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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 반타· 2026.02.10 출간

10%16,200
900p

지금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이자 발표하는 작품마다 자신의 평가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는 사쿠라다 도모야의 『잃어버린 얼굴』이 반타에서 출간되었다. 2021년 연작 단편집 『매미 돌아오다』로 제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제21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사쿠라다 도모야는 정통파 본격의 계보를 잇는 ‘본격 단편의 고수’로 알려졌다. 『잃어버린 얼굴』은 그가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장편소설로, 발매 직후부터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평론가, 독자들의 호평 속에 주요 미스터리 랭킹 3관왕을 달성하는 영예를 누렸다. 가공의 무대, J현 산속에서 얼굴이 뭉개지고 이가 뽑히고 두 손목이 잘린 변사체가 발견된다. 서두부터 미스터리 독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얼굴 없는 시체’의 등장이다. 사건 보도 후,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경찰서를 찾아와 신원 미상의 시신이 자신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10년 전 실종 사건과 새롭게 발생한 살인 사건. 전혀 무관해 보이던 수사는 가설과 검증을 거듭하며 하나의 진실에 닿아가고, 그 과정에서 작품은 무엇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은 정교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일본 출간 후 약 3개월 반 만에 발행 부수 10만 부를 돌파한, 하드보일드와 본격 미스터리의 훌륭한 융합체라 할 만하다.

10재밌어요
  • hs***
    2026.02.23
    10재밌어요

    관심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 sm******
    2026.02.23
    10재밌어요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얼굴을 버리는가. 그리고 얼굴 없는 삶은 정말 살아 있는 삶일까. 이 질문은 사건의 진실보다 먼저 다가온다. <잃어버린 얼굴>은 산중에 묻힌 시신에서 시작하지만, 끝내 파헤치는 것은 한 인간의 신원이 아닌 존재의 표면이다. 훼손된 얼굴과 잘려나간 손목은 신원 확인을 방해하기 위한 장치이자, 한 사람이 스스로의 흔적을 지워온 시간을 상징한다. 이름은 바뀌고 기록은 조작되며 진실은 매장된다. 얼굴은 단지 이목구비의 배열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호명되어 타자 앞에 서는 방식이고, 세계와 관계 맺는 표면이며,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얼굴을 잃는다는 것은 곧 응시를 피하는 일, 타자의 눈을 견디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방향을 잃은 사랑은 끝내 폭력의 형상을 닮는다. 사랑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거짓은 단단해 보인다. 부모라는 이름은 쉽게 면죄부가 된다. 이 작품에서 반복되는 선택은 언제나 ‘아이를 위해‘라는 말로 포장된다. 그 문장은 진실과 윤리를 가장 손쉽게 유예시킨다. 보호는 곧 삭제와 은폐가 되고, 그 순간 사랑은 타인을 향하지 않고 두려움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아이가 짊어질 미래를 염려한 어른들은 정작 아이에게 현재를 좀먹는 가장 무거운 유산을 남긴다. 거짓의 토대 위에 세워진 평온은 늘 붕괴를 예약한다. 죄는 유전되지 않을지라도, 침묵은 공기처럼 스며든다. 지키려 했던 것은 아이의 삶이었는가, 아니면 자신의 공포와 수치심이었는가. 가짜 이름으로 버텨낸 십 년은 과연 거짓이기만 했을까.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은 단순한 위장이 아니다. 존재의 근거를 외부로 이전한 삶이었더라도 웃고, 일하고, 숨 쉬는 동안은 분명한 실제였다. 다만 그 실제는 언제나 들킬 위험을 품고 있었다. 이름은 사회가 부여한 표식이지만 그 이름을 감당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타인의 과거를 짊어진 채 시간을 통과하는 삶은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한다. 얼굴은 매일같이 거울에 비춰졌지만 그 얼굴은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닌 언제나 빌린 자리였다. 그렇게 타인의 자리를 빌려 살아가는 일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서서히 자아를 잠식하는 자기 부정에 가깝다. 타인의 자리를 차지한 존재는 결국 자신의 자리도 잃는다. 그는 살아 있으면서도 점점 더 세계에서 사라진다. 이 소설에서 더 두려운 것은 최초의 살인이 아니다. 우발적 충돌은 한순간의 격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후의 선택들은 매번 의식적이었다. 은폐를 택하고, 침묵을 택하고, 다시 한 번 입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택하는 일. 죄는 한 번의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스스로를 속이기로 한 그날 이후 선택은 반복되고, 반복은 성격이 되며, 성격은 운명이 된다. 책임을 미루는 순간마다 인간은 조금씩 괴물과 같은 형상으로 일그러진다. 처음에는 손이 떨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번째에는 덜 떨리고, 세 번째에는 계산이 앞선다. 그렇게 양심은 급격히 사라지기보다 서서히 무뎌진다. 얼굴을 버린 인간은 결국 더 많은 얼굴을 훼손하며 자신을 지키려 한다. 이 지점에서 인간은 더 이상 도망치는 존재가 아니라, 도망이라는 방식을 삶의 원리로 삶는 존재가 된다.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은 신분이 아닌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인간의 형상이었다. 결국 드러나는 것은 시신의 신원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자 시간의 판결이다. 시간은 거짓을 완전히 삼키지 못한다. 묻힌 시체는 언젠가 발굴되고, 바꿔치기한 이름은 결국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 그 선택은 진정으로 누군가를 구했는가. 얼굴 없는 삶은 살아 있음이라 부를 수 있는가. 끝내 답을 허락하지 않는 질문만이 남아 있다. 사쿠라다 도모야가 적어낸 것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잃어버린 얼굴>은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상실하는지, 그리고 그 지움이 어떻게 또 다른 파괴를 낳는지를 추적하는 기록에 가깝다. 지키려는 것들이 전부였던 이들이, 정작 자신만은 끝내 지키지 못했다. 정체성과 이름, ‘나’라는 존재의 근거를 사유하고 싶은 독자, 단순한 추리의 쾌감보다는 인간 내면의 붕괴 과정을 따라가는 서사를 선호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얼굴을 감출 수는 있어도, 존재의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 출판사 오팬하우스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