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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패트리샤 보스워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출판 번역가로 입문하였으며,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카탈로니아 찬가』 『눈먼 자들의 도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로드』 『책도둑』 『에브리맨』 『울분』 『달려라, 토끼』 『미국의 목가』 『제5도살장』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목차
- 역자 서문
1장 거칠고 오만한 반항아
2장 뉴욕을 매혹시킨 연기의 천재
3장 폭발하는 무시무시한 연기
4장 새로운 시대의 스타 탄생
5장 할리우드 입성
6장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7장 남성 해방자의 이미지
8장 신화가 된 반역자
9장 최고의 연기 《워터 프런트》
10장 영원한 우상 어머니
11장 절정에 오른 명성
12장 길 잃은 천재
13장 열렬한 정치적 행동주의자
14장 거대한 아버지 《대부》
15장 완성이며 절정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16장 살아 있는 전설
에필로그
참고자료
영화 목록
출판사 서평
할리우드를 정복한 반역아,
신화가 된 위대한 창조자, 말론 브랜도
어둠 속에 빛이 들어오면 한 남자가 정면에 앉아 딸아이를 망쳐놓은 사내들에게 원수를 갚아 달라고 간청한다. 묵묵히 복수의 호소를 듣고 있던 자의 얼굴이 빛 가운데 천천히 나타난다. 영화 <대부>(1972년)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대부라고 부르는 돈 콜레오네를 이렇게 등장시킨다. 우리의 기억 속에 인화된 말론 브랜도는 이 마피아의 우두머리, 자신의 말이 곧 법인 암흑 세계의 입법자이자 집행자, 자기 내부에 어떤 회의도 두려움도 허락지 않는 절대군주, 비토 콜레오네의 모습이다. 대부 브랜도의 페르소나는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부성(父性)의 체현자로, 무의식 안의 권좌에 앉아 조그만 자아를 내려다보는 초자아, 거대한 아버지의 이미지로 우리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거대한 아버지, 품을 수 없는 자식
그러나 말론 브랜도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이런 권위 있는 아버지 상은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그의 삶의 태반은 아버지의 법, 아버지의 질서, 아버지의 이름, 그러니까 모든 아버지다운 것들에 대한 반항과 일탈과 대결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영원한 타자였다. 1950년대에 청년 브랜도는 ‘이유 없는 반항’의 대명사였고, ‘비트 제너레이션’, ‘앵그리 영 맨’의 우상이었다. 그는 그 시대를 특징짓는 ‘아노미형 배우’의 최전선이었다. 폴 뉴먼, 몽고메리 클리프트, 제임스 딘과 같은, 자기 정체성의 혼돈에 괴로워하면서도 기성의 규율에 편입되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역할로 이름을 얻은 젊은 영웅들에게 배우 말론 브랜도는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자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자였다. 그는 가장 과격했고 가장 신랄했으며 가장 파괴적이었고 가장 퇴폐적이었다.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는 버르장머리없는, 너무 거칠어 품을 수 없는 자식이었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스크린 속에서 그는 우리를 뛰쳐나온 짐승이었다.
최초의 대의 없는 반역자
1950년 브랜도는 카잔과 <전차>를 들고 할리우드로 날아갔다. 연극무대를 집어삼킬 듯 날뛰던 연극배우 브랜도는 이제 스크린을 찢어발길 듯 으르렁거리는 영화배우가 됐다. 그것은 그가 1950년대를 휩쓴 ‘이유 없는 반항’의 인격적 아이콘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1954년 카잔과 호흡을 맞춘 <워터프런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이어 스탠리 크레이머의 <거친 자>에서 오토바이를 탄 폭주족 두목으로 나와 티셔츠와 가죽재킷, 청바지를 반항적 복장의 상징물로 만들었다. 브랜도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가장 높은 곳의 별이 됐다. “그는 탐구하는 불안한 영혼이었으며 최초의 대의 없는 반역자였으며, …… 하층계급의 반영웅적 인물”이었다.
