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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 7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 41
뉴욕제과점 ... 67
첫사랑 ... 95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 119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 145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 179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 203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 231
해설 ... 255
작가의 말 ... 285
출판사 서평
이지적인 유토피언 김연수의 새로운 글쓰기
'자의식으로서의 신세대 감각'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연수의 두번째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가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을 펴내기 전부터 쓰기 시작한 연작소설들로 구성된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고향인 김천 평화동 80번지를 배경으로 유년부터 스무 살 이전까지의 기억을 좇고 있다. 이전 작품들이 문화적 댄디즘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파격적인 형식과 문체로 표현해 독자들의 '지적 허영'을 충족시켰다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작가의 내밀한 기억의 고백이자, 같은 세대의 독자들에겐 어딘가 낯익고 친숙한 이야기여서 기존의 소설양식과는 다른 새로운 글쓰기 전략을 엿보게 한다.
그것은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했으며 "이 소설집 덕분에 다음 작품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작가의 성찰과 각성에서 비롯된 것일 터, 추억이라는 이름의 물을 들이켜면서 컴퓨터가 아닌 '연필'로 쓴 그의 회상의 기록의 못내 아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내 몸을 지나쳐온 흐린 그림자" 같은 현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벽했던 시간, 한 인간의 내부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기억의 불빛. 소설가 한강씨의 말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거기서 세어나온 가장 따스한 빛을 살갗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글쓰기의 시원을 찾아가는 조용하고 특별한 시간 여행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작가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전날 빵집에서 있었던 사건을 꺼내는 것을 기억 여행을 시작한다. 빵집에서 일하던 게이코(경자)가 돈을 훔쳐 달아나자 빵집 주인 김씨와 제빵 기술자 태식이 찾아나선다. 게이코는 어머니가 죽어 까마귀가 되었을 거라고 믿는 '천애고아(天涯孤兒)'로 그 상처로 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 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다. 게이코의 유일한 낙은 '실용 펜팔편지 예문'을 베껴가며 미국 소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미국행을 꿈꾸는 것. 김씨와 태식은 기차를 몇 번 갈아타고서, 은성탄좌에서 일한다는 게이코의 할아버지를 찾아가나,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늙은 광부가 사는 사택촌의 허름한 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컬러텔레비전이 덜렁 놓여 있을 뿐이다. 게이코가 훔쳐간 돈을 대신하여, 둘은 컬러텔레비전을 떠메고 하염없이 눈 내리는 길을 걷는다.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1984년, 중학생 원재의 반에는 '체력단련 시간'이 있다. 담임 조선생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반장 경호는 그 시간을 통해 반 아이들에게 훈육과 폭력을 행사하고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그들은 무기력하게 길들여진다. '유별나게 유순한' 고아원생 태식은 이러한 반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둘의 대결에서 태식이 승리한다. 그러나 담임의 응징, 폭력에도 항의한 태식이 설 자리는 더이상 학교에 없다.
<똥개는 안올지도 모른다> 평화동 80번지 아이들 사이에는 '이수여인숙 똥개'가 돌아온다는 소문이 퍼진다. 폭행, 강간, 절도부터 시작해 계모를 패고 제 아버지의 뒤통수를 각목으로 후려치는 등 온갖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던 '똥개'가 , 자신과 띠동갑인 계모 윤희엄마를 죽이러 돌아왔다는 것. 예전에 세 살배기 여자아이를 데리고 아버지의 장례식에 갑자기 나타났던 '똥개'는 결국 칼부림으로 인해 교도소로 향하고, 그가 돌아왔다는 소문만 두려움 속에 무성하다.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나'는 군 입대를 앞두고 치과를 운영하는 삼촌, 지금은 총을 꺾었지만 한때 덕유산 인군에서 몰이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도라꾸 아저씨'와 함께 멧돼지 사냥을 떠난다. 삼촌은 카페 '물망초' 동갑내기 여자와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찐한' 사랑에 빠졌다가 실패하고 이번에는 사냥에 빠진 것. 하얀 눈밭 위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같은 멧돼지와 정면으로 마주한 '나'와 삼촌, 도라꾸 아저씨는 그러나 멧돼지를 쏘지 못한다. '나'에게는 집회 도중 분신자살한 산 학생이, 삼촌에게는 '물망초 여자'의 눈망울이, 도라꾸 아저씨에게는 새끼들을 죽여 어미를 사냥했던 잔인한 옛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눈 쌓인 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멧돼지 대신 삶과 생명의 의미를 안고 돌아온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데스카 오사무 만화 속의 등장인물 같은 보건소 의사가 평화동 80번지에 나타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궁쥐와 지붕쥐 그리고 박쥐를 전문용어인 라투스 노르베기쿠스, 라투스 라투스, 게누스 리노로푸스 따위로 부르는 그에게 평화동 80번지는 비위생적인 곳이며 비위생적인 곳에는 전염병이 돌 수밖에 없다. 전염병의 원인이 환경과 스 속의 사람들이 아닌 '대장쥐'에 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에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복개천 시궁창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그 밖에 광주항쟁이라는 현대사의 깊은 상처를 배움으로 깔고, 부정한 권력의 조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타자들에게 가하는 상징적 폭력의 양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비대칭적인 감정의 걸과로 한순간 무너지게 마련인 짝사랑, 아름다워서 차마 부술 수 밖에 없었던 첫사랑의 아픈 기억을 편지 형식으로 쓴 <첫사랑>, 교차 서술을 통해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정갈한 문체로 그려낸 또다른 사랑소설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자전소설 <뉴욕제과점>까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기억들이 가득하다. 이는 문학평론가 김동식씨의 말대로 그의 소설이 작가 개인의 자서전인 동시에 자기 세대의 자서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따스한 기억의 불빛이 그에게 새로운 소설양식이자 글쓰기 전략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두번째 소설집은 그의 창작 행로에서 거칠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이자 하나의 전환점을 이룰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7번 국도> , 소설집 <스무 살>이 있다. (larvatus@netian.com)
기본정보
ISBN | 9788982815935 |
---|---|
발행(출시)일자 | 2002년 11월 12일 |
쪽수 | 286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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