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 2: 통찰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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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이 자유스럽고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태평성대 시대를 추구하기 위하여 한평생 ‘말과 행동이 초지일관된 삶’의 실천으로 95세까지 신선처럼 살다간 학자이며 탁월한 지도자인 고운 최치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쓴 최진호의 장편소설 〈최치원 2 통찰의 지혜〉이다. 이 2권에는 장원 급제한 최치원의 첫 부임지, 쌍녀자매, 보리를 구하기 위해 10년 만에 신라 갔다 온 이야기, 당나라에서 겪는 전란, 격황소서 등이 나온다.
당나라에 유학하면서 당나라의 몰락을 목도하고 새로운 세상의 태동기를 예감한 최치원. 시무십조時務十條를 신라 조정에 올리나 그 실현을 보지 못했고, 백성들에게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널리 전파시키고 신화처럼 사라진 그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대한 총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제시한다.
작가정보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총무처 기획예산담당, 국세청 기획예산담당,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리과 서기관, 국세청 인사계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탑코리아세무법인 대표이사 회장, 불교아카데미 이사, 한국세무사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우리말 불교경전』을 펴낸 바 있다. 변화는 많지만 하나로 꿰어 있고 무게가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은(萬變一貫多重而不沈) 최치원에 대한 장편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최치원의 사람 사랑과 나라 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한일념一念 하나로 작가는 지난 30년 동안 유적지를 답사하고 연구한 자료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설화 작업을 해 책으로 펴냈다.
목차
- 쌍녀분
강남 아가씨와 도사
종리권의 제자들
첫사랑 보리
10년 만의 서라벌
소림사의 인연
난을 만나다
장군이 부르다
쌍가락지를 전해 주다
회남진淮南鎭에서
전란 속으로
격황소서
혼돈의 정점
황소, 물러나다
추천사
-
이 시대가 최치원을 부르고 있다!
최치원은 9~10세기를 사는 동안 동아시아지역의 다양성과 국제적 개방성을 공문서와 사적인 글들을 모아서 만든 ‘계원필경’을 비롯하여 ‘진감선사비문’ 등 사상에 대하여 많은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장으로 드라마틱하게 집필하였으므로 그 시대의 삶과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중국에서의 유학과 문화 체험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해석하였고, 신라가 중국의 주변국이 아니라 동아시아문명의 중심국이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최치원은 동인의식東人意識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 인류의 보편문화를 추구했던 21세기형 인물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그가 남긴 문장의 향기에 취해 진면목을 보지 못하였다. 신비神秘를 벗겨야 우리 곁에 다가올 수 있는데도 신비의 성채를 쌓는 데만 열중하였다. 보호색을 지우고 배경색을 넣으니 이제야 최치원의 학문 수준과 사상적 경지가 새롭게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
소설의 출간을 경하하며, 우리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문화국가 가치창조를 위해 최치원 선생의 평화주의 및 애국애민사상 중 시무십조 사법개혁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일독을 권합니다.
-
이 흐린 시대, 흐린 세상에 즈음하여 최진호 선생의 필력을 빌어 『최치원』이라는 작품 5권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소설로 최치원을 읽는 재미를 저처럼 함께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필독해 주기를 소망합니다.
책 속으로
현령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두 신임 현위를 향해 다소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그것은 마치 신임 관리에 대한 노련한 상급자의 매서운 훈육과도 같았다.
현령이 나간 후 치원은 그제야 자리에 앉아 지친 몸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눈앞에 놓인 문서들을 살피며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때 단정히 앉아 벌써부터 일을 시작하는 치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급 관리들이 다가왔다.
“이 사람아! 부임하자마자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면 되느냐. 대충 설렁설렁해. 여기는 장안처럼 요란하게 행정을 하는 곳이 아니야. 금표 현위와 적당히 상의해서 대충대충 해치워.
-12p
그날 밤, 제를 올린 후 시를 쓰고 나서 치원은 쌍녀분이 보이는 이씨 집성촌 마을 끝에 있는 초현역招賢驛이라는 객관에서 묵게 되었다. 객관의 늙은 하녀가 저녁상을 치우고 나자 황초가 바람에 일렁이고 칼끝 같은 그믐달이 스러지면서 치원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했다.
그때 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단정한 차림의 두 여인이 술상을 들고 들어왔다.
