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칙 다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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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동인들은 수면 아래 자리하고 있다. 이 감추어져 있는 것들이 바뀌지 않는 한,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들은 변화랄 것도 없이 아주 미미할 뿐이다. 저자는 수면 아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일으키는 이러한 동인들에 집중하며 이를 경제 규칙이라 명명한다. 저자는 경제의 틀을 형성하는 규칙과 권력의 역학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오늘날의 경제 현실은 바로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라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작가정보
2001년 정보 비대칭성의 결과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MIT에서 폴 새뮤얼슨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불과 27세에 예일 대학교 정교수가 되었고, 36세에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은 젊은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예비 노벨상,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듀크, 스탠퍼드, 옥스퍼드, 프린스턴 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회의 의장과 세계 은행의 수석 부총재 겸 수석 경제학자를 역임했다. 그러나 이때 아시아 금융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통화기금의 재정 긴축과 고금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 은행의 정책이 후진국의 빈곤과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하다가 미국 정부와의 갈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계에서 가장 빈번히 인용되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2011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거시 경제학, 공공 경제학, 정보 경제학의 대가이며 소득 재분배, 기업 지배 구조, 국제 교역 조건 등이 주요 연구 분야이다.
주요 저서로 ?불평등의 대가?를 비롯하여 ?유로?, ?거대한 불평등?, 『세계화와 그 불만』, 『끝나지 않은 추락』,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1990년대의 경제 호황』 등이 있다.
1980년대 연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석사 학위를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10대학의 경제학 박사 교과 과정에서 공부하다가 남들처럼 구직 대열에 나서 어쩌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전자에서 일했지만 흥미도 의미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후로 번역을 통해 사회 변화에 기여하자는 뜻으로 ?상어와 헤엄치기?, 『전문가의 독재』, 『케인스 하이에크』, 『새뮤얼슨의 경제학』,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장인』, 『성장 숭배』, 『골드만삭스』 등을 옮겼다. 주로 경제·금융·투자 위주의 사회 과학 계통을 번역하고 공부하며 그에 관한 사회 현상을 관찰하면서 〈시장과 인간을 다시 생각하자〉를 삶의 화두로 삼고 있다.
목차
- 차례
머리말
서론
제1부 현재의 규칙
시장 지배력은 키우고 경쟁은 줄인다
금융 부문의 성장
〈주주 혁명〉과 최고 경영자 보수의 급증, 그리고 노동자 쥐어짜기
부자 감세
완전 고용을 지향하는 통화 정책의 종언
노동자 발언권의 억압
근로 기준의 추락
인종차별
성차별
2부 다시 쓴 규칙
1장 최상위층의 과도한 힘을 억제한다
시장에 경쟁이 작동하도록 만든다
금융 부문을 교정한다
장기적인 기업 성장의 동기를 유발한다
세금과 이전 지출 시스템의 균형을 복원한다
2장 중산층의 규모를 키운다
완전 고용을 목표로 정한다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노동 시장에 대한 접근과 처지 향상의 기회를 확대한다
경제적 안전과 기회를 확대한다
결론
부록
최근 불평등 추세의 개관
기술과 세계화의 역할
감사의 말
주
추천사
-
스티글리츠는 이 나라에서 갈수록 깊어지는 불평등이 자연적으로 일어난 불행한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해 온 정책들의 결과임을 잘 알고 있다. 이 생동감 넘치는 책은 우리가 좀 더 폭넓게 번영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변경의 모든 메뉴를 제시한다.
-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은밀한 진실을 밝힌다. 일단 이런 식으로 문제를 들여다보면, 다른 식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
헤지 펀드 매니저 25명이 버는 돈이 이 나라의 유치원 교사 전부가 버는 돈보다 많다는 사실은 규칙이 소수의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음을 선명히 드러낸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21세기의 우리 경제를 재정립함으로써 이러한 규칙을 다시 쓰는 담대한 계획을 제안했다.
-
최상위 부유층에 막대한 부가 집중되고 중산층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결과를 초래한 지난 35년간의 정책들을 다시 쓰기 위한 공격적인 청사진이다.
