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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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세계일보 > 2011년 10월 4주 선정
작가정보
목차
- 1. 항해
2. 양무제梁武帝
3. 절벽 9년
4. 피살被殺
5. 그들의 이동
6. 도망逃亡의 산야山野
7. 가는 세월
8. 폐불廢佛 이후
9. 형장刑場의 이슬
10. 신심명信心銘의 시절
11. 길에서 만난 소년
12. 도신道信의 사람들
13. 5조 홍인五祖 弘忍
14. 육조단경六祖壇經
15. 잠행潛行과 수행修行
16. 조계산曹溪山 열었나니
17. 북종北宗 신수神秀
18. 6조六祖와 그의 사람들
책 속으로
절벽 아래 앉아 있는 달마를 벽관반야밀壁觀般若蜜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지만, 그가 벽만을 응시하는 하루하루로 9년을 채운 사실을 아무런 생각도 없는 상태로만 설명해서는 무엇인가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그것은 부처가 부처를 보는 바 불불상념佛佛相念의 경지였다.(149쪽)
“위 없는 보리菩提(지혜)는 실로 오랜 겁劫을 닦은 것이거늘 그대의 작은 뜻으로는 그 큰법을 구할 수 없으리라.” 그러자 신광은 그의 품속에 지니고 있던 단검短劍을 꺼내었다. 마치 달마를 찔러 죽일 것 같은 험한 형세였다. 그러나 신광은 제 왼팔을 쳐서 잘라내었다. 붉은 피가 하얀 눈에 뿌려졌다. 잘라낸 왼팔 한 토막을 신광은 그 무지막지한 아픔을 참고 스승 앞의 눈더미 위에 놓았다.
“몸으로써 몸을 삼지 않고 목숨으로써 목숨을 삼지 않은 바를 보인 그대가 이미 법法을 구할 만하도다”라는 스승의 말이 나왔다.
신광은 아픔을 눈 속에 파묻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스승이 말을 이었다.
“네 이름은 이제 혜가慧可이니라.”(150쪽)
“그 죄를 가지고 오너라! 죄를 여기 내놓아라! 뉘우치게 해주마.”
“죄를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때 혜가가 그 말에 화살을 퍼부어 쏘아대듯이, 그러나 단 하나의 화살이 그 많은 화살 가운데서 명중하듯이 대답했다.
“그대의 죄는 다 끝났다. 다 뉘우쳐졌다. 앞으로 불·법·승佛法僧에 의해서 함께 물지어다.”
“지금 스승 앞에서 승보僧寶는 알았으나 어떤 것을 불보佛寶, 법보法寶라 합니까?”
“보아라. 마음이 부처요, 마음이 법 아님이 없다. 부처와 법이 둘이 아니요, 승보 또한 그렇다.”(255쪽)
“달을 보고 짖는 개와 달을 보고 짖는 소리를 듣는 우리가 온전히 하나인 바가 지극한 도(至道)가 아니겠는가. 우리 적두찬赤頭璨께서 이 지극한 도에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고 하셨지. 지도무난至道無難이라.”(297쪽)
혜능의 근본사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찍이 그가 동산 5조 문하의 저조창著槽廠에서 방아 찧는 중노동의 사노寺奴였을 때 신수의 게송을 대번에 빛바래게 한 ‘보리는 본디 나무가 아니다(菩提本無樹)’의 한 구절에도 암시되고 있는 ‘본래 한 물건도 없다(本來無一物)’가 그것이다. 이 한마디가 6조이고《육조단경》이고 그의 수많은 후예들을 있게 하는 힘이다.(685쪽)
출판사 서평
“동쪽나라에서 활짝 꽃피운 선불교의 정수를 만나다”
오랜 구도의 필력을 지닌 고은 시인이 마침내 깨달음과 선의 세계를 대하소설로 집대성했다.《소설 선》은 초조 달마에서 육조 혜능까지 중국 선종 6대조 선사들의 치열한 수행과 삶의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하여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장편 구도소설이다. 철저한 역사적 사료와 문학적 감수성으로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의 선맥을 유려하게 꿰뚫고, 구도를 향한 간절한 열망과 벅찬 감동의 세계로 초대한다. 오묘한 불립문자, 말 없는 말의 경지를 뛰어넘는 촌철 같은 가르침으로 한국 구도문학의 지평을 한층 넓힌 작품이다.
