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제2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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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세련된 상상력과 한번 손에 쥐면 놓을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작가 윤진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싶어 이 작품,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를 집필하였다고 했다.
현실에서야 사람이 행동하는 데에 굳이 이유가 없어도 된다지만, 작중에서만큼은 한 사람의 행동에 대해 뒤따르는 이유가 없어선 안 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 그래서일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가 깃들어 있다. 그러니 자연히 개연성이 살아나고 글 전반에 설득력이 실려서 비로소 모든 인물들에게서 저마다의 생동감이 피어난다.
바로 그 생생함에서 한 번의 숨조차 놓치고 싶지 않은 몰입도가 살아난다. 그저 글자의 배열에 지나지 않음에도 그 속에 완벽한 세계가 있고 극명한 현실감 끝에서 활기가 꿈틀대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작품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연재 당시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를 읽은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그것을 방증한다.
윤진아 작가가 이른바 ‘나담앓이’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가지.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필치, 그리고 처녀작임을 믿을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세밀하고 농도 짙은 세계관. 한 치 양보 없이 고고한 두 특징이 방대한 분량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느 한 곳 아쉬움 없이 온전한 탄탄함이 있기에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를 완독한 이후에도 독자들은 시선 닿는 곳곳에, 뇌리에, 가슴에 깊이 새겨질 여운을 오래도록 곱씹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목차
- 2부 -하-
외전 정원
책 속으로
“경!”
“…….”
“어제 고생이 많았어.”
그제야 발렌시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외르타는 종종거리며 문 앞까지 뛰어갔다. 마치 방금 전 넋을 놓고 있던 사람은 저와 다른 이였다는 듯. 그녀는 그와 마주 선 뒤에야 걸음을 멈췄다. 외르타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지나치게 컸다. 그녀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는 그녀를 잡지 않았다. 외르타는 그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다가, 의아함을 느끼는 자신에게 당혹했다. 그가 자신을 잡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라는 말인가?
발렌시아는 그녀가 아직까지도 쥐고 있던 잔을 빼앗아 들었다. 외르타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뚜벅뚜벅 걸어가 탁자 위에 잔을 올려 두었다. 그녀는 그의 뒤에서 팔짱을 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발렌시아 경.”
“기침하셨습니까.”
오후 두 시였다.
“아, 그래. 경,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괜찮을 리가 없지. 직접 나를 데려왔다더구나. 그것도 앙히에…….”
“괜찮습니다.”
외르타는 그의 단언에 약간 당황했다. 말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내가 어제…….”
“다만 지금부로 당신에게 조건을 걸겠습니다.”
“응?”
“저택 바깥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저택 출입을 금합니다. 당신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은 솔 미라이예 안으로 한정됩니다. 바깥 정원에도 나가시면 안 됩니다.”
그녀는 귀를 의심했다.
“경?”
“반복해 드려야 합니까?”
“…….”
“당신은 이제 저택의 정문 바깥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제 선에서 관리할 것입니다.”
“관리…….”
“편의상의 단어 사용입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외르타는 뒤로 물러났다. 단 몇 초 만에, 턱에 걸려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폈다가, 다시 확 찌푸렸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 외르타는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발렌시아 경, 묻겠다. 내가 어제 그만한 실수를 했나?”
“취하지 않으신 듯 정정하셨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저는 어제와 같은 방종함이 당신의 안전에 해가 되리라 판단했습니다. 이것은 양국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 분께는 당연한 경계입니다.”
그녀는 기가 막혀 무슨 반박을 하지도 못했다.
“동의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는 그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뒤돌았다. 그녀는 계속 얼떨떨하게 앉아 있다가, 일말의 불안감을 느껴 소리를 질렀다.
“경! 농담이지? 농담이라고 하렴.”
지금 훼방을 놓지 않는다면 저 거짓말 같은 말이 진짜가 될 것 같았다. 요구를 들은 발렌시아가 반쯤 몸을 돌렸다. 외르타는 물론 자신의 죄를 알았다.
“미안하다. 당신이 내가 없어진 자리를 보고 얼마나 놀랐을지는…… 정말 미안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나를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경, 내가 그걸 조건으로 하고 솔 미라이예에 왔잖아.”
잘못에 움츠러들어도 이 기세등등함만큼은 도무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뻔뻔함은 결국 천성이다. 외르타는 마지막 남은 양심으로 제 오른손을 가슴에 댔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으마. 알드 바제사께 맹세할 수도 있어.”
“객으로 머무시는 한 유효한 명령입니다.”
외르타는 확 들끓는 속에 침대 기둥을 잡았다. 맹세했던 손이 미끄러졌다. 자신도 모르게 거울 같은 말이 반사되었다.
“명령?”
“객과 가주는 피보호자와 보호자의 관계입니다. 고려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명령이란 말 당장 취소하지 않으면…….”
“언짢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입니다.”
외르타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뛰어내렸다. 발렌시아는 그 모습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외르타는 그런 그에게 시선을 두지도 않고, 곧장 침대 옆 의자에 개어 두었던 아델의 붉은 천을 꾹 쥐어 들었다. 작은 맹금처럼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의 말은 잘 알아들었다. 발렌시아 경, 명령이라? 명령? 되었다. 더 이상 여기에는 안 머문다. 객이고 뭐고 안 해.”
정적.
외르타는 자신이 전조 없이 난폭해져도 상대의 표정에 동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했다. 제 난폭함은 사실 시위였다. 방금 전 스스로 위층의 계단을 보며 생각했듯이, 딤니팔, 이 동부의 땅에서 그녀가 제대로 누울 수 있는 곳은 이 자리뿐이었다. 이곳이 아니면 도대체 어느 곳에 가서 편안할 수 있겠는가.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잉그레에 가신다면 이보다 더 엄중한 보호를 받으실 수 있을 테니 다행입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귀를 의심했다. 저자가 지금 무어라 말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외르타가 이해하든 말든 발렌시아는 적당한 속도로, 적당한 높낮이로, 무감동하게, 끊임없이 공고해 나갔다.
“비전하께서는 언제든
출판사 서평
왜 왕의 기사인 내가 왕명을 거스르고
왜 그녀의 죽음에 노여워하지? 왜 내가 그녀의 삶을 바라지?
“저는 당신이 제게 어떠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 대조를 인정하십니까?”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뒤로하고 솔 미라이예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외르타. 그러나 앙히에와의 극적인 만남도, 새로운 인연도 그녀에게는 언제고 떨치고 이별해야 할 인연일 뿐. 로크뢰의 피를 묻히고, 아델과의 말을 깨면서까지 살아 보이리라, 살아야겠다 마음먹은 그녀의 삶에의 의지를 발렌시아마저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아무 마음도 남지 않은 빈 몸뚱이로 다시 살기 위해서는 무엇으로 서야 하는가.
한편 딤나팔의 수도 잉그레에는 미라이예 공작이 본가의 객으로 받아들인 묘령의 여인에 대한 스캔들이 번지고, 불안 불안한 삼국의 정국은 다시 한 번 그녀의 목줄을 조여 오는데…….
“제 요구가 이처럼 아무것도 아니라면, 당신에게 저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특별 외전 수록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의 발자취
30!
세계관 설정을 온전히 이룬 뒤, 윤진아 작가는 불과 30일 만에 30만 자에 다다르는 방대한 분량의 1부를 탈고했다.
1!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1부가 개인지로 발행되었을 때, 단 1일 만에 초판 1쇄가 전량 소진되었다.
*3부 완결편으로 이어집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26761519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4월 15일 | ||
쪽수 | 664쪽 | ||
크기 |
140 * 210
* 35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블랙 라벨 클럽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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