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역사와 추억이 깃든 우리맛 체험기
손현철 , 홍경수 , 서용하 저자(글)
부키 · 2012년 11월 09일
7.5
10점 중 7.5점
(5개의 리뷰)
(null%의 구매자)
  •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대표 이미지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대표 이미지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사이즈 비교 147x205
    단위 : mm
01 / 02
소득공제
10% 13,320 14,800
적립/혜택
740P

기본적립

5% 적립 74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74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품절되었습니다.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베테랑 다큐 PD 3인방, 전라남도 맛의 1번지 목포로 떠나다~!
역사와 추억이 깃든 우리맛 체험기『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다큐멘터리 3일≫ ≪역사스페셜≫ ≪KBS스페셜≫ ≪차마고도≫ 등을 제작해 온 다큐 PD 3인이 목포로 맛의 여행을 떠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 맛 문화 1번지 전라남도. 그중에서도 ‘개미’의 집산지, 호남 맛의 진수 목포의 먹거리를 역사와 문화를 버무려 오롯이 보여준다. 가슴 답답한 중년의 ‘힐링푸드’ 홍어, 일제강점기 부두 노동자의 눈물이 담긴 콩물,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조기에 이르기까지 베테랑 다큐 PD 세 사람이 전하는 근현대사 유적이 살아 숨쉬는 목포 구도심을 만나본다.

작가정보

저자(글) 손현철

저자 손현철은 항구도시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남 보길도로 졸업여행을 가는 중에 유달산 조각공원에서 내려다본 새벽안개 낀 목포의 정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광고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2년간 일하다가 1994년 KBS에 입사해 <메콩강> 5부작, <몽골리안 루트> 8부작,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3일>,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08년 <다큐멘터리 3일> 설날특집 ‘섬마을 귀향길, 목포 여객선 터미널’ 편과 이듬해 <역사추적> ‘영산강 아파트형 고분의 미스터리’를 제작하면서 목포의 다양한 음식을 맛봤다.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며 사진그룹 ZAKO의 멤버 사진가다. 지은 책으로 『모래강의 신비』가 있다.

저자(글) 홍경수

저자 홍경수는 전남 함평 출생.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서 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KBS에 입사,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 <연예가중계>, <도올의 논어이야기>, <TV, 책을 말하다>, <다큐멘터리 3일>, <KBS 스페셜> 등을 제작했으며 <낭독의 발견>과 <단박 인터뷰>를 기획했다. 서울대, 고려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2010년부터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직(職)은 교수, 업(業)은 피디라고 생각하는 천생 피디. 2004년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받았고, 2011년 미국 국제에미상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PD, WHO & HOW』 『PD 인턴십 특강』 『창의적인 콘텐츠기획의 8가지 비밀』 『공영방송의 이해』등의 책을 썼다. 맛있는 음식, 음악공연 기획, 병따개 모으기, 배드민턴과 온천을 완전 좋아한다.

저자(글) 서용하

저자 서용하는 서울 토박이로 서울과 경기도의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졌다. 아버지의 강권에 못 이겨 연세대 법학과에 입학했으나 학창 시절 놀기만 했다. 사진도 조금 찍고 연극도 조금 하며 지내던 중 방송기자가 되려는 아가씨를 만나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PD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KBS 입사 후 법정 스님을 만나 3년에 걸친 다큐 작업을 하면서 PD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고 PD 인생의 전기를 맞이했다. 훌륭한 선배들과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지만 <박중훈 쇼>를 비롯해 6개월 만에 없어지기도 한 프로그램들을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에 묶여 있지 않으려고 한다.

목차

  • 맛보러 떠나다 006
    남도 맛의 정체를 찾아서 016
    목포 스케치 027

    목포를 맛보다 / 목포의 대표 음식
    ― 귀족 물고기 민어, 목포의 얼굴 038
    ― 마음 뚫어주는 소울 푸드, 홍어 058
    ― 목포는 낙지요리 천국 076
    * 목포 식후경 090

    별미를 맛보다 /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 목포의 눈물, 아니 콩물 102
    ― 목포 생선의 왕자, 조기 118
    ― 당신은 게 맛을 아는가 128
    * 목포에서 만난 사람-아코디언 연주자 김광호 선생 142
    ― 힘이 담긴 한 그릇, 팥죽 150
    ―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갈치 166
    * 목포의 간식 176

    그리움을 맛보다 / 목포라서 특별한 음식
    ― 한정식 안 부러운 백반 182
    ― 생장어탕, 준치, 꼬리곰탕 196
    * 온금동 골목길 206
    ― 디아스포라의 음식 210
    * 나홀로 목포 여행 219
    * 목포 어디서 잘까 224

