, 어쩌면 유행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풀어낼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플립이 턴블 박사의 연구비 신청서를 잃어버리는 덕분에 그를 도와주려는 샌드라의 제안으로 그들은 원숭이 대신 양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해보기로 한다. 마침 그녀에겐 양 목장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커다란 플롯은 문서 작업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회사 내에서 단발머리 유행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와 혼돈 이론 학자가 만나 새로운 연구를 하게 과정이 전부이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의 진정한 재미는 주요한 플롯이 아니라 이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에 있다. 애초에 셜록 홈즈도 그러지 않았던가. '사소한 것이야말로 두말할 나위 없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일상사만큼이나 기이한 것도 또 없다고 말이다. 이들이 하고 있는 연구도, 매일같이 바뀌는 유행도, 문서 작업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회사 하이텍도,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게 만드는 엉뚱한 플립의 만행들도, 사실 그 내용만 보자면 그렇게 사소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작고,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이 한데 모여서 한 개인에게 몰고 오는 '혼돈'은 절대 사소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사건이 다른 모든 사건에 영향을 주면서 반복과 재 반복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란 사실 어마 어마(?)하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코니 윌리스의 정신 없는 수다에 취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결론이 시종일관 떠들어대던 유행의 기원과 그 동기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곳으로 다다른 게 된다는 것 또한 독특한 재미를 더해 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내 말 잘 들어." 나는 암양의 턱을 잡은 채로 말했다. "난 하루에 감당할 만큼은 다 겪었어. 직장을 잃었고, 평생 만난 사람 중에 양처럼 행동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도 잃었고, 유행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모르겠고 영영 알아내지 못할 거고, 이젠 질렸어. 순순히 날 따라왔으면 좋겠다. 당장 날 따라왔으면 좋겠어." 나는 디스크 조각을 바닥에 던지고 돌아서서 내 연구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양이 방울양 이었다. 내 뒤를 따라 총총히 생물학부까지 두 층을 내려가고, 연구실을 통과해서 방목장까지 갔으니 말이다. 마치 메리와 메리의 작은 양처럼. 그리고 나머지 양떼도 꼬리를 흔들며 뒤따라왔다.
유행의 기원을 연구한다는 발상 자체도 재미있는데, 사실 그것을 몸소 실행하고 있는 캐릭터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샌드라 박사는 근무 시간 외에는 카페에서 디저트나 음료의 유행을 파악하거나, 도서관에 주기적으로 들러 베스트셀러와 도서관 운영 유행을 관찰한다. 그 주에는 어떤 예약 목록이 있는지 확인하고, 사서가 어떤 의상을 입었는지 체크하는데, 그 중에서도 그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도서관 운영 방침 중 하나에 온몸으로 대항한다는 점이다. 매년 출간되는 신간들로 인해 서가 자리가 언제나 부족하기에, 최근에 대출된 적이 없는 책들은 판매 전을 통해 숙청하게 된다. 작년 판매 전에서 그녀는 디킨스의 황폐한 집이 판매되는 것을 보고는 대체 왜 디킨스 책을 버리는 거냐며, 황폐한 집은 훌륭한 책이라고 소리쳤다. 그 후로는 그렇게 방출되는 책들을 막기 위해 책들을 직접 대출하기 시작했다. 집에 있어서 대출한 적이 없던 작품들이나, 모든 고전 작품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 읽고 싶어 할지도 모르는 낡은 책들 모두를 말이다. 그렇게 거의 1년 동안 대출이 없었던, 인기가 없는 책들이 그녀에 의해 구제된다.
다들 알다시피 찰스 디킨스는 '대놓고' 매우 장황한 작가이다. 그에 비해 코니 윌리스는 작품 전체의 페이지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수다 덕분에 '장황하게' 느껴지는 작가이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은 범죄 및 공포 장르의 모든 형태가 존재하고 있는 엄청난 대작이지 않은가. 사실 나는 디킨스를 대하는 샌드라의 태도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을 마구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정말 특이하고, 이상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이들 과학자들의 일상을 가장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등장인물인 바로 부서간 연락 보조원인 플립이다. 그녀는 코걸이를 하고 흰올빼미 문신을 새겼으며, 무슨 일이든 해달라고 하기만 하면 한숨을 내쉬고 눈을 굴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무슨 일을 부탁하든 자신은 이런 일을 할 시간이 없다며 투덜대고, 정리하지 않아야 할 서류들은 청소한다는 명목으로 쓰레기통으로 넣어 버리고, 헤어 스타일이며, 의상이며 기괴한 유행을 쫓고,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샌드라에게 자신의 계산서를 떠맡기고 가버리는, 기본적으로 무례하고, 배려심 없고, 무능력하고, 지극히 개인주의에 입각해 있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등장해, 지나치며 가는 곳마다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재능을 가진 이 인물은 극중 수많은 사람들의 골칫거리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돈으로 빠뜨리는,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아주 엄청난 캐릭터이다. 이런 캐릭터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일상이라니, 평범할래야 평범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의미 있는 과학적 돌파구가 현저히 많이 나타날 테고, 늘 그렇듯 혼돈이 군림할 것이다. 나는 멋진 일들이 일어나리라 예측한다.
과학적인 돌파구는 대개 사소한 사건들이 촉발했다. 욕조 물이 넘치는 광경, 산들바람의 움직임, 계단 위에 놓인 발의 압력. 길고 고생스러운 연구만큼이나 행운과 우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기서 코니 윌리스는 우리에게 '이전에는 아무도 연관시킬 생각을 하지 못한 발상들을 합치고, 전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관련성을 보는 것'이 비단 과학적인 돌파구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의 진부한 일상, 그 속의 따분한 반복과 관습 너머에 있는 무의미해 보이는 변수들에게 선을 그어 연결해보자.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혼돈이 평화롭고 고요한 일상을 벗어나 당신의 삶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낼지 누가 알겠는가.
멋진 일들이 생기리라.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내게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코니 윌리스는 나의 평범한 일상을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그냥 보는 대신 관찰하도록, 듣는 대신 경청하도록, 평범한 속에서 특별한 것을 주목하도록 이끌었다. 이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나는 그냥 이 작품과 한 눈에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