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 마리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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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左岸)에 서 있는 마리와 우안(右岸)에 서 있는 큐. 시작은 같은 장소였지만 시간과 함께 흐르는 강은 마리와 큐를 멀어지게 한다. 두 사람은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마주 보기도 하고, 급한 물살로 건널 수 없는 강변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도 한다. 두 작가는 변하지 않은 감성과 더 깊어진 시선으로,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인생임을 이야기한다.
에쿠니 가오리의『좌안: 마리 이야기』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마리'라는 여자의 삶과 사랑을 들려준다. 춤과 술과 남자를 좋아하는 마리는 돌아보지도, 멈추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녀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삶 속에서 오빠의 자살, 엄마의 가출, 남편의 사고 등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일들을 초연하게 받아들인다. [양장본]
작가정보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에쿠니 가오리는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1992)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나의 작은 새』(1998)로 로보우노이시 문학상을 받았고, 그 외 저서로 『제비꽃 설탕 절임』, 『수박 향기』, 『빨간 장화』 등이 있다.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와 『반짝반짝 빛나는』, 『호텔 선인장』,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도쿄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홀리 가든』, 『장비 미파 레몬』으로 이미 한국 독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는 에쿠니 가오리는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서,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 3대 여류 작가로 불린다.
역자 김난주는 경희대학교에서 우리 문학을 공부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역서로는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웨하스 의자』,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홀리 가든』, 『차가운 밤에』, 『장비 미파 레몬』,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1장 노래해 노래해
2장 영 앤드 프리티
3장 일단은, 뛰어들다
4장 사랑에 빠지다
5장 운명의 수레바퀴, 그리고 주유소
책 속으로
“타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탈 거 없어. 마리는 그냥 구경하고 있어.”
“나도 타고 싶어. 타고 싶으니까 타는 거야.”
마리는 그렇게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상자 종이에 쭈그리고 앉는 순간 소름이 좍 끼치면서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리고 맥박이 쿵쿵 뛰었다. 그래서 얼른 일어나 종이를 들고 마냥 서 있었다.
“타긴 탈 건데,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됐어.”
변명은 아니지만 마리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소이치로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런데 말이지, 만사에는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거든.”
소이치로는 그렇게만 말하고는 마리를 남겨둔 채 혼자 둔덕을 내려가고 말았다.
만사에는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 후, 인생을 살면서 마리는 그 사실을 깨우치고, 그럴 때마다 이때 오빠가 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
마리가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된 것도 그곳에서였다. 큐와 소이치로는 마리 옆에 딱 붙어 서서, 흔들리는 핸들을 잡고 끌어주기도 하고 짐받이를 잡고 밀어주기도 했다.
“핸들이 흔들리면 안 되지.”
“몸이 굳어 있으면 안 돼.”
“마리는 우리를 못 믿는구나.”
소이치로가 일부러 화난 목소리로 말하면, 큐는,
“여기 옆에 있으니까, 마리. 꽉 잡고 있다고.”
하고 말했다. 그게 몇 살 때였을까.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다.
기억은 언제나 마리의 등을 민다. 앞으로, 앞으로.
*
하지만 난, 엄마가 오빠와 똑같은 일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았어. 그게 아니라,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 거라 여겼지. 오빠에게 일어났던 어떤 일이 엄마에게도 일어났고, 그리고 데려간 것이라고.
사람은 누구든 같은 장소에 머물 수 없다.
가든에 서 있었을 때, 기요는 정말 아주 먼 장소에 있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있었다. 마리를 겁에 질리게 한 것은 아마도 그 거리와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안고 있는 짙은 어둠, 그리고 머물고 싶은 장소에 아무도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이었으리라.
*
세월.
세월이란 이 얼마나 묘하고 가차 없는 것인가. 마리는 2층에 누워 있는 아라타를 생각했다. 죽은 소이치로를 생각하고, 기요를 생각하고, 하지메를 생각했다. 쓰러졌다는 큐를 생각하고, 도쿄에 있는 사키와 아미를 생각했다.
생각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세월에 묻어갈 뿐이다. 그들도, 마리 자신도.
그 편지의 마지막 글귀는 이랬다.
서로의 오늘을 극복하기로 하죠.
소후에 큐
출판사 서평
왼쪽 강가에 있는 나, 오른쪽 강가에 있는 너……
너와 나의 눈동자에 비친 건 같은 풍경일까?
『냉정과 열정 사이』그 후 10년
에쿠니 가오리ㆍ츠지 히토나리 다시 사랑을 말하다!