“그대들은 뉘시오?”
치원은 자꾸만 처지는 눈꺼풀을 부비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두 여인은 말없이 상을 내려놓고 다소곳이 예를 다해 큰절을 올렸다.
“혹시 그대들은?”
치원은 놀란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때 한 여인이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31p
2수
유혼은 한스러움 떠나 외로운 무덤에 의지하며
복숭아빛 뺨 버들눈썹 봄을 맞이했네
학을 타고 삼신산(봉래산, 방장산, 영주산) 길 찾아가기 어려우며
봉황이 공중으로 날아 먼지 되었네
세상살이 그때에는 손님에 부끄러웠는데
오늘 낯모르는 사람에게 애교 부리네
시에 내 뜻 알리는 게 매우 부끄러워
돌아올 시 한 수에 한 가닥 걱정이네
-39p
하얀 옷에 검은 모자를 쓴 그는 우물가를 열두 번 돌고 나서 무릎을 꿇더니 이내 북쪽을 향해 주문을 외며 신령에게 무엇인가를 받고자 하는 염력 의식을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며 한참 동안 장중한 주문을 외웠다. 얼마 후,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미리 준비한 커다란 함지박에 물을 받고는 양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기도 드렸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북두칠성님이시여, 이제 하강하시옵소서.”
여 도사가 북쪽 하늘을 향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맞듯 정중한 몸짓을 하자 놀랍게도 함지박의 물 위에는 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 초롱초롱한 별들이 그 일렁이는 함지박의 물속에 아주 선명한 모습으로 떠오르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66p
지난밤 종리권선사는 제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소림사로 떠나는 보리가 못내 불안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마침 그 이야기를 들은 현준스님이 자청하여 보리와 함께 길을 떠나기로 했다.
“하, 고것이 반년도 되지 않았건만 깊은 정을 남겨 놓고 떠나가려고 하니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네. 떠나려고 한 이는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울 터인데.”
선사가 빈 입맛을 다시며 허연 턱수염을 쓸어 내렸다. 종리권선사는 만귀 화상에게 전하는 서신을 현준스님에게 건네주며 보리의 앞날을 부탁한다는 말도 전하도록 당부했다.
-110p
“앞으로 나를 친동생처럼 여겨주세요.”
어느새 무성은 제법 스승답게 지도자로서의 위엄을 갖추며 보리의 손을 그러쥐었다. 그런 무성을 바라보는 보리의 마음 한 구석에는 치원에게서 느꼈던 따스한 기운이 새롭게 움트고 있었다. 무성이 자기소개와 더불어 친부모님에 대하여 설명했다.
부모님의 선대는 옛 고구려 왕족의 후손이었다. 그런데 고구려가 멸망하자 가솔들을 이끌고 당나라로 건너와서 황족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비교적 높은 벼슬도 얻었다. 무성의 아버지는 무당파 방주고, 그의 어머니는 황실의 공주로서 혼인을 하여 무성을 낳은 것이었다.
-131p
황제의 명은 지체 없이 이어졌다. 그제야 고병 장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고병 장군 옆에서 처음부터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장군을 보좌하던 젊은 종사관도 함께 일어나 절도 있게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 황제는 의례적으로 예를 받다가 그 젊은 종사관을 주목했다.
“그대는 짐이 어디선가 본 듯한데?”
황제가 고개를 내밀며 젊은 사내를 주시했다.
“폐하, 이 젊은이는 폐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던 건부원년乾符元年에 장원 급제를 했던 제 종사관 고운顧雲입니다.”
고병 장군이 웃으며 황제에게 고운을 소개했다. 그제야 황제는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151p
대장군은 최치원의 보고를 받고 명문의 격문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대장군의 명을 받은 치원은 호몽이 기다리는 신혼의 달콤한 꿈도 잊은 채 도덕경과 춘추전과 손자병법은 물론 과거 전쟁에 있었던 역사적인 인물들의 행적 중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제갈공명의 적벽전 등을 소상히 파악하였다.
바르게 살지 않고 나쁘게 살면 하늘·땅·사람 지하에 있는 모든 영혼들도 너를 죽일 것이며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황소에게 벌을 내린다는 요지로 이 시대는 물론 후세대까지 최고의 격문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격황소서를 작성했다.
