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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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조영학은 소설번역쟁이. 고집스럽게 스릴러, 호러, 팩션, 판타지 등 장르 소설만 골라 80여 권을 번역하고 홍대 인근 KT&G 상상마당에 서 5년째 출판번역 강좌를 담당하고 있다. 장르 소설만 고집하는 이유는 그냥 재미있어서,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번역은 지식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자책출판사 ‘캐슬’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아직 한 권도 내지 못한 그야말로 유령회사. 그 밖에는 40평가량 텃밭을 가꾸고 맥주와 막걸리를 직접 담 가 마시고, 산행과 야생화를 좋아해 국내 야생화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으며, 그 인연으로 현재 천마산의 야생화 관련 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부엌데기라는 직함이 어울리는 뼛속 깊이 상남자.
저자(글) 유정훈
저자 유정훈은 변호사. 서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김&장 법률사무소(2006~2013년)에서 기업자문 변호사로 일했다. 2015년 3월, 법률가로서 인생의 시즌 2를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모두[諸]에게 이로운[利] 새로운 차원의 법률서비스를 개척하기 위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법률사무소 이제(利諸)’를 창업하여 열심히 뛰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을 자처하지만, 제도권 교회에 소속되는 것은 거부하며 아예 돌아갈 생각도 없다는, 얼핏 보면 모순된 소신을 3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말러 교향곡이나 바그너 오페라 같은 과장되고 과격한 클래식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바쁘게 생활 하면서도 틈틈이 페이스북에 음식 사진을 올리며 잡문(雜文) 쓰는 것을 끊지 못하는 도전을 즐기는 상남자.
저자(글) 강성민
저자 강성민은 출판사 대표.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시와 평론을 썼다. <출판저널>, <교수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2007년 글항아리 출판사를 차려 9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귀염둥이 막내아들로 부족한 걸 모르고 살다가 서른둘에 결혼하는 순간 머슴으로 전락, 부엌에 투입돼 지리멸렬한 음식 만들기에 고역을 치렀다. 하지만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이제는 제법 식칼을 휘두르며 요리사가 될 걸 그랬다는 등 방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과 카톡으로 요리 필살기를 많이 시전해주신 아줌마들을 존경하는,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의 상남자.
저자(글) 이충노
저자 이충노는 전업주부. 전 경영컨설턴트이자 전문경영인. 충남대학교, 연세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다. 첫 직장인 아더앤더슨(Arthur Andersen)에서 전략컨설턴트로 근무하며 30여 개 대기업의 경영전략과 조직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참여정부 5년 동안 정부 및 공공기관의 혁신을 자문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양평에 들어오기 전까지 정림건축의 대표이사를 맡아 5년 동안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의 이사로서 탈북자와 저소득 국민들의 자립을 열심히 돕고 있다. 4년 동안 밥상을 차려준 아들 은규가 곁을 떠나고 이제부터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은소밥을 짓고 싶어 하는, 마음이 뜨거운 상남자.
저자(글) 황석희
저자 황석희는 영화번역가. 한량처럼 살고 싶어 영화번역가가 됐으나 굶어죽기 두려워 밤샘 작업에 시달리는 치열한 생존형 한량. ‘들리는 자막’을 모토로 머릿속에서 자동음성 지원되는 자막을 쓰고자 하는 웅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와도 영화 엔딩크레디트의 ‘번역 황석희’만 보면 아드레날린이 펑펑 솟는 좀 비형 번역가. 요리에 관심도 없고 입맛도 저렴하고 식탐도 없었으나 결혼 후 그저 아내에게 사랑 한 톨 더 받겠다고 요리를 시작한 생초보 상남자. 남자들이여, 부디 돌을 던지지 마오.
그림/만화 강창권
목차
- 여는 글
남자의 밥상이 세상을 바꾼다
아내에게 바치는 밥상: 조영학
상남자의 하루
바보 같은 여자, 남의 속도 모르고
부엌을 책임질게
아내를 위한, 아내에 의한, 아내의 남자
집밥은 나의 힘
가족에서 가정으로
텃밭에서 식탁으로
행복으로 가는 계단
내 손으로 빚는 맥주와 막걸리
요리는 나의 즐거움, 끊임없는 도전: 유정훈
백수 변호사, 요리에 빠져들다
음식 만들기, 즐거운 몰입
나의 요리 선생님
즐거운 몰입의 친구, 실수와 실패
난이도 높은 요리 도전기: 나의 시그니처 디쉬, 꽃게 비스크
미완성 프로젝트, 에그 베네딕트
한식은 안 하니? - 서양 요리와 한식
집밥은 그저 밥 한 그릇이 아니다
‘환대의 식탁’을 위하여
법률가의 요리
내 인생 추억의 음식, 내 인생 최고의 음식: 강성민
텃밭처럼 소박하게, 생긴 대로
병약한 유년시절, 음식의 추억
속초 음식과 진주 음식 사이에서
기억은 힘이 세다. 특히 몸의 기억은
마음의 병을 치유해준 땅의 먹거리들
식재료의 신세계에 빠지다
열병 같은 사랑은 식고 짙은 허무감이?
