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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르다』는 제주관광대학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오랫동안 제주의 오름을 관찰하고 사진에 담아왔던 고남수의 작품과 작가 이성복의 에세이를 하나로 엮어냈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제주 오름의 사진과 사진이 닿지 못하는 부분까지 이야기로 담아내며 사물, 기억, 존재의 비밀이 펼쳐지는 순간을 드러낸 이야기를 만나보자.
『타오르는 물』은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대상을 재현하는 ‘스트레이트 포토’ 작업을 해온 이경홍의 작품과 작가 이성복의 에세이를 하나로 엮어냈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물’의 사진과 사진이 닿지 못하는 부분까지 이야기로 담아내며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되는 찰나의 순간을 펼쳐내는 이야기를 만나보자.
작가정보
195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1977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남해 금산』『그 여름의 끝』『호랑가시나무의 기억』『아, 입이 없는 것들』『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 『타오르는 물』 『오름 오르다』 등이 있다.
사진 이경홍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파리 제1대학 조형학부, 철학부(석사), 프랑스 국립 파리 제1대학 철학부(철학박사)를 수료했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빛의 찰나〉 〈빛의 그물〉 〈어느 여름의 카타르시스〉 〈태양의 얼굴들〉 〈나무의 신화들〉 〈검은 빛의 태양〉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과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영구소장되어 있으며,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진 고남수
1969년 제주에서 태어나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방송영상콘텐츠학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오름 오르다〉(2001). 〈오름에서〉(2008)를 열었고, 벨기에(Brussel)와 네덜란드(Gorinchem)에서 일본(Hokkaido Asahigawa) 등에서 ‘오름’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또한 10여 차례의 국내 그룹전을 가졌다. 현재 제주관광대학 방송사진영상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진작업실 ‘꿈을 찍는 방’을 운영하고 있다.
목차
- 타오르는 물
1. 고독한 은유
2. 패배자의 포효
3. 파충류의 눈빛
4. 깊은 구렁 속에서
5. 의미의 벼랑에서
6. 구멍의 상징학
7. 망각으로서의 구멍
8. 우물이 나귀를 엿볼 때
9. 비관적 인식론과 실존적 윤리학
10. 빛과 시간과 에너지
11. 욕망의 잉여와 변태
12. 낯설음과 복잡계
13. 빛과 어둠의 갈기들
14. 차이와 구조
15. 지워진 작가의 서명
16. 마음-그릇과 생각-기포
17. 자기 지배와 불가능의 승리
18. 불가능의 글쓰기
19. 망각과 죽음의 불가능
20. 불가능의 상처
21. 아름다움의 불가능
22. 불가능과 상처받은 아름다움
23. 최초의 우주
24. 팽창하는 우주
오름 오르다
1. 사물 혹은 비밀이라는 빌미
2. 숨은 그림 속 숨은 그림
3. 은유의 잿빛 봉분
4. 긁어 부스럼 다시 긁기
5. 오름 혹은 지독한 임신의 꿈
6. 어찌 눈뜨지 않을 수 있으랴?
7. 내재와 즉물의 신비
8. 사랑이라는 미친 유혹
9. 외줄기 흰 실의 은유
10. 끊어진 길들의 하얀 만남
11. 쏟아져내리며, 아득히 흘러가는
12. 키 작은 꽃들의 간헐적 불면
13. 섬세하고 유순한 오름의 내부
14. 섬뜩하고 불길한 눈알의 기억
15. 아시아적 평화의 성애적 이면
16. 검은 삼나무 장벽과 사각 무덤들
17. 어두운 영혼의 밤
18. 물 묻은 글자처럼 번지는 존재의 슬픔
19. 숨 막히는 검은 꿈틀거림
20. 한심하고 어설픈 가난의 곡선
21. 꽃핀 복숭아나무 가지의 능선
22. 반투명 큰 산의 피라미드
23. 넓고 깊은 오름의 자궁에서
24. 검은 오름 속 ‘음중양’의 비의秘意
책 속으로
『오름 오르다』
평화가 있는 곳 어딘가에는 희생이 숨어 있다. 비유컨대 앞으로 떨어지는 공을 몸을 밀어넣어 잡아내는 야구선수처럼, 높은 데서 떨어지는 아이를 온몸으로 받아안아 뼈가 으스러지는 엄마처럼, 희생은 넘어지는 것과 함께 넘어지는 것이며 무너지는 것과 함께 무너지는 것이다. 만약 화면 오른편으로 뒤의 오름이 쏠려내려오는 순간, 평탄한 앞의 오름이 함께 무너지지 않는다면 이 화면은 얼마나 단조롭고 쓸쓸할 것인가. 사실 앞의 오름은 뒤의 오름이 쏠려내려오기 전부터, 즉 솟구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받아안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 본문 74p
결핍이라는 환상 없이 어찌 꿈꿀 수 있으며, 꿈꿀 수 없어 아름다움까지 없는 천국에서 누가 살려 하겠는가. 누가 시체와 공동묘지의 평화를 바라겠는가. 비록 고통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아름다움은 언제나 고통과 함께 있다는 점이다. 환상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환상이 깨지는 순간의 고통 또한 아름다울 수 있으니, 고통과 아름다움은 환상의 배를 찢고 나온 일란성 쌍둥이라 할 만하다. 환상에게서 태어난 그것들은 다시 제 배로 환상을 낳기도 해서, 고통이 낳은 환상과 아름다움이 낳은 환상이 결합하여 또 다른 고통과 아름다움을 낳는 것이다. 그러니 지상의 짧은 삶에서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결코 고통과 헤어질 수 없다.
