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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멀쩡해서 미안해 조성국 시집

시인수첩 시인선 31
조성국 지음 | 문학수첩 | 2020년 01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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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83928016(8983928018)
쪽수 168쪽
크기 124 * 198 * 14 mm /224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뜨겁지는 못했어도 욕보이지 않고 견뎌 냈다는,
살아남아서 더 아팠다는, 미안함은 누구의 몫일까?
―시인 조성국의 세 번째 시집

미안함이 사무치면 시가 되는 것일까? 미안해서, 그 사무치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서, 그나마 “맘 가는 게 이것뿐”(‘시인의 말’)이어서 시를 써야만 했던 이가 있다, 반세기 넘는 세월을 건너며 오르막 내리막 생의 굴곡을 허다히도 타고 넘었을 것이 분명한데, 나만 멀쩡해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조아리는 그. 조성국 시인이다. 때때로 넘어지고 굴러 무릎도 까지고 손바닥에도 생채기가 났을 텐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손발을 털며 짐짓 괜찮다고 말한다. 어쩌면 ‘괜찮은 척’인지도 모를 포즈로 짐짓 기세도 부려 가며 겉과 옆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는 기억 속에 아련한 구석 어딘가, 잊히고 묻힌 어느 언저리를 발견해 그에 얽힌 사연을 읊조리는 시인의 내면은 사뭇 미안한 감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광주, 그곳 염주마을에서 나고 자란 조성국 시인은 도무지 잊히지 않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으로 인하여 못내 편치 않은 생을 살아왔다. 그가 지닌 시대적 부채감의 구체적 근거는 그의 삶의 궤적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특히 1989년 조선대학교 재학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이철규 열사와 함께 조선대 교지인 『민주조선』을 창간했던 시인의 이력이나 그가 등단하면서 『창작과비평』에 발표한 시의 제목이 「수배일기」였음을 돌이켜 볼 때 시인이 짊어지고 있는 역사와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시대와의 불화라기보다는 역사의 한복판을 질러 온 청춘의 열정과 빛나는 좌절, 그리고 사반세기가 훌쩍 지나도 벗어날 수 없는 미안함과 편치 않음이 그가 걷고 있는 시의 자리이다.
1990년 『창작과비평』 봄호로 등단한 그는 이제까지 두 채의 시의 집을 지었다. 등단 17년 만에 펴낸 『슬그머니』와 5년 후 펴낸 『둥근 진동』이다. “풍경과 인사(人事) 속에서 어떤 절정의 순간을 포획하는”(고재종, 『슬그머니』 추천글 중에서) 그답게 이번 시집에서도 조성국 시인은 그를 둘러싼 풍경과 사람들에 비낀 사연들을 농축된 토속 언어들로 채집해 내었다. 시의 집짓기를 일컬어 “발견하는 자의 노래”라고 말하는 시인은 과연 눈과 마음에 맺힌 상들을 발견해 내어 시인의 고유한 어조와 음색으로 노래한다. “나만 멀쩡해서 미안”한, 그래서 하염없이 구석을 발견하고 응시할 수밖에 없는 그의 내면에 대하여.

저자소개

저자가 속한 분야

조성국 전라남도 광주 염주마을에서 태어났다.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 동시집 『구멍 집』, 평전 『청년 이철규』 등을 출간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 반동의 꽃봉오리 향기가 이내 화안하다
구석에서 생긴 일
저녁 목소리

떨림의 무늬 명옥헌 1
못물에 이우는 꽃잎 파문으로… 명옥헌 2
사라진 집터, 삐뚤빼뚤 배롱나무꽃만 돋는 명옥헌 3
탐매
저녁이 올 때
봄밤
또, 봄밤
쇠스랑게의 손차양 멀리
갓밝이

2부 | 살그머니 찾아오기나 하듯이
복날이면 생각나는 기억
발칙한 생각
층간
매혹적이랄 만치 출중한 미모의 여자와
옥녀봉
뒈지게 대갈통 몇 대 쥐알려 박을 수밖에
실연
동정 여인숙
방울토마토
빳빳한 내 시집 한 권이
개미의 집
나비 늑인
실직
뒷골목 선술집에 가는 이유

3부 | 새까맣게 문드러져 빛나는
도다리
자벌레
무 넣고 고등어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
도둑괭이
영월(盈月)
파일(八日)
입양
돌부처 코를 갉아먹고 생겼다는 나는
당산나무 상제(喪祭)

맏상제
조문의 봄밤
염주마을 옛집에 들다
명자나무 서슬

4부 | 너에게 파묻히다
너에게 갇히다
상견례
꼽꼽쟁이
손바닥 낙인

불두
입김
월광욕
어떤 벌(罰)
침 몸살
비 몸살
한 식구
말경 명옥헌 4
하숙
상중(喪中)

5부 | 치욕도 단련된다
봇물
고욤나무집
초승달 연정
첫눈
치욕도 단련된다
끼니
매병
지혜학교
늦은 목련
광주공원
수선화 피는 망월28- 2번지
봄동
왼발잡이
자정
일죄재범
망각

해설 | 서효인(시인)
미안함의 공동체에 이르기

출판사 서평

숙명처럼 짊어져야 할 빚진 마음

“살아남아서 더 아픈 한 시절”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다만 우리네의 생이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연장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 한 달, 한 해씩을 잇대어 가며 다른 이를 ‘대신해’ “살아남은” 존재이기에, 도리어 살아 있음이 더 무겁고 아픈 것이다. 그러나 그 빚진 마음은 역설적으로 하루 또 하루를 뚜벅뚜벅 걸어 나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겉과 옆에 무엇이 있고 누가 있어 나를 이만큼 견디게 했는지”를 끊임없이 상기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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