    여행을 마치며 228
    감사의 말 238

책 속으로

목포에는 ‘민어의 거리’가 있다. 목포역에서 길을 건너 왼편으로 꺾어, 구도심 루미나리에 조명 기둥이 서 있는 오거리를 지나 옛 초원호텔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편 길 초입에 ‘민어의 거리’ 표지판이 있다. 그런데 막상 거리는 한산하다. 서울 신사동의 게장 골목, 마산 오동동의 아귀찜 골목, 대구 동인동의 갈비찜 골목을 연상하면 안 된다.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는 어지러운 간판도 없다. 눈에 띄는 횟집 간판은 기껏해야 서너 개. 그런데도 민어는 ‘목포의 얼굴’이다. 민어를 맛보지 않으면 목포 다녀왔단 말을 하지 못한다. 홍어도 목포의 대표 음식이긴 하지만 ‘홍어의 거리’까지 조성한 나주 영산포가 강하게 버티고 있다. 게다가 홍어는 서울에도 진한 막걸리 한잔 걸치며 맛볼 수 있는 홍탁집이 많이 생겨 희소성이 덜하다. 반대로 서울에서 민어의 맛을 보기는 전라도 사투리로 ‘징허게 솔치(정말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만만치 않다.
-37쪽, ‘귀족 물고기 민어, 목포의 얼굴’

모든 음식이 그렇겠지만 콩물 역시 좋은 재료의 확보가 관건이다. 조 사장은 식당 입구의 차고 바닥을 뜯어 1년 치 쓸 국산 콩을 보여준다. 콩 수확기가 되면 알이 굵고 속이 꽉 차 단단한 놈들을 사온다고 한다. 노란 콩은 1년에 한 가마 40킬로그램들이를 60가마, 검은콩은 30~40가마를 사용한다. 다음 날 쓸 콩은 저녁에 물에 잘 불렸다가 아침에 삶아서 간다. 1975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60원 받던 콩물이 지금은 3천 5백 원. 국수를 말면 7천 원이다. 한여름에는 하루 6백 그릇이나 나가는데 겨울에는 십분의 일로 줄어든다고 한다. 서울 같으면 한철 장사라 접을 만한데, 목포 콩물집의 자존심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116쪽, ‘목포의 눈물, 아니 콩물’

목포의 맛집 소개 글을 보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맛집들이 있다. 민어, 홍어, 낙지 등등. 그중에서 의외의 집이 한 곳 있다. 맛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보통 맛집과는 다소 경향이 다르다고 할까. 실제로 맛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는 집, 바로 ‘장터 식당’이다.
목포여객선터미널 근처 항동 시장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머물렀다는 여관 관해장을 지나쳐 가다 보면 장터 식당을 찾을 수 있다. 꽃게를 음식으로 내놓는 집이다. 꽃게찜, 꽃게탕을 하는 집이 아니다. 꽃게의 살을 발라내어 장터 식당만의 비밀스러운 양념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꽃게살과 정말 매워 보이는 빨간 양념에 하얀 쌀밥을 비벼 먹다 보면 군침 돌게 만드는 그 맛에 탄성을 쏟아놓게 된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인한 뱃살의 책임은 먹는 사람에게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129쪽, ‘당신은 게 맛을 아는가’

목포의 중화루는 어떤 사연을 담고 있을까? 왕 사장의 할아버지는 중국 산둥 성 출신으로 인천을 거쳐 전남 해남에 비단을 팔러 온 포목 장수였다고 한다. ‘비단이 장수 왕 서방’이라는 노래에 딱 맞는 가문인데, 왕 씨는 당시 한반도를 찾은 중국의 흔한 성이었다. 한반도의 화교들은 대부분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이주한 1세대들의 후손이다. 군란을 진압하고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들어온 군대와 함께 민간인 신분의 군속, 상인들도 따라 들어왔다. 당시 유행하던 우스갯소리에 따르면, 이들은 세 개의 칼을 가져왔고 그 칼로 밥벌이를 했다. 비단 자르는 옷베(옷감) 칼, 단발령 이후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머리카락 자르는 가위 칼, 식당에서 재료를 써는 야채 칼. 실제로 중국인들의 생업은 이 세 가지가 제일 많았다고 한다. 왕 사장의 조부는 포목 칼을 들고 들어와 해남에서 포목상을 하다가 부친 대에 목포로 이사와 청요릿집을 차렸다.
-212쪽, ‘디아스포라의 음식’

출판사 서평

관광지의 맛이 아닌 ‘맛보러 떠나는 여행’
그 첫 미행지(味行地) 목포


우리나라 맛 문화 1번지 전라남도. 그중에서도 ‘개미(갯맛)’의 집산지, 호남 맛의 진수라는 목포. 그곳에는 가슴 답답한 중년의 ‘힐링 푸드’ 홍어가 있고, 일제강점기 부두 노동자의 눈물이 담긴 콩물이 있으며,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조기가 있다. 베테랑 다큐 PD 세 사람이 근현대사 유적이 살아 숨 쉬는 목포 구도심을 거닐며 발견한 우리 맛의 속살.