맛집 기행에서 얻은 것들
요리 실패 대마왕의 야매주방
요리의 길은 멀지만 기꺼이 걸으리라
음식 책의 바다에서 스노클링
소통의 밥상으로 다시 찾은 아들: 이충노
나는 오늘 양평오일장에 간다
삼시 세끼, 아들을 위한 밥상
앞치마를 두르게 된 사연
익숙지 않은 것들, 생각지 못한 삶
“아빠, 집밥이 제일 맛있어요”
관점의 변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은규를 위한 소박한 밥상, 은소밥
살다보니 이런 일이 있구나, ‘참 기쁜 소식’
나는 오늘도 은소밥을 짓는다
초보 주부 아빠의 밥상일기
로맨틱한 영화처럼 아내와 만드는 일상: 황석희
여보! 나, 입이 심심해
귀여운 옆방 여자, 상냥한 옆방 남자
여보, 밥 좀 차려줘!
빵순이 옆방 여자, 빵은 절대로 못 끊어!
아내만을 위한 사기꾼의 순정
언젠가는 한 번만 속아줘라, 미완성 아내의 생일상
요리의 기본은 지름, 질러라!(허락 맡고)
요리사의 손, 영화번역가의 손
요리보다 중요한 상남자의 주방정리
내가 요리하는 단 하나의 이유
영화번역가가 추천하는 음식 영화
밥상 뒷이야기
다섯 남자의 솔직한 밥상수다
“상(차리는)남자는 운명, 오늘도 우리는 앞치마를 두른다”
책 속으로
상(차리는)남자는 처음에 농담으로 태어났다. 2014년 봄,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40대 상남자들의 모임”이라는 말을 하기에 내가 댓글로 “내가 진짜 상남자다. 상 차리는 남자!”라며 시비를 걸었던 게 발단이었다. 어쨌든 새로 태어난 개념, ‘상남자’는 그 이후로도 친구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덕분에 난 적어도 페이스북 내에서는 ‘상남자’ 행세를 할 수 있었다. _4쪽
요리와 맛에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긴 것은 아내의 변화를 실감하면서부터였다. 번역가로 자리를 잡으면서 일은 점점 많아졌지만 그래도 가족의 밥상만큼은 부지런히 챙겼다. 그냥 의무처럼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다가, 조금 더 맛난 집밥에 관심이 생긴 것도. 아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자 그 분위기에 중독된 것이다. 바야흐로 “전업으로서의 부엌데기 시즌 2”에 접어든 셈이다. _34쪽
지치지 않고 주말마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종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한다. 내 요리의 비결은,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이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데 있다.”라고.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금전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 내내 주방에서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도 늘 행복하다. _64쪽
내가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에 있다. 사랑하는 그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음식을 주는 것, 내가 차린 식탁에 모인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것, 그들에게서 표정이나 웃음으로 반응을 듣는 것이다. 내가 차리는 식탁은 나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언제까지나 ‘환대의 식탁’이길 바란다. _85쪽
엄마가 물미역을 씻는 날에는 주방에 붙어서 미역줄기가 나오길 기다렸다. 고무장갑을 낀 엄마 손에서 찬물로 뽀득뽀득 씻긴 미역줄기 두어 개를 손에 들고 오독오독 씹어 먹는 게 저녁밥을 기다리는 나의 주전부리였다. 이건 줄기 윗부분을 잘 골라야 최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가끔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날이 추워지면 가장 먼저 신상 물미역을 사다가 줄기를 씻어 먹고 나머지는 초무침을 해 먹는다. _104~105쪽
나에게 음식은 삶이기도 하고 역사이면서 시이기도 하다. 음식이라는 카테고리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나는 거기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느낌을 받는다. 식물들이 땅을 밀어내며 자라는 소리부터 잘 달군 팬에 달걀을 깨서 던질 때 촤르륵 하는 소리. 김치가 발효되면서 위에 올라와 있던 무 조각 하나가 물속으로 폭 잠수하는 소리까지. 그것은 군침으로 혀에 스며들고 재료들의 조합으로 뇌리에 스며든다. 끼니때가 다가오면 뭘 먹을까보다는 뭘 요리할까를 생각하는 삶이 즐겁다. _125~126쪽
비록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전업주부의 삶이지만 그것은 그때 내가 드릴 수 있는 절실한 예배였고, 오첩반상 아들을 위한 밥상은 간절한 나의 기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규는 그런 아빠의 기도에 묵묵부답……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전업주부의 삶보다 더 나를 괴롭힌 것은 때때로 밀려드는 자괴감이었다. _146~147쪽
