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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9월 (SEPTEMBER) -중앙일보와 함께 매월 지식과 감동을 고루 갖춘 책을 엄선하여 추천합니다.

무더위를 견디고 맞은 결실의 계절, 추석에 볼 만한 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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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결이 바람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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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색들

  • 아우구스투스

    아우구스투스

 

  독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 책 앞에 앉아야 할 것이다.” 후기를 쓴 에이브러햄 버기즈(스탠퍼드 의과대학원 교수이자 작가)의 한마디에 이 책의 가치가 응축돼있다. 미처 끝내지 못한 남편의 원고를 마무리한 루시 칼라니티는 “나는 그의 아내이자 목격자였다”고 썼다.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결국 그 일을 해낸 남편을 ‘목격’했다고 말할 수 있는 아내는 많지 않다.

폴 칼라니티(1977~2015)는 ‘촉망받는 신경외과의사였으나 폐암으로 2년 여 투병하다 죽은 인도인 2세다’, 라고 한 줄로 요약하기에는 삶이 너무 통렬했다. 그는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매진한 한 인간이었다. 영문학·의학·철학·역사학을 공부하며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의 답을 찾으려 했다.

 

그는 “죽음의 두 가지 수수께끼인 경험적인 징후와 생물학적인 징후, 즉 아주 개인적이면서도 철저히 비개인적인 측면들을 파헤치기 위해 의학을 탐구했다.” 레지던트로서 꿈꿨던 이상도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환자나 가족이 죽음이나 질병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얄궂게도 칼라니티는 자신이 그토록 절실하게 원하던 일을 잘할 수 있게 된 순간에 불치의 암 진단을 받았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죽음을 “의사와 환자 모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한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180쪽)

그래서 그는 산다. 수술을 하고, 책을 쓴다. 딸이 태어나고, 일상은 평온하다. 다시 문학을 읽기 시작한다. “죽음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정의하고 다시 전진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어휘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존을 향한 분투에 문학은 활기를 찾아준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맑은 정신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었고, 임종까지 그 힘든 일을 해냈다. 암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죽음 직전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본 이 기록은 제목처럼 앞서 간 자가 뒤에 남은 자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숨결이자 바람이다.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폴 칼라니티는 일찌감치 “죽음이란 직접 대면해야만 알 수 있는 거라는” 확신으로 의학도가 됐고, 결국 자신의 증언으로 그 답 하나를 남겼다. 그의 선배 격인 토머스 브라운 경의 경구가 우리 모두에게 위안이 될지 모른다. “우리는 엄청난 투쟁과 고통을 딛고 이 세상에 오지만, 세상을 떠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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