<책 표지 글>
관광지의 맛이 아닌 ‘맛보러 떠나는 여행’
그 첫 미행지味行地 목포


우리나라 맛 문화 1번지 전라남도. 그중에서도 ‘개미(갯맛)’의 집산지, 호남 맛의 진수라는 목포. 그곳에는 가슴 답답한 중년의 ‘힐링 푸드’ 홍어가 있고, 일제강점기 부두 노동자의 눈물이 담긴 콩물이 있으며,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조기가 있다. 베테랑 다큐 PD 세 사람이 근현대사 유적이 살아 숨 쉬는 목포 구도심을 거닐며 발견한 우리 맛의 속살.

미각 중심주의 여행
우리는 여행지에서 숲이나 사찰, 도심을 걷다가 허기가 지면 근처 식당에 들어간다. 보통의 여행에서는 볼거리가 먼저다. 찾아가볼 식당을 미리 정해놓고 주변 명승지나 방문지를 추가하지는 않는다. 맛을 느끼는 일은 보고 듣는 일보다 순위에서 밀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맛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
시청각보다는 미각을 우위에 두는, 여행에서의 감각 비율 재조정이 활발히 일어나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최초의 도시 미식 기행 책이며 한 도시 음식의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민족지)라 할 만하다.

왜 목포인가
미각 여행은 미각과 후각의 만족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따라서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널리 돌아다닐 욕심을 거둬야 한다. 아침 일찍 KTX 열차로 내려가서 1박 2일간 최소 다섯 끼의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 각 끼니 사이에 도보로 주변 볼거리를 구경하는 일정을 짜기에 목포만큼 완벽한 곳이 없다. 시식 순서를 기다리는 훌륭한 식당들이 근거리에 밀집해 있다. 게다가 목포는 항구와 역 중심으로 발달한 구도심과 유달산을 걸어 다니면서 근대와 현대, 자연과 역사가 뒤섞인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도시다.
-‘맛보러 떠나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맛보러 떠나다, 미각 중심주의 여행

맛집 열풍이다. 식도락은 인간에게 손꼽히는 즐거움. 텔레비전에서도, 서점가에서도, 전국 곳곳의 맛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런 맛집 탐방은 내용적으로 다음과 같이 굳어져 있다. 먼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에서 발견한 맛집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관광지가 우선이고 그곳에서 먹는 즐거움도 곁들여보자는 식이다. 또 하나는 입맛 당기는 음식만 추구한다는 것이다.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집을 찾아 식욕을 채우는 게 유일한 목적이 되곤 한다.
이 책의 이름에도 ‘미식기행’이란 표현이 있다. ‘맛보러 떠난다’는 것이다. 서구에서 와이너리 투어 등이 각광을 받고 있듯이 미식을 목적으로 삼은 여행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맛집 탐방과는 거리가 있다. “여행지에서의 맛 체험은 그 땅과 바다, 숲에서 나온 식재료를, 우리 몸이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접촉해서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식재료에 가해진 현지인들의 조리 솜씨를 느끼고, 그를 통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맛보는 행위”인 것이다. 바로 이 한 마디에 이 책의 독특함이 잘 드러난다. 달리 표현하면 “최초의 도시 미식 기행 책이자 한 도시 음식의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민족지)”이다.
이 책을 쓴 세 명의 PD는 다큐멘터리 PD로 시청자들에게 굵직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고 <다큐멘터리 3일> <역사스페셜> <차마고도> 등을 제작한 경험으로 다큐 PD 특유의 ‘현상에 감춰진 역사적 흐름을 파헤치는 호기심’이 원고에 가득하다. 또 방송물을 제작하면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들이 PD들의 독특한 시선을 간접체험하게 해준다.

왜 목포인가, 한국 맛 문화 1번지
세 PD가 미행지(味行地)의 으뜸으로 꼽은 곳이 목포다. 목포는 남도에서만 맛볼 수 ‘개미(갯맛)’의 집산지이기 때문이다. ‘개미’는 남도 해안 개펄의 풍성한 영양을 듬뿍 먹고 자란 어패류, 천일염의 깊고 감기는 맛을 뜻한다. 목포는 ‘한국 맛 문화권의 제1 번지’라 할 만큼 남도의 ‘개미’가 풍부한 식단과 개성적인 맛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참기름’은 맛을 통합하는 기능을 하며 삼합 같은 발효음식은 ‘맛의 오케스트라’로 그 진수를 보여준다. 1897년 개항한 이후 작은 어촌이던 목포는 주변 섬 지역과 내륙을 연결하는 중심지, 호남 맛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맛 집결지로 발전했다.
또 미식기행은 미각과 후각의 만족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널리 돌아다닐 욕심을 거둬야 하는데, 아침 일찍 KTX 열차로 내려가서 1박 2일간 다섯 끼의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 각 끼니 사이에 도보로 주변 볼거리를 구경하기에 목포만큼 완벽한 곳이 없다. 시식 순서를 기다리는 훌륭한 식당들이 근거리에 밀집해 있다. 게다가 목포는 항구와 역 중심으로 발달한 구도심과 유달산을 걸어 다니면서 근대와 현대, 자연과 역사가 뒤섞인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도시다.
미식기행은 빈속에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넣는 생물학적 욕구 충족의 여행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낸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맛보는 과정이다. 목포는 주변 바다의 자연 풍광과 근대의 문화유산들이 함께 어우러진 특이한 도시다.