동쪽나라에서 활짝 꽃피운 선불교의 정수를 만나다!
초조 달마에서부터 육조 혜능까지 치열한 구도의 발자취!
《소설 선》은 초조(初祖) 달마로부터 6조 혜능에 이르기까지 선의 역사를 소설의 형태로 정리한 장편 구도소설이다. 이미 말의 범주를 벗어나 불립문자(不立文字)인 선(禪)의 세계를 문자로 담아낸 것이다. 초조 달마에서 2조 혜가, 3조 승찬, 4조 도신, 5조 홍인에 이어 6조 혜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그것이다.
소설은 부처의 법통 제27조에 해당되는 반야다라를 스승으로 삼고 수행해온 달마가 중국을 향하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중국에 도착한 달마는 공덕을 자랑하는 양무제에게 “청정한 지혜의 본체는 원래 비어 있으므로 세상의 유루 유위의 법으로는 공덕을 구하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 채 양나라를 떠나 숭산 소림사로 향한다. 그곳에서 9년간 불불상념의 정진을 가한다.
달마는 당시 중국 불교에 던져진 커다란 도전이자 새로운 나침반이었다. 소승에서 대승으로, 교에서 선으로의 이행이 그것이다. 수행방법 역시 인도의 위빠사나 관법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명상을 지향하는 참선으로 바꾸었다. 인도의 명상법인 단계적으로 깨달아가는 점수(漸修)보다는 홀연히 깨닫는 돈오(頓悟)에 가까운 것이었다. 달마는 “진리가 아닌 말은 없다!”는 마지막으로 남긴 채 그를 시기하는 부처의 무리에 의해 독살당한다.
초조 달마의 법통은 2조 혜가(慧可)에게 전해진다. 눈 속에서 팔을 잘라(雪中斷臂) 법을 구하는 비원으로 달마에게 받아들여진 혜가 역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의 법은 문둥병 환자인 승찬(僧璨)에게 이어졌다. 이어 4조 도신(道信), 5조 홍인을 거쳐 6조 혜능으로 이어진다. 도신은 일행삼매(一行三昧)의 철저한 수행자였다. 노동은 5대 홍인(弘忍)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홍인 역시 농투성이 홀어머니의 아들로 도신이 길에서 만난 소년이었다.
달마선의 절정은 6조 혜능에서 빛을 발한다. 먼저 그는 남만의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 나무꾼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 스물네 살 때 우연히 금강경을 듣고 홍인이란 스승을 찾아 나섰다. 절에서는 방앗간의 사노(寺奴)노릇을 하던 그의 선기는 홍인의 상수제자 신수(神秀)의 게송에 대한 오도(悟道)의 노래로 진흙을 턴 보배로 드러난다. 야삼경에 홍인으로부터 법을 받고 잠행의 길로 나서는 것도 절간에 들어온 지 불과 여덟 달 만이었다.
신수와 혜능의 오도송은 점수(漸修)와 돈오(頓悟)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각각 신수와 혜능으로 대표되는 북종선과 남종선으로 나누어진다.
“너의 마음을 내어 놓아라”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어져 온 방대한 선불교의 흐름을 한 권 안에 모두 담아낸 《소설 선》은 깨달음의 세계와 선사들의 행적이 눈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묘사됐다. 폐불시대에도 달마부터 혜능까지 6조로 법통이 승계되는 장대한 과정이 긴 호흡으로 전개된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중국과 한국 불교를 새롭게 쓰는 한편,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고승들의 행적과 독특한 수행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딱딱한 선어록에서 선사들의 게송과 선문답을 일화에 따라 적절히 배치했으며, 각 장마다 삽화를 넣어 글의 이해를 도왔다.
《소설 선》은 문학적 질료는 가지고 있었으나 관념과 상징으로만 화석화된 불교와 선의 세계를 대하소설로 엮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특히 시인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심도 깊은 선의 세계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한 권의 소설 속에 경전, 선어록, 불교인물사, 사상사가 모두 녹아 있는 동시에 날카롭고도 부드러운 선의 세계를 그려내 구도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34955108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10월 11일 |
쪽수 | 704쪽 |
크기 |
153 * 224
* 40
mm
/ 117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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