언제부터 아들의 밥상을 ‘은소밥’이라 이름 지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매일 밥상을 차리는 내 자신에게도 무언가 동기부여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페이스북에 밥상 사진을 올리며 처음으로 ‘은소밥’이란 제목을 달았다. ‘은규를 위한 소박한 밥상의 준말, 은소밥.’ 이름을 짓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정리되지 않고 부산했던 여러 가지 갈래들이 한 묶음이 된 느낌. 굿! _156쪽
영화번역가란 직업을 갖다보니 사기를 치는 일이 많아졌다. 사기라고 부르니까 뭔가 음흉하고 나쁜 짓 같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기라기보다는 ‘~척’이다. 아는 척, 잘하는 척, 고상한 척, 좀 놀아본 척, 온갖 척을 다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워낙 많은 캐릭터를 만나다보니 자막으로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히려면 나도 그 캐릭터처럼 될 수밖에 없다. _184~185쪽
나에게 요리란 ‘아내’다. 요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아내에게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 욕심에서였고,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이고 싶어서였고, 아내가 맛있게 먹으며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싶어서였다. 그게 내 요리의 시작과 끝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 _197쪽
출판사 서평
진짜 밥상을 차리는
다섯 남자의 삶과 푸근한 밥상 이야기
이 책은…
상(차리는)남자는 운명,
오늘도 우리는 앞치마를 두른다!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다.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물론 취미로 요리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다. 먹방과 셰프가 떠오르는 시대에 ‘삼시 세끼’ 진짜 밥상을 차리는 남자들이 있다. 오직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요리하는 동안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고, 그 사람만을 위해 뇌를 풀가동하는 상 차리는 남자! 바로 ‘상남자 5인방’ 조영학(소설번역가), 유정훈(변호사), 강성민(출판사 대표), 이충노(전 경영컨설턴트이자 전문경영인), 황석희(영화번역가)다.
‘음식’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기투합하여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평범한 전문직 다섯 남자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가족을 위해, 아내를 위해, 자식을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상(차리는)남자 되었을까? 그들은 “음식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한 끼의 식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최상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정성껏 밥상을 준비하는 동안 삶의 패턴까지 바꾸었고, 누군가는 밥상을 차리면서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니 저절로 삶이 즐거워진다. 또 누군가는 요리할 때면 늘 상대방의 기쁨을 먼저 생각한다. 그들이 날마다 앞치마를 두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럽게 상을 차리는 이유다.
개성 있는 다섯 상남자의 삶과 따뜻한 밥상 이야기
“사랑스럽다, 유쾌하다, 섬세하다, 뜨겁다, 상냥하다”
-뼛속 깊이 상남자 조영학 - 아내를 위한 밥상 세레나데
10년 전 아내가 실수로 발을 다쳤다. 그 사고를 기점으로 그는 ‘우연히’ 남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정말로 ‘우연히’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직 아내를 위한, 아내에 의한, 아내의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부엌에서 해방시켜줄게.”라고 선언한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아내는 부엌뿐 아니라 집안의 허드렛일에서 꽤 많이 자유로워졌다. 아내는 부족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살아 있는 동안 처음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기에, 날마다 밥상을 차려 그 은혜에 보답하고 있다. 아내는 그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때나, 함께 산책을 하며 낯선 꽃 이름을 물을 때는 물론, 그가 재미없는 농담을 할 때조차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행복해한다. 그는 아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상을 차리면서 가장 많은 걸 얻은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사랑해”와 “당신이 원하면 뭐든지 이루어 드리리.”라는 말은 그가 아내에게 가장 많이 들려주는 말이자, 최고의 사랑 표현이다.
-도전을 즐기는 상남자 유정훈 - 요리는 즐거워!
