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왜 그들을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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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장으로 구성하여, 인혁당 사건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도사리고 있으며, 한일회담 반대투쟁과 인혁당 사건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박정희 한 사람만을 위한 유신체제는 어떻게 생겨났고, ‘비극의 1975’의 변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다양한 사료와 사진들을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건혜
저자 이건혜는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목차
- 저자 서문
제1장 유신시대의 남산, 한번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생지옥
제2장 지나간 모든 것은 다만 ‘서곡’에 지나지 않았다
제3장 그땐 일인의 야욕을 위해 만인을 짓밟는 시대였다
제4장 유신체제는 살아있는 양심들에게 ‘고행’이었다
제5장 박정희는 그 어린아이의 편지를 읽어보았을까
제6장 “사법사상 암흑의 날”
제7장 “그날 이후로 내 삶은 늘 절뚝거렸다”
제8장 시민이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
편집 후기
책 속으로
결국 공안부를 구성하고 있던 이용훈 부장검사와 김병리·장원찬·최대현 검사는 1964년 9월 5일 증거불충분으로 “양심상 도저히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할 수 없으며 공소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며 기소장 서명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직접 압력을 받는 상부에서 이들의 의견을 가만히 수용할 리가 없었다. 검사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층은 이들을 야단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압력을 가했으나 최대현 검사를 제외한 3명의 검사들은 사표까지 제출하며 자신들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형욱은 후에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아직은 살아있던, 검찰의 양심에 판정패를 당한 셈”이라고 기록했다. (42쪽)
“정부가 학생들에게 얻어내려는 것은 다 조작된 거예요.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라는 발표가 있을 테니 보세요. 반체제 학생들, 목회자들, 노동조합 간부들 아니면 정부를 비난한 자들을 포함하여 아주 교묘하게 짜 맞추어서 말이에요.”
“어떻게 그런 조작과 음모가 가능합니까?”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남한에서 소위 ‘공산주의 위협’에 대해 군과 민간 전문가들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를 보세요. 자기네들이 필요 할 때 대대적으로 부풀려 어떤 음모를 찾아냈다고 할 테니까요. 반체제 인사들을 옥죄는 방법으로 그 이상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어요.”
“정당하지 않군요… 그럼 시위가 모두 끝날까요?”
“아주 빨리요.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란 말만 꺼내면 모두 숨고 도망가니까요.”
“그럼 정말 공산주의자는 없나요?”
“어떻게 잘 짜 맞추는지 한번 보세요.” (58쪽)
“야 깨어났어.” “신경이 괜찮다.” 수사관들 중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사내의 다리를 담뱃불로 지져보더니 동료에게 말을 건넸다. 잠시 한숨 돌리는 사이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기절했던 사람이 깨어났으니 고문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 순간 생각 따위가 개입할 틈은 없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면 눈앞에서 초주검이 되도록 맞고 있는 사람이 언제 나로 바뀌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위에서 시키는 일만 충실히 한다면 자신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었다. 여기 던져진 사람은 차라리 짐승이어야 했다. 죄가 있건 없건, 이 방에 들어올 때부터 그들의 운명은 어차피 정해진 상태였다. “그 방들 속에서의 매 순간순간들은 한마디로 죽음이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의 용의자로 잡혀 들어가 옥고를 치른 김지하 시인은 수감 당시의 고통에 대하여 이렇게 토로한다. (77쪽)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고 준비된 야전침대 막대기로 허리 할 것 없이 무차별 내리친다. 고함을 지르면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나는 그들의 야수적인 폭행과 온갖 욕설과 협박에도 진술서 쓸 것을 거부했다. 그랬더니 지하실로 끌고 간다. 어두컴컴한 보일러실이었다. 그들은 옷을 완전히 벗겨 전신 나체로 시멘트 바닥에 꿇어앉히고, 손목 발목에 수건을 감고 포승줄로 양 손목과 두 발목을 꽁꽁 묶었다. 다음에 긴 막대기를 사이에 끼워 두 사람이 덜렁 들어 올려 책상 두 개 사이에 걸쳐 놓으니 마치 도살장에서 네 발 짐승을 묶어 매단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해놓고 그들은 내 얼굴에 수건을 씌우고 콧구멍에 주전자로 물을 부어 넣는다. 그들은 ‘서울대 최 교수(박정희 정권 때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받고 의문사한 최종길 교수)도 이렇게 우리가 죽였다. 그래도 끄떡없다. 너 같은 놈은 죽여도 아무런 상관없어’ 하며 협박 공갈한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나에게 그들은 두 손을 꽉 묶고 전깃줄을 감은 후 기계를 돌린다. 손바닥이 타고 전신이 충격에 아찔해진다. 정신을 잃게 된다. 나도 몰래 비명이 터져 나온다.” (본문 81쪽, 전창일의 증언)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일하러 나갔던 남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관에서 나왔다는 남자들이 한바탕 집안을 뒤엎고 갔으니 보통일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은 나쁜 일을 저지를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가정에서나 밖에서나 평소 올바르게 살고자 노력했고 주위에서도 건실한 이웃으로 통하던 사람이다. 수소문 끝에 말로만 듣던 중앙정보부를 거쳐 서대문교도소로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헐레벌떡 달려갔지만 도대체 무슨 큰 죄를 졌기에 가족의 면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 남편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다.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일이었다. (103쪽)
“평범한 주부였던 저와 남겨진 아이들에게 현실은 기억하기조차 두려운 아픔이었습니다. 한 동네에 살던 이웃들이 모여 ‘동네 한가운데 간첩을 두고 살았다’고 수군대면서 저희 집 근처에는 아이들이 얼씬거리지
출판사 서평
대선을 앞둔 지난해 9월에 ‘인혁당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역사인식이 논란이 되었을 때, 사람들(특히 청년층)은 인혁당 사건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지만 당시엔 이미 절판되었거나 논문 형태의 관련서 몇 권밖에는 대중이 쉽게 읽을 만한 책이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그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한 책인데, 전문 역사가가 아니라 여느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인혁당 사건에 대해 잘 몰랐던 저자가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쓰는 것으로 하여 독자와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했다. 저자는 고려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이 책을 쓰기 전까진 한국현대사에 관해선 특별한 공부가 없었다고 했다.