역사를 통해 재발견하는 목포의 음식

민어
목포에는 ‘민어의 거리’가 있다. 세 PD는 민어를 목포의 대표 음식으로 꼽으며 ‘귀족 물고기’라고 부른다. 민어는 언제부터 귀해졌을까. 조선 시대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민어는 흔히 잡혔다. 민어가 고가의 생선이 된 데는 일제강점기의 오랜 남획이 원인으로 보인다. 1934년 민어 어획고는 7만 4천 톤. 10톤 트럭 7천 4백 대가 날라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일제강점기에 잡힌 민어의 대부분은 일본으로 실려가 고급 어묵의 재료가 됐다. 그렇게 많이 잡히던 것이 1972년이 되면 997톤으로 크게 줄어든다. 목포가 일제 수탈의 본거지였음이 민어의 어획량 감소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민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지 않는 ‘선어회’의 대명사인데 일제시대 목포 거주 일본인들의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목포의 대표적인 민어 요릿집 ‘영란횟집’의 민어 한 상 차림이 꾸려진 데에도 역사가 있다. 한 상 차림에는 데친 부레와 회처럼 썬 껍질이 나오는데 이는 재일동포 손님의 조언으로 시작된 메뉴다.

홍어
홍어는 언제부터 삭혀먹기 시작했을까. 멀리 고려 말 조선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왜구의 잦은 침략에 조정은 섬의 거주민을 내륙으로 피신시키는 공도정책을 펼쳤다. 이에 흑산도 옆 영산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육지로 들어왔는데, 이들이 정착한 곳이 고향 영산도의 이름을 딴 영산포다. 시간이 흘러 이들 중 일부는 고향 영산도로 돌아갔고, 영산포에 남은 사람들은 틈틈이 고향에 들렀는데 다녀오는 길에 선물로 가져온 생선들이 더운 날씨에 거의 대부분 상해버렸다. 하지만 홍어만은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 홍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 이야기다. 문순득은 1801년 12월 신안 우이도에서 흑산도로 홍어를 사러 갔다가 풍랑을 만나 유구(일본 오키나와)로 표류했고,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풍랑을 만나 필리핀, 마카오, 중국을 거쳐 3년 2개월 만에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정약전은 그의 경험을 정리해 『표해시말』을 집필했다.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문순득의 마카오 경험을 근거로 화폐 개혁을 주장했다. 정약용의 제자 이강회는 문순득의 증언을 바탕으로 유럽형 범선과 조선의 배를 비교분석한 『운곡선설』을 집필했다. 홍어에서 비롯된 사건이 조선 시대 실학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콩물과 팥죽
목포에는 ○○○이 있다. 바로 ‘페트병에 든 콩물’이다. 목포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콩물을 마신다. 유명한 콩물집도 있다. 왜 그렇게 콩물을 많이 마실까. 그리고 왜 다른 지역처럼 콩국이 아니라 콩물이라 부르는 걸까. 세 PD는 목포의 물 사정에 주목한다. 예전부터 목포에는 식수가 귀했다. 1897년 개항하고 주변 농촌의 인구가 부두의 일자리를 찾아 몰리면서 유달산 밑에는 움집이 무질서하게 들어섰다. 가장 큰 문제는 상수도. 물지게나 양동이를 들고 길게 줄을 서서 물 받을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 목포 조선인 구역의 일상 풍경이었다. 유달산 기슭 밑 북교동에는 ‘쌍샘거리’라는 지명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곳에 공동 식수터인 샘이 있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 샘에 종일 물을 길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단다. 목포에서는 1970년대까지도 물을 사서 먹어야 했다.
세 PD는 한편으로 식량난에도 주목한다. 옛 문헌을 보면 목포의 가난한 조선인들은 쌀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1930년대부터 일본이 만주를 침략,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각종 물자의 징발령을 내린 뒤 더 심해졌다. 심지어 만주에서 질이 한참 떨어지는‘수재에 저진(젖은) 쌀을 114만 1천 2백 근’수입해야 했다. 그야말로 ‘목포의 눈물’이 아니라 ‘목포의 콩물’이었다.
팥죽도 콩물과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다. 목포의 분식집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팥죽이다. 팥죽도 그냥 팥죽이 아니라 새알심이 동동 뜬 동지팥죽이다. 팥죽도 힘들고 어려웠던 목포 사람들의 사연을 담고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1897년 개항 후 호남 지역의 쌀, 면화, 소금 이른바 세 가지 하얀 물품(三白)의 수출항이 된 목포는 가마니를 지고 배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노동자를 필요로 했다. 고된 노동에 많은 열량을 필요로 했던 그들에게 후루룩 들이켤 수 있는 팥죽만큼 좋은 음식은 없었을 것이다. 세 PD는 선창가를 따라 팥죽을 파는 수레나 가게가 늘어서고 휴식 시간이면 팥죽을 먹는 노동자들로 붐볐을 목포를 그려낸다.