젊은 브랜도의 성취는 놀라웠지만, 그는 연기와 영화에 마음을 다 내주지 않았다. 그는 과연 배우라는 것이 할 만한 일인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그는 그 의심을 생의 후반부까지 거두지 않았다. 그는 불현듯 달려드는 불안에 떨었고,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할리우드를 싫어했다. 할리우드의 탐욕과 위선과 협잡에 그는 경멸감과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뒷날 영화 배우로서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난 뒤에도 그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경멸조의 말을 되풀이했다. “영화배우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프로이트, 간디, 마르크스…… 이런 사람들이 중요하다. 영화 연기라는 것은 그저 따분하고, 지루하고, 유치한 일일 뿐이다.” 브랜도라는 존재에게 풀기 어려운 모순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그는 연기를 경멸했지만, 그의 가장 깊은 내면의 세계는 오직 연기를 통해서만 출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타고난 즉흥 연기의 천재
<대부>를 찍고 난 직후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뒤집어엎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출연한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페르소나를 걷어내버리고 자기 내면의 깊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그것은 연기라기보다는 직설적 고백에 가까웠다. 베르톨루치가 브랜도에게 출연을 의뢰했을 때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즉흥 연기’였다. 시나리오를 공백으로 두고 그것을 배우에게 내맡기는 도박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브랜도야말로 즉흥 연기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죽은 아내의 장례를 앞두고 낯선 처녀와 끝없는 섹스를 벌이는 중년의 남자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영화 가운데 가장 강렬한 에로티시즘이 담긴 영화”에서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감추어두었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영원한 반항아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찍고 난 뒤 열린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브랜도는 <대부>의 돈 콜레오네 역으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뽑혔다. 그러나 브랜도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고 아파치족 출신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을 보내 ‘수상 거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다루는 방식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수상 거부 연설문은 이렇게 이어졌다. “우리는 200년 동안 그들에게 거짓말을 했으며, 그들을 속여 그들의 땅에서 쫓아냈고…… 그들을 거지로 만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할리우드 체제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착한 아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할리우드를 공개적으로 망신시키고 흔들어버린 것이다. 그는 반항아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 <역자 서문>에서
♧ 본문 소개
1장 거칠고 오만한 반항아
1924년 4월 3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출생. 어머니 도로시 펜베이커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여성이었고, 아버지 말론 브랜도는 분노를 쉽게 폭발시키는,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연기자의 꿈을 좌절당한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러대었다.
“청소년기 내내 브랜도를 몰아댄 것은 아버지를 향한 격렬한 분노와 복수의 환상이었다.”
“그는 자유로운 정신이었고, 진정한 개인주의자였다.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그는 자기가 하겠다고 말한 것은 뭐든지 정말로 했다. 그리고 그는 장난꾸러기였다. 화재경보기를 건드려놓고는 소방차가 소리를 내며 달려올 때 도망가곤 했다.” (어린 시절 친구)
1941년 끝도 없는 말썽으로 리버티빌 고등학교에서 쫓겨나자 아버지는 아들을 자신의 모교였던 섀턱사관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잘난 체하지 않았다. 주먹 좀 쓴다는 학교의 불량 소년들에게 복종하기를 거부했고, 외려 거칠고 오만하게 행동했다. 그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사람이면 아무하고나 싸웠다. 브랜도는 건드렸다 하면 폭발하는 기질의 소유자였다. 그는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고, 아무도 그의 성질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그는 연극의 세계를 접하게 되고, 자신의 연극적 재능을 확인하게 된다. 브랜도는 소년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으며 이들 위에 군림하는 어릿광대이자 반항아였다. 1943년 그는 교칙 위반으로 이곳에서도 퇴학당하고 만다.
2장 뉴욕을 매혹시킨 연기의 천재
1943년 브랜도는 뉴욕으로 왔다. “나는 내가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말론 브랜도)
그해 가을 ‘사회 연구를 위한 뉴스쿨’ 드라마 워크숍에 등록한 그는 그곳에서 스타니슬라프스키 연기 교습의 대가 스텔라 애들러를 만난다.
“연기하지 말고 행동하라. 당신의 진실은 당신의 상상력 안에 있다. 나머지는 쓸모없는 벼룩 같은 것이다.”(애들러)
“스텔라는 말론에게 아버지를 향한 분노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가 창조적으로 그 분노에 물꼬를 트도록 도와주었다.”(필립 로즈)
브랜도는 드라마 워크숍에서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연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944년 <엄마 생각>의 소년 역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한다. 하지만 그 즈음 그는 어머니의 상태 때문에 불행을 겪고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에 겪은, 영혼을 지글지글 태우는 고통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 박혀 머물러 있었다. 그게 무언지 그 자신은 거의 알지 못했다. …… 하지만 그는 내면을 감추는 가면과 외관을 개발해 때때로 그걸로 거짓말을 하고, 자기 아닌 어떤 것을 사칭하고, 사람들을 애태우게 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즐겼다.”(해럴드 클러먼)
4장 새로운 시대의 스타 탄생
1947년 브랜도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주인공 스탠리 코왈스키로 캐스팅된다. 연출자인 엘리아 카잔은 브랜도 안에서 스탠리의 특성, 그러니까 성적 매력,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자기 함몰, 어린애 같은 성격을 보았다. 브랜도는 야수처럼 거칠면서 동시에 어린아이였다. 또 이상하고 낯선 기질과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카잔은 이걸 끄집어내고 싶어했다.
