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의 생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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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마흔을 맞아 자궁 근종 제거 수술을 한 주인공 영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영진은 임용고시를 오래 준비하다 기간제 교사로 정착했다. 불안정한 생활과 함께 몸은 망가져간다. 의사는 비혼여성인 영진에게 아이를 가질 것이 아니면 자궁을 떼어내라며 냉정하게 말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아”라는 의사의 말이 무색하게 영진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는 학생 눈치보다는 교감과 재단의 눈치를 봐야 한다. 영진은 기독교 계열인 사립학교 재단의 눈치에 주말마다 교회 예배를 나가고 정규직 교사들이 떠넘기는 잔업을 도맡아 한다. 동료 교사는 교감의 운전기사 노릇까지 한다. 예전 같으면 못 견뎌냈을 일들이지만 영진은 나이와 함께 포기할 줄도, 싫은 것도 반쯤 눈감고 볼 줄도 알게 되었는데….
작가정보
목차
- 작가의 말
1. 원숙하지 않아
2. 물밑의
3. 이대로 괜찮은 걸까
4. 생활력
5. 중성화
6. 꽃 같은
7. 겁먹은 청춘
8. 주름
9. 삶은 고구마
10. 장마를 넘기는 방법
11. 감은 눈
12. 흘려 본 것
13. 정치가 밥 먹여준다
14. 외로운 사람들
출판사 서평
만화가 김성희의 빛나는 감수성
경계에 선 우리들이 이 내리막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
만화가 김성희의 장편 『오후 네시의 생활력』이 출간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삼십대 비혼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그린 첫 책 『몹쓸 년』 이후로 용산 참사와 철거민 문제(『내가 살던 용산』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먼지 없는 방』), 장애아동 통합교육(『똑같이 다르다』) 등을 다루며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발언을 아끼지 않아온 작가의 신작이다. 2014년 10월부터 창비 문학블로그 ‘창문’에서 10개월간 연재된 이 작품은 마흔을 맞은 기간제 교사 이영진을 주인공으로 사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1970년대 전라도에서 서울로 이주해 막노동부터 시장 장사까지 갖가지 일을 섭렵하며 삼남매를 길러낸 아버지,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빌딩 청소를 하며 자력으로 노년의 삶을 유지하는 엄마, 직장을 휴직하고 아이 둘의 육아에 사투하는 동생,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상근하는 활동가인 남자친구 묵호까지,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버티는 이들은 하나같이 아무리 애써도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운 ‘내리막 사회’의 주변인들이다. 사회적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답게 개인적 생활에서 시작하지만 사회적 씨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려놓지 않는 이야기다. 『오후 네시의 생활력』은 김성희의 만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물론, 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아끼고 사랑해온 독자까지 모두에게 두고두고 아껴 읽는 작품이 될 것이다.
“마흔을 맞았다.
이렇게 완숙하지 못한 마흔이 될 줄 몰랐을 뿐이다.”
첫 책 『몹쓸 년』에서 삼십대 비혼여성을 그린 작가는 불혹을 맞아 『오후 네시의 생활력』에서 더욱 성숙한 인물과 작풍을 선보인다. 작품은 마흔을 맞아 자궁 근종 제거 수술을 한 주인공 영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영진은 임용고시를 오래 준비하다 기간제 교사로 정착했다. 불안정한 생활과 함께 몸은 망가져간다. 의사는 비혼여성인 영진에게 아이를 가질 것이 아니면 자궁을 떼어내라며 냉정하게 말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아”라는 의사의 말이 무색하게 영진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는 학생 눈치보다는 교감과 재단의 눈치를 봐야 한다. 영진은 기독교 계열인 사립학교 재단의 눈치에 주말마다 교회 예배를 나가고 정규직 교사들이 떠넘기는 잔업을 도맡아 한다. 동료 교사는 교감의 운전기사 노릇까지 한다. 예전 같으면 못 견뎌냈을 일들이지만 영진은 나이와 함께 포기할 줄도, 싫은 것도 반쯤 눈감고 볼 줄도 알게 되었다. 마흔은 불혹이라지만 영진을 비롯한 『오후 네시의 생활력』의 인물들은 여전히 세상에 미혹당하고 휘둘린다. 작가는 나이 마흔을 하루 중 시간으로 치자면 오후 네시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늦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박차를 가하는, 오후 네시 같은 나이라는 것이다.
낯익은 이방인들이 그려내는
위태로운 사회의 경계
1970년대 끝물 서울로 이주한 영진의 부모는 육체노동으로 ‘궁핍함’에서 ‘적당한 가난’으로 가족을 건져올렸다. 평생 일만 한 부모세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낮에는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쉬는 날에는 도시의 노는 땅을 빌려 텃밭에서 농작물을 기른다. 성실한 육체노동과 근검절약이 온몸에 밴 부모세대에게 오천원짜리 커피를 장식처럼 들고 다니는 요즘 젊은이들은 못마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세대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들 앞에 놓인 삶은 아주 긴 내리막이다.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를 유지하기조차 버겁다. 작가는 요즘의 가난을 ‘배부른 가난’이라고 말한다. 부모세대처럼 배를 곯지는 않지만 아무리 노동해도 계층 상승은 요원하다.
“부모의 육체노동에 의존해 자랐지만 그 노동을 피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찾았다. 공부는 마음속에 그런 죄책감을 차곡차곡 쌓았다. 부모처럼 되는 것은 실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두려움은 다 자란 지금까지도 뭉클함과 함께 따라다니는 감정이다. 자부심 없는 노동은 차별을 납득시킨다.”(102면)
『오후 네시의 생활력』이 보여주는 갈등은 세대 간의 갈등뿐이 아니다. 지극히 소시민적인 주인공 영진과 이주노동자 단체 상근자인 남자친구의 윤리적 갈등, 자신만의 육아법을 고수하려는 동생과 그것이 섭섭한 엄마, 노년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는 노부부 등,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주변과 갈등을 빚으며 자신의 생활을 일궈나간다. 아무리 애써도 오를 수 없는 내리막 사회에서도 『오후 네시의 생활력』의 인물들은 미끄러지지 않고 어???게든 생활을 꾸려간다. 작가는 묻는다. 이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 원동력을 ‘생활력’이라고 부른다. 보통 사람들이 각자의 생활을 버텨내는 힘,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삶에서 배우는 생활의 힘 말이다.
한편의 시(詩)처럼
오랜 여운을 남기는 만화
불안한 듯 떨리는 김성희의 펜선은 그 자체로 이 사회의 경계를 그리는 듯하다.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를 다룬 『먼지 없는 방』으로 2012년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김성희는 이 사회의 주변인들에게서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오후 네시의 생활력』은 힘든 상황에서 버티는 개인을 예찬하며 거짓 위안을 주는 ‘힐링’ 만화가 아니다. 이 작품이 읽는 이에게 진정한 위안을 가져다주는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노량진 고시촌에서 고시생들이 길에 서서 밥 먹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독백을 빌려 단호히 말한다.
“공무원이 되겠다고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이 달려드는 것은 분명히 사회적 낭비다. 그 낭비는 사회의 것이지, 완강히 버티는 이 사람들의 낭비는 아니다.”(89면)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낯익은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익숙하면서도 위태로운 정서가 한편의 시처럼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마음에 오랜 잔상을 남긴다. “두려움은 또 올 것이고, 그때도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걸음을 다시 딛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199면)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을 통해 전하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삶을 잃지 말라는 작가의 당부는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36472764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1월 25일 |
쪽수 | 200쪽 |
크기 |
153 * 225
mm
/ 362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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