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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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서쪽 변방 카마던의 산골 소년 에빈은 투명하고 깊은 목소리로 옛 전사들의 영광과 비탄을 노래하는 음유 시인을 꿈꾼다. 마침내 라이왈론의 영주와 온 마을 사람들 앞에서 '롤랑의 노래'를 부르던 그날, 가혹한 운명은 소년에게서 목소리와 아버지를 앗아간다. 꿈과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긴 채 침묵의 덫에 걸린 소년은 죽음 같은 절망에 빠지는데….
〈font color="ff69b4"〉▶ 〈/font〉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소설은 노르만 왕조에게 다음 자리를 내 준 앵글로 색슨 족의 시선으로 영국의 역사를 바라보며, '패자의 역사'를 다룸으로써 영국 역사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작가는 영국 수도사들이 기록했던 '앵글로 색슨 연대기'를 바탕으로 1063년부터 1066년까지 웨식스의 백작이었던 해럴드가 왕이 되고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죽음을 맞는 일련의 과정을 탄탄하게 구성함으로써 앵글로 색슨 족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전해준다.
〈font color="ffb6c1"〉★〈/font〉 수상 내역 〈font color="ffb6c1"〉★〈/font〉
♦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올해의 최고작'
♦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
♦ IRA 어린 책 수상작 - 청소년 분야
♦ 1996년 '미국 작가의 친구들' 수상작 - 청소년 분야
♦ 주디 로페즈 메모리얼 어워드 '어린이 문학 영예상'
작가정보
지은이 | 엘리자베스 앨더(Elizabeth Alder)
엘리자베스 앨더는 현재 오하이오에 살고 있으며 앤드류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동도서작가협회 회원이며, 청소년 독자를 위한 역사 소설 작가이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에 선정된 『왕의 그림자』는 앨더의 첫 작품으로 앵글로 색슨 족이 다스리던 영국의 마지막 날들을 탄탄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외에 『표범의 길을 지나Crossing the Panther's Path』, 『프로방스로의 초대Invitation to Provence』라는 작품이 있다.
옮긴이 | 서남희
서강대학교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동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하고, The UCLA Extension에서 영어 교수법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는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 그림책』 『그림책과 작가 이야기』가 있고, 『선택』, 『별을 헤아리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서강대학교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동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했다. 미국 The UCLA Extension에서 TESOL(영어 교수법) 자격증을 취득했고, 미국 미시간 주에서 10여 년 살면서 Haslett Adult Education의 영어 클래스에서 보조교사, 이스트 랜싱에 있는 '한마음 한글학교'의 외국인반 교사를 했다. 월간『열린어린이』에 그림책 작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린이 영어 그림책과 활용법을 소개하는 칼럼을 써왔고, 지은 책은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그림책>><<신들이 만든 영단어책>>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기 물고기 하양이>>시리즈, <<크레용 없는 날>><<꿀벌나무>><<항해의 역사를 바꿔놓은 해상시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립스틱 정글>> 등이 있다.
목차
- 지은이의 말
죽음을 벗 삼아
백조 목 레이디 올디스
하지 축연
애슬니 수도원
레이디 올디스의 부름
해럴드의 지략
난파
노르망디 공 윌리엄
노르만 궁정에서의 서약
추방된 토스티그 백작
새 국왕 해럴드
첩자가 가져온 소식
스탐포드 브리지 전투
승리의 축연
윌리엄 공의 침공
폭풍 전야
헤이스팅스 전투
불리한 전세
해럴드 왕의 죽음
소명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에빈은 사과나무 둥치에 기대 쉬다가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흐느꼈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제 영원히 가 버렸고, 행복한 삶도 끝나고 말았다. 자신도 죽은 셈이었다. 이제는 그저 ‘그림자’일 뿐이었다.
‘정말 바보 같은 이름이야.’
에빈은 생각했다. 음유 시인이 되려는 꿈 또한 사라졌다. 이제는 물 긷는 아이로 살거나, 아무 거나 시키는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얼굴이 눈물로 젖었다. 죽은 이들과 자신을 위한 눈물이었다.
‘오늘 밤에는 울자. 그리고 내일부터는 새 삶을 살자.’
에빈은 생각했다. 사는 게 운명인 한 삶이란 견뎌 내야 하는 것.
