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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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한쪽, 자기 방어권을 포기한 또 다른 한쪽. 급격하게 휘어진 ‘여론의 축’에서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기자가 오롯이 진실을 밝히고자 박 시장 사망 후 6개월을 발 벗고 뛰어다닌 결과물이다.
작가정보
목차
- 여는 글 … 4
1. 그날의 기억 … 11
2. 내가 만난 ‘정치인 박원순’ … 27
3. “손 기자, ○○이 기억 안 나?” … 41
4. 시작도 못 하고 좌초된 서울시 진상조사 … 55
5. 시장실 사람들, 말문을 열다 … 69
6. 시장과 피해자 … 87
7. 100일 만에 나타난 ‘피해 목격자’ … 109
8. “무릎에 입술 맞추고…” 그리고 목격자들의 딜레마 … 131
9. 시장과 마라톤 … 151
10. 비서실장과 피해자 … 163
11. 시장이 막아서 시장실 못 나갔다? 전보 논란을 파헤치다 … 175
12. 수면 위로 올라온 ‘4월 사건’ … 199
13. 박원순 사건과 언론 … 221
14. ‘박원순과 사람들’의 12가지 혐의 … 257
15. 박원순이 변호한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이면 … 273
16. ‘페미니스트 박원순’에게 날아온 부메랑 … 289
17. 박원순은 왜 죽었을까? … 313
18. 박원순 최후의 날 … 323
닫는 글 … 335
추천사 … 338
추천사
-
성역 없는 회의만이 진실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
지난 한 해(2020년)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과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박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일 것이다. 한 정치인의 죽음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여ㆍ야와 진보ㆍ보수라는 정치뿐만 아니라 몇 해 전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의 정치학도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 생각이 ‘사분오열’이 아니라 ‘백만분 오백만열’ 하는 게 당연하다.
다음은 내가 같은 해 7월 11일에 페이스북에 쓴 글의 일부다.
저는 고소인의 아픔에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피고소인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수많은 선물을 남겨두고 죽음으로 속죄한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도 애통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게 양자택일의 문제일까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양쪽의 생각을 두고 서로 비난하며 싸우는 겁니다. 그냥 자신의 생각만 말하면 안 될까요? 네 생각은 그렇구나. 내 생각은 이렇단다. 이게 옳고 그름을 꼭 증명해야 할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죽음을 택했다면 잘못이 없진 않겠죠. 하지만 그게 죽음의 벌을 줄 만큼 큰 잘못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애통한 것이지 그가 완벽한 사람이기에 애도하는 건 아닙니다.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습니다.
양극단의 생각이 부딪치고 싸우더라도 상식적인 시민들이 중심을 잡으면 우리 사회는 또 한 번의 교훈을 얻으며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갈 것입니다. 떠나는 박원순 시장이나 고소인의 마음 모두 너무 시끄럽고 힘들 것 같아, 두 분 모두 평안하시길 빕니다.
이 글은 또 한 번의 논란을 일으켰다. “당신에게 피해 사실 증거가 있느냐?”, “무슨 권리로 ‘피해자’란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느냐?”, “당신 말대로 계속 침묵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원래 사람에겐 소수의 비판이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이런 걸 주관적 확률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적으로는 절대다수가 내 생각에 공감을 표했다. 나는 이렇게 조용한 다수가 민주주의를 극단주의자로부터 지키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정치발전이란 균형감각을 가진 시민들의 수적 확대에 있기에 그것이 정치의 성숙도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균형자는 회색분자, 기회주의자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미성숙한 민주주의의 일면이라 할 수 있다.
