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이혜경 저자(글)
창비 · 2006년 05월 30일
9.2
10점 중 9.2점
(3개의 리뷰)
(null%의 구매자)
  • 틈새 대표 이미지
    틈새 대표 이미지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틈새 사이즈 비교 152x223
    단위 : mm
01 / 02
MD의 선택 소득공제
10% 10,800 12,000
적립/혜택
600P

기본적립

5% 적립 60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60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배송안내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무료배송
배송비 안내
국내도서/외국도서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교보Only(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2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해외주문 서양도서/해외주문 일본도서(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업체배송 상품(전집, GIFT, 음반/DVD 등)
해당 상품 상세페이지 "배송비" 참고 (업체 별/판매자 별 무료배송 기준 다름)
바로드림 오늘배송
업체에서 별도 배송하여 1Box당 배송비 2,500원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그 외 무료배송 기준
바로드림, eBook 상품을 주문한 경우, 플래티넘/골드/실버회원 무료배송쿠폰 이용하여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 등록 상품을 주문한 경우
당일배송 오늘(6/25,수) 도착
기본배송지 기준
배송일자 기준 안내
로그인 : 회원정보에 등록된 기본배송지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로그인정확한 배송 안내를 받아보세요!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글) 이혜경

목차

  • 물 한모금
    그림자

    문밖에서
    틈새
    피아간
    크레바스
    망태할아버지 저기 오시네
    늑대가 나타났다

    해설/ 황도경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1982년 『세계의 문학』에 중편소설 「우리들의 떨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혜경은 등단 25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늘진 삶의 구석구석을 애정어린 시선과 정교한 필치로 형상화해온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더디지만 탄탄하고 뚜렷한 행보를 걸어왔다. 장편 『길 위의 집』과 소설집 『그 집 앞』 『꽃그늘 아래』로 오늘의 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그리고 독일의 리베라투르 상(LiBeraturpreis) 등의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이혜경의 세번째 소설집 『틈새』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긴 여운과 잔잔한 문학적 감동을 던지는 이혜경 소설미학이 농익으며 변주되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작품의 현실적 지평은 더욱 넓어지고 오늘을 사는 인간의 더욱 깊어진 아픔을 섬세하게 천착하는 작가의 감성을 확인케 하는 다양한 소재와 등장인물이 눈에 띈다. 이주노동자, 전화선으로만 삶을 사는 네트워커, 소도시 가전제품 기사, 여행가이드, 대형마트의 보안요원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마다 욕망으로 벌어진 현대인의 삶의 틈새에 밀착해 감싸고 보듬으려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틈새』에는 2006년 제13회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피아간(彼我間)」을 비롯한 8편의 단편과 미발표 신작 단편 「섬」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틈새」에서는 가전제품 애프터써비스 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의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인 영석은 육사를 나와 승승장구하다가 큰빚을 지고 소도시인 고향으로 돌아와 우주슈퍼를 차린다. 살림을 하던 아내 재희가 어느날 갑자기 단란주점을 차리고, 급기야 이혼 선언을 한다. 아내의 이혼 요구로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성공가도를 달리던 영석이 기수련을 표방한 사이비종교단체에 재산을 털린 사연을 듣고, 안온하고 평화로웠던 자신의 삶이 맞이한 틈새를 돌아본다.
올해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피아간」은 주인공 경은이 가족들에게 불임사실을 숨긴 채 거짓 임신을 꾸미고 지내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누워 계신 아버지에게 유언장을 작성하라는 새어머니에 어이없어 하며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던 경은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중 입양할 아이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가족간의 관계와 소통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등단 이래 이혜경이 꾸준하게 매달려온 소재에,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임 문제나 재혼 문제 등 관심사의 폭을 넓혀 한층 문제적으로 다루었다. 가족간의 갈등을 다룬 또다른 작품 「섬」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작은아버지에게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 자매가 등장한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포목점을 운영하던 작은아버지는 언니를 점원으로 부리고, ‘나’에게는 대학등록금조차 인색하게 구는 인물이었다. 작은집 식구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울렁거린다는 주인공 내적 증상은 탈것만 타며 어김없이 찾아오는 언니의 ‘멀미’에 다름아니다. 또한 작가는 섬처럼 부유하는 주인공의 삶에 찾아오는 멀미를, 일본이나 대만 같은 섬나라가 겪는 지진에 비유하기도 했다.
「크레바스」에서는 대형마트의 보안요원이 주인공으로, ‘그’는 어린시절 겁이 많아 밤에 화장실을 갈 때면 다섯 살 아래 동생을 끌고 갈 정도였다.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유괴사건으로 잠자던 동생을 잃은 ‘그’는 꿈결인 듯 그 장면을 떠올리고, 악몽에 시달린다. 그는 겁이 많아 오히려 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데 두각을 보여 마트에 취직하고, CCTV를 지키지만 사시(斜視)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마트의 CCTV에서 어릴 적 유괴된 동생과 흡사한 외양의 여인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유난히도 담력이 약한 성정, 유괴당한 동생, 사시 증상 등 결핍의 징후를 다분하게 안고 있는 이 작품의 주인공 역시 CCTV 속에서만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를 타자화시키고 소외시키는 현대인의 전형이다.
「문밖에서」는 절친한 친구인 L의 생일 파티에 모인 친구들과 어느새 강요가 되고, 부담이 되어버린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회의를 털어놓는 L의 이야기이다. 공동체와 ‘함께’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폭력이 무의식중에 개인을 소외시키는 현상을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안정감 있게 형상화했다. 문학평론가 김영찬은 이 작품에 대해 “차이를 배제하고 동일화하는 집단주의에 대한 성찰적 거부이며 개인에 대한 조용하지만 강력한 옹호”라고 평한다.
이주노동자의 삶에 그린 단편 「물 한모금」에서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인 아밀, 일본 여자의 기사로 일하다 도둑질을 혐의로 거리재판을 받아 죽임을 당한 아밀의 동생 라흐맛, 그리고 아밀이 한국에서 만난 샤프가 등장한다. 동생 라흐맛처럼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기는 본토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경계(국경)에 서서 삶도 사랑도 허락받지 못한 이주노동자 신세는 처량하기 짝이 없다. 아밀이, 인생은 그저 소가 ‘물 한모금’ 마시는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부유하는 자신의 삶과 잡혀간 샤프의 삶을 돌아보는 장면은 이주노동자의 고단한 삶과 현실을 애틋하게 보여준다.
그밖에 네트워크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현실의 공간에서는 인간적인 소통이 부재하거나 어긋나기만 하는 현대의 일상을 그린 단편 「그림자」,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행사되는 폭력과, 아파트 공동체라는 이름의 폭력에 주목하는 「망태할아버지, 저기 오시네」, 어른들 말을 듣지 않으면 늑대가 잡아간다는 경고를 믿었던 어린 시절의 소소한 추억을 엮은 소품 「늑대가 나타났다」 등이 실려 있다.
문학평론가 황도경의 해설처럼 이혜경의 이번 소설집은 ‘틈새’의 또다른 이름인 일상의 경계와 ‘금’, 거기서 비롯되는 폭력성과 소외성에 천착한다. ‘우리’라는 울타리와 경계에 속하지 않은 ‘타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타인이 느끼는 소외감을 섬세하게 읽어내며 보듬는 이혜경의 시선은 일방의 편을 드는 대신 결국 우리는 모두 ‘섬’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을 쓸쓸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환기시킨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6436926
발행(출시)일자 2006년 05월 30일
쪽수 255쪽
크기
152 * 223 mm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3)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사용자 총점

