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글귀, 다시 읽어 보아야 할 부분,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 등을 표시해둔 포스트 잇이 유난히 많았던 책.
어렵지만 재미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흥미진진하다.
오랜만에 읽어본 과학 책. 473쪽.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인 메커니즘을 찾아내어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에릭 캔델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는 내게 이렇게 특별한 독서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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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글귀, 다시 읽어 보아야 할 부분,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 등을 표시해둔 포스트 잇이 유난히 많았던 책.
어렵지만 재미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흥미진진하다.
오랜만에 읽어본 과학 책. 473쪽.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인 메커니즘을 찾아내어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에릭 캔델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는 내게 이렇게 특별한 독서 경험을 선사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모르는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 술술 읽히는 믿을 수 없는 상황.
평소 정신분석학, 분자생물학, 생리의학... 이런 정신과학 관련 분야에
아무런 기초 지식도 없던 나에게 이 책에 서술되는 과학적 지식과 역사들은 너무나 낯설었지만
그만큼 흥미롭고 새로운 세상이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에릭 캔델의 자서전이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 빈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는 부모님과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9살에 끔찍했던 크리스탈나흐트 겪고,
나치 지배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정신분석에 큰 관심을 갖고 의대에서 공부했지만
결국 인간의 근원을 알아내고 싶은 열망으로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으로 떠나온 그의 개인적인 삶,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정신과학의 발전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두 가지의 조화로운 어울림이 이 책의 탁월함이다.
부드럽게 들려주는 칸델의 글 덕분에 과학적 배경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신경과학의 진화나 신경생물학의 형성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역사 책을 읽는 느낌이 드는가 하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도 든다.
(실제로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꼭 보고 싶다!)
책은 읽어 나갈수록 더욱 흥미로워지긴 하지만
(읽어 나가면서 내게 미약하게나마 정신과학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쌓여가면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앞부분 2막 6장,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대화’ 였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대화, 나는 이 타이틀도 참 좋다.)
수프 대 스파크(soup VS spark)논쟁이라고 불린 흥미로운 논쟁의 배경과
진행과정에 관한 이야기로 시냅스 소통이 전기적이라고 믿었던 스파크派와
화학적이라고 여겼던 수프派 사이의 논쟁을 다루는데 치열한 과학적 논쟁 사이에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숨이 멎을 만큼 흥분되고 경이로운 발견을 하고
어떻게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고, 반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도 흥미로웠다.
과학자라면 그저 과학과 수학 잘하는 사람들.
아이큐가 높은 어떤 특별한 부류의 사람들 이라고만 여기던 무지한 내게
이 책은 과학이라는 것이 연구와 실험이라는 것이
얼마나 생물학적, 역사적 통찰력을 요구하는 멋진 학문인가를 알게 해주었다.
새로운 실험으로 자신들의 이론이 힘을 얻기도 하지만
엎치락뒤치락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며 다시 새로운 사실들이 증명되고
한 연구에서 영감을 얻은 과학자들은 다시 새로운 연구와 실험으로
아직 아무도 상상하지 못 했던 가설을 세우고 몰두하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나는 포터에게서 내가 과학적 탐구의 본질로 여기게 된 것을 배웠다.
가설을 세울 때 사변과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다음에 그 가설을 극도로 엄밀하게 검증하는 것,
그 두 과정 모두에게 기존의 모든 지식을 이용하고
가장 집요한 실험적 공격을 가하는 것을 말이다.
심지어 나는 그에게 소중한 가설이 반박되는 것에 기뻐하는 법을 배웠다.
그 반박 역시 과학적 성취이고 그 반박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포터와의 관계를 통해서 나는 일반적으로 과학 연구와 관련해서 지켜지는
엄격한 관례로부터 벗어나는 위대한 해방을 경험했다.
....... 그 제약적인 도그마로부터 해방되면, 과학적 탐구는 새로운 시각을 여는
흥미로운 모험이 된다.
그리고 이 같은 태도는 그때 이후 나의 과학적 생애에 반영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분문 118~119쪽)
나는 이 부분이 참 좋아서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적어 주기도 하며 마음에 새겼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분명 과학 책이고 책장 가득 실험과 가설, 어려운 과학 용어들이 가득하지만
그 안에 내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창의적인 도전과 통찰이 풍부하고 삶에 대한 지혜가 넘쳤다.
뇌과학 입문서이기도 한 이 두툼한 책을 완독하는 것은
과학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 일이기도 했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얻은
뜻밖의 즐거움, 영감과 교훈은 너무 소중하게 여겨진다.
출판사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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