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의 시작은 가족의 화목에서
-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호흡한 몰랑몰 김씨 이야기


이제는 ‘가문(家門)’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지만 지금도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부모님은 무얼 하시는지, 가풍은 어떠한지 묻곤 한다. 그만큼 개인의 성향이나 인생에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가지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백운산(白雲山), 섬진강(蟾津江), 수어천(水魚川)』은 백운산과 섬진강과 수어천이 있는 풍요로운 땅, 광양에 자리 잡은 몰랑몰 김씨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특정 집안의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부제와 같이 책에서는 지금의 일가를 이룬 김상의 옹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김상의 옹은 일찍이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식 교육에 힘쓴 것뿐만 아니라 마을에 서당과 학교를 설립하였고, 지금의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재건에도 큰돈을 쾌척하였다. 그의 장남 현주는 뛰어난 상업적 통찰로 몰랑몰 김씨의 번영을 이끌었다. 이복동생들을 돌보는 데도 헌신적이어서 모두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몰랑몰 김씨가 한국 사회 각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그러나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의 독재, 여순 사건, 6.25전쟁 등 한국 사회가 질곡의 역사를 걸으면서 몰랑몰 김씨 집안에도 큰 시련이 닥쳤다. 집안을 일으킨 장남 현주는 아버지를 찾아뵙기 위해 6.25전쟁 피난민들이 탄 배를 탔다가 승선인원을 한참 초과한 배가 침몰하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한편 초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남 옥주는 국회 프락치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당하다 월북하면서 그의 가족들은 빨갱이로 몰려 모진 세월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혹독한 시련 속에서 김씨 집안의 교육열은 더욱 타올랐고, 자손들은 정치, 과학,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한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한국 근현대사를 헤쳐 온 주역들은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들의 가치관, 신념은 자손들에게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마치 대하소설을 보는 듯한 몰랑몰 김씨의 역사는 단순히 어느 한 집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이 걸어온 발자취다. 또한 역사의 풍랑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기이기도 하다. 몰랑몰 김씨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조상들의 흔적을 더듬어 그들의 지혜와 굳센 의지를 배우며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