(87-88쪽 중에서)
에빈은 ‘난 이 뜻을 알아.’라고 생각하며 손끝을 양피지에 조심스럽게 댔다. 그는 자기가 귀한 기술, 마법이나 다름없는 재주를 익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이걸 알아. 고드윈 백작은 해럴드의 아버지야. 난 읽을 수 있어.’
그토록 오랫동안 침묵의 담장 뒤에 갇혀 있던 소년에게 그것은 반갑기 그지없는 선물이었다. 이제 자기 목소리를 양피지에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99-100쪽 중에서)
에빈은 그들이 개발한 간단한 수화로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용기가 생깁니까?”
해럴드는 곧바로 이해했다.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용기는 아니다. 가장 용감한 전사도 때론 두려움에 몸을 떠는 법이다. 누구라도 죽음에 맞서거나, 자기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고통을 참기란 쉽지 않다. 바보같이 부적을 지니고 다니는 노인들이나 어리석은 젊은 근위 대원들의 말에 솔깃하지 말거라.”
해럴드가 앞으로 다가와 에빈의 목에 달린 가죽 끈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기를 갖기 위해 시골 사람들이 달고 다니는 부적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늘을 갖고 다닌다고 용감해지는 건 아니다, 얘야!”
해럴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용기 있게 만들어 주는 요술 약초 따윈 없단다. 용기란 네가 하는 일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림자,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마라. 네 마음속에는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있단다.”
(215-216쪽 중에서)
“네가 떠나고 싶다면 너를 놓아 주마. 언제든 애슬니로 돌아가도 좋다. 하지만 나는 너를 동료로 귀히 여기며 너의 재주를 높이 사고 있다. 서기들은 갑옷을 간수할 줄 모르고, 종자들은 글에는 까막눈이다. 너는 내 상처를 치유해 주고 진정시켜 준다. 네가 없으면 나는 잘 지낼 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너에 대해 여전히 아는 게 없구나. 그림자, 나는 네 아비가 널 위해 지어 준 이름조차 모른다.”
에빈은 해럴드가 말하는 동안 자기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왕은 그와 속마음을 나누었다. 남자로서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은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로 에빈을 신뢰했던 것이다. 그는 에빈에게 보여 주었다. 그 역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언제나 할 수는 없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임을.
에빈은 몸을 굽혀 불 가의 재 위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온 비밀을 나누었다. 저는 에빈입니다.
(231쪽 중에서)
“좋은 왕이 되기를 그토록 바랐건만.”
해럴드가 꿈을 꾸듯 말했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빈, 너도 좀 자거라.”
에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해럴드의 옆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동생들과 근위 대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왕은 외로워 보였다. 앞일 생각에 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옆에 있어 주겠느냐?”
에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쁘구나.”
두 사람은 함께 앉아 불을 응시하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우리를 봤다면 ‘석탄 갉작이’라고 불렀을 게야.”
해럴드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밤새도록 모닥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친구들에게 쓰는 말이지.”
(298-299쪽 중에서)
출판사 서평
1. 목소리와 꿈을 거세당한 소년 음유 시인의 날갯짓!
영국이 아직 유럽 변두리의 약소국이던 11세기 중엽, 잉글랜드 서쪽 변방 카마던의 산골 소년 에빈은 옛 전사들의 전설을 노래하는 음유 시인을 꿈꾼다. 소년의 아름다운 노래가 영주들의 귀를 사로잡고, 가난과 노동에 지친 농노들의 신산한 삶을 위로할 수 있다면 소년은 조상 대대로 묶여 있던 메마른 땅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운명은 인간의 꿈과 자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법. 라이왈론의 영주와 마을 사람들 앞에서 데뷔하던 바로 그날, 소년은 혀와 아버지를 잃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운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혀를 잃은 한 소년이 말 대신 글을 얻어 왕의 종자가 되고, 마침내 역사의 증인으로 자신이 목격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자’로서의 소명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짧고 건조한 연대기에 살을 입혀 11세기 앵글로 색슨 시기를 살았던 인물들이 꿈꾸고, 사랑하고, 죽어간 삶의 공간을 생생하게 되살림으로써 성장 소설과 역사 소설 양 분야에서 탁월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 꿈을 빼앗긴 소년의 소명 찾기
어느 날 갑자기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누구라도 절망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세상엔 나쁜 일만 겪는 사람도, 좋은 일만 겪는 사람도 없다. 주인공 에빈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는 혀를 잘리는 대신 글을 익히게 됨으로써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기회는 그를 새로운 소명으로 초대한다. 당시 잉글랜드의 실질적 통치자였던 해럴드 백작의 종자가 되는 것이다. 해럴드와 운명을 같이하기로 서약한 에빈은 해럴드가 내란을 진압하고, 잉글랜드의 왕이 되고, 동생 토스티그와 연합한 노르웨이의 하랄 하드라다로부터 영국을 구하고, 결국 노르망디의 윌리엄 공을 맞아 싸우다 죽음을 맞을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게 된다. 해럴드 왕의 죽음으로 다시 한 번 절망의 심연에 빠진 에빈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온 나날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언제나 자신을 믿어 주고, 아들로 삼아 주었던 해럴드 왕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소년 앞에 놓였던 수많은 고난과 선택의 과정들 안에서 전설을 노래하고자 했던 소년의 꿈이 역사를 기록하는 자로서의 소명으로 승화된 것이다.
