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사기 6: 항우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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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 사기본기를 쓴 순서를 주목해보자. 항우본기는 사기 제7권, 고조본기는 제8권이다. 중원패권을 두고 다투었던 한 고조 유방보다 항우를 앞에 내세웠다. 사마천이 살았던 한나라의 시각으로 볼 때 항우는 반역자였고, 그래서 반고는 《한서》에서 항우를 본기는커녕 일종의 반란자들의 사적인 〈진승 항적열전〉에 수록했다. 그러나 사마천은 항우를 한고조 유방보다 앞서 본기에 수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마천이 항우를 크게 높인 것은 아니었다. 사마천은 “태사공은 말한다”라는 사평(史評)에서 (항우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군사를 잘못 움직인 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크게 비판했다. ‘옛날 일을 스승으로 삼지 않고 패왕의 사업만을 말하면서 힘으로 천하를 정벌’하려다가 패했다면서 천명이 아니라 항우 자신의 잘못 때문에 패했다는 것이다. 사마천은 천명 자체는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 천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 행위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시각이 유방과 항우의 홍문연(鴻門宴)에 대한 기술에 들어있다. 이때 항우가 유방의 목을 벴으면 중원의 패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함의였다. 항우의 왕사(王師) 범증(范增)이 “오호라! 어린아이와는 일을 도모할 수 없구나. 항왕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반드시 패공일 것이다.”라고 한탄한 말은 이래서 인용한 것이다.
작가정보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김명옥(문학박사)
김병기(문학박사)
송기섭(문학박사)
이시율(고대사 및 역사고전 연구가)
정 암(지리학박사)
최원태(고대사 연구가)
황순종(고대사 연구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는 1998년 창립된 이래 한국 사학계에 만연한 중화사대주의 사관과 일제식민 사관을 극복하고 한국의 주체적인 역사관을 세우려 노력하고 있는 학술연구소다.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 계승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한편 《사기》 본문 및 ‘삼가주석’에 한국 고대사의 진실을 말해주는 수많은 기술이 있음을 알고 연구에 몰두했다. 지난 10여 년간 ‘《사기》 원전 및 삼가주석 강독(강사 이덕일)’을 진행하는 한편 사기연구실 소속 학자들과 《사기》에 담긴 한중고대사의 진실을 찾기 위한 연구 및 답사도 계속했다. 《신주사기》는 원전 강독을 기초로 여러 연구자들이 그간 토론하고 연구한 결과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는 《신주사기》 출간을 시작으로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 토대가 되는 문헌사료의 번역 및 주석 추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한문 번역 감수
원주용(한문학자)
이지곤(한문학자)
최상근(한문학자)
자가 자장子長으로서 하양(지금 섬서성 한성시) 출신이다. 한무제 때 태사공을 역임하다가 이릉 사건에 연루되어 궁형을 당했다. 기전체 사서이자 중국 25사의 첫머리인 《사기》를 집필해 역사서 저술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후세 사람들이 태사공 또는 사천이라고 높여 불렀다. 《사기》는 한족의 시각으로 바라본 최초의 중국민족사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사마천은 동이족의 역사를 삭제하거나 한족의 역사로 바꾸기도 했다.
저자(글) 배인 (삼가주석)
자가 용구龍駒로서 남북조시대 남조 송(420~479)의 하동 문희(현 산서성 문희현) 출신이다. 진수의 《삼국지》에 주석을 단 배송지의 아들로서 《사기집해》 80권을 편찬했다.
저자(글) 사마정 (삼가주석)
자가 자정子正으로 당나라 하내(지금 하남성 심양) 출신인데 굉문관 학사를 역임했다. 사마천이 삼황을 삭제한 것을 문제로 여겨서 삼황본기를 추가했으며 위소, 두예, 초주 등 여러 주석자의 주석을 폭넓게 모으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사기색은》 30권을 편찬했다.
저자(글) 장수절 (삼가주석)
당나라의 저명한 학자로, 개원 24년(736) 《사기정의》 서문에 “30여 년 동안 학문을 섭렵했다”고 썼을 정도로 《사기》 연구에 몰두했다. 그가 편찬한 《사기정의》에는 특히 당나라 위왕 이태 등이 편찬한 《괄지지》를 폭넓게 인용한 것을 비롯해서 역사지리에 관한 내용이 풍부하다.
목차
- 〈신주사기 6 - 항우본기〉
제1장. 초나라 후예 항적의 등장
진승과 유방이 군사를 일으키다
항량의 부상
항량, 정도에서 죽다
항우, 거록을 구원하다
장함이 항우에게 귀의하다
유방, 항백에게 도움을 청하다
패공이 항왕에게 사죄하다
제2장. 서초패왕으로 부상하다
항우가 유방을 한중 땅에 봉하다
한왕 유방, 관중을 차지하다
항왕의 책사 범증이 숨지다
유방이 부상하다
제3장. 절정에서 몰락하다
항왕이 사면초가에 빠지다
항왕, 자결하다
출판사 서평
우리의 시각으로 시대의 고전을 다시 읽는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세계 최초로 삼가주석 번역은 물론
새로운 관점의 주석까지 추가한 《신주사기》 출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에서 사마천의 《사기》 본기 12권과 이에 주석을 단 대표 주석서 《집해》, 《색은》, 《정의》를 번역한 새로운 사기를 출간했다. 《신주사기》 9권이 그것.
