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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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0년 선정
“깊은 사유와 감각을 담아낸 진중한 고백록!”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는 박태건 시인이 펴낸 첫 시집이다.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 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오랫동안 삶의 실감에 충실해왔다. 25년의 시간 동안 다정하고 다감한 삶의 이면에서 발견한 격정을 시로 형상화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오랜 실존의 육성이자 깊은 사유와 감각을 담은 진중한 고백록”(유성호)으로 읽힌다. 시인의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의 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시인은 일상의 무심함 속에서 “대지의 힘줄처럼 드러나는/결,”(「결」)처럼 존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삶의 실감을 포착한다. 그 실감의 결을 읽는 일은 지난 25년 동안 감내해왔던 박태건 시인의 시적 본심에 다가가는 일이다.
작가정보
목차
- 1부 물의 배꼽
상처의 무늬 / 물방울자국 / 비눗방울 / 꽃 폭탄을 조심하라고? / 장마 / 물의 배꼽 / 폭염주의보 / 구름의 변명 / 비 오는 들녘 / 구름의 틈 / 짓다?
2부 저 환한 빛, 물결을 일으켜
도가니 집 / 가족사?/ 풀 / 결?/ 트럼펫 나무 / 달고양이 / 노랑어리 연 / 토란대 / 오래된 저녁?/ 양파 / 홍어?
3부 거대한 뼈들의 무덤
촛불 / 저수지의 개뼉다귀 / 호텔 욕조에서의 명상 / 말이 말이 아니었네 / 물리다 / J에게 / 산벚나무經 / 참, 대단한 대가리 아닌가요? / 얼음산, 겨울강 / 북극 동물원 / 코끼리 무덤?
4부 회상은 부정의 품사겠지요
벚나무 기차 / 메타세콰이어의 밤을 걷다 / 기일 / 각자도생 / 비닐봉투 / 메기 굽는 저녁 / 가족 식사 / 회상은 부정의 품사겠지요 / 석상리는 지금 비 오구요 /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 옛 비?
5부 K의 그런저런 문제
거대한 건물 / 누구나 언젠가는 / 어디선가 누군가 / 이명 / 도마 / 구부러진, 힘 / 떠도는 고향 / 돈 술 노래 / K의 그런저런 문제 / 물어봐줘서 / 황태라는 나무
해설 삶의 실감 속에서 신성한 질서를 꿈꾸는 서정 | 유성호??
추천사
-
오래 상처를 견디다가 보면 감각이 이렇듯 활성화되는 것일까. 박태건 의 첫 시집에는 밑줄 그어두고 싶은 문장이 많다. 시인이 자주 주목하는 ‘여자’는 이때 모든 상처의 근원이면 서 한편으로는 치유의 길로 데려가는 어떤 신성의 메타포가 된다. ‘여자’ 라는 명사는 시인이 감각의 배경으로 활용하는 ‘비’와 함께 이 시집에서 풍부한 구체성의 몸을 얻는다. 구체적인 것은 아프면서도 처연하게 아름답다.
-
이 시집은 박태건 시인이 자신만의 표정과 언어를 지속 적으로 축적해온 실존적 결과이자, ‘시적인 것’의 역동성 을 풍요롭게 구현함으로써 영혼의 실감을 드러내는 뚜렷한 미학적 실례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서정시의 근원 충동인 자기 탐구 욕망과 시원始原을 향한 꿈이 가득 배인 그의 언어를 통해 곡진한 페이소스와 함께 첫 시집에 걸맞지 않은 깊이를 품고 있는 한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온몸으로 새겨 놓은 삶의 시편들
박태건 시인이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흔적의 알리바이’이다. 시인은 우리의 삶을 향해 “어디 쉽게 놔 줄 기억이냐/어디 쉽게 지워질 상처냐”(「상처의 무늬」)고 묻는다. 그러면서 “상처는/건들지 않는 한/덧나지 않을”(「비눗방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상처를 덧나게 하여 홀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게 시인의 운명임을 그는 안다. 그래서 시인은 “세상의 모든 것들에/이름을 지어주리라”(「짓다」)는 다짐으로 상처의 실감을 살려낸다.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에 실린 시편들은 그렇게 덧나듯 상처의 실감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늙은 아버지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장맛비 오는
전주의 오래된 식당인데
식탁은 좁아서 우린 한 식구 같다
혼자 온 사람, 함께 온 사람, 늙은이, 젊은이, 양복쟁이, 츄리닝……
한 그릇의 국밥에 머리를 숙인다
식당의 강아지도 머리를 숙인다
나는 아버지의 수저에 깍두기 한 알을 얹으며
비 내리는 창문에 CT 모니터 속의
아버지의 주름과 갑작스런 나의 실업과
어느새 흘러간 것들을 생각한다
어떤 순간은 기도 같아서
비 긋는 좁은 처마 아래
우린 한 식구 같다
-「도가니 집」 전문
식당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은 다르지만, 삶의 양상은 “한 그릇의 국밥에 머리를 숙”이는 행위로 수렴된다. 언뜻 심상해 보이는 이런 구도 속에 박태건 시인의 시를 견인하는 힘이 스며 있다. 다양한 삶의 양상을 하나의 무늬로 결속해냄으로써 “한 식구”라는 삶의 실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혼자 온 사람, 함께 온 사람, 늙은이, 젊은이, 양복쟁이, 츄리닝……”으로 객관화 된 대상들은 시인 자신의 삶에서 포착해낸 흔적들이다. 이러한 무늬들이 “온몸에 새겨진 문장”(「산벚나무經」)이 되어 이 시집 곳곳에 담겨 있다.
