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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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단국대학교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노리고 쓴 『마태우스』가 ‘폭망’한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최소한 욕은 안 먹는 책을 내는 저자가 되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채 계속 책을 내고 있다. 이 책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을 내는 것도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루려는 취지다. 원래는 돈을 벌면 기생충박물관을 지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같이 사는 개 여섯 마리를 위해 마당 있는 집을 사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비롯해 지난 7년간 16권의 책을 썼다
목차
- 뻔뻔한 서문
첫 번째 여행_이상한 나라에서 책 읽기
더 아픈 사람이 있는 이유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는 왜 음모론에 빠져들까? 『테슬라 모터스』
우리나라 사람이 화성에 남았다면? 『마션』
‘갑질 돌려막기’의 이유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다른 세계가 필요한 이유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밤』
너는 왜 그러고 사니?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정상’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편의점 인간』
혐오에 빠지지 않고 두려움에 맞서는 법 『면역에 관하여』
서번트 증후군을 원하는 사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어느 날 초능력이 생긴다면 『비둘기피리 꽃』
어떤 토론을 좋아하세요? 『상실의 시대』
사과라도 잘해야죠 『공개 사과의 기술』
좋은 도시를 만드는 비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과학자에게 정치가 중요한 이유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교수를 조심하세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투명함도 능력이다 『투명정부』
민주주의의 주적을 찾아서 『아주 낯선 선택』
두 번째 여행_책 한 권이 사람을 바꾸진 않겠지만
새로운 눈으로 영화 보기 『혼자서 본 영화』
전쟁을 보는 여자의 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침묵은 우리를 보호하지 못한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잊어버리고 지워버린 이들에 대한 기록 『영초언니』
왜곡된 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과학으로 포장한 거짓의 실체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여혐의 역사를 집대성하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누가 틀렸을까?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빨래하다 읽은 고전 『빨래하는 페미니즘』
‘며느라기’를 아세요? 『며느라기』
평생직장에 사표를 던진 이유 『며느리 사표』
폭력 남편 대처법 『나오미와 가나코』
사형을 시켜도 모자랄 『죽여 마땅한 사람들』
꽃뱀의 탄생과 대처법 『강간은 강간이다』
불륜이라고요? 『미투의 정치학』
여자 탓 좀 그만하자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한국의 남자들이여, 어디로 가시렵니까? 『한국, 남자』
남성이 임신할 수 있다면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페미니즘을 수단으로 한 위인전 『아빠의 페미니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차이 『무코다 이발소』
비욘세와 유아인 『페미니즘을 팝니다』
세 번째 여행_읽고 쓰며, 명랑하게 삽니다
내가 동물원 주인이 된다면?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하루키와 요충 『기사단장 죽이기』
정신과의 건투를 비는 이유 『정신의학의 탄생』
AI 의사를 아세요? 『과학, 누구냐 넌?』
우리가 꼭 해야 할 질문 『참 괜찮은 죽음』
가족, 그 징글징글함 『가상가족놀이』
이름의 힘 『루미너리스』
‘혼고왕’ 서민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거절이 어려우세요? 『출근길 명화 한 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의 완벽한 1년』
글쓰기 연습이 필요한 이유 『잽』
박근혜와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웹툰 작가와 독서의 관계 『풀꽃도 꽃이다』
좋은 묘사는 어디서 나올까? 『공터에서』
인생은 왜 고달픈 것일까? 『뜨거운 피』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백만불짜리 글쓰기 습관』
환상에도 현실감이 필요하다 『램브란트의 유령』
어떤 상황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비결 『모스크바의 신사』
여성의 호감을 얻는 법 『오베라는 남자』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스토커』
괜한 자신감의 말로 『위험한 비너스』
도서 목록
책 속으로
처음에는 “마크를 구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일 것이다. 대통령은 식염수를 눈가에 찍으며 마크를 꼭 구하겠다고 담화문을 발표한다. 마크 구조위원회가 화려하게 출범한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여론이 바뀌기 시작한다. 일단 정치권이 앞장선다. 자유한국당 의원은 “마크는 크게 봐서 조난자이며, 조난당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왜 마크만 특별대우를 하느냐?”고 한다. 전 경남지사 겸 보수 유튜버는 이렇게 말한다. “애들 밥 먹일 돈도 없는 판국에 마크를 구하다니, 말이 되느냐?” 어버이연합은 가스통을 들고 거리로 나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친다. “마크 때문에 나라 살림이 거덜난다.” 마크 부모에게 협박장이 날아온다. 네티즌은 마크 기사마다 댓글을 단다. “화성갈 땐 원래 죽음을 각오하는 거다”, “마크야, 네가 살기 위해 나라가 망해도 좋으냐? 이런 이기주의자 같으니.” 대통령은 마크의 부모를 만나주지 않는다. 마크 구조위원회 예산이 대폭 삭감된다. 이러는 사이 1년이 지난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마크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내 생각이 너무 부정적이라고? 이게 다 내가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화성에 남았다면?」(앤디 위어, 『마션』)
프랑스에서는 어려서부터 자본주의의 본질에 의문을 갖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한 것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니 청소부가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러니 사회구성원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질투가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해야 자기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 발전도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철칙이다. 하지만 목수정에 따르면 “질투는 결단코 인간의 본능이 아니”며, “자본주의에 의해 학습된 어리석은 태도일 뿐”이다.
