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명분으로 명리 상담에 전력한 이래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간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고 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강의를 하는 와중에 점점 선현의 지혜를 적확(的確)하게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다. 자평명리의 체계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구조화된 분석의 틀을 제시할 기준으로서 고서는 분명 그 이상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명리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있어서 자평명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정이기 때문에 소홀하게 넘겨서는 자칫 푼수 학문이 되기 십상이다.
명리학은 자신을 아는 학문이다. 지명(知命)함으로써 인격적 도야를 이루는 기제이다. 그럼에도 대체로 명리학에 입문한 학도들의 공통점은 명리학을 타인의 운명을 간명하는 수단으로 여겨 경솔하게 언행하는 경우를 목도하게 된다. 물론 잘 맞을 리가 없다. 자평명리는 기초 단계이기 때문이다. 추명의 현장에선 자평명리는 물론 신살명리를 대입해야 진가를 발휘한다. 신고(新古)의 궁합이 맞아야 통변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자평명리를 공부한다면 그저 명리의 입문과정에 처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시중에는 새털처럼 많은 명리 서적들이 있다. 진가를 가리기에는 혜안이 필요하다. 초보 입문자에겐 더없이 지난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무엇보다 고서에 입각해 논지를 전개하되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자신의 독창적 논리를 설득력 있게 기술했다면 후한 점수를 주어도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변에는 동어반복의 유사품이 범람하고 있음이다.
아울러 명리학을 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인성이 필요하다. 명리학의 요체가 나를 알고 너를 아는 학문인데, 자칫 악용하면 상대방의 단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술의 학문이 되기 쉽다. 그래서 사람 됨됨이에 결격이 있다면 해악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명리학은 돈을 버는 사술이 아니라 지극히 감사(感謝)받아야 마땅한 위안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리학을 좀 배웠다고 침소봉대(針小棒大) 하거나 우쭐대지 말아야 한다. 조금 알면서도 많이 아는 척하지도 말아라. 그렇다고 많이 알면서도 침묵할 필요는 없다. 그저 중도의 중용으로써 처신해야 한다. 정도를 밟지 않으면 기초과정을 마친 사람이나 고급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나 명리를 모르긴 마찬가지다. 비법을 무기로 자랑하지 말라. 겸손해야 한다. 천명을 다루는 학문인데 어찌 많이 안다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이제 명리학은 비밀스런 학문도 아니며 비제도권 학문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관심 갖는 분야이다. 다만 종교적 또는 사상적 견해로 인해 커밍아웃(comingout)을 안 할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80%가 명리학에 관심이 있다는 모 일간지의 조사 발표는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인생을 알고 싶으면 당당하게 명리학을 공부하라. 명리학은 종교적 관점과는 전혀 무관한 순수 사회과학이론이다. 더 나가 명리학은 오묘한 과학이론이다.
『자평명리학』은 이론서로서 고서에 입각해 논지를 전개하고 사주팔자의 사례분석을 통해 기초를 다지는 데 역점을 두었다. 부디 이 책이 명리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