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덜컥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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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2년 선정
이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시행들과 유니크한 발상, 시적 대상의 기미를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시적 능력이 여전하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처음 등단을 하고 다시 칠년여의 수련을 보태어 재등단을 한 풍부한 습작의 내공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집 『내일은 덜컥 일요일』은 시인이 경험한 욕망과 좌절의 기록이다. 대부분의 문학적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욕망과 좌절의 담론이긴 하지만 최은묵의 이번 시집은 주체의 욕망과 좌절에 절대적인 헌신을 하고 있다. 시인은 우리 삶이 감추고 있는 욕망의 조건과 역학 관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가장 아름답게 은폐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행간에서 보여주는 존재론적 욕망과 좌절은 그의 시적 세계에 대응하는 미학적 변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목격한 죽음들과 그 죽음에 필적하는 삶의 고통을 견디고 성찰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일로 시행을 채우고 있다. 두려움 없이 죽음과 삶의 진정한 주체이기를 욕망하지만 한낱 무력한 대상임을 깨닫고 좌절하는 일이 최은묵 시의 역설적 동력인 것이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나의 안부가 궁금한 자만이 이 문에 도달할 것이다
2022년, 덜컥 여름
목차
- 1부
주술적인 봄 13
다녀오겠습니다 14
시에스타 16
마틸다에게 묻다 18
자정 20
부고는 광고보다 작다 22
가면놀이 24
없다 26
48시간 4분 3초 28
옆으로 걷자 30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32
정치 34
2부
낙서는 어른이 되면서 자라지 않고 37
악필 38
리플리증후군 40
프로파일러 C 42
일수 찍는 달팽이 44
애인 45
똑똑, 46
안교리 다방은 쉬워 48
옆집을 업데이트하겠습니까? 50
아웃사이더 52
다 팔린 쇼펜하우어 53
철사가 자라는 병실 54
불쑥, 그런 56
가족사진 58
3부
첫 61
안부를 묻습니다 62
일기예보 Ver. 대체로 맑음 64
찢어진 청바지 66
패턴을 잘못 입력했습니다-희준 68
모로 누워 디셈버 70
꼼짝 말고 아리바다 72
보디페인팅 74
그러니까 안단티노 76
Ctrl-C, Ctrl-V 78
빈, 80
보라 82
Dear X 84
4부
유스티치아 89
풍경 90
일기예보 Ver. 가뭄 92
이스트리버 651호 94
마리오네트 96
마트료시카 98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리드보컬 102
메리 크리스마스 104
천국 게임 106
바리케이드 108
체포 110
소풍
마틸다와 기타 / 임재정(시인) 112
등대도둑 / 이정훈(시인) 118
다녀오겠습니다 / 리호(시인) 124
단무지 몇 개 / 김백형(시인) 130
책 속으로
낡은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깨진 안경을 닦고
거룩하게
방아쇠를 당겨
선생님, 손바닥에 눌려 죽은 화분을 떼어 먹는 날벌레들처럼, 하늘에 계신 우리 선생님
습관적으로 손을 비비는 사람들의 손은 검게 커지고, 손으로 걷는 사람들 틈에서
손금이 없는 나는 장갑을 끼고
구두코를 덮은 먼지에 마지막 인사를 하네
안녕, 회오리바람은 무엇이든 되울리지, 북극성을 보고 싶다고 유언을 남긴 사람을 본 적이 있어 등 돌린 채 혼자 울던
마틸다, 너를 닮은
- 「마틸다에게 묻다」 부분
풍선으로 집을 짓고 책갈피로 숨어 살까?