-「다른 세계가 필요한 이유」(목수정,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한번 머슴은 영원한 머슴이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위험한 이유는 젊을 때 잠시 실패한 이가 그 뒤 노력한 결과는 송두리째 부정되며, 이 결과 기득권을 쥔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패권을 강화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역전이 얼마든지 장려되는 사회여야 한다. 수입에 기반한 직업의 서열이 깨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겠지만 말이다.
-「너는 왜 그러고 사니?」(백민석,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여성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남성이 반드시 젊고 어린 여성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며, 여성이 하는 일이나 성격을 외모보다 중시하는 남성도 있다. 그것은 일부 아니냐고? 진화심리학자들이 한 조사에서 남성들은 여성의 육체적 매력을 배우자를 선택하는 조건 중 5위로 꼽았으며, 여성들은 금전적 전망을 겨우 12위로 꼽았다. 그렇다면 가장 선호하는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남녀 모두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조건은 ‘상호 끌림’, ‘친절함’, ‘신뢰성’이었다!
문제는 이런 조사에도 진화심리학자들은 ‘남자는 외모를 따지고 여자는 돈을 따진다’는 판에 박은 결론을 낸다는 데 있다. 과학자는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겸허히 수용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자들은 불리한 자료는 과감히 배척하고 유리한 자료만 취사선택하며, 결과의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진화심리학은 과학이라 부를 수 없는 일종의 종교에 불과하지만, 자신을 합리화하고 싶은 남성들의 입맛에 맞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진실로 둔갑해버렸다. 하지만 많은 이가 믿는다고 해서 반드시 진실인 것은 아닌바, 이 책을 읽고 ‘화성 남자, 금성 여자’류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 깨달았으면 한다.
-「과학으로 포장한 거짓의 실체」(마리 루터,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기록의 달인 강준만이 페미니즘의 과거를 통해 오늘의 페미니즘을 진단했다. 책 제목은 평소 부드럽게 말할 때는 들은 채도 안 하다가 목소리를 높이자 “오빠는 그런 과격한 페미니즘은 허락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한국 남성들을 풍자한 것이다. 오빠, 오빠는 여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그냥 싫은 거지?
-「여혐의 역사를 집대성하다」(강준만,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오쿠다의 제안이 권장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사람을 죽이는 것은 큰 잘못이니 말이다. 가정 폭력을 저지른 남자를 다른 가족과 영원히 격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무엇하러 위험을 무릅쓰고 남편을 죽이겠는가? 하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아직은 그런 사회가 아니고, 많은 여성이 매를 맞고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나코 같은 선택을 하는 여성을, 나는 비난할 마음이 없다.
-「폭력 남편 대처법」(오쿠다 히데오, 『나오미와 가나코』)
그러면 사육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박사님은 편충 참 좋아하네요. 하지만 기생충 박물관에는 한물간 것들 말고 지금 활발히 활동하는 기생충도 있어야 해요. 국가 돈을 빼돌려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부터 잡아다 박물관에 놓아야지 않겠습니까?” 정말이다. 그분들을 불러다놓을 수만 있다면 기생충 박물관도 흥하고, 우리나라도 잘될 텐데.
-「내가 동물원 주인이 된다면?」(천명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기생충이 대부분 멸종한 지금도 요충은 굳건히 버티고 있다. 요충의 헌신적인 모성애와 더불어 아이들의 협조가 있기 때문이다. 엉덩이를 긁을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엉덩이를 긁고, 그 손으로 과자를 먹으며, 과자를 먹다가 다른 사람을 보면 “아빠도 먹어”라면서 과자를 내민다. 요충에게는 고마운 숙주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요충은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감염률이 높은데, 가끔씩 나오는 조사에 의하면 5~10세 아이들에게는 대략 4~5퍼센트의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고 한다. 『기사단장 죽이기』에 나온 마리에도 13세라니, 요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리얼리티를 위해 하루키가 다음 소설에서는 꼭 요충을 등장시켜주길 빈다.
-「하루키와 요충」(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락한 모임에 나가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거절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왕 수락한 것이라면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나가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끌려간 곳에서 값진 선물을 받은 적도 여러 번이다. 앞에서 말한, 우리나라 최남단 고등학교도 그중 하나였다. 예전에 읽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삶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얻는다.”
-「거절이 어려우세요?」(이소영, 『출근길 명화 한 점』)
백작이 젊은이에게 상황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준 것이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마음에 담아둔 비숍이 지질한 인간이지만, 세상에는 비숍 같은 이가 굉장히 많다. 예컨대 대통령 후보 시절 다른 후보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된 뒤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을 해산시켜 버린 이도 있다. 이런 지질한 이가 권력을 잡지 못하면 좋을 텐데, 세상이란 꼭 그렇지가 않으니, 바른말을 할 때는 물론이고 교양을 드러낼 때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비결」(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출판사 서평
독서 여행이란?