책 속으로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은 우리 경제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책은 공동의 번영을 성취하기 위한 21세기 경제의 규칙을 우리가 어떻게 다시 쓸 수 있는가를 밝히기 위한 폭넓은 의제를 제시한다. -8면
오늘날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불가피한 진화가 초래한 결과가 아니다. 그와 달리, 우리를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한 것은 경제를 지배하는 규칙들이다. 우리는 이 규칙들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경제학에서 배운 것, 그리고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과 규칙이 어떻게 선택되는지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활용하면 될 일이다. -9면
우리가 취하는 제도주의적 접근은 경제를 바라보는 단순한 두 가지 생각에 바탕을 둔다. 규칙이 중요하고,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36면
〈규제 완화〉라는 것이 실은 〈재규제reregulation〉임을, 즉 특정 부류의 행위자들에게 유리하도록 경제를 다스리는 새로운 규칙들임을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다. -60면
여러 형태의 규칙들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균형이 기울어지게 한다. 국외 생산품의 수입이 더 수월해지도록 만드는 규칙들, 국외로 나가는 기업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규칙들, 국외 투자에 세금 우대를 제공하는 규칙들, 국외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환경 및 근로 기준을 강제하지 않는 규칙들이 다 그렇다. 이런 규칙들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하나 근로 조건의 악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생산을 국외로 옮기겠다는 기업의 위협에 더욱 힘을 실어 준다. -75면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의 배려는 경제적 안전이 걸린 문제다. 어떤 연구에서 여성들에게 출산을 제한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대다수의 여성이 이렇게 답했다. 출산을 제한해야 그들 자신이나 가족을 더 잘 돌볼 수 있고, 그들의 경제 사정을 뒷받침할 수 있으며, 일자리를 얻거나 유지하고, 또 교육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출산을 제한함으로써) 임신과 그 간격을 계획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교육의 성취와 평생의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도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족계획을 할 수 있느냐 여부가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156∼157면
이러한 착상들 중에는 새로운 것도 있고 낯익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 착상들은 전부 미국이 75년 전에 대공황을 헤치고 나오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자리 잡을 때 제시했던 약속, 즉 안전과 기회 그리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새로 갱신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뉴딜은 경제 성장과 모든 사람에게 열린 기회, 자신을 돌볼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보호를 확고하게 추구하는 혁신적인 정책들의 기준선을 만들어 냈다. -166면
이러한 일들은 우리가 우리 경제와, 우리 노동자와, 우리 국민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완전 고용이 됐든 교육에 대한 접근이 됐든, 그러한 투자는 정부가 수행해야 할 중대한 역할이며, 그 성격상 평등을 촉진할 뿐 아니라, 동시에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들이다. 그러한 정책들이 경제 전반에 이로운 것도 당연하다. 사람들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주기 때문이다. -216면
어린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목표로 삼는 사업들은 아주 중요한 장기적 투자다. 정책의 목표 집단과 무작위로 선정한 다른 표본 집단을 비교하는 검증을 해보면, 무수한 사례에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사업으로 꼽히는 것들이 산모 지원 사업과 영아기 사업, 초기 아동기 가정 방문 사업이다. -250면
국제적 규칙을 정하는 일에서 미국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가 무역에 관한 규칙을 올바로 세우기를 원한다면, 미국 내에서 소득과 부와 정치적 영향력의 불평등을 급속하게 악화시킨 우리의 경제적 규칙들을 국외로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 -298면
출판사 서평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책은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오늘날의 경제가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유리한 방식으로 굴러가고 많은 문제들이 이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이로운 쪽으로 경제의 규칙을 다시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경제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있고,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책은 먼저 경제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규칙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고찰한 다음, 곧이어 이를 대체할 새로운 규칙을 제시한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오늘날의 경제 구조를 빙산에 빗대 설명한다. 빙산에서 눈에 보이는 부분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에는 거대한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빙산의 맨 꼭대기에 생계비를 벌기에는 불충분한 일자리와 불충분한 복지, 불안한 미래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불평등한 현실이 보인다. 정치인들은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눈에 보이기 때문이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여기에 머물러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동인들은 수면 아래 자리하고 있다. 기업 거버넌스, 세제 구조, 국제 무역 및 금융 협정, 거시 경제 정책, 노동법과 노동 시장, 구조적인 차별 등 경제의 틀을 형성하는 규칙들이 수면 아래 감추어진 채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 감추어져 있는 것들이 바뀌지 않는 한,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들은 변화랄 것도 없이 아주 미미할 뿐이다. 스티글리츠는 수면 아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일으키는 이러한 동인들에 집중하며 이를 경제 규칙이라 명명한다. 수면 아래의 빙산이 배를 침몰시키듯이, 중산층을 침몰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빙산의 중간 구조물, 즉 규칙이다. 이 같은 규칙들로 이루어진 경제 구조 속에서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자가 된다.