백반
남도 하면 백반. 한정식과 백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바로 ‘밥’이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개항 후 조선을 찾은 외국인의 눈길을 좇아보자.
1리터가 넘는 쌀로 밥을 하면 엄청 많은 양인데, 이게 일꾼들의 한 끼 식사다. 옆에 밥을 맛나게 먹기 위해 반찬을 차린다. 다진 고추, 간장, 고약한 냄새가 나는 젓갈, 김치, 해조류, 소금에 절인 생선, 튀긴 해조류 등을 밥과 함께 먹는다. -이자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1898년

조선인들은 어릴 때부터 많은 음식을 먹도록 길들여졌고, 또 먹을 수 있는 만큼 기꺼이 먹는다. 한번은 쌀밥, 보리밥을 잔뜩 먹고 배가 너무나 불러 걷지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또 한번은 한 엄마가 밝은 표정으로 터질 것 같이 배부른 아이를 보여준 적이 있다. 나는 걱정이 돼서 ‘배가 찢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물었다. 그러자 그 엄마는 ‘괜찮아요.’하면서 밥 서너 숟가락을 더 아이의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 -헨리 새비지 랜더,『 Corea or Cho-sen』, 1895년

한정식과 백반의 결정적 차이는‘밥’의 우선순위이다. 한정식에선 밥보다는 밥 이전에 나오는 전채와 주요리에 해당하는 지역 특산물이 더 중요하다. 밥은 맨 나중에 찌개, 굴비와 함께 차려진다. 그러니까 밥은 이미 온갖 산해진미로 입맛을 길들인 뒤 곡기 보충 차원에서 나오는 수준이란 말이다. 가뜩이나 배부른데 밥맛이 살아날 리가 없다. 백반은 다르다. 식단의 이름이 벌써 흰밥(白飯)이다. 그러니까 밥이 주요리고 나머지 반찬은 보조가 된다는 뜻이다
콩자반이나 고등어자반처럼 삶거나 구워 짭짤하게 절인 반찬을 ‘자반’이라 하는데, 그 어원이 재미있다. 조선 왕실의 의례 규범을 기록한 『의궤』를 보면 밥 옆에 차려지는 찬을 좌반(佐飯)이라 표시한다. 그 한자어를 풀면 ‘밥 먹는 것을 돕는다’는 뜻. 결국 반찬이란 밥의 섭취를 보좌하는 먹을거리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60512535
발행(출시)일자 2012년 11월 09일
쪽수 240쪽
크기
147 * 205 * 20 mm / 383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5)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7.5점

우리나라 맛을 대표하는 지역은 통상적으로 남도라고 칭한다. 남도 중에서도 해산물이 풍부한 목포나 여수가 대표적일 것이다. 세 PD가 우선 선택한 지역은 목포이다. 목포는 맛은 물론이고 정치적 경제 사회적으로 한국 근대화의 영욕과 조락이 대비되는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목포의 눈물>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이자 이 지역민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표곡이다. 이 세 PD의 목포 음식에 대한 본격 취재기이자. 목포를 맛으로 정의한 책이다.

일행은 2010년 축령산 휴휴산방의 조용헌 선생 댁에 놀러 가서 하룻밤을 묵으며 이불에 발을 넣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계 전문가가 모여 지역사회의 소셜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보자고 하였다. 조 선생이 '이바구 유람단'이라고 이름 짓고 이 기획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목포를 우선 정하고 지역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목포 구석구석을 누빈다.

미각은 오감 중에서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꼭지를 빨듯 본능이다. 여행에 있어서 미각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맛보는 행위다." 책의 맨 앞에서 '맛보러 떠나다'를 쓴 손현철 PD는 앞으로 미각 중심주의 여행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청각보다는 미각을 우위에 두는 여행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예를 들면서 포도주나 맥주 양조장 투어가 성행하고 음식이나 미식여행이라는 용어도 학계에 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미국 내 전체 여행객의 17%인 2천7백만 명 정도가 와인 여행, 미식여행을 한 것으로 나온다." 손 PD는 미각과 후각을 우선시하는 미식여행이 성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이 국내 '최초의 도시 미식 기행 책이며 한 도시 음식의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민속지)'라고 주장한다.