-217p
도덕경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이랴.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이르기를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두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이 짙기를 기다려벌을 내리려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 위에다 집을 짓고 막이 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22p
치원과 평소에 시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돈독히 쌓아 왔던 문인들과 문사들도 모두 찾아왔다. 그들은 저마다 비단에 자신의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기념품으로 들고 왔다. 그중에는 운하 지역에 사는 진사 양섭오만과 강동 제일의 시인으로 이미 문명을 떨치던 나은도 있었다.
나은은 치원보다 스물네 살이나 나이가 많아 이미 백발을 흩날리고 있었다. 치원은 이미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서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나은의 손을 잡고 안타까워했다.
“형님은 이미 강동 제일의 시인입니다. 그까짓 진사가 뭐 그리 대단합니까? 진사에 대한 미련은 버리세요. 형님은 이미 강동을 넘어 천하제일의 시인이라는 것을 이 당나라에서 모르는 이가 또 있습니까? 문명으로 만족하십시오.”
-285p
한나라 황조의 경우 이웃 해동국에서는 해와 달 하늘과 땅 사람이 모두 하나라고 일찍이 주장하는 현자들이 많아 그곳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옛날부터 전해오고 있음을 안 황제가 그곳에 가서 홍익인간 사상을 알아오라고 사신을 해동국에 보냈고 진나라 시황제도 불로초(일명 황칠 또는 황금 옻나무를 말함)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해동국으로 보냈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나라와 나라 간에 백성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입고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공기(長風)와 허공에 떠 있는 해와 달은 똑같이 보고 있으므로 해와 달을 볼 때마다 그대를 생각할 것이라고 처남 고운에게 말하였다.
-293p
출판사 서평
-국익과 우리 모두의 올바른 가치관을 위해 노력해온 최치원의 삶을 그리다!
-최치원의 학문 수준과 사상적 경지가 대하역사장편소설로 펼쳐진다!
-최치원의 평화주의와 애국애민사상 중 시무십조 사법개혁은 지금도 절실한 내용이다
-최진호 작가는 30년 동안 최치원를 연구하고 유적지를 답사해 소설화했다!
최치원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축적되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의 삶을 속속들이 파헤친 경우는 아직 없다. 최치원의 삶을 다룬 전기도 없고 평전도 없고 소설도 찾기 힘들다. 제대로 된 전기가 없으니 평전이 나올 리 없다. 전기와 평전이 없는 상태에서 소설이 나온다 한들 작가의 상상력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작가 최진호의 장편소설 ‘최치원 1 성인과 만남, 최치원 2 통찰의 지혜, 최치원 3 꿈꾸는 별, 최치원 4 하늘의 비밀, 최치원 5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가 그것이다. 최치원의 일생이 소설로 엮어지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시대가 최치원을 부른다는 말이 겉치레가 아님을 입증이라도 해 주는 것 같았다. 사료 고증을 통해 제한적으로 엿볼 수밖에 없었던 최치원의 일생이 최진호 작가의 추리력과 상상력에 힘입어 생동감 있게, 사실감 있게 소설화되었다. 실타래같이 얽히고설킨 당시의 시대 배경을 종횡무진 서술하면서도 작가 나름의 역사관을 통해 헝클어지지 않게 풀어냈다. 최치원의 복잡다단한 생애 역시 실마리를 잘 풀어내고 마디를 잘 지어가면서,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도 분명히 하였다. 한마디로 변화가 많지만 하나로 꿰어 있고, 무게가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은데 특성이 있다고 보겠다.
신라에서 건너간 18세 소년이 당나라 희종 황제의 어전시에서 장원 급제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후 당나라에서 관리가 된 20세의 젊은 최치원은 지금의 남경 근처인 율수현 임지에 근무하면서 당시 힘없고 어려움에 처해 강물에 투신하여 죽은 두 자매의 무덤 앞에서 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시를 써주었을 만큼 진정한 목민관의 자세를 보여 줌으로써 현실을 어렵게 살아가는 백성에게 더욱더 잘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얼마 후 당나라가 전란에 휩싸여 있을 때는 붓 한 자루를 들고 적장 황소에게 부당함을 지적하여 끝내 그를 패퇴시킨 공로를 당 조정에서도 높이 평가하였고, 황제는 자금어대를 하사하면서 언제 어느 때나 황제 알현을 허락하였다.
