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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기록하다
폴라로이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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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기록하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달처럼 죽어서 다시 태어날거야
너를 만나러 갈거야


사토 쇼고 장편소설 『달의 영휴』


책 속으로


“안녕하세요.” 조숙한 초등학생이 말했다. “오늘은 이렇게 뵐 수 있어서 기뻐요, 오사나이 씨.”
오사나이 쓰요시, 그것이 그의 풀 네임이다. 여자아이의 비스듬한 각도로 꼰 양다리, 원피스 옷자락 아래로 보이는 두 개의 무릎을 테이블 너머로 내려다보며 그는 잠자코 있었다.
“와 줘서 고마워요. 정말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딸이 그렇게 말한 다음 다리를 바꿔 꼬자 오사나이는 시선이 흔들렸다. 상대가 쿡쿡 웃기 시작했다.
“오사나이 씨, 나를 잘 봐요. 당신이 혼란스러우리라는 건 나도 알아요. 그래도 오늘 도쿄까지 와 준 것은 나를 만나기 위해서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다음 스스로 결정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벌벌 떨어요?”
―「오전 11시」 중에서


“지금까지하고는 좀 달라.”
“어떻게?”
“글쎄.” 아내는 말을 골랐다. “못 보던 눈빛이야. 사려 깊은 눈빛이라고나 할까. 물론 좋게 표현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렇게는 보이지 않던데, 나한테는.”
“오늘 당신이 없을 때 딱 한 번 그런 눈빛으로 나를 봤어. 소름 돋을 정도로 어른스러운 눈빛이었어. 아키라 군은 어디서 왔니, 하고 물어봤는데, 그랬더니 루리가 내 쪽을 돌아보고 아무 말도 안 하고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는 거야. 안색을 살피는 눈으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눈으로. 이 사람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좋을까? 하는. 나쁘게 말하면 생판 처음 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역시 표현이 잘 안 돼. 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건 분명해.”
―「 2 」 중에서


 


책 일기장


드라마를 보거나 만화책을 읽을 때, 내가 특히나 즐겨 찾는 장르는 로맨스물이다. 그중에서도 환생, 월하노인이 빨간 실로 이어준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를 접할 때면 그 여운이 상당히 오래가는 편이다. 생이 반복되어도 다시금 사랑하는 연인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이 애틋함을 더해주어서일까, 인기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도깨비나 웹툰 실과 같은 작품을 좋아한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얼마 전, 결혼을 앞둔 선배가 청첩장을 나눠주겠다며 오랜만에 사람들을 모아 자리를 마련했다. 그전부터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운을 띄웠었기에 그리 깜짝 놀랄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이 지니는 의미가 여생을 동반자와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어쩌면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르는 큰 결정이기에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많고 많은 질문 중, 내가 가장 궁금했던 점은 '결혼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라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약속 당일,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을 한 채 '결혼할 인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대답을 선배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봐오던, 꼭 이어져야만 하는 그런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났다는 느낌이 오는 대답이었다.


현실 속 우리가 인연을 만나는 과정은 소수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리 극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당장 나 같은 경우에도 지금의 짝을 소개팅으로 만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슷한 나잇대의 연인을 만날 확률이 200만분의 1이라고 하니, 연인이 된 사람들 모두가 운명 같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 옆에 있는 짝도 생을 돌고 돌아 내 곁으로 와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소중한 운명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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