10점 중 9.2점
10점 중 10점
67%
10점 중 7.5점
33%
10점 중 5점
0%
10점 중 2.5점
0%

평가된 감성태그가
없습니다

0%

고마워요

0%

최고예요

0%

공감돼요

0%

재밌어요

0%

힐링돼요

10점 중 10점
어릴 적 초등학교 책상엔 어디나 가운데 금이 그어져 있었다. 자를 대고 똑바로 그은 금도 있고, 볼펜 같은 걸로 지워지지 않게 확실하게 그어놓은 것도 있고, 심하면 칼로 파서 아예 골을 만든 것도 있었다. 이혜경의 <틈새>는 내게 그 금을 생각나게 했다. 이건 내 것, 저건 네 것이었다. 이 세상은 내 세상이고 저 세상은 네 세상이고. 금을 넘어오면 내 것이 되는 거였다. 팔꿈치라도 넘어가면 큰 일이 났다.
 
그런데 그 금 그어진 세상은 사실 어른인 우리 가운데에도 늘 있었던 것이다. 어느 새 우리는 바른 길, 정답의 길, 하나뿐인 길을 만들어놓고 그에 맞춰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려놓은 동그라미나 네모에서 살려고 노력하고 그렇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서 벗어나면 아웃사이더였고 마이너리그였고 루저였다. 이혜경의 이 작품집엔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모두 너와 나,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경계를 그리고 세상과 뚝 떨어진 섬을 그리고 문 안과 문 밖을 그리고 또한 두 세상 사이의 틈새를 그리고 있다.
 
