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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계절 조연호 시집

문학동네포에지 16
조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03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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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54677769(8954677762)
쪽수 68쪽
크기 131 * 225 * 7 mm /124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작가의 말

■ 시인의 말

이 시집의 제목은 마우로 펠로시Mauro Pelosi의 <라 스타지오네 페르 모리레La Stagione Per Morire>에서 빌려왔다. 그가 말하길, “소멸에 이르는 계절은 봄이다. 당신은 이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했다. 그의 어두운 밀밭은 나의 밀실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봄은 나무들을 희고 반듯하게 깎아 미화원이 지나는 길에 말목으로 세워두고 있었다. 해산(解産)은 자기를 꺼내놓으며 피는 꽃이다. 돼지 목에 부엌칼이 손잡이까지 깊게 꽂히고, 갈라낸 뱃살 아래 뜨거운 김과 내장이 함께 쏟아졌다. 봄이었고, 소리 없는 것들에게 소리가 붉은 매화처럼 피었다.

2004년 8월
조연호

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라면집에 모여 있던 소년들 / 죽음의 집 / 죽음에 이르는 계절 / 시월 / 달의 목련 / 길을 향하여 / 열매를 꿈꾸며 / 불을 꿈꾸며 / 사생대회 / 모래내 / 어떤 꿈의 거푸집 /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 염전 / 비 내리는 한철 / 수로 / 나쁜 혈통 / 오월 / 오월 / 쥐의 날 / 유월 / 얼음불꽃 / 수목한계선 / 꽃 없는 나무, 제주(濟州) / 매립지 / 금요일의 자매들 / 금요일의 자매들 / 빨간 모자 / 불의 교성(交聲) / 구순기 / 연혁(沿革) / 갈림길 / 진주난봉 / 해피엔딩 / 입춘 부근 / 단식(斷食) / 흑백사진 / 모네의 저녁 산책 / 적(敵), 밋밋한 여닫이문 / Highway Star / 만화가 소년 / 교문리 / 유원지 필담 / 낡은 장화 / 소리가 만들어놓은 길 / 모래의 시작 / 희망 / 몇 개의 길 / 그대여 오늘은 / 충혼탑에의 추억 / 풀밭 위의 식사 / 왼발을 저는 미나

책 속으로

목책 건너편에서 사랑이라곤 알지 못하는 이가 나를 부른다. 많은 꽃을 머리에 이고 그가 어둠을 삼켜 보인다. 대궁 밖으로 밀어올려진 한낮의 빛은 꽃의 상상에서 너무 멀리 걸어왔다. 아무렇게나 코피를 쏟으며 병약한 노을 아래 누워 있던 나무의 마지막 걸음. 죽은 관목에게로 잎새가 되기 위해 하늘이 몰려간다. 그에게로 가는 가시 돋친 영혼들은 모두 병약하고 키가 작아진다. 목책 건너편에서 종말이라곤 알지 못하는 이가 나를 부른다. 새들과 짧은 사랑을 나누고 떨기나무는 우듬지를 꺾어 그에게 던져준다.

─「수목한계선」 전문

출판사 서평

■ 편집자의 책소개

아무도 그곳에 와서 기웃거리지 않았으므로 그 아이의 걸음, 한 줌의 사랑에도 묶이지 않았다. _「열매를 꿈꾸며」 부분

그리운 사람들을 너무 오랫동안 문밖에 세워둔 것은 아닐까. 문 열어두면 문 밖엔 아무도 없고 골판지 같은 나무들이 서로를 밟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_「꽃 없는 나무, 제주(濟州)」 부분

희망을 빌려 쓰고 갚지 못해 내가 울다. 덕소로 가서 한 번 돈 내고 영화 두 편 보다. (…) 꿈꾸는 나무들은 꿈 밖 어느 가지도 흔들지 않다. 생선의 언 주둥이가 영 다물어지지 않던, 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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