“전차의 핵심 모티프는 욕망이고, 핵심적인 충돌은 말이야, 감수성 대 야수성이야. 이 작품은 사회로부터 당한 추방에 관한 것이고 시에 관한 것이고 미친 여성에 관한 것이지.”(엘리아 카잔)
이 연극은 미친 듯한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은 그들이 새로운 문화적 시대의 여명을, 성적 터부의 붕괴를 목격하고 있음을 느꼈다. 욕망의 충돌이자 야수성과 감수성의 충돌이라는 이 작품의 핵심 갈등은 모든 사람들 내부에 있는 영원한 모순을 극화한 것이었다.
“말론 브랜도는 알아먹기 힘든 말투로 웅얼거리고 중얼거리면서, 야수적 에너지로 타오르면서, 극적 감정을 언어의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시켰다. 브랜도는 미국인의 본성을 미국의 연기에 도입했고, 미국적 개성을 세계에 알렸다. 브랜도, 그 거칠고 섹시한 반역아, 도대체 말이 없고 한없이 건방진 그 태도는 1960년대 세계의 위대한 예술 형식, 즉 로큰롤을 예고했다.”(카밀레 팔리아)
브랜도에게 성공과 명성을 안겨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49년 여름까지 500번의 공연을 한다.
5장 할리우드 입성
1949년 브랜도는 첫 영화 <남자들>의 출연 계약을 한다. 이 영화에서 그는 독일군 총에 맞아 척추가 부서진 퇴역군인 역을 맡는다. 인물 연구를 위해 그는 참전용사 병원에 입원하여 그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이 영화 속의 브랜도는 독창적이고, 자기 자신과 맡은 역에 진실한 젊은 브랜도이다. 브랜도는 당시의 어떤 배우보다 정확하게 평범한 미국 남자의 모습을 대중에게 제시했다. 그가 관심을 끌고 찬사를 받았던 것은 그가 투사한 힘만이 아니라 약한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그 자신의 분노와 열정은 그가 맡았던 역들을 늘 넘어선다.”
“멈칫멈칫하며 우물거리는 대사 전달, 빛을 발하는 침묵, 하반신 불수 상태의 교묘한 흉내는 연기를 보는 것 같지 않다. 진짜 같아서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타임>)
6장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냉혹한 시적 걸작의 뛰어난 기록이 되었으며, 연극사의 전환점을 상기시켜주는 영화가 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51년 9월 상영되었다. 비비언 리와 함께 공연한 이 영화로 말론 브랜도는 영화 산업에서 미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불분명하게 웅얼거리며 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미지의 인물이었다. 그의 생활방식이 지저분하다든가, 그가 브로드웨이 출신이라든가, 스텔라 애들러와 액터스 스튜디오 같은 지적으로 좌파에 속하는 극장 전통의 산물이라든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를 정말로 괴롭혔던 것은 브랜도가 영화 산업 전체를 완전히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왜 할리우드는 그를 내치지 않았을까? 물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보여준 눈부신 연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그의 존재 자체가 중요했다.
“스탠리라는 역 자체가 그들 모두를 엿먹이는 것이엇다. 그때까지는 전부가, 모든 것이 예의바른 것뿐이었다. 로버트 테일러, 타이런 파워, 밴 존슨. 그런데 그가 나타났다. 문제는 그가 맡은 역이었다. 또 그의 나폴레옹 법전 같은 연설이었다. ‘사람은 염병할 헌법에 의거하여 왕이다. 인간은 왕이란 말이다.’ 이 진술이 온 세상을 뒤집어놓았다.”(앤서니 퀸)
9장 최고의 연기 <워터 프런트>
전직 권투선수 출신의 부두 노동자, 테리 멀로이로 출연한 엘리아 카잔의 <워터프런트>는 말론 브랜도 연기 경력의 정점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가장 깊은 핵심은, 그 자신은 모를 테지만, 오직 연기를 통해서만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그의 연기가 고통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 고통을 드러내는 것에 자기도 모르게 저항하며, 그래서 이것이 오히려 엄청난 힘으로 나타난다. 이런 식의 연기는 본능이며, 연기자의 인간 본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연기는 예시가 아니라 창조이다.” (해럴드 클러먼)
“말론은 테리로서 완벽했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훌륭했겠지만, 말론이 더 예민했다. 말론은 아주 넓은 범위에서 격한 감정들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에게는 많은 분열, 많은 고통, 그리고 아주 많은 수치심이 있었다. 테리를 연기하는 배우는 반드시 수치심이 많아야 했다. 말론이 어디서 그런 수치심을 얻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엘리아 카잔)
불과 85만 달러를 들여 만든 <워터프런트>는 1954년에 개봉해 비평과 흥행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는 1950년대의 가장 의미 있는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말론 브랜도의 연기는 그 이후 배우들의 연기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것은 최고 수준의 영화 연기이다. 이 연기는 늘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쌓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바위를 깎아낸다. 그리하여 관련 없는 것은 다 사라지고, 마침내 우리는 작가의 창조물을 온전한 크기로 보게 된다.”(<스코츠먼>)
11장 절정에 오른 명성
1957년 <젊은 사자들>에서 정열적인 나치 장교 크리스티안 디스틀을 비극적 영웅으로 재창조하여 원작자인 어윈 쇼와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배우 외에는 아무도 인물을 창조하지 않는다. 내가 그 인물을 연기함으로써 그는 존재한다. 그는 나의 창조물이다.” (말론 브랜도)
이 무렵 그의 명성은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그의 눈이 변했다. 이제 수줍음도 없고, 약한 모습도 없었다. 그는 자신감에 차서 모든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연민도 있었다. 당신이 안됐다, 하는 투였다.”(팻 콕스)
1957년 10월 그는 애너 카시피와 첫 번째 결혼을 하고 그 다음 해에는 아들을 낳는다.