마리와 큐, 인생이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선 두 사람의 이야기
☆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대표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과 열정 사이』 10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함께 출간한 장편소설 『좌안』『우안』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자 2009년 5월 내한합니다. 그동안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를 문학 콘서트, 사인회, 대담, 강연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직접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생이 한 줄기 강이라면,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좌안』에서
“당신을 생각하면서 이 거대한 강을 건넙니다.” -『우안』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 그 후 10년, 빛나는 생에 대한 찬가
두 명의 작가가 같은 주제로 동시에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이 단순한 의문은 두 권의 이야기가 합쳐져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독특한 릴레이 연애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를 탄생시켰고,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라는 이름을 수많은 독자에게 각인시켰다. 그 후 10년,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던 아오이와 쥰세이의 사랑은 좌안(左岸)과 우안(右岸) 사이의 인생이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선 마리와 큐가 되어 나타났다.
『냉정과 열정 사이』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완성한 『좌안-마리 이야기』, 『우안-큐 이야기』는 남과 여,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생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50여 년 동안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면서도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마리와 큐. 10년 전과 다름없는 감성에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더 깊어진 시선이 더해져 『냉정과 열정 사이』를 뛰어넘는 감동을 전해줄 이번 작품에서, 두 주인공 마리, 큐를 통해 이룬 두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문학적 성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강을 따라 흐르는 사랑이라는 선율
좌안에 서 있는 마리, 우안에 서 있는 큐. 여자와 남자라는 이름으로 인생이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선 두 사람.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시간과 함께 흐르는 강은 마리와 큐의 등을 떠밀어 서로를 멀어지게 한다. 두 사람은 때론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마주 보기도 하고, 또 때론 급한 물살로 쉽게 건널 수 없는 그 강변에 서서 서로를 망연히 바라보기도 한다. 두 작가는 그것이 사랑이고 인생이라 말하며, 서로의 강변에 닿지 못하는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 서로를 생각하는 그리움이, 삶이라는 거대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고도 말한다. 강물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어딘가에 가 닿는다.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언젠간 강변에 가 닿을 거라고, 그리고 그곳에 당신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 우리는 어쩌면 그렇게 살아간다.
에쿠니 가오리의 『좌안-마리 이야기』,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단조로운 일상에 빛을 더하며 많은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온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에는 ‘마리’라는 여자의 인생을 조망한 작품 『좌안』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일상에서 일생으로 확장된 『좌안』의 세계에는 반평생에 걸친 커다란 시간의 흐름이 에쿠니 가오리의 변함없이 감탄하게 되는 관찰력과 불시에 감정을 자극하는 문장으로 촘촘히 쌓여 있다. 한 사람이 한 번의 생을 살면서 수없이 반복하는 만남과 이별. 에쿠니 가오리는 여기에 주목한다.
춤과 술과 남자를 좋아하는 주인공 마리.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삶 속에서 마리는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일들―오빠 소이치로의 자살, 엄마의 가출, 남편의 사고―을 ‘초연하게’ 받아들인다. 돌아보지도, 멈추지도 않고 ‘더 멀리 가라’는 속삭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한 번의 만남과 한 번의 이별을 겪을 때마다 마리에게는 하나씩 그림자가 더해지지만, 에쿠니 가오리가 그린 그림자는 어둠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낡고 닳아가는 시간 속에서 주인공 마리는 자신만의 빛을 더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좌안』에서도 지속되는 행복을 믿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내지만, 그것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님을 주지시킨다. 모든 것이 ‘지나가’지만, ‘사라지’지는 않음을.
※ 줄거리
『좌안-마리 이야기』
대학 교수인 아버지(아라타)와 화려한 외모의 어머니(기요) 사이에서 태어난 오빠 소이치로, 그리고 이웃에 사는 소년 큐와 함께 자유롭게 자란 마리. 마리가 10살이었던 어느 날, 오빠인 소이치로가 갑작스레 자살하고, 모든 것이 조각난다. 그날 떠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더 멀리 가라는 오빠의 속삭임을 따라 남자 친구 다카히코와 후쿠오카를 떠나 도쿄로 가기로 결심하고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 가출하는 17살의 데라우치 마리. 춤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하는 마리의 인생은 이후 만나고, 이별하고, 돌아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갑작스러운 죽음과 조우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굽이치며 흘러간다. 하지만 마리는 ‘초연하게’ 그저 그 흐름을 따를 뿐.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 언제나 멀리에는 큐의 존재가 있다.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사라지는 큐. 이 강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알 수 없지만 멈출 수도 없는 인생. 50년에 걸친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본정보
ISBN | 9788973819768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5월 12일 |
쪽수 | 424쪽 |
크기 |
131 * 187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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