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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358
정일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03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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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32019413(893201941X)
쪽수 127쪽
크기 128 * 205 mm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상처마저 아름다운 노래가 되는 서정의 깊이!
등단 25년을 맞은 시인 정일근의 열 번째 시집.


1984년 <실천문학> 제5권에 신인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일근의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에서는 시인에 의해 호명된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끝내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 고래의 이미지는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모습이자 시적 자아가 궁극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랑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안도현 시인은 "죽음 직전의, 아픔의 우물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정일근 형의 시는 이렇게 한세상을 얻어 깊어졌다. 바야흐로 무르익은 절정이다"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개성적인 시 세계가 담긴 정일근 시인의 이번 시집은 시인의 눈에 비친 자연과 사람들의 섬세한 감성이 조탁의 언어로 담겨 있다.

제1부 <분홍 팬티> 에서는 '바다'와 '고래'의 이미지가 두드러져 나타나 심연에 자리한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를 형상화 하였고, 제2부 <채송화> 에는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시들로 자연을 노래한다. 제3부 <은현리>는 시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을 이름이기도 하면서 내면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는 장으로 유독 상처에 관한 시편들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아름다운 노래로 탈바꿈된다.


이 책에 담긴 시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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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가 속한 분야

정일근 ■ 시인 약력
시인 정일근은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실천문학』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처용의 도시』『경주 남산』『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오른손잡이의 슬픔』『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등이 있다. 시와시학 젊은시인상(2001), 소월시문학상(2003), 영랑시문학상(2006), 포항국제동해문학상(2008) 등을 수상했으며, ‘시힘’과 ‘작은詩앗·채송화’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분홍 팬티
겨울의 길
11월
분홍 꽃 팬티
나의 고래를 위하여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고래, 孤來
하늘 묘지
모든 기차는 바다로 가고 있다
성(聖)요셉여자고등학교 청소부
라디오
불국사역 옆 시외버스 정류소
선덕여왕과 사랑을
사분의 일을 보다
풍경의 문제
빵 냄새가 있는 풍경
변비에 대하여
똥을 베껴 쓰다
몰운대(沒雲臺) 저녁노을
아시안 하이웨이, 6번
바다에서 나는 부활한다

제2부 채송화
자연론
가을 새벽의 연금술
거창 사과를 받고
꽃의 자존심
시인
마디, 푸른 한 마디
백지의 피
김밥의 시니피앙
어머니, 여자라는
제주, 4월
달력
맞장
풍문
웅촌 탁주 심 씨 할아버지(83)가 말씀하시기를
산벚나무 꽃 필 때
내일, 슬픈
쪽빛
태안반도에서 들었다
벼랑
똥, 부처
1초가 길 때

제3부 은현리
자연의 주머니
패밀리
그 소문 언제 시작되었나?
자연의 뒷간
맨발의 눈
어머니의 배추
고추는 힘이 세다
정구지 꽃
은현리 달력
꽃길 속의 꽃
상처의 문장
슬픔, 그때
그 후
그 후, 늦여름
그 후, 겨울밤
그 후, 오동꽃 피다
갈림길
쓸쓸한 섬
폭설을 기다리며
은현리 홀아비바람꽃

해설|시, 상처를 다스리는 신음 소리·홍정선

책 속으로

■ 작품 속으로
불쑥, 바다가 그리워질 때 있다면
당신의 전생(前生)은 분명 고래다

나에게 고래는 사랑의 이음동의어
고래와 사랑은 바다에 살아 떠도는 같은 포유류여서
젖이 퉁퉁 붓는 그리움으로 막막해질 때마다
불쑥불쑥, 수평선 위로 제 머리 내미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고래를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다

당신이 본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
누구도 사랑의 모두를 꺼내 보여주지 않듯
고래도 결코 전부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한순간 환호처럼 고래는 바다 위로 솟구치고
시속 35노트의 쾌속선으로 고래를 ... 더보기