인혁당 사건과 암흑의 시대
박정희는 왜 그들을 죽였을까
피맺힌 절규의 시대, “살인마 박정희, 천벌을 받아라!”
“사람 살리시오 / 사람 죽이는 것 / 구경만 하지 말고 / 사람 살리시오”(책 8쪽에 ‘서시’로 전문 게재). 인혁당 사건 희생자 가족 강순희 여사(고 우홍선의 부인)의 피맺힌 절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졸지에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자식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은 1975년 4월 9일 그날 “살인마 박정희, 천벌을 받아라!”며 통곡했다(그 원통함이 하늘에 닿아 박정희에게 ‘김재규의 총’이 천벌로 내렸을까). 유신독재시대에는 이런 절규와 통곡이 끊이질 않았다. 그땐 박정희 한 사람의 권력욕 때문에 국가권력이 무고한 시민을 간첩이나 역도逆徒로 몰아 잡아가두고 고문하고 죽이는 야만의 시대였고 암흑천지였다.
이 책은, 박정희 독재정권이 조작한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을 중심으로 암흑의 시대를 조명했다. 인혁당 사건은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2차 사건을 ‘인혁당재건위(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 사건’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인혁당 사건은, 1964년 8월 14일 중앙정보부가 “41명의 혁신계 인사와 언론인·교수·학생 등이 인민혁명당을 결성하여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사건으로, 피의자들을 고문하여 사건을 조작한 진상이 폭로됨으로써 정권은 이들을 ‘간첩’으로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1974년 4월 박정희가 “불순세력의 조종 아래 민청학련이 ‘인민혁명’을 획책하고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시작되었는데, 중앙정보부는 그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인혁당재건위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으로 규정하고 “관련자” 24명을 검거했다. 1975년 4월 8일 최종판결에서 이들에게 중형(사형 7명, 무기징역 7명, 징역20년 4명, 징역15년 4명, 징역5년 2명)이 선고되었고, 사형을 선고받은 8명(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피의자 포함)은 판결 18시간 만에 전격 ‘살해’되었다. 2005년 12월 ‘과사위’는,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 유지를 위해 이 사건을 이용했다고 밝혔으며, 2007년 1월 23일 서울지방법원은 재심에서, 사형당한 8명 전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30여 년 만에 희생자들이 억울한 누명을 벗고 진실이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진실규명과 석고대죄 없이 과거를 덮자는 건 사기다!
일신의 영달과 야욕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배반하거나 국민을 핍박하는 등의 온갖 악행을 일삼은 자들과 거기에 가담한 자들 그리고 침묵한 자들과 그 세력에 빌붙어 영달을 누려온 자들은 단 한 번도 악행을 참회하거나 사죄한 적 없이 “이제 과거를 덮고 함께 미래로 가자”고 눙치면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자고 나서는 이들을 국론분열주의자로 매도한다. 적반하장이고 사기다. 많은 국민들이 번번이 그런 사기에 넘어가 그런 자들을 ‘지도자’로 뽑아 결국 제 발등을 찍어왔다. 무고한 시민 8명의 목숨을 거둬간 인혁당 사건을 비롯하여 박정희가 권력욕 때문에 앗아가고 망가뜨린 삶이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런데도 그런 “독재자의 딸이자 독재정권의 공범”인 박근혜가 뻔뻔하게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고, 국민들은 또 제 발등을 찍고 말았다. 이에 ‘역사와 이슈’ 시리즈를 발간하여 각성의 죽비로 삼고자 한다. 이 책은 그 첫 권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854558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1월 28일 | ||
쪽수 | 192쪽 | ||
크기 |
140 * 224
* 20
mm
/ 28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역사와 이슈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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