그가 요리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즐겁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제1의 취미생활.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재료비, 인건비, 이윤을 전혀 따지지 않는다. 또 자유롭게 요리를 만들기에 토요일 오후 내내 주방에서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도 늘 행복하다. 요리를 제대로 시작한 시점이 2013년 10월부터이니, 요리 경력이라고 해봐야 고작 1년 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그러나 그는 요리하는 것을 엄청 좋아하고 정말로 잘해내고 싶은 열정이 가득하다. 요리책으로 기초부터 탄탄히 쌓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요리법을 확장해나간다. 서양 요리를 주로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한식에 접목시키고, 난이도 높은 음식을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음식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길 줄도 안다. 무엇보다 그가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에 있다. 직접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자신이 차린 식탁에 모인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나서 표정이나 웃음으로 반응을 듣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자신이 차리는 식탁이 언제까지나 ‘환대의 식탁’이길 바란다.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의 상남자 강성민 - 추억의 음식, 최고의 음식
그가 요리를 하게 된 것은 어릴 때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명절 때 무와 두부, 양지살을 듬뿍 넣고 끓여내는 탕국, 도라지나물과 고사리나물에 탕국을 조금 부어서 비벼 먹는 밥의 환상적인 궁합, 소금간이 제대로 배어든 큼직한 백조기구이와 도미구이, 자반고등어에 무와 청양고추를 넣고 고춧가루를 살짝 친 찜, 톳나물과 청각무침, 가자미 새끼나 덜 말린 빼빼 마른 갈치를 졸인 반찬, 무와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자박하게 끓이는 알찌개 등등. 유년 시절 엄마가 해준 음식에 폭 절여진 그가 수십 년간 발효되어 이제야 맛을 낼 줄 알게 된 것이다. 그에게 음식은 삶이기도 하고 역사이면서 시이기도 하다. 가끔은 요리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식물들이 땅을 밀어내며 자라는 소리부터 잘 달군 팬에 달걀이 닿으며 촤르륵 하는 소리, 김치가 발효되면서 무 조각 하나가 물속으로 잠수하는 소리까지. 음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그리고 끼니때가 되면 뭘 요리할까를 생각하는 삶이 즐겁다.
-마음이 뜨거운 상남자 이충노 - “아들아, 어서 돌아오렴”
서울 중심부의 학교 일진이던 아들은 학교에서조차 포기하여 강제 전학 조치를 당한다. 다음 날 그는 아들 은규와 무작정 양평으로 떠났고, 중학교 졸업장만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평 생활을 시작한다. 아들이 특별한 상황에 처하게 돼서 어쩔 수 없이 밥상을 차리게 되었지만, 사실 그것 말고는 그가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날마다 그는 예배를 드리는 심정으로 요리를 했다. 밥을 하며 ‘아들아! 이 밥 먹고 머리 맑아지고 건강해져라’ 하고 주문을 외우고, 매일 오첩반상을 차리며 ‘아들, 돌아오셔요’ 하고 기도를 드린 것이다. 처음엔 묵묵부답 아무런 대답도 없었는데, 4년 동안 날마다 밥상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아버지와 아들은 정말 딱 다섯 뼘 밥상만큼 가까워졌다. 오랜 기억 속의 은규는 얼굴에 상처 입은 아이, 무릎이나 발목에 붕대를 감은 모습, 깊게 눌러쓴 모자챙 아래로 번뜩이는 눈빛, 무섭도록 차가운 표정, 냉소적인 말투……. 밥상이라는 훌륭한 소통의 매개체로 아들은 꿈을 꾸게 되었고, 해맑게 웃는 청년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기적처럼 대학에도 합격했다. 아들이 성장한 만큼 아빠도 초보 주부 딱지를 떼고 무슨 요리든지 척척 만들어낼 수 있는 전업주부로 바뀌었다. 그는 아들 은규와 떨어져 살면 이제 세상 사람들을 위한 ‘은소밥’을 지을 것이다.
-요리 생초보 상남자 황석희 - 로맨틱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내와 그는 직업이 같다. 둘 다 영상물을 번역하는 영상번역가다. 둘 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이기에 딱히 외출이 없는 날은 24시간을 붙어 있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작업실을 따로 쓴다. 아내의 작업실은 현관 옆에 있는 방이고 그의 작업실은 침실 옆에 있는 방이다. 아내는 그에게 귀여운 옆방 여자, 그는 아내에게 상냥한 옆방 남자다. 결혼 전은 물론, 지금도 “하루 종일 붙어 있는데 안 지겹냐? 그러다 지친다.”라는 말을 지겹게 듣지만, 그는 아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에게 요리란 ‘아내’다. 요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아내에게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 욕심에서였고,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이고 싶어서였고, 아내가 맛있게 먹으며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싶어서였다. 요리가 즐거운 건 같이 맛있게 먹어 줄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한 성의와 정성을 표현하고자 할 때 요리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직접적으로 터치하는 행위는 없다. 그는 ‘누군가 자신이 한 요리를 몸속으로 삼킨다’라는 건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기에 아내의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한, 한마디로 아내 바보다.
밥상 뒷이야기 - 다섯 남자의 솔직한 밥상수다
다섯 남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1차 원고를 마감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뒷이야기를 하기 위한 자리였다. 과연 짧지 않은 집필 기간 동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속내를 솔직 담백하게 써 내려가며 세상 사람들에게 개인사를 공개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원고 분량의 압박으로 안타깝게 선택받지 못한 이야기는 없을까? 밥상 뒷이야기에서는 상남자 5인방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듣는다. 요리만큼이나 입담 좋은 다섯 남자의 밥상 철학부터 음식 이야기,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가족 이야기까지 유쾌한 밥상수다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060412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9월 30일 |
쪽수 | 232쪽 |
크기 |
150 * 210
* 20
mm
/ 33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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