고국 신라에 돌아와서는 왕족과 호족이 발호하여 백성을 착취하며 기근 속에서 허덕이는 농민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신라 말기의 조정을 향하여 일대개혁을 촉구하였다. 지금 정확하게 전해 내려오진 않지만 시무십조라는 열 가지 개혁안을 제시하며 기득권층에게 자기혁신을 끊임없이 권고하였다.
그는 유교와 경전에 통달하여 공맹의 사상을 그 누구보다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유교라는 한정된 경계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불교의 고승들과 끊임없이 교제하며 고승들을 기리는 비문을 썼을 뿐만 아니라 사찰을 위해서도 불후의 명문장을 손수 써주었다. 그가 남긴 깊은 산 속의 4개의 비문은 ‘사산비명’이라 하여 천 년을 견뎌왔지만 그 내용이 지극히 어려워 천 년 동안이나 많은 학자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역사소설에서는 사실과 상상력의 구분이 애매하다. 일정하게 사실에 근거하지 않으면 역사소설이라 하기 어렵고 상상력이 없으면 굳이 소설이라 할 이유가 없다. 이 소설에서도 독자의 상상력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소설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진성여왕이 사석에서 최치원을 ‘오라버니’라 부르고 평소에 연정(戀情)을 품었다고 고백한 것을 누가 사실로 곧이듣겠는가? 또 어렸을 때 공부했던 서당 훈장의 딸 보리(菩提)가 역모에 연루되어 곤경에 처해 있다는 말을 들은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도교 수련을 하던 동문들과 구출대를 조직, 신라로 잠입하여 보리를 구출한 것이라든지, 구출된 보리가 종남산(終南山) 자오곡(子午谷)과 숭산(嵩山) 소림사(小林寺)를 오가며 무술을 연마하다가 나중에 복수의 칼날을 마음속에 품고 후백제 견훤(甄萱)의 부인이 된 것은 극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 해도 좋다.
독자가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최치원의 정신세계다. 소설이기에 이를 두드러지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작가의 역량에 따라 ‘은근한 외침’, ‘다정한 유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작가는 전반적으로 최치원의 애국심, 개혁 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는 가운데 사회 통합을 ‘시대적 화두’로 제시하였다.
최치원은 훌륭한 사상가이었음은 그가 유교나 불교 그리고 도교에 통달해 있어 삼교회통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 가지 사상에만 머물지 않고 거기에 하나를 더한 것, 즉 우주질서와 하나로 통하는 풍류도를 스스로 창안하였다. 그는 언제나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이국이민(利國利民)의 경지를 끊임없이 추구하면서도 한 가지 도(道)만을 고집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출신성분이나 국적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거나 구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도불원인(道不遠人), 인무이국(人無異國)’이라는 중요한 가르침을 진감선사비문 첫 머리에 남겼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시주석은 뜻밖에도 최치원이 쓴 ‘범해(泛海)’라는 시로 말문을 열었다. 한·중 간의 교류는 이미 천 년도 넘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그 아득한 시기에도 젊은이들은 바다를 건너 교류하였으며 서로의 국익을 위해 경쟁했을 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가 말하는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삼국지나 세계 위인전을 읽기 전에 1,100여 년 전의 시공 속에서도 국익과 우리 모두의 올바른 가치관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던 ‘최치원 1, 2, 3, 4, 5권’을 읽어 얻은 지식을 통해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함은 물론 창조의 힘을 갖추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진정한 마음으로 서로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최치원 1, 2, 3, 4, 5권 소설에는 대사상가이자 대정치가이기도 한 최치원을 비롯해 헌강왕, 진성여왕, 김가기, 최승우, 견훤, 선종과 당나라의 고병 장군, 고운, 배찬, 두순학, 황소, 왕선지 등 역사상 흥미로운 인물들이 함께 등장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천 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또는 앞날에 있어서도, 나라에 바른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제도와 정신이 문제라는 점을 역사와 이 소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최치원을 소설로 읽는 것은 곧 딱딱한 역사에 피를 돌게 하는 작업이기도 하면서 우리 또한 역사 속으로 깊은 탐험을 가는 일이다. 어느 정도는 우리 모두 최치원의 후예임을 이 소설은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752579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1월 25일 |
쪽수 | 296쪽 |
크기 |
152 * 225
* 21
mm
/ 44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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