이 책은 원래 루스벨트 연구소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작성한 보고서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애초 의도한 독자층 너머로 나아갔다. '뉴욕 타임스'는 이 보고서를 〈최상위 부유층에 막대한 부가 집중되고 중산층은 갈수록 쪼들리는 결과를 초래한 지난 35년 동안의 정책들을 다시 쓰는 공격적인 청사진〉으로, 주간지 '타임'은 이 보고서가 불평등에 대한 〈은밀한 진실〉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정치적 의사 결정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작성된 보고서로서, 이 책은 현상으로 드러나는 불평등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 내는 구조, 즉 규칙에 집중하며 이것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성장과 공동 번영 모두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경제 사상을 집약하고 있는 이 책은 21세기를 위한 경제 정책 교과서라 할 만하다.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오늘날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제 규칙 자체를 다시 쓰는 것이다. 정치적 의사 결정자들 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경제 현실을 이해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수준의 경제 참여자들에게 이 책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어 줄 것이다.
불평등은 단지 재분배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빈곤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중산층은 갈수록 졸아들고, 극소수의 인구가 경제적 이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에 이론을 제기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기술 변화와 세계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또 어떤 경제학자들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비효율을 낳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위험 감수자들과 고용 창출자들을 보상을 받는 것은 시장의 본질적 작용으로, 그들이 기회를 잡아 재산을 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불평등한 현실을 불가피한 것, 즉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이런 주장들이 사태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상위층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편, 나머지 사람들의 임금이 정체되는 것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고장 난 경제의 두 가지 증상이라는 것이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아주 심한 경제에서는 기회의 평등도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경제 전반에 장기적 혁신과 성장을 희생시키고 기업 권력과 단기적 이득을 중시하는 규칙과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임시방편만으로는 안 되고 경제의 틀을 형성하는 규칙을 근본적으로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과 권력의 역학 자체를 바꿔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스티글리츠는 세간의 오해를 지적한다. 불평등을 줄이는 일은 단지 〈재분배〉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물론 과세와 이전 지출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세 이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소득 분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역설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후생 수준을 높이며, 대다수 사람들의 정치적, 경제적 힘을 키워 주는 것이 필요하며, 경제 정책이 이런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의 규칙
스티글리츠는 시장에는 마치 게임의 규칙이 존재하지 않고, 시장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가정하는 전통적인 분석 모델을 비판한다. 이러한 모델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 그리고 이 같은 곡선들의 이동이 자연과학적인 조건하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러나 제도주의 경제학자인 스티글리츠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장은 진공 상태가 아니다. 즉 시장은 시장 지배력에 영향을 받으며, 규칙이 바로 이러한 시장 지배력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다양한 집단이 정치력을 행사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의 규칙이 제정되고 집행되도록 만든다.
스티글리츠가 보기에 오늘날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 불릴 자격이 전혀 없다. 미국은 불평등과 경제적 유동성이라는 척도에서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들에게 뒤처져 있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대다수 노동자의 임금은 정체되어 있고, 경제적 수익은 상위 1퍼센트에게 지나치게 쏠려 있다. 교육과 주거, 건강 등 개인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들에 대한 접근성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깊게 뿌리박힌 구조적 차별이 여성과 유색인들이 정당하게 대우받는 것을 막고 있고, 전체 미국 아동의 5분의 1이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들은 그대로 놔둘 경우 미래에는 더 악화된 형태로 드러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규칙을 제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는 1970년대 이후 〈게임의 규칙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30년 동안 성취된 경제적 힘의 균형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규제 완화, 부자 감세, 사회 복지 지출 삭감 등으로 인해 최상위층의 부는 대폭 늘어난 반면, 나머지 사람들의 삶은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 왜 이러한 방향 전환이 일어났을까?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경제 규칙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했다. 경제적 이득을 나눠 가지는 규칙이 바뀐 것이다. 금융은 경제 전반에 봉사하는 것에서 자기 자신에게 봉사하는 쪽으로, 기업은 노동자와 주주, 경영진 등 기업의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봉사하는 것에서 최고 경영자에게 봉사하는 쪽으로, 세제는 근로가 아니라 투기를 고무하고 최상위 1퍼센트의 이해에 봉사하는 쪽으로, 노동 시장의 제도와 법률은 노동자의 힘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몇몇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져 경쟁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근시안적 행동,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과소 투자, 저성장, 불평등의 심화 등이 일어났다.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은 재정 적자와 물가 상승 등을 과도하게 중시하며, 실업 및 불평등 문제를 간과해 실업 증가와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차별을 영속화시켜 많은 인구가 자기 자신의 인적 자본을 계발하고 부를 축적하는 길을 막았다.