: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가장 쉬운 방법
여행을 떠나면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처럼, 책장을 여는 순간 우리는 낯선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하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은 것처럼, 독서 역시 첫발을 떼기가 쉽지 않다.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은 독서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의무감으로 책을 읽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맞보지 못했던 사람, 권장 도서 목록이 아닌 나만의 기준에 따라 독서 경험을 늘리고자 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고 유쾌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본업은 기생충학자지만 유쾌한 입담과 촌철살인적 유머로 방송과 정치 칼럼에서 더 유명한 서민은 7년 동안 16권의 책을 쓴 다작가인 동시에, 공인된 다독가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것은, 그가 성인이 된 이후 책을 읽기 시작한, 순전히 꾸준함으로 ‘만들어진’ 독서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은 위대하거나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부터 에세이, 글쓰기책, 사회과학서, 과학서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재미있고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책을 읽는다.
서민의 독서 기준은 누가 뭐래도 ‘재미’지만, 그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금 이 시점에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것,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을 지목해준다. 예를 들어 앤디 위어의 『마션』을 읽으면서, 만약 주인공 마크 위트니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돌아보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자금과 인력과 시간을 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 소설과 같은 해피엔딩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제법 유쾌하고 꽤 쓸모 있는 세 번의 여행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인 「이상한 나라에서 책 읽기」는 한국 사회와 정치를 돌아볼 수 있는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나 전기 자동차에 관한 『테슬라 모터스』가 여기 포함되어 있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읽어보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는 과학자를 모함한 모든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려면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테슬라 모터스』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에 어떻게 하면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지에 답을 준다는 면에서 이해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장인 「책 한 권이 사람을 바꾸진 않겠지만」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들로 꾸려져 있다. 2018년 초부터 미투 운동을 계기로 페미니즘이 큰 이슈가 되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반발도 격화되었지만 저자는 잘못된 편견에 굴복해 침묵하기보다는 할 말은 하는 것을 선택했다. 저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퍼지는 이유는 ‘몰라서’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만 일어보아도, 아니, 이 책만 읽어보아도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이 약간은 달라질 것이다.
세 번째 장인 「읽고 쓰며, 명랑하게 삽니다」에는 저자가 집중하고 있는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들,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모았다. “(서민의 감상문은) 책과 동떨어질 때 빛이 난다”는 어느 독자의 말처럼, 이 장에서는 저자의 유머와 위트를 만끽할 수 있다. 천명관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저자의 평생소원인 기생충박물관 건립에 소설 속 상황을 대입해 “글쎄, 편충?”을 반복하는 부분에서는 ‘풉’ 하고 웃음이 터지고 만다. 웃음을 터트린 뒤 ‘그런데, 진짜 기생충은 누굴까요?’라고 묻는 센스야말로 우리가 서민의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서민의 한마디 & 이 책의 한 줄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서민이 선택한 책에서 뽑아낸 ‘이 책의 한 줄’과 서민이 그 책에 대해 짧게 평한 ‘서민의 말’이다. ‘이 책의 한 줄’에서는 서민이 선택한 책들이 왜 수많은 책 사이에서 손이 갈 수밖에 없었는지 짧고 강렬하게 대변해준다. “어쩌면 중요한 건 사람들이 사실을 올바로 알고 있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두려워하는가 아닌가 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는 ‘안아키’를 비롯해 백신 반대가 심각해지고, 백신 반대론자들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지적해준다.
‘서민의 말’은 서민의 책에 대한 애정과 재치가 듬뿍 묻어나는 부분이다. 좋은 책에는 찬사를 보내고, 독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참고로 ‘서민의 말’ 옆에 있는 말 그림은 저자 본인의 작품이다. 강준만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책 제목은 평소 부드럽게 말할 때는 들은 채도 안 하다가 목소리를 높이자 ‘오빠는 그런 과격한 페미니즘은 허락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한국 남성들을 풍자한 것이다. 오빠, 오빠는 여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그냥 싫은 거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지 말라’고 충고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었다. 그의 단점은 작품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는 것인데, 가끔 재미있는 책을 내니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 책 덕분에 그와 결별했으니 읽은 보람이 있다. 결별을 망설이는 분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이 글 말미의 추천작을 읽어도 결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감상문’의 말미에는 저자의 추천 도서가 더해져 있다. 다음 독서 여행을 떠날 독자들을 위한 저자의 애정 넘치는 선물이다. 만약 서민의 ‘감상문’을 보고 해당 책에 관심이 생겼다면 꼭 그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그리고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독서의 즐거움과 지적 지평의 확장을 경험했다면 추천 도서까지 섭렵해보시길 권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59065615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2월 28일 |
쪽수 | 388쪽 |
크기 |
145 * 211
* 24
mm
/ 50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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