첫 단편 <물 한모금>이 한국 내 외국 근로자, 흔히 산업연수생이나 불법체류자라고 일컫는 동남아인들을 그린 작품이라 너무 쉽게 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묘한 거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솔한 감정 전달과 오바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작가의 글 솜씨에 빠져 어느 새 마음속 긴장이 풀어졌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세상의 일상 이야기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단순하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그 가운데 생각할 거리, 깨달음…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금씩 스며들었다. 단순하고 명료한 명제들인데도 흔히 의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상의 금, 그 금들이 우리의 구체적인 생활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상들을 단아하게 그리고 있다.
 
<그림자>에서 주인공은 밤중에 전화를 받으며 속으로 말한다. ‘넘어오지 말라고.’ <섬>에서 주인공은 잠을 못 자게 하는 기억에 대해 말한다. ‘큰 독에 장아찌 담그듯 차곡차곡 집어넣고 넓적한 돌로 단단히 눌러놓은 기억은, 조금만 틈을 보여도 부글부글 끓어넘쳤다.’ 마지막 구절에서 그 실체를 확인한다. ‘이 밤, 잠 못 드는 또 한 영혼이 문밖에서 숨죽인 목소리로 부른다. 나야.’ <문밖에서>에서는 여러 명이 모이던 모임에 안 나오게 된 이유를 말하는 한 친구의 말이다. “그런 일들이 여러번이었어.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휩쓸리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일들, 어떤 땐 별자리목걸이였고, 어떤 땐 [꿈풀이 사전]을 갖추는 거였고, 어떤 땐 누구 한 사람의 사생활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거였고.” <늑대가 나타났다>에서는 마을에서 늘 다른 데를 그리워하던 아이가 막상 먼데에 나와서는 날이 저물자, ‘늑대와 친척인 그’의 자전거에 올라 정겨운 ‘늑대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얘기이다. 
 
이혜경은 특별한 재미가 있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소재나 기상천외한 주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혜경의 소설은 전혀 가볍거나 쉽지 않다. 술술 읽히고 단순한데 의외로 은근슬쩍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이면에 있는 이혜경이 생각하는 ‘금’, 그 금은 지금 내 마음속에도 내 생활 속에도 내 사고 속에도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깨닫는데, 끄집어내는데 더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늘 당연히 받아들였던 그 금에 대한 얘기를 이혜경은 우리의 여러 모습을 통해 담담하게 풀어냈다. 은근한 힘이 느껴지는 이혜경의 작품집이었다.           
10점 중 7.5점
날씬해져야 할 이유가 있다. 첩보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장면, 손바닥에 연필가루를 올려놓고 훅 분다. 또는 특수 후레쉬를 이용하여 비춘다. 앞을 가로막는 주홍색 빛의 장막. 눈에 보이지 않던 적외선 탐지기의 정체가 드러난다. 적외선을 걷어올리는 기계를 발명했던 교강용(일간스포츠를 본 사람은 안다)이 그 비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은퇴하는 바람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얼기설기 얽힌 듯한 적외선의 틈새를 찾아내어 잠입한다. 유연함, 결단력, 인내심 등의 종합 예술인 몸매 수련의 최고의 경지에 다다르지 않고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어제도, 오늘도 틈새를 찾는다.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 육상경기의 장애물 넘기는 생초보 수준이다. 몸을 비틀고 이리꼬고 저리꼬아야 겨우겨우 넘어설 수 있는 틈새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최초로 금을 긋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책상 위에서다. 넘어오면 다 내꺼! 라면 차라리 좋다. 넘어오면 죽어! 라면 공포다. 세상에는 넘어가서는 안되는 금들이 많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 그 금을 밟지 않을 수 있는 재주는 없다. 있다면 그 금을 싸악 지워버릴 수 있는 새로운 금을 그어버리는 것이다. 그랬으면 좋으련만.
 
금을 그을 수 있는 존재는 불행하게도 그다지 많지 않다. 회사원인 상사가 맘에 안든다고 상사를 해고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어머니와 아내가 대립이 심하다고 해서 둘 중 하나를 버릴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딸내미에게 무수히 많은 금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나는 그러한 금들의 정당성을 내 스스로에게도 설득하지도 못한다. 그러다보니 우울증, 무력감, 패배감, 열등감, 상실감, 안절부절 등등 온 몸에 악세사리를 주렁주렁 달고 살아간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짓, 위선, 위악, 허세, 자학, 공갈, 협박, 폭력 등등 화려한 신무기를 장착한다. 이 소설은 신무기보다는 악세사리 쪽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0점 중 10점

  1.
이혜경의 소설집『틈새』를 살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림자」「섬」「문밖에서」「틈새」「피아간(彼我間)」「크레바스」등 제목부터 소극적 소외 혹은 적극적 자폐의 내음이 스멀거리고 있었다.  절반을 넘게 읽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내가 이혜경과 다른 작가를 혼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2.
《직장 동료이긴 하되 ‘우리’이고 싶지는 않은 내 욕심에서 나는 냄새가 김진숙에게는 영 낯선 모양이다.》
 
「그림자」에서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담당인 주인공은 직장 동료가 사생활의 경계를 넘으려 할 때 냉정하게 거부한다.  우리-의식을 차단함으로써 강요된 우리-법칙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낯선 방문객을 맞이한 의심 많은 아이>처럼 무의식 중에 맹렬히 머리를 긁고 있는 작가를 생생히 보고 있는 듯 하다.  어느 순간 내가 방구석에 앉아 머리를 긁고 있었다.     
 