출판사 서평

상처마저 아름다운 노래가 되는 놀라운 서정의 깊이

■ 책 소개
올해로 등단 25년을 맞은 시인 정일근의 열번째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사이로 출간되었던 그간의 적지 않은 시집들에는 시인의 눈에 비친 자연과 사람들이 섬세한 감성과 조탁의 언어로 담겨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을 시인으로 살아온 정일근의 정서가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이다.
1984년 『실천문학』제5권에 신인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일근은 첫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에서 고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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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sm**399 | 2014-02-12 | 추천: 0 | 5점 만점에 4점
    1초가 길 때   사랑이 위대한 것은 번쩍,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를 찌르기 때문이다 서정시가 위대한 건 시 한 편을 읽는 그 짧은 순간 사람의 영혼, 자연의 색깔로 달궈지기 때문이다 나를 찔러 쓰러뜨리지 못하는 사랑은 나를 달구지 못하는 서정시는 그건 실패한 암살범과 같다 사랑은 목표물 향해 이미 당겨진 방아쇠 서정시는 전부를 쓰러뜨리는 한순간의 감염 테러리스트여 번개처럼 나를 찔러라 당신의 칼끝 나를 치명상 입히는 데 1초도 긴 시간이니&n... 더보기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sm**399 | 2014-02-12 | 추천: 0 | 5점 만점에 4점
    1초가 길 때   사랑이 위대한 것은 번쩍,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를 찌르기 때문이다 서정시가 위대한 건 시 한 편을 읽는 그 짧은 순간 사람의 영혼, 자연의 색깔로 달궈지기 때문이다 나를 찔러 쓰러뜨리지 못하는 사랑은 나를 달구지 못하는 서정시는 그건 실패한 암살범과 같다 사랑은 목표물 향해 이미 당겨진 방아쇠 서정시는 전부를 쓰러뜨리는 한순간의 감염 테러리스트여 번개처럼 나를 찔러라 당신의 칼끝 나를 치명상 입히는 데 1초도 긴 시간이니&n... 더보기
  • 정일근의 아홉 번째 시집『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을 읽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와, 숨어 있는(?) 고수구나! 올해 출판된 열 번째 시집『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경악했다. 아니, 이렇게 심하게 망가질 수가!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시인의 날 선 신음 소리가 70데시빌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시인의 비명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고 난 뒤 아픔이 있었다고 초연하게 미소 짓는 시인을 좋아한다. 물론, 시인이 다 도인(道人)일 수야 없겠지만 보통사람과 하등 차이가 없다면 그... 더보기
  •   구름 걷힌 하늘을 보자니 눈이 부시다. 먼 데 산이 하루가 다르게 연둣빛을 더하고 바람의 냄새는 비린 듯하면서도 달큼하다.   겨울의 찬 바람 속을 지나와 봄을 맞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랴. 산도 들도 풀도 나무도 하늘의 숨 바람까지도 물 나르는 소리 요란하게 제 몸에 윤기를 보태고 있다.   구름이 낮게 내려와 높은 집 지붕 위를 오가던 날 찬바람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를 읽었다. 시인이 열 번째로 냈다는 시집의 작품들을 읽는 동안 행간에 숨은 시인의 아픈 날들에 나도... 더보기
  •   어머니의 배추는 어머니의 詩가 되었다 나는 한 편의 詩를 위해 등 굽도록 헌신한 적 없어 어머니 온몸으로 쓰신 저 푸르싱싱한 詩 앞에서 진초록 물이 든다 사람의 詩는 사람이 읽지 않은 지 오래지만 자연의 詩는 자연의 친구가 읽고 간다 새벽이면 여치가 제일 먼저 달려와 읽고 사마귀가 뒤따라와서 읽는다 그 소식 듣고 종일 기어온 민달팽이도 읽는 읽으면서 배부른 어머니의 詩 시집 속에 납작해져 죽어버린 내 詩가 아니라 살아서 배추벌레와 함께 사는 살아서 숨을 쉬는 詩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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