목포를 선택한 이유를 손 PD는 '개미(갯맛)'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개미'는 남도 해안 갯벌의 풍성한 영양을 듬뿍 먹고 자란 어패류, 천일염의 깊고 감기는 맛을 뜻한다." 남도는 개미의 집산지이며 그 해안과 내륙을 연결하는 중심지는 목포다. 홍경수 PD도 비슷한 의견이다. 남도의 풍부한 자연환경과 개미에 목포 음식을 통합하는 앵커 역할을 하는 '참기름'을 추가한다. 참기름의 앵커링 효과란 "참기름의 고소함이 분산하는 맛의 스펙트럼을 통합시켜 한 가지 맛의 초점을 잡아 주고 재료의 맛을 극대화한다." 게장이나 홍어찜에는 참기름이 들어간다고 한다. 홍 PD는 거기에 손님을 모시는 마음 情이 어우러져 남도의 특유의 맛을 낸다고 한다. 홍 PD는 롤랑 바르트를 인용하여 맛은 지식과 지혜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맛있다'라는 뜻의 'savory'의 어원은 라틴어 'sapere' '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데카르트의 인식론까지 써먹고 있다. '나는 맛을 안다. 고로 나는 안다' 맛을 안다는 것은 진실로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깊은 맛을 음미하는 고독한 미식의 세계로의 여행이 기대된다. 알아가는 것이다.

서용하 PD는 법정 스님과의 다큐멘터리 촬영의 오랜 인연으로 스님과의 일화를 들려준다. 흥미가 가는 말씀이 스님이 써주셨다는 遊戱三昧이다. 돌아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살라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삶은 언제나 길 위에 있다'라고 말한다. 법정 스님이 법문 번역을 마치고 성철 스님께 드리면서 같이 보낸 바흐의 음악에 성철 스님이 답으로 보낸 테이프가 <목포의 눈물>이라고 한다. '보내준 번역문은 잘 받았다. 법정의 성정을 닮아 문장은 향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보내준 바흐의 음악은 들어도 모르겠더라. 나는 이런 음악이 좋으니 한번 들어 보시게.'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었다고 한다. 

이어서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에 대한 본격 취재기이다. 영란 횟집의 민어를 필두로 홍어에 관련된 역사가 나오고 낙지에 대한 취재가 이어진다. 목포만의 음식 콩물, 생선의 왕자 조기, 팥죽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추억의 국민 생선 갈치이다. 중간중간 목포의 볼거리에 대한 소개도 이어진다. 목포에 대한 음식 그리고 목포를 여행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세 작가의 책을 참고하여 나의 음식 기호를 감안해서 목포 하루 코스 일정을 만들어 봤다. 다음 여정은 여수다. 같이 길을 떠난다.


10점 중 5점
이책은 목포의 맛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목포에 가본지도 오래됐다
목포에 몇번가봤어도 유달산도 한번도 안가보고
맛집을 가본기억도 없다
이책을 밤에 읽다가 너무 먹고싶어서 야식을 먹지않기위해 초인적인힘을 발휘해야만했다
상세한 설명과 사진까지 첨부되어있으니 어찌 그렇지않을까
일단 홍어 ㅋㅋ
전라도 대표음식이기도 한 홍어는
사실 흑산도 홍어는 요즘 보기가 힘들고 거의 칠레산 홍어이다 뭐 칠레산아니고 다른것도 있지만
외국산중엔 칠레산이 젤 맛이 좋다고한다
전라도에선 잔치할때 홍어가 빠질수없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자주 접할수는 있었지만 냄새가 너무 지독하고
원래 톡쏘는 맛을 싫어하는지라 먹지못했다
그러던것이 최근엔 조금은 먹을수있게됐다
그러나 여전히 찜은 어렵다 ㅠㅠ
낙지!!!!! 낙지는 내가 무척좋아하는거라 보면서도 어찌나 먹고싶었던지
매콤한 낙지볶음도 좋지만 싱싱한 산낙지도 좋아한다
통발낙지는 좀 먹기힘들지만 
칼로 난도질해서 참기름과 소금에 먹으면 진짜 맛있다 횟집가서 조금 주면 숟가락으로 다 긁어먹을정도 ㅋㅋㅋ
이외에도 백만 콩물 팥죽 
조금 의외긴하지만 황해도식 만둣국과 부침개 간짜장
여러가지를 보며 먹고싶다를 외쳤다
맛집만이 아닌 목포의 명소들에 대해서도 나온다
저자가 추천하는 맛집리스트는 따로 다 적어놨다 ㅎㅎ
나중에 목포갔을때 가보려고말이다
목포가 아닌 다른지역의 맛기행도 역시 기대가된다 