13장 열렬한 정치적 행동주의자
1968년 무렵부터 브랜도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활동가가 되었다. 인종평등운동, 시민권 운동에 자신의 명성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그는 전투적 정당인 블랙 팬더스와도 접촉한다. 4월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암살당한 뒤 벌어진 흑인들의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에서 헌신한다.
이 무렵 그가 찍은 영화는 카리브해 지역의 농민 혁명을 다룬 <태워라!>이다.
14장 거대한 아버지 <대부>
1965년 아버지가 사망하다.
“말론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그의 엄청난 재능의 연료가 되었다. 그 증오는 밤낮없이 타올랐다. 그것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워터프런트>,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폭발했다. 그의 최고의 영화들은 분노에 대한 것이다. 분노의 방출만이 아니라 분노의 통제와 과시에 대한 것이다.”(팻 콕스)
1970년 초 브랜도는 실업자나 다름없었다. 그는 엄청나게 살이 쪘으며, 늘 우울해했다. 그때 그에게 들어온 제안이 <대부>의 두목 역이었다. 브랜도는 내심 이 프로젝트에 흥분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까지 완벽하게 자신을 위장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역은 그를 완전히 감출 수 있었다. 1971년 촬영이 시작되면서 브랜도는 헌신적으로 연기를 하였다.
“나는 브랜도가 왜 그런 이상한 평판을 얻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발상이 괴상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받아들인 그의 아이디어들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훌륭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다.”(프랜시스 코폴라)
“브랜도는 127번가의 필름웨이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다가 그 지역을 배회하는 늙고 더러운 회색 고양이를 발견했다. 그는 전국의 주요 갱스터와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든 장면에서 이 고양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는 살인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다정하게 고양이를 쓰다듬곤 했다. 이것은 ‘공포와 부드러움을 병치해놓은 감탄할 만한 모습’이었다.”
16장 살아 있는 전설
1976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촬영.
20세기 최고의 배우로 선정됨 - <타임>
“그의 전설의 힘은 무엇인가? 그렇게 많은 수상쩍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전설은 어떻게 여전히 살아 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브랜도이기 때문에. 이것은 가르보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그는 자연력이다. 하나의 원소이다. 인간이 아니다……. 오직 하나의 브랜도가 있을 뿐이다.”(몰리 해스켈)
젊은 배우들이 그와 함께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브랜도가 배우들의 틀을 부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브랜도가 오래 전에 보여주었던 대의 없는 반역자의 모습이 사실 진정한 반역 정신이라기보다는 절망과 혼돈에서 나왔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이런 외로운 영웅 계보의 창시자이며, 폴 뉴먼,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조니 뎁, 에드 노튼이 그 뒤를 잇는다. “그들은 지류들이다.” (카밀레 팔리아)
♧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패트리샤 보스워스 Patircia Bosworth
액터스 스튜디오 출신으로 연극배우로 출발해 저널리즘으로 분야를 옮겨 30년 동안 영화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연예산업에 관한 그의 일급지식은 작품에 은밀함과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이 책에서 그는 시대의 아이콘인 브랜도의 성적 매력, 열정, 그리고 깨어지기 쉬운 감성을 생생하게 불러내고 있다.
저서로 《다이앤 아버스》,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같은 비평적 찬사를 받은 전기작품과 회고록 《당신의 심장이 욕망하는 모든 것》이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배너티 페어>의 사외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역자 정영목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신의 가면: 서양신화》, 《사람과 상징》, 《라일락》,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신의 암호》, 《눈먼 자들의 도시》, 《마하트마 간디》,《마르크스 평전》,《호치민 평전》,《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등이 있다.
고명섭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겨레> 영화, 연극, 미디어 담당 등을 거쳐 현재 출판 담당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황혼녘 햇살에 빛나는 구렁이 알을 삼키다》가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1843956 |
---|---|
발행(출시)일자 | 2003년 11월 20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24 * 176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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