운명은 때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큰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는 건 자신의 몫이다. 작가는 혀는 잃었지만 열심히 글을 익히고, 두려워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며 성장해 나가는 에빈의 모습을 통해 운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으며, 우리가 선택한 하루하루가 더 큰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겁 많은 사춘기 소년’ 에빈
주인공 에빈은 평범하다. 두려움 때문에 위험에 처한 주군 해럴드를 모른 척하기도 하고, 갑자기 맞닥뜨린 멧돼지 앞에서 돌처럼 얼어 버리고, 노르망디 공 윌리엄만 생각하면 불안에 떨며 입술을 깨무는, 평범하고 겁 많은 ‘사춘기 소년’일 뿐이다.
사춘기 소년이라면 누구나 힘세고 용감한 남자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어디서나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 두려움 없이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사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 허나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기엔, 그네들의 몸은 아직 너무 서툴고, 그네들의 마음은 아직 너무 여리다. 그리하여 소설이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멋지고 용감하고 세련된 남자 캐릭터를 우상화하면서도, 때로 좌절감과 열등의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언제나 겁과 의심을 친구 삼으며 적을 만날 때마다 두려움에 떠는 에빈은 겉보기와 달리 아직 여린 심성을 가진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결국 에빈은 유약한 겁쟁이의 모습에만 머물지 않고 토스티그의 칼날 아래 쓰러질 뻔한 왕을 구하며 용감한 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언제나 용기가 없음을 탓하며 입술을 깨물기만 하던 소년이 내면의 좌절과 갈등을 극복해 나가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의 독자들은 진정한 공감을 바탕으로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그의 두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의 힘, 믿음과 우정
이 소설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게 에빈과 해럴드 왕의 우정이다. 가족을 잃고 세상에 홀로 던져진 소년에게 해럴드는 존경하는 인물이자, 길을 잃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멘토 같은 존재였다. 에빈의 가능성과 영특함을 믿어 주고 우정을 나눈 해럴드가 없었더라면 에빈이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소년에서 남자로 거듭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는 절망한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이자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누구도 믿기 힘들다는 세상이지만 자신을 믿지 못하고, 두려운 게 많고,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그 또래 아이들에게 해럴드과 같은 존재가 얼마나 필요하며, 사람에 대한 믿음과 우정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앵글로 색슨 족의 생생한 몰락사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 역사이다. 때문에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때때로 편향되고 왜곡된다. 이 책이 재밌는 이유 중의 하나는 노르만 왕조에게 다음 자리를 내 준 앵글로 색슨 족의 시선으로 영국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패자의 역사’를 다룸으로써 영국 역사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작가는 영국 수도사들이 기록했던 ‘앵글로 색슨 연대기’를 바탕으로 1063년부터 1066년까지 웨식스의 백작이었던 해럴드가 왕이 되고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죽음을 맞는 일련의 과정을 탄탄하게 구성함으로써 앵글로 색슨 족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전해 준다. 특히 선 굵은 역사의 틈새를 메워 주는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들, 당시의 일상생활과 옷차림, 전투 방식, 무기 등에 관한 미시사적인 서술은 중세 유럽의 생활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작가 자신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역사 속의 인물들에 강한 캐릭터를 부여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 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88996744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5월 10일 | ||
쪽수 | 359쪽 | ||
크기 |
152 * 223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아침이슬 청소년
|
||
원서명/저자명 | (The) King's shadow/Alder, Elizabe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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