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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8월 (AUGUST) -중앙일보와 함께 매월 지식과 감동을 고루 갖춘 책을 엄선하여 추천합니다.

마음까지 푹 쉬는 휴가를 위한, 이달의 추천도서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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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눈부신 친구

    나의 눈부신 친구
  • 심연

    심연

  • 죽여 마땅한 사람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지은이는 이 두툼한 책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읽는 방법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 온몸의 감각기관으로 느껴볼 것을 권한다. 예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는 한 구절만 제대로 새겨도 작품의 인문학적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지은이는 이 두툼한 책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읽는 방법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 온몸의 감각기관으로 느껴볼 것을 권한다. 예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는 한 구절만 제대로 새겨도 작품의 인문학적 향취를 느낄 수 있다.

본격 독서에 들어가기 전에 책을 덧씌운 재킷을 벗겨 안을 보라. ‘세계의 작가와 미디어, 페란테 열병을 앓다’는 제목 아래 찬사가 쏟아진다. ‘책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본능적이고 즉각적이다’ ‘주인공들의 아름다움과 추함, 헌신과 속임수, 마술과 혐오는 곧 삶이고 우리 자신이다’…. 호들갑스럽다는 생각이 들 지경으로 호평 일색이다. 미국 배우 기네스 펠트로의 소감이 그나마 차분하다. ‘소녀 시절과 우정에 관해 놀라운 실력으로 글을 썼다.’

‘공격적이고 불안한 여성의 우정에 관한 심리적 통찰.’ 굳이 고른다면 이 한마디가 두툼한 소설 한 권을 집약하고 있다. 이탈리아 소설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제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는 두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서막을 여는 회상이다. 1950년대 미항(美港)으로 이름난 이탈리아 나폴리를 무대로 릴라와 레누의 애증어린 10대 시절이 펼쳐진다.

화자(話者)는 만년 2인자인 레누다. 그가 경애해 마지 않던 동갑내기 친구 릴라가 어느 날 흔적 없이 증발한다. 머리카락 한 오라기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 친구의 속내를 피붙이보다 더 잘 이해하는 유년기 경쟁자 레누는 비범했던 소녀 릴라와의 어린 시절을 돌이킨다. “언제나 그렇듯이 릴라는 극단적이었다. (…) 자신이 살아온 66년이라는 세월을 통째로 지워버리려 하고 있었다.”(20쪽)

아마도 누구에게나 비슷한 추억은 있을 것이다. 기를 쓰고 따라가려 애써도 도저히 역전이 되지 않는 눈부신 친구를 바라보던 가슴 쓰린 상처, 또는 질투나 두려움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종의 쾌감. 착한 구석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밉상 소녀, 선생님과 급우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그 아이는 “날카롭고 도발적이고 치명적인” 완벽한 지성의 소유자로 떠받들어진다. 사춘기의 긴 터널을 “나는 끔찍하지만 빛나는 그 아이 곁에 머물러 있기 위해 나와는 거리가 먼 온갖 힘든 일과 공부를 하는 데 몰입했다.”(54쪽)

무엇이 이 운명적인 우정을 힘들게 했을까. 아마도 폭력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첫째였지 싶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후두염, 파상풍, 출혈성 티푸스, 가스, 전쟁, 기중기, 돌담, 노동, 폭력, 폭탄, 결핵에서 화농까지 목숨을 앗아가는 단어들로 가득 찬 그런 세상이었다.”(34쪽)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오는 사랑이 있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청년이 정작 애정을 준 건 친구였음을 알게 된 뒤 화자는 쓴다. “내 마음은 아직도 배신당한 믿음과 정열적인 사랑, 책으로 태어난 노래로 뒤얽힌 은밀한 이야기에 온통 쏠려 있었다.”(169쪽)

단지 우정에 관한 장황한 주절거림이었다면 43개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될 까닭이 없다. 이 성장소설은 다른 한 편으로 전후(戰後)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담고 있다. 두 소녀의 가족과 그 주변부 묘사에 그치지 않고, 옮긴이가 지적했듯 이미 나폴리를 기반으로 그 세력을 확장하는 마피아 조직인 카모라(Camorra)의 존재가 암시되어 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70년대 페미니즘 테제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 소설가 한강씨가 『채식주의자』로 수상자가 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에 곧 번역돼 나올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가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력이 있다.

-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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