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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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누구도 이 이야기를 이보다 열정적이고 멋지고 통찰력 있게 할 수는 없다. 그것만으로도 코르뱅의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비위생’에 대한 현대 도시의 걱정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역작이다. ― 《뉴리퍼블릭(New Republic)》
작가정보
저자(글) 알랭 코르뱅
근대사와 미시사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역사학자이다. 1936년 프랑스 북서부 오른에서 태어났으며, 캉 대학에서 공부했다. 투르 대학과 파리1대학에서 가르쳤으며,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연구와 저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알랭 코르뱅은 인간의 감각과 욕망, 시간, 공간 인식, 감수성, 유혹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연구 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18~19세기의 심성사를 다룬 그의 연구는 다양한 문학작품을 사료로 이용하고 있는데, 자신이 문학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거꾸로 그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저술로 꼽히는 『악취와 향기』는 영화로도 제작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작품에 영향을 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알랭 코르뱅의 저서는 국내에도 활발히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단독 저술로는 『창부』, 『시간, 욕망, 그리고 공포』, 『침묵의 예술』 등이 출간되었으며,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쓴 작품으로는 『사생활의 역사』, 『기억의 장소』, 『날씨의 맛』, 『몸의 역사』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 밖에 국내에 아직 출간되지 않은 최근의 저술로는 『풀의 싱그러움: 고대부터 현대까지 감정 폭의 역사』(Fayard, 2018)와 공동저서 『감정의 역사』(Seuil, 2016) 등이 있다.
번역 주나미
목차
- 머리말
제1부. 지각 혁명, 의심받는 냄새
1. 공기와 부패의 위협
2. 극단적인 후각적 경계심
3. 사회적 발산물
4. 불쾌감의 재정의
5. 후각적 쾌락의 새로운 계략
제2부. 공공공간의 정화
1. 악취 제거 전략
2. 냄새와 사회질서의 생리학
3. 정책과 공해
제3부. 냄새, 상징, 사회적 표상
1. 빈민의 악취
2. 집 안의 공기
3. 사생활의 향기
4. 도취와 향수병
5. 노고에 대한 조롱
대단원. 파리의 악취
맺음말
주석
찾아보기
책 속으로
“감각 기능의 위계가 생명력을 지니며,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계속된 무시가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취가 제거된 것은 단지 기술 발달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향수 스프레이와 체취제거제의 발명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날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먼 과거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루어졌다.”(13쪽)
“후각에 바쳐진 이론적인 담론들은 금지된 매력과 신비로운 유혹의 그물망을 짰다. 부패한 독기 때문에 요구된 경계심, 꽃향기가 가져다준 섬세한 즐거움, 나르시시즘의 향기가 동물적 쾌락의 본능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켰다. 그러므로 시각과 청각의 명성에만 빠져서 후각을 감각의 역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경솔한 짓일 것이다.”(18쪽)
“후각적 경계심은 시시각각으로 진행되는 침투를 감시하게 했다. 그러면서 진흙, 아니 그보다는 진흙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불안에 휩싸인 담론의 표적이 되었다. 진흙에 관한 묘사와 분석은 놀라울 만큼 풍부하고 자세해서 가스통 바슐라르를 황홀경에 빠뜨리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파리의 진흙은 포장석 틈새로 나온 흙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오물, 고여서 썩은 물, 말똥 등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것이었다. 마차바퀴가 진창의 진흙을 다지고 반죽해서 곳곳에 흩뿌렸으며, 고약한 냄새가 나는 흙탕물을 건물 벽의 기초 부분이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튀겨댔다.”(44-45쪽)
“이렇게 도시의 뱃속을 탐사하다가 그들은 오물을 상대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래서 마침내 배설물을 기초로 한 사회적 표상이 탄생했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억압하려 했던 것을 빈민에 투영했던 것이다. 이렇게 부르주아들이 오물과 관련된 민중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허름한 오두막에 오물로 뒤범벅이 된 채로 웅크려 있는 냄새나는 동물이라는 모형이 등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빈민의 악취를 강조하는 태도와 부르주아지 내부의 악취를 제거하려는 욕망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222쪽)
“섬세한 감수성의 발달은 공공공간이나 사적 공간에서 ‘영역 침해’라는 관념을 불러왔다. 요컨대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나 분뇨가 자아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타인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곁에서 다른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것은 점차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되었다.”(253쪽)
“내적 독백에 어울리는 은밀한 장소의 확보는 개인의 방이나 손님을 위한 거실의 향기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런 장소 덕분에 사적 공간의 한복판에서 ‘후각의 미학’이 생겨났다. 은밀한 사생활의 장소를 장식하는 데 어울리는 향기의 기술이 등장한 것에 발맞추어 향수 가게도 발달해가는 조짐을 보였다. 향기의 기술과 향수 가게의 발달은 동일한 의지에 기초해 있었던 것이다. 곧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에 섬세한 변화를 주고 싶다는 관심과, 개성을 나타내서 돋보이고 싶은 의지는 뿌리가 같았다.”(263쪽)
“부르주아지의 주거 안에서 ‘사생활’이 발달해가면서 냄새를 관리하는 방식도 새로워졌다. 여성이 무대를 섬세하게 연출할 수 있게 되면서, 향기가 강하게 나지 않게 억제하면서도 새로운 가치가 부여될 수 있게끔 신체의 메시지에 세밀한 계산이 이루어졌다. 시각의 영역에는 여전히 다양한 금기가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중시되었다. 곧 ‘여성의 공기’가 ‘성적 매력’을 빚어내는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273쪽)