같은 팩트를 놓고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갖는 게 민주주의이다. 전체주의와 달리 민주주의는 선택이 중요하지,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유교의 영향으로 늘 옳고 그름에 집착한다. 사고의 여백 없이 정답을 찾는 교육도 이런 성향을 부추긴다고 생각된다. 전체주의는 ‘인민의 의지’라는 절대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전체주의가 위험한 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가운데 독재자의 의지가 인민의 의지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은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이 주로 권력을 차지한 남성으로부터 받은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부당한 대우에 저항해 약자인 피해자끼리 연대함으로써 권력의 부당함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용기 있고,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꿀 운동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미투’는 주로 여성이 성적 피해자였기에 여성운동처럼 보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있을 수 있고 그들도 연대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미투는 여성운동이라기보다는 인권운동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은 어느덧 성역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미투’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동의한다. 성적인 문제만큼 내밀한 것도 없기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폭로하겠다는 결심은 정말 피해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결단이기 때문이다. 내가 언론의 추가 보도나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피해자’라고 적시한 이유이다. 박 시장이 이 사건을 대면하기보다 ‘죽음’을 택한 것도 내 판단에 일조했다.
파편적인 팩트와 논리를 엮어서 내 의견이 도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 의견을 비난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을 2차 가해라며 억압한 적은 없다. 민주주의에서는 누구도 성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바로 이런 회의론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민주사회 시민이면 누구나 팩트와 논리, 그리고 맥락에 기초한 해석할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지니며 어떤 입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지는 장시간의 공론을 통해 도출될 뿐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물론 사법부도 이런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단, 이 과정에서 허위에 기초한 주장은 법적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진실은 성역에 도전하는 회의론을 이길 때 증명되는 것이지, 성역으로 보호되는 게 아니다. 옳음을 미리 상정하고 이에
책 속으로
나는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연옥에 갇힌 영혼’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의 운명을 결정지을 ‘진실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6쪽〉 여는 글
그 무렵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수사관들은 박원순 사건의 참고인으로 불려온 시장실 전ㆍ현직 직원들 앞에서 그 비서를 ‘김잔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잔디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46쪽〉 3. “손 기자, 00이 기억 안 나?”
2018년 피해자의 자필 편지는 거꾸로 시장과 셀카를 찍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고 슬프다고 얘기했다. 피해자가 셀카를 찍은 시장이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127쪽〉 7. 100일 만에 나타난 ‘피해 목격자’
잔디가 시장에게 뭔가 보고하면서 ‘저 다쳤어요’라고 먼저 말했더니 시장은 ‘왜 그래요? 어쩌다가 다쳤어요?’라고 답했고
134쪽〉 8. “무릎에 입술 맞추고…” 그리고 목격자들의 딜레마
기자가 만난 인사담당 직원들은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한쪽은 ‘있었다’고 주장하고, 또 한쪽은 ‘없었다’는 주장이 부딪힐 때 진위는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K였다.
178쪽〉 11. 시장이 막아서 시장실 못 나갔다? 전보 논란을 파헤치다
계속 강조하지만, 4월 사건은 박원순 사건의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그냥 넘길 수 없는 ‘큰 퍼즐’이었다.
205쪽〉 12. 수면 위로 올라온 ‘4월 사건’
피해자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를 찾아 지원을 요청했는데, 그곳에서 성폭력위기센터 이사이자 법률자문위원으로 일하던 김재련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피해자를 상담한 정신과 의사도 이 센터에서 자문역을 맡았다.
216쪽〉 12. 수면 위로 올라온 ‘4월 사건’
방심위는 결국 2020년 10월 26일 전체 회의에서 “SBS가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며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박원순 사건에서는 피해자 중심주의, 2차 가해 담론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다 무너뜨렸다.
230쪽〉 13. 박원순 사건과 언론
판사가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부분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판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별 건의 판단을 말했기 때문이다.
242쪽〉 13. 박원순 사건과 언론
그런 혐의가 일부라도 드러났을 때,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왜 말과 행동이 다르냐”고 따져 물었을 때 답하는 문제를 더 괴로워할 사람이었다.
317쪽〉 17. 박원순은 왜 죽었을까?