10점 중 0점
목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부모님이 계신 고향입니다. 항상 먹던 음식들이라 그냥 당연하게 먹어왔었는데, 그게 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걸 책 보고 알았네요^^
10점 중 7.5점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이 책은 끝까지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맛난 냄새를 솔솔 풍기며  읽고 있는 중인 책을 두는 자리를 3주동안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맛깔스러운 음식사진들이 책을 한번에 읽기를 방해했다.
글을 읽기 전에 음식 사진에 빠져서 침흘리다가 너무 배고파져서 책을 덮고
다음 날에는 게스트 하우스나 영산재 사진보다가 놀러가면 여기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 가득차서 덮고,
유달산과 이훈동정원을 보고 마음은 벌써 사진기 들고 목포에 가 있어서 차분히 읽을 수가 없어서 덮고,
좀 읽다 덮고 좀 읽다 덮고 반복하면서 오래동안 손에서 떠나지 않는 책이었다.
어제는 민어가 꼭 먹어보고 싶다가 오늘은 갈치, 팥죽, 낙지
뱃속이 요동치고 침이 꼴깍 넘어가서 힘들기도 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곧 목포에 꼭 가서 먹어보리라는 결심과 기대에 행복하기도 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목포만 가면 다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서 너무 행복했다.
나는 먹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왠만하면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알약 몇 개 먹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할 때도 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고 목포에 가서 모두 먹어주고 말리라는 욕망을 불태우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음식이 단순히 음식이 아닌 그 지방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과 문화 역사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일깨워주었다.
올해 가을에 자살을 하려고 하는 친구에게 하고 싶은 쪽지를 써보도록 하는 행사에서 어떤 건강한 여고생이 세상이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깝잖아, 살아서 같이 먹자 라고 썼다.
가장 기억에 남고 건강한 문구였다.
탐욕이 아닌 식욕과 함께 나누어 먹고 싶어하는 마음은 건강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미각과 지식을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는 책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문득 나는 나를 생각나게 하는, 우리 집을 생각나게 하는, 우리 엄마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을까 싶은 두려움이 들었다.
우리 아들이 커서 에어후라이기에 튀긴 냉동식품을 추억의 음식으로 떠올릴 것만 같다.
나도 뭔가 나만의 비장의 무기를 만들어내야겠다.
한 해가 저무는 지금,
지쳤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배 안에서 건강한 활력이 불끈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분전환은 되니까
 
10점 중 10점
 
배고팠던 시절에는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음식은 한 끼를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잡지책이나 신문 등에는 맛집에 대한 정보가 많이 실리고, TV프로그램에서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되는 맛집들은 방송에 나온 후에 얼마간은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빈다. 기다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가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에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돌아 온 기억도 있으니, 이렇게 추천되는 맛집들은 되도록 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경우에도, 리포터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격앙되어서 듣기도 거부할 정도의 큰 소리로 감탄사만을 연발하기도 하고, 갓 잡아 올린 펄떡 펄떡 날뛰는 생선들을 카메라에 비치면서 떠들어 대기도 한다.
맛집 관련 프로그램들은 너무도 많이 방영되고, 프로그램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어수선하다.
그렇다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맛집에 관련된 책들은 어떨까?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맛집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을 읽으려고 했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만약에 목포에 가게 된다면 맛있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디에 가면 맛있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이상으로 좋은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세 PD (손현철, 홍경수, 서용하)가 각각 제작한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 <역사 스페셜>, <환경 스페셜>, < 열린 음악회>, , <다큐멘터리 3일>, <낭독의 발견>, <차마고도 > 등이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이런 프로그램들은 여러 번 보았기에 프로그램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기에 세 PD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차마고도>는 상당히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 왔었다.
이렇게 세 PD는 한국의 맛 문화권의 제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목포플 첫 미행지(味行地)로 삼았다.
" 여행지에서의 맛 체험은 그 땅과 바다, 숲에서 나온 식재료를, 우리 몸이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접촉해서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 (p. 7)
그렇기에 이 책 속에 담긴 맛기행은 맛집을 선전하기 위해서 과장된 내용을 싣고 있거나,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하지도 않는다.
차분하게 그 음식을 만들어 낸 목포의 자연과 문화를 맛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먼저 목포에 대한 소개로 부터 시작하기에 그 음식이 그 지방에서 발달하게 된 역사적 고찰이나 지역 설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목포란 고장의 역사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먼저 들여다 보아야 맛에 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목포, 그 지방에 음식에 대한 옛기록이나 자료들을 문헌에서 찾아서 알려주는 것이 향토 음식을 이해할 수 있는 원천이 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세 PD가 제작했던 프로그램들도 그렇지 않았던가 !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민어, 홍어, 낙지를 들 수 있다.