사마천의 《사기》는 〈세가〉나 〈열전〉의 일부 장면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재미있는 책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제대로 알려고 하면 방대하고도 난해한 역사서다. 예로부터 《사기》를 풀이한 수많은 주석서들이 난무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수십 종의 주석서 중 대표적인 주석서가 남조 송나라 배인(裵?)의 《집해(集解)》와 당나라 사마정(司馬貞)의 《색은(索隱)》, 당나라 장수절(張守節)의 《정의(正義)》를 꼽는데 이를 삼가주석(三家注釋)이라고 한다. 삼가주석을 보지 않고 《사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삼가주석은 본문보다 방대하고 동양 고대 사상과 제도, 관습 등에 해박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 때로는 사마천의 본문과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삼가주석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사기 연구의 길이기도 하다.
그간 일본 명치서원(明治書院)에서 1973년부터 《신역한문대계(新譯漢文大系)》의 하나로 《사기(史記:전 15권)》를 간행한 것이 중국어권 이외의 나라에서 수행했던 가장 방대한 사기 편찬사업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사기》도 삼가주석 전체를 완역하지는 못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사기연구실에서 번역하고 신주를 단 《신주사기》는 중국어권 이외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사기》 본문과 삼가주석을 모두 번역하고 새로운 관점의 〈신주(新註)〉까지 달았다. 롯데장학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는데, 이번에 간행된 본기만 9권이다. 〈지〉, 〈표〉, 〈세가〉, 〈열전〉까지 모두 간행되면 총 40권을 상회하는 방대한 프로젝트이다.
중국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
중국고대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난제는 중국사의 시작이 언제부터냐는 것이다. 이는 중국민족의 시작이 언제부터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중국민족은 유방이 세운 한나라를 따서 한족(漢族)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우(禹)임금의 하나라에서 ‘하(夏)’ 자를 따고 섬서성 화산에서 ‘화(華)’ 자를 따서 하화족(夏華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한족, 즉 하화족 역사의 시작이 언제부터냐는 것인데, 사마천은 황제(黃帝)부터 시작하는 〈오제본기〉로 중국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마천의 이런 설정에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많이 있었다. 오제 전에 삼황(三皇)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색은》의 편찬자 사마정은 사마천이 삼황을 삭제한데 불만을 품고 복희, 신농, 여와씨를 수록한 〈삼황본기〉를 따로 편찬했을 정도로 사마천의 계보도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사마천은 오제의 시작을 황제로 설정했지만 서진(西晉)의 황보밀(皇甫謐:215~282)은 《제왕세기》에서 삼황도 수록하고 황제가 아니라 소호(少昊)를 오제의 첫 번째로 꼽았다. 사마천이 황제부터 중국사를 시작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사마천이 숨긴 역사, 사라진 동이족 군주들
그런데 사마정과 황보밀 등은 사마천이 삼황과 오제를 삭제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중국은 최근 산동성(山東省) 남부 임기(臨沂:린이)시에 거대한 동이문화박물관을 열었다. 여기에 4명의 동이족 군주를 전시해놨는데, 태호 복희씨, 소호 김천씨, 치우, 순임금이 그들이다. 삼황의 시작이 태호 복희씨이기 때문에 삼황부터 《사기》를 기술하면 한족의 중국사가 아니라 동이족의 중국사가 되기 때문에 삼황을 삭제한 것이다.
또한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은 김유신의 혈통에 대해 “헌원(황제)의 후예요 소호의 후손이다”라면서 “남가야 시조 김수로왕은 신라와 같은 성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해 김씨, 김해 허씨, 인천 이씨 등 700만에 달하는 가락종친들이 모두 소호 김천씨의 후예라는 뜻이다.
이처럼 소호는 동이족임이 너무나 명백하기에 사마천은 소호도 지웠다. 즉, 삼황의 시작이 태호 복희씨고, 오제의 시작이 소호 김천씨인데, 태호나 소호부터 시작하면 한족의 중국사가 아니라 동이족의 중국사가 되기에 사마천은 태호와 소호를 지우고 황제부터 시작하는 중국인의 《사기》를 작성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사마천은 동이족의 역사를 지우고 한족, 즉 하화족의 중국사를 서술했다. 얼핏 봐도 중국 남방사람들과 북방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름에도 모두 한족이라는 개념은 사마천의 《사기》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신주사기》는 때로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그 근거를 찾고, 때로는 고대의 여러 학자들은 물론 청나라 고증학파와 민국시대(民國時代:1912~1949) 고사변학파들의 주석까지 집중적으로 연구해 중국사의 계통을 바로잡으면서 동이족의 고대사를 복원해 냈다. 1권 오제본기의 ‘사마천이 설정한 오제 및 하은주 시조계보도(109쪽)’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작성한 계보도다. 이를 통해 ①황제, ②전욱, ③곡, ④요, ⑤순의 오제는 물론 하·은·주(夏殷周) 3대의 시조가 모두 동이족이라는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직독직해한 《신주사기》
《신주사기》는 사마천이 쓴 본문과 삼가주석을 모두 번역하고 그 아래 원문을 수록했다. 또한 의역을 최대한 피하고 한 문장 한 문장 직독직해를 원칙으로 삼아 번역했다. 그래서 한자를 조금 아는 독자라면 원문과 대조하며 사기 원문을 읽는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단순한 중국사가 아니라 하화족의 역사 속에 숨겨진 동이족의 역사를 찾는 여정이야말로 현재 정체성의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가 《신주사기》를 읽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948269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3월 16일 |
쪽수 | 266쪽 |
크기 |
153 * 225
* 19
mm
/ 47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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