열여섯 이백아흔다섯 아홉, 줄 꼬인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보라색 셀로판지로 햇빛을 막고 사과가 익는 밤에는 깡통차기를 하지 말라던 어른들은 덤불에 쪼그리고 조는 재미를 모르지
졸다가 학교에 가자 출석부를 펼쳐도 교실은 부풀지 않네 사과나무를 잘라 책상에 접붙이고 점심시간엔 운동장에 구덩이를 파고, 지진은 오후부터
의자는 식지 않았습니다
오른팔로 단추를 달고 오른팔로 이불을 덮고
왼팔은 아꼈다가
사과나무에 물려주세요
목줄만 남은 개집처럼 방치된 이름, 투명한 얼굴, 남서향 창문에 매달린 덜 익은 사과들, 숨이 막혀, 왼팔로 사과나무를 품고 잠든 책갈피
-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부분
쪽길에 버려진
거울 하나
동네가 두 배로 가난해졌다
- 「정치」 전문
자전거로 등대를 실어 오고, 옥탑방에 바다를 들이고, 오늘 밤 첼로에 들어가 죽어도 좋겠다
첼로는 겨울의 뼈를 깎아 만들었다지, 저음으로 몸을 던진 옥 탑방 전 주인처럼
가는 몸에 끊어진 줄을 덮고
물고기의 비늘로 겨울을 밀봉하고
아저씨, 병실은 훈훈한가요? 파도 소리는 쉽게 젖어 울림통에 어울리지 않아요
나는 누구를 닮아
꼬리부터 시린 거죠?
- 「모로 누워 디셈버」 전문
출판사 서평
마음과 생각을 넘치게 흘리고선
이것들을 다시 뭉쳐 단단한 시로 빚는 응시와 공감의 자세
이 시집은 시집의 통상적 관례를 벗어난 몇 가지 지점을 가지고 있다. 시집 해설 부분을 '소풍'이라는 짧은 에세이로 대신하거나 시인의 친필을 그림파일로 그대로 옮긴 「낙서는 어른이 되면서 자라지 않고」라는 시들이 그 지점이다. 최은묵 시인의 곁을 오랫동안 지켰던 문우로서 네 명의 시인이 쓴 글에는 그와의 사사로운 인연과 그의 인간적 면모 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지인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적 관점에서 그의 시를 예리하게 재단하고 있다.
특히 리호 시인은 최은묵 시인의 첫 시집에서부터 이번 시집의 성격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는 "시집 『괜찮아』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서간록이라면, 두 번째 시집 『키워드』는 인간을 대변하여 신과 나누는 대화록 일지도 모른다. 신이 한 말을 받아 적거나 신을 들이받거나 신과 딜을 한 무용담이 적혀 있다. 이번 시집 『내일은 덜컥 일요일』은 과격하지만 그 펜 끝은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눈 은 날카롭고, 먹먹하지만 희망을 쓴 잠언서다."라고 평가한다. 최은묵 시에 관심을 가져온 독자라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단호하다.
'소풍'에 참가한 이정훈 시인은 최은묵 시인이 자신에 시에 녹여낸 그의 죄목들을 정리하였다. "여우불을 함부로 삼킨 죄, 자전거 뒤에 등대를 싣고 내뺀 죄, 겨울의 뼈를 말려 첼로를 만든 죄, 가족을 지우고 생일을 백지로 둔 죄, 실밥 터진 바지 뒷주머니에 아버지를 구겨 넣은 죄" 이러한 좌절의 목록들이 시인을 죽음과 삶에 대한 내성의 수련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응시와 공감을 바탕으로한 내성 기르기는 상황을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언어로 묘사하며, 가장 아름답게 은폐시킨다.
이러한 은폐의 바탕에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의 세계로 끌어오는 시인의 상상력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시인은 감정의 충만을 회피하고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고, 침묵하며, 참아낸다. 돌이킬 수 없다면, 가질 수 없다면 그저 견디고 침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과 생각을 넘치게 흘려보내고 이것들을 단단하게 뭉쳐낸다. 최은묵 시인은 이러한 시적 재주가 탁월하다. 시인은 여기에 새로이 이름을 붙이고 포장지를 씌워 리본까지 달아 독자 앞에 내놓는다. 이것이 우리가 그에게 매혹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7509087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7월 24일 | ||
쪽수 | 136쪽 | ||
크기 |
140 * 201
* 11
mm
/ 32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인의일요일시집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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