★ 목포의 얼굴이자 귀족 물고기인 민어~~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광어'
'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있단다.
복달임이란 한여름 복날 먹는 음식을 말하는데, 민어탕이 일품이라는 이야기이다.
♥ 전라도의 잔치에는 홍어가 빠지면 안된다고 한다. 홍어라면 삼합을 떠올리게 된다.
" 홍어의 삼합은 발효의 총체가 아닐 수 없다. 발효된 홍어와 김치 그리고 삶아 기름을 뺀 돼지고기를 발효된 막걸리와 함께하면, 발효의 오케스트라가 입안에서 펼쳐진다. " (p. 69)
♣ 낙지: 목포는 낙지요리의 천국이라고 한다. 연포탕도 일품이지만, 세발낙지, 밀국낙지, 기절낙지....


밀국낙지란 태안 사람들이 세발 낙지를 부르는 말로 수제비국에 넣어 먹는 낙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절낙지는 무엇을 일컫는 말일까?
기절낙지는 탕탕낙지라고도 하는데, 산 난지를 회로 먹기 위해서 칼로 탕탕 친 낙지 위에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을 뿌린 것을 말한다.
목포에서는 아니지만, 탕탕낙지를 먹을 때에 낙지는 분명 칼로 자라졌음에도 슬슬 죽어 있어야 하는 낙지가 슬슬 움직일때의 그 느낌...
인간의 잔인함을 생각하면서도 꼬들꼬들한 낙지맛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낙지호롱이라고 나무 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구워낸 것도 맛이 기가 막히다.


목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으로도 콩물, 조기, 팥죽 3가지를 꼽는다.


♡ 콩물 - 이것은 두유라고 할 수 있는데, 메주를 만드는 흰콩을 갈아서 그 물을 병에 담아 놓고 먹는데, 목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으니...
목포는 호남의 곡창지대로 쌀 생산량이 많은 곳이지만, 그 어떤 지역보다 배가 고픈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쌀을 수탈해감에 따라 쌀이 없으니, 대체작물로, 콩과 팥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콩물은 목포의 눈물과 마찬가지인 것이ㅏ.
♧ 팥죽 : 팥죽하니까 엄마가 동지날 가마솥에 끓여 주셨던 팥죽이 생각난다. 가득 끓여서는 동지날 먹고, 남으면 차게 두었다가 먹어도 맛있었던 동지 팥죽.
그런데, 목포에서는 동지날이 아니어도, 분식집이나 시장주변의 식당 등에서 팥죽을 어렵지 않게 아무날이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조기라고 하면 어릴적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봄이면 조기를 한가득 사셨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사월 초파일 무렵이 아니었는가 싶다. 우리집에는 계절마다 생선 등을 가져다 주는 장사가 있었는데, 조기철이면 조기를 가지고 왔다. 100 마리 정도는 되었을 것 같은데, 그 많은 조기를 장독에 차곡차곡 넣으시고는 켜켜이 소금을 왕창 뿌려 두셨다. 그리고는 장마철이면 독에서 조기를 꺼내서 쪄서 주시곤 했다. 간장게장도 역시 게가 많이 나는 철에는 팔팔한 게를 수십 마리를 사셨는데, 그 게들을 함지박같은 곳에 넣으면 옆걸음을 쳐서 슬슬 빠져 나오곤 했다.
우리 자매들은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도망다니기도 했는데, 어머니는 그 게를 잡아서 깨끗이 씻어서 독에 넣곤 하셨다. 게를 씻는 과정에서 게의 다리에 물리기도 하셨는데, 그렇게 해서 담군 간장게장은 맛이 들면 밥상 위에 올라왔다.
노랗게 알이 보이는 게딱지는 뜨거운 밥을 비벼서 맛있게 먹곤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울 엄마는 정말 살림꾼이셨던 것같다. 손맛 역시 좋으셔서 김장김치는 이 사람, 저 사람이 얻어가서 먹고는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하셨으니....
이 책 속에서는 조기매운탕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이외에도 목포의 간식으로는 크롬빵, 무화과, 쑥꿀레 등이 소개된다.


목포 음식은 개성이 뚜렷하고 강하기에 같은 전라도 음식인 전주 음식과는 또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책. 그러나 그 맛있는 음식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목포의 역사가 그 음식들을 만들어 주기고 했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자취가 그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한 것이다.
구태여 목포에 가면 이 집에 꼭 들려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목포에서 먹어 보아야 할 음식 이야기에 곁들여서 이 음식은 이 집에서 맛보면 좋을 것같다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만 해준다.
그래서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각 내용이 끝나는 마지막 부분에 음식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만을 기록하고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이 전국을 발로 뛰면서 음식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했듯이,




<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는 세 PD의 세심한 취재와 옛기록이나 자료 조사 등을 바탕으로 목포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문장수집 (0)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이 책의 첫 기록을 남겨주세요.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벤트
  • [교보eBook 19주년] 생일 파티에 초대합니다! 🎉
  • 먼나라 이웃나라
01 / 0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