시 안에서 한몸으로 결속하는 순간
이 시집에서 눈에 띄는 구절은 “기억의 철로/구부러진 어디쯤/간이역”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의 총합이라는 말처럼, 시인은 기억의 굽이마다 간이역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그곳은 “실제와 환상통 사이/강과 길 사이/길과 강 사이/나와 어린 고라니 사이/이른 죽음과 하늘 사이/하늘과 빗방울 사이/기억의 안쪽과 바깥 사이”(「기일」)이면서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비닐봉투」) 가능성의 세계이다. 시인은 그 기억을 자양분 삼아 “1995년에 등단하여 25년간 내면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시인’으로서의 실존적 자의식”(유성호 해설)을 펼쳐놓는다.
황태는 설악에서 자라는 나무다
미시령 넘어가는 길
인제군 용대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황태
가파른 겨울바람에 비늘 다 떨어뜨리고
가시만 남은 나무들
한 놈 툭, 끊어다가
한 솥 가득 끓여내고 싶다
간밤 술에 얼얼한 뱃속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대는 황태의 손가락이 쓰린 속을 찌른다
얼음계곡으로 줄지어 몸을 말리는 저것들,
몸이 더워지면 주저 없이
속초 바다에 뛰어들 기세다
말을 버린 것들은
혀부터 단단해진다
나도 저 나무껍질 같은 지느러미 하나 갖고 싶어서
산의 정수리를 쓸어내리는 겨울바람에
눈을 부릅뜬다
-「황태라는 나무」 전문
박태건 시인에게 시는 “수많은 모서리를 품고 벽 속에/갇힌 벽”(「누구나 언젠가는」)과 같다. 숱한 삶의 실감을 품은 채 스스로 한 채의 견고한 벽이 되어야만 한다는 그의 시론은 “돌 모서리마다 몸을 비벼대느라/비늘이 없”(「메기 굽는 저녁」)는 메기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황태라는 나무」를 통해 구체화된다. “얼음계곡으로 줄지어 몸을 말리는 저것들”은 “말을 버린 것들”이자 자기 안에 말을 가둔 존재들이다. 이렇게 본다면 “가파른 겨울바람에 비늘 다 떨어뜨리고/가시만 남은 나무들”은 예리하고 곤두 서 있는 시인의 자의식이 되기에 충분하다.
박태건 시인은 “나무껍질 같은 지느러미 하나 갖고 싶어서/산의 정수리를 쓸어내리는 겨울바람에” 온전히 자신을 내놓는다. 그리고 마침내 “눈을 부릅뜬다”. 유성호 평론가가 짚어낸 것처럼, 박태건 시인은 “시 안에서 한 몸으로 결속하는 순간을 찾아내고 있다. 그럼으로써 삶의 불가피한 역설적 함의를 집중적으로 사유하고 삶의 밑바닥에 어김없이 소용돌이치는 심미적 격정을 형상화”(유성호)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071258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8월 31일 | ||
쪽수 | 112쪽 | ||
크기 |
131 * 211
* 10
mm
/ 16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모악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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