스티글리츠가 여기서 누누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 모든 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불변의 자연 법칙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날의 경제 현실은 바로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라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쓴 규칙
스티글리츠는 이 책의 절반을 현재의 규칙을 대체할 다른 선택에 할애한다. 그는 2부 〈다시 쓴 규칙〉에서 경제의 틀을 형성하는 규칙들을 개조함으로써 불평등을 줄이고 경제적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의제들을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목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 번째 목표는 최상위층의 과도한 힘을 억제하는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보기에 최상위 1퍼센트의 성장은 구체적인 정책 결정들로 말미암아, 다시 말해 우리가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가 금융 산업의 과도한 행태로부터 소비자와 납세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없애 버렸기 때문에, 기업들이 장기적 이해를 내다버리고 주주와 기형적인 최고 경영자 보수에 이로운 단기적 주가 이득을 중시했기 때문에, 생산적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대신 레버리지를 늘이고 경영진 보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세법의 구조를 바꾸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이러한 현안들에 대처하는 것은 불평등에 대처하는 것일 뿐 아니라, 21세기 경제에 걸맞은 탄탄한 토대를 놓는 일이다. 미래 성장과 공동 번영에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고, 금융 부문을 교정하며, 기업의 장기적인 기업 경영의 동기를 유발하고, 세법의 균형을 바로잡을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목표는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다. 중산층에 진입할 기회를 보장해 주는 규칙과 제도를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규칙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완전 고용을 복원하고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노동 시장을 개혁한다. 임금이 생산성에 걸맞게 오르도록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칙들을 갱신하고 집행한다. 여성과 유색인과 이민자 등 모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줄인다. 적정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양질의 공교육과 의료, 육아 서비스, 금융 서비스와 퇴직 안전을 마련함으로써 진정한 경제적 안전과 기회를 제공한다.
스티글리츠는 무엇보다 이러한 일들이 재원의 낭비가 아님을 역설한다. 물론 자선도 아니다. 스티글리츠가 보기에, 이러한 정책 목표의 시행은 경제와 노동자, 국민에 대한 투자다. 이는 평등을 촉진할 뿐 아니라 성장을 촉진한다. 사람들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주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도 이롭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 아동의 건강과 교육 등에 대한 투자는 성장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최선의 방법이다.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불평등은 불가피하다고 보며 일부 국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성장 지상주의가 오히려 더 성장을 위축시킨다.
바야흐로 규칙을 다시 써야 할 때다
오늘날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성장과 공동 번영이 가능하며 같이한다는 쪽과 성장과 번영은 같이할 수 없으며 지속적인 평등의 추구는 결국 성장의 엔진을 멈춰 세워 결국 공멸의 길에 이르게 할 거라는 쪽으로 말이다. 빙산의 비유에서 빙산의 기저에는 또 다른 요인들이 있다. 바로 기술과 세계화, 기후 변화 같은 커다란 세계적 요인들이다.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계관을 명확하게 갈린다. 자유방임주의자들은 후자를 지지한다. 그들이 보기에 이 빙산의 밑기둥이 가진 힘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통제가 불가능하고, 정부 규제는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할 뿐이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기능부전만을 낳을 거라는 얘기다.
스티글리츠는 이들의 사고를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스티글리츠는 규칙과 이러한 세계적 요인들에 정면으로 대적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우리는 빙산의 중간 구조물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기술과 세계화에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여러 논거를 들어 반박한다. 어느 쪽이 맞을까. 어느 쪽이 맞든, 희망은 스티글리츠의 편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을 스스로 돌볼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절망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규칙을 만드는가.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국제적 규칙을 만드는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불평등을 급속하게 악화시킨 자국의 경제 규칙을 국외로 수출하기 말 것을 촉구한다. 지적 재산권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도, 다른 나라들의 공적인 의사결정에 시비를 거는 권리를 투자자들에게 부여하는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그러한 일이다. 우리는 협소한 국익의 관점도 넘어설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야흐로 규칙을 다시 써야 할 때다. 고삐가 풀린 듯 상위 1퍼센트로 쏠리고 있는 부의 흐름을 억제하고, 중산층에 안전과 기회를 보장해 주는 규칙과 제도를 확립하고, 번영의 성과를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 가지는 것에 기반을 둔 견실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918815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3월 05일 | ||
쪽수 | 368쪽 | ||
크기 |
130 * 197
* 25
mm
/ 44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Rewriting the Rules of the American Economy/Stiglitz, Joseph 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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