3.
《잠은 언제나 운모조각처럼 얇았고, 작은 소음이나 커튼 틈으로 스며든 빛살에도 쉬 바스러졌다.  큰 독에 장아찌 담그듯 차곡차곡 집어넣고 넓적한 돌로 단단히 눌러놓은 기억은, 조금만 틈을 보여도 부글부글 끓어넘쳤다.》
 
「섬」에서 여행 가이드인 주인공이 리무진 버스 안에서 잠의 늪에 빠져 있는 장면이다.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왜 어떤 기억은 <양념이 다 삭아 어우러진 신김치 속에서도 제 맛을 주장하는 생강조각>처럼 도드라져 보일까?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고 조카들을 벌레처럼 밀쳐내었던 작은 아버지 – 그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두려움은 감염성이 강한 1종 전염병이다.  주인공도 사람에 대한 두려움에 감염되어 있다.  완전히 발효되지 않고 계속 거품만 부글대고 있는 기억 - 그 두려움의 정체를 알고 나면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4.
《운동화 뒤축을 꺾어신고, 이 사이로 침을 찍 뱉고, 손가락 사이에 끼워넣은 면도날로 아무거나 그어대려 드는 사나움.  삐죽삐죽, 버려진 널빤지에 마구 돋은 녹슨 못처럼 함부로 튀어나오는 불손함.》
 
「섬」에서는 가전제품 대리점의 AS 기사인 주인공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서 받은 느낌이다.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온 아내의 모습이 너무 낯설기만 하다.  가까이 있기는 하나, 따로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섬 – 부부란 이런 풍경이 아닐까?
 
농약을 손에 넣은 주인공은 전도유망한 군인이었던 어릴 적의 친구를 찾는다.  어처구니 없게도 기(氣)수련단체의 포스터를 보고 인생의 다른 길로 들어섰다는 친구 - 포스터 한 장이 한 사람의 회로를 교란시키고 마침내 수리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다니.  그러고 보면, 포스터 한 장으로도 엇나갈 수 있는 게 삶이 아닐까?
 
5.
정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식을 함께 나누는 것 - 한국인의 인간관계의 궁극적 목표이다.  가족·친척·공동체 등을 우선시하는 우리-의식의 관계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한다. 우리-의식은 우리에게는 얼마든지 너그럽지만 그 테두리를 넘어선 대상에겐 언제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살점이 떨어질 때까지 물어뜯기도 한다.  아, 닫힌 우리-의식의 맹목적인 충직함이여! 
 
6.
달아나든가, 방관하든가, 부딪치는 것 – 인생의 세 가지 길에서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달아나는 편을 택한다.  <수채에서 오글거리는 장구벌레처럼 엉겨 있을> 무의식의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그리하여 스스로 섬이 된 그들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언제까지 남몰래 견딜 수 있을까?       
  

 
7.
단편소설은 이런 것이다 라고 교과서에 실을 수 있을 만큼 한 편 한 편이 전통적인 기법으로 잘 짜여있다.  너무나도 깔끔해서 후반부에 가서는 질릴 정도였다.  혹시 작가도 자기만의 섬에 숨어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전업작가로 혼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알았다.  
 
8.
이현수의『신기생뎐』· 김인숙의 『그 여자의 자서전』· 김중혁의 『펭귄뉴스』· 이혜경의 『틈새』- 2006년 동인문학상 4강에 진출한 작품이다.『신기생뎐』과 『펭귄뉴스』가 결승에 올라, 『신기생뎐』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다! –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였다.  실전에서는 <웅숭깊은 시선과 곰삭은 문체의 작가>인 이혜경의『틈새』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9.
<신발만 보면 물어뜯고 싶어하는 강아지>처럼 자기가 쓴 글만 보면 뜯어고치려 한다는 작가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해주기를 꿈꾼다.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인종과 인종 사이의 경계를 허물지는 못하더라도, 울타리에 틈새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진지하게 반문한다.  작가의 꿈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
# image; 홍미선「고독한 연결」


 

문장수집 (0)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이 책의 첫 기록을 남겨주세요.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이벤트
  • [eBook] 상반기 결산전
  • 명탐정 교보
01 / 0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