- 본문 117p
모든 인간, 모든 사물을 포괄하는 신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개개의 신비의 오지랍은 그리 넓지 못해서, 갖가지 천 조각으로 이어 붙인 누더기 옷처럼 온 세계는 신비의 모자이크로 이루어진다. 추위와 더위를 견디기 위해 인간의 육신이 옷을 필요로 하듯이, 고통에 민감한 인간의 영혼에게는 신비의 보호막이 필요하다. 좋은 기운을 빨아들이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그 투명한 보호막으로 인해 인간은 어두운 밤 그의 영혼을 괴롭히는 것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잠들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부터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러나 그 보호막은 인간의 확신 이상으로 질기고 든든하지는 못해서 인간보다 먼저, 기껏해야 인간과 더불어 사라져버린다.
- 본문 227p
『타오르는 물』
불필요하게 부풀려진 고통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고통을 수락하는 건강한 삶의 관건이 된다.
삶이 기억으로 유지된다는 말이 맞다면 망각으로 존속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뜨개질바늘처럼 촘촘히 삶의 피륙을 짜내는 기억은 또한 예리한 칼과 같아서 슬픔과 절망이 그 손잡이를 들면 오랫동안 공들인 보람도 한순간에 베어버릴 수 있는 까닭에,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기억의 주위에는 항시 망각이 지켜보고 있다. 마치 비정하고 외골수인 아버지 앞에서 유약한 아들을 감싸는 어머니처럼 망각은 기억의 압제로부터 삶을 보호하는 것이다.
-본문 77p
우리의 인식은 한순간에 하나의 대상만을 포착할 수 있다. 가령 자동차 운전을 할 때도 매순간 운전을 하거나 딴생각을 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초보운전 시절 라인도 없이 길기만 한 사거리 길을 지나놓고 와서, 어떻게 지나왔는지 도무지 생각도 안 날 때 얼마나 당황했던가. 그때 우리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순간에 하나의 일만 생각하고 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인식과 실천의 한계를 드러내준다. 그러나 그 한계는 심리적 삶에 부정적 효과만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즉 땅에서 넘어진 자가 땅을 짚고 일어설 수 있듯이, 한계는 한계로 인해 치유될 수 있다.
-본문 95p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의 진화는 가능해도 그 역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복잡한 것의 단순화는 벌레에 먹혀 드러나는 잎맥처럼 탈-생명적이며, 에너지의 흐름과 배치된다. 생명에너지는 항상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며 그에 따라 무질서의 정도는 커진다. 그러나 역류하는 강물처럼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의 추이 속에는 대세를 위반하는 흐름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어두운 그늘에도 햇빛이 깃들여 있듯이[陰中陽], 불가역반응 속에서도 부분적으로는 가역반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본문 115p
출판사 서평
바라봄의 치열함을 언어로 바꿔 그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이성복 시인의 사진에세이 『타오르는 물』 『오름 오르다』 한정판 세트 출간!
세트를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이경홍, 고남수의 엽서를 드립니다
‘바라봄’의 치열함을 언어로 바꿔 내면세계를 인화해내는 이성복 시인의 사진에세이 『타오르는 물』 출간에 맞춰 전작 『오름 오르다』와 한정판 세트를 출간한다.
『타오르는 물』에 실린 스물넉 장의 사진은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graphy’ 작업을 해온 이경홍의 작품들이고, 『오름 오르다』는 제주관광대학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제주 오름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는 고남수 씨의 작품들이다.
『타오르는 물』은 2009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12회에 걸쳐 『현대문학』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글 열두 편에다 미발표작 열두 편을 덧대, 총 스물네 편으로 꾸린 것이고, 『오름 오르다』는 2004년 1월부터 12월까지 12회에 걸쳐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글에다 열두 편을 보태 2004년 초판이 나온 책이다.
바다를 통해, 구상적 세계의 의미와 가능성을 통해 비구상세계의 무의미와 불가능성을 타진하며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되는 ‘찰나’의 숨겨진 얼굴을 찾아내려 한 『타오르는 물』과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상의 오름을 통해 사물, 기억, 존재라는 비밀을 풀어가는 『오름 오르다』는 모두 스물넉 장의 사진을 통해 언어라는 또 다른 정밀한 렌즈로 전후좌우 앵글을 바꿔가며 재구성하는 시인의 놀라운 진경을 발견하게 한다.
“4년 전 『현대문학』에 사진에세이 「오름 오르다」를 연재하고 책으로 엮은 후, ‘오름’의 작가 고남수 형의 은사인 이경홍 선생의 인상 깊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진한 흑색 바탕 위에 쉽게 은유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그 사진들에 대해 내가 얻은 정보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바닷물을 극히 짧은 시간의 노출로 포착한 것으로서,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되는 ‘찰나’의 숨겨진 얼굴들을 찾아내려 했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 비의적인 사진들을 오래 들여다보면서 나는 『오름 오르다』와 같은 개념, 같은 체제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작가의 소중한 허락을 얻어 연재를 하고 마침내 책으로 묶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이 글의 제목 ‘타오르는 물’은 ‘오름 오르다’와 근사近似한 애너그램이며, 더욱이 ‘물’은 ‘름’이라는 글자의 뒤집힌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둘은 쌍둥이 건물에 비할 수 있는 것으로, 구상적 세계의 의미와 가능성을 묻는 『오름 오르다』에 비해 『타오르는 물』은 비구상세계의 무의미와 불가능을 타진하는 글로 생각될 수 있다.”
-『타오르는 물』, 시작하며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72754558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2월 22일 |
쪽수 | 498쪽 |
총권수 | 2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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