출판사 서평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사건과 관련한 보도와 공식 발표를 뒤집을 취재 기록이 나왔다. 베일에 싸였던, 처음 공개하는 20만 자 분량의 증언과 증거들이 ‘그의 죽음’ 이후 최초로 공개된다. 참고로 2021년 초 국가기관은 사실상 사건을 종결지은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주장 중 일부를 받아들여 박 시장에 의한 성희롱을 인정했고, 사법부는 별건 재판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한 판결문을 내놨다. ‘모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언론들조차 박원순의 가해자 중심 보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매듭지은 상황이라 큰 논란이 예상된다.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한쪽, 자기 방어권을 포기한 또 다른 한쪽. 급격하게 휘어진 ‘여론의 축’에서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기자가 오롯이 진실을 밝히고자 박 시장 사망 후 6개월을 발 벗고 뛰어다닌 결과물이다.
기자는 2015~2020년 서울시장실에 근무했던 전ㆍ현직 공무원들을 설득해 ‘박원순 시장실 5년’의 증언을 청취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피해자 측 변호사와 여성단체 대표를 포함해 50명, 경찰 조사받은 31명 중 15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국가인권위가 밝힌 참고인 수가 51명이니 진상을 밝히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호소를 직접 들었다는 취재원을 만났고, “박 시장이 피해자의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다”는 이른바 ‘무릎 호’ 사건의 진위도 확인했다. 그 밖에 ‘마라톤 강요’와 2019년 전보 과정 등 대부분 쟁점에 관해 관련자들의 증언을 교차 검증했다.
피해자와 피해자 측에서 주장하는 ‘박원순과 그 사람들’의 혐의는 총 12가지로 요약된다. ① 셀카 밀착 ② 무릎 입술 접촉 ③ 내실에서 포옹 강요 ④ 텔레그램 문자와 속옷 사진 전송 ⑤ 전보 불승인 ⑥ 혈압 체크 및 성희롱 발언 ⑦ 마라톤 ⑧ 샤워 시 속옷 심부름과 낮잠 깨우기 ⑨ 결재 시 심기 보좌와 성희롱 발언 ⑩ 폭로 기자회견 만류 ⑪ 박 시장의 추행 방조ㆍ묵인 ⑫ 증거 인멸
박원순이 직접 했다고 지목된 것은 ①부터 ⑥까지, 박원순 사람들의 혐의는 ⑦부터 ⑪까지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고소인(피해자)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시장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 주장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극도로 말을 아끼며 ‘수인(囚人)의 딜레마’에 빠진 그들은 피해자 측의 2차 기자회견과 경찰서 조사를 받으며 마침내 닫았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12가지에 이르는 혐의는 그들의 목격담과 자료로부터 비로소 진실의 저울대 위에 놓이게 된다.
진상을 밝히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맞닥뜨린다. “그럼 왜 그는 죽음을 택했을까?”
“고소 사실이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던 그가 돌연 태도를 바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기자는 죽음을 유추할 2개의 축을 발견했다. ‘서울대 신아무개 교수-우아무개 조교 성희롱 사건’과 ‘서울시 4월 사건’이 그것. 기자는 “그는 자신이 이런 혐의를 받게 됐을 때 ‘얼마나 심한 행동을 했냐’는 경중을 따지고 시시비비를 가릴 사람이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기자는 또 박원순 사건을 2020년 최악이 언론 대참사로 명명한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당한 모 방송사의 박원순 사망 관련 저녁 뉴스는 박 시장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렸다. 그 뉴스는 박 시장의 혐의를 단기간에 확정 짓게 만든 수많은 기사와 주장들의 서곡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 중심주의 서사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난 채 ‘2차 가해’와 피해자다움 논란에서 보신주의로 일관한 이른바 진보언론, 한겨레ㆍ경향ㆍ오마이뉴스의 뼈아픈 민낯을 고발한다.
박원순 성추행 사건은 겨우 2라운드에 돌입했을 뿐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615539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3월 19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53 * 225
* 27
mm
/ 55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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