“몇몇 특정한 장소들에서는 부르주아들의 기획에 따라서 다듬어진 규범들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었다. 이 경우에도 감옥은 기숙사와 함께 실험실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감옥에서는 새로운 요구들을 반영한 듯한 선구적인 실천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1820년이 되자 빌레르메는 죄수들의 머리카락을 똑같이 자르고, 아침마다 얼굴을 씻게 하고, 손은 하루에 여러 차례, 발은 매주 씻기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그는 1주일에 1회씩 죄수들을 대상으로 위생검사를 실시하라고 했다. 그는 당국이 새로 수감된 죄수의 몸을 씻기고,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을 규칙으로 정하기를 바랐다. 한 세기가 지난 뒤에 위생학자는 학교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했다.”(280-281쪽)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여자-꽃’이라는 상징주의가 점차 확산되었는데, 여기에는 충동을 억압하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었다. 은은한 향기는 청결한 몸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고, 몸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이것도 동물성의 위협을 누그러뜨리고, 여성이 지닌 욕망을 억압하려는 커다란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은 장미이고 제비꽃이고 백합이니, 어떻게든 사향 냄새를 풍기는 고양이와 같은 동물만은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여자에 관한 말들에서 꽃의 이미지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동물 계통에서 빌려온 이미지는 버려졌다. 이처럼 우위를 차지한 식물 계통 안에서도 들과 밭에 청결히 핀 꽃들이 주된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289쪽)
“냄새에 대한, 관음증과 같은 어떤 태도에서 욕망의 새로운 리듬이 생겨났다. 향기가 아직 머물러 있는 물건들의 냄새를 맡는 것이 사진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연인의 모습을 은밀히 간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의 향기를 맡는 것,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 품었던 그 비연속적이면서도 성급히 포기하지 않은 사랑도 확실히 그와 같았다. 향기에 대한 이러한 애착은 ‘신비한 접촉’에 대한 갈망이었다.” (323쪽)
출판사 서평
‘냄새의 사회사’라는 역사학의 새 영역을 개척한 책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 영향
‘감각의 역사’라는 주제에 관한 역사인류학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저작이다. 1982년 처음 출간된 뒤로 지금까지 12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알랭 코르뱅(Alain Corbin)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아울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의 《향수》(1986)라는 소설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어로는 처음 번역되었는데, 한국어판은 2016년에 새로 개정된 판본을 기초로 하고 있다. 원래의 제목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기면 《독기와 황수선 : 후각과 18-19세기의 사회적 상상》이다. 그러나 ‘독기(Miasme)’는 ‘악취’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황수선(Jonquille)’은 책 안에서 새로운 후각적 감수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등장하므로, 한국어판에서는 제목을 ‘악취와 향기’로 하였다.
후각으로 본 근대 사회의 역사
이 책에서 알랭 코르뱅은 ‘후각’의 영역에서 나타난 감각의 혁명이 근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과학과 의학의 역사ㆍ도시계획ㆍ공중위생ㆍ예절규범ㆍ건축양식ㆍ향수의 유행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제시한다.
후각은 오랫동안 감각의 위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시각과 청각, 촉각이 객관적인 감각으로 중시되었던 것에 반해, 후각은 주관적인 감각으로 외부 대상의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후각은 “욕망과 욕구, 본능의 감각”으로, 그것이 예민한 것은 문명화가 덜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졌다. 다시 말해 “킁킁거리는 것은 동물과 같은 짓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이후 서양사회에서는 이러한 감각의 위계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후각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감각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람들은 냄새에 민감해졌고, 악취의 허용한계도 엄격해졌다. 그래서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우습게 보이기까지 하는 독특한 모습들마저 나타났다.
냄새가 제거된 현대의 생활환경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이렇듯 사람들이 냄새에 민감해진 것은 그 시대에 유독 악취가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콜레라와 같은 유행병의 전염에 관한 과학과 의학 이론의 영향 때문이었다. 18세기에는 기체학과 식물학이 점차 발달하면서 공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었다. 아울러 물질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독기 때문에 질병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는 ‘독기론(miasmatism)’이 의학적 사고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따라서 공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으며, 냄새를 통해서 공기 안에 포함된 부패한 독기의 존재를 감지해내는 후각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공기에 대한 경계심은 냄새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낳았다. 사람들은 배설물이나 오물이 가까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으며, 분뇨구덩이ㆍ도축장ㆍ변소ㆍ무덤ㆍ하수구 등의 악취가 사람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지배계층은 자연과 산지의 순수한 공기를 예찬하며 도시와 빈민의 악취로부터 벗어나려 했으며, 선박ㆍ병원ㆍ군대ㆍ학교 등에서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신체위생의 규율들이 실험되었다.
후각은 사회적 위계를 세분화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인간 집단은 냄새가 제거된 부르주아와 악취를 풍기는 민중으로 구분되었으며, 도시의 공간도 그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계획되었다. 아울러 타인의 체취에 대한 불쾌감이 커지면서 ‘개인’이라는 관념이 고양되었다. 그래서 개인들이 독립된 공간과 침대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생활양식이 등장했으며, 은은하고 수줍은 식물성 향기를 선호하는 새로운 성적 전략도 탄생되었다.
이처럼 알랭 코르뱅은 배설물ㆍ짐승의 사체ㆍ늪ㆍ무덤ㆍ감옥ㆍ병원ㆍ빈민의 주거 등에서 풍기는 다양한 악취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통해 18~19세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독기론과 감염론, 플로지스톤설과 근대 기체화학 등과 같은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감각적 태도들이 근대의 삶의 양식들과 감수성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려준다.
기본정보
ISBN | 9791189791001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1월 10일 | ||
쪽수 | 464쪽 | ||
크기 |
153 * 225
* 31
mm
/ 67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e Miasme Et La Jonquille, L'Odorat Et L'Imaginaire/Corbin Alain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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