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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한은형 에세이

걸어본다 16 | 베를린
한은형 지음 | 난다 | 2018년 04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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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91188862108(1188862103)
쪽수 236쪽
크기 141 * 212 * 27 mm /370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난다의 >걸어본다<16 베를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이 책의 총서

저자소개

저자 : 한은형

저자 한은형
1979년생.
2012년 소설가가 되었다.
2015년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와 장편소설 『거짓말』을 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여행은 더. 그러다 2007년 분주하지 않은 방식으로 첫번째 외국 여행을 했다. 뮌스터, 카셀, 뒤셀도르프, 베니스에 머물렀다. 2011년 파리에 스튜디오를 빌려 한 달을 살면서 ‘사는 여행’에 눈을 떴다. 2016년 석 달을 베를린에 살았다.
한 달을 살면서 ‘사는 여행’에 눈을 떴다. 2016년 석 달을 베를린에 살았다.

작가의 말

베를린에는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90일 가량을 머물렀다. 나로서는 유래 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오면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었다. 한국으로 송고해야 하는 원고를 몇 편 쓰긴 했지만 뭔가 자발성을 갖고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런던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베를린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전 런던에서 열흘 가량 머물 일이 생겼다.) 글을 쓸 수 없던 이유를 말이다. 길거리에서 펄펄 날뛰고 있는 글자를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간판들, 지하철역의 이름들, 거리의 이름들, 사람들 등뒤에 쓰인 글자들을 읽는데…… 더듬더듬 읽는데…… 행복했다. ‘아, 나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었지!’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마음이 이상해졌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쓰고 싶었던 테마에 대해서는 쓰지 못했다. 이를 테면, 베를린의 헬무트 뉴튼, 비오 열풍과 케피르, 오스탈지(구동독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이르는 말), 베를린의 부유한 유태인들, 유태인이 끌려간 자리의 표식인 길거리의 황금빛 금속, 유태인 카페의 유태 음식, 베를린의 고용지원센터, 텐트 피플, 텐트 피플을 위한 거리의 체스판, 한밤의 폐허 관광자들, 구동독 출신 남자, 드레스덴에서 만난 네오나치, 와타나베와 갔던 노이쾰른 음악회,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 베를린 초밥집에서 만난 북한 외교관, 크로이츠베르크 걸, 일 년에 한번 열리는 배추 싸움, 보데 뮤지엄 앞에서 탱고를 추는 사람들, 위스키를 파는 약국, 베를린 미용실의 베를린 무드, 푸른 수염의 방 같은 지하실, 에밀 놀데와 브레히트, 타이 음식점에서 만난 포대화상, 유람선 모비딕, 백조로부터의 습격, 나체로 수영하는 호수, 귄터 그라스 와인, 베를린 발코니 아트, 맨발의 자유인, 노벨상 수상자의 방, 뉴저먼 시네마, 만날 수도 있었던 다와다 요코, 베를린의 서점, 베를린의 프랑스 거리, 프리드리히 슈트라세, 르코르뷔지에의 아파트, 발터 그로피우스의 말굽 모양 주택단지, 트럭 테러, BMW가 개최하는 롤러 블레이드 마라톤……
이런 것들에 대해 쓰다가 결국 쓰지 못했다. 엉킬 대로 엉켜버린 생각의 꾸러미들을 제대로 풀지 못했던 것이다.
오래 품고 있던 이 책을 그만 내려놓는다. 이로써 ‘베를린 시절’을 마감한다. 내게 자신의 베를린을 보여준 G와 D와 I, 베를린에서 따뜻한 집밥을 여러 번 차려준 Y, 베를린 곳곳의 탐험을 제안해준 K……를 비롯한 모두에게 감사했다. 누구보다 씩씩해서 또 누구보다 우울할 이 책의 편집자 김민정 시인께, 이 책을 쓰는 내내 죄스럽고도 고마웠다.
베를린 사람, 베를린에서 태어난 사람, 베를린에 사는 사람, 베를린에 살았던 사람, 베를린에 잠깐 머물렀던 사람, 베를린을 떠나온 사람, 베를린에 가기로 한 사람에게,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환상을 갖고 있는 2년 전의 나 같은 사람에게, 어쨌거나 베를린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람 모두에게 이 소박한 책을 바친다. 그리고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당신들 때문에 쓸 수 있었습니다.

2018년 2월
한은형

목차

모스크바, 파리, 베를린 ㆍ 7
디지털 디재스터 ㆍ 16
베를린 동물원과 스툴볼 ㆍ 29
탈출하는 동물들 ㆍ 39
파벡 스트라세 7번지 ㆍ 48
미스터 하이 라이프 ㆍ 59
마르크스 동상으로부터 ㆍ 71
베를린 일기 ㆍ 83
비스마르크식 청어 ㆍ 93
베타니엔 갤러리 ㆍ 104
롤플레잉 ㆍ 117
나의 토마스 만 ㆍ 129
나무와 무당벌레와 숙녀 ㆍ 143
브란덴부르크 공항과 드레스덴 ㆍ 155
나치의 벙커였던 건물에서 ㆍ 168
소호하우스 베를린 ㆍ 180
베를린에서의 문화생활 ㆍ 195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 ㆍ 210
베를린 리포트 ㆍ 218

에필로그 ㆍ 231

책 속으로

멋을 낸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게 나란 사람의 성격이고. 알고 보니 그들은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고,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곳은 그 유명한 ‘몽키바’라는 곳이었다.
몽키바라면 나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베를린에 왔으니 몽키바에는 가봐야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라고 묻자 몽키바에 가보라고 추천한 사람들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들 역시 거기를 가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떠들썩한 곳에 대해 가봐야겠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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