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을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바꾸고 있다.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 모이고 헤어지는 방식,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 심지어는 기업들 간의 협력 방식 등이 기존의 우리가 늘 해오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변해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기술들의 융합이 일어나면서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누가 경쟁자인지, 어떤 방식으로 경쟁상대가 나타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자원의 희귀성이 가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지만 현재의 상황, 즉 기업들이 생산해 내는 상품들이 너무 많고 다양하여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리는 기업의 경쟁전략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팔면 기업이 성공한다는 기존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이러한 경쟁상황에서 성공의 핵심은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만 가치가 창출되고, 성공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정의하고 있는 서비스의 개념이다.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환경을 살펴보면, 개인 영역이든 기업 영역이든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고, 기존에는 한 기업이 수행하던 모든 업무들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지식서비스화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제조부문도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비스 영역이 제조부문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현상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영 및 기술 전략을 고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기업 전략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기술과 생산 위주의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의 문제에 천착하는 다른 방식의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과 접근 방식을 이 책에서는 서비스Service와 이노베이션Innovation의 합성어인 서비소베이션Servicovation이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단순히 서비스를 혁신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비스'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논의돼 왔던 '서비스'라는 개념과 이에 기반한 '서비스 전략'이라는 용어가 무형의 서비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제품과 대척점에 서 있을 뿐 실제적인 전략에서는 제품전략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서비소베이션Servicovation이라는 개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책에서 '서비스는 내가 가진 역량을 활용해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고객은 내가 문제를 해결해 드려야 하는 분들'이라고 정의된다. 소비자는 단순히 내가 제공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서비소베이션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다.
?고객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들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여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의 개념을 중심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이 이 책이 답하고자 하는 문제들이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를 통해서 기업들은 블루오션을 만들어내고 독점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으며, 고객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이 책이 다양한 경쟁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노출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 경영자와 실무자들, 그리고 이 문제를 학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5년 8월
김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