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 감옥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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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고통, 수치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린 ‘사랑’과 ‘희망’과 ‘연민’의 발라드
동성애 스캔들로 런던을 발칵 뒤집었던 오스카 와일드가 2년간의 가혹한 수감 생활을 마치고 자신의 수인번호 ‘C. 3. 3.’로 발표한 〈레딩 감옥의 노래〉. 생의 쾌락을 찬미하던 오스카 와일드가 냉혹한 감옥에서 얻은 깨달음과 따뜻한 연민의 정서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심미주의와 퇴폐주의를 넘어 사실주의적 생을 노래한 시인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다.
작가정보
1854년 10월 16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벨벳 재킷과 검은 실크 스타킹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예술을 위한 예술’을 기치로 삼는 유미주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사교계의 총아로 이름을 날렸다. 옥스퍼드 대학교 시절에 발표한 시 「라벤나」(1878)로 뉴디게이트 문학상을 받고, 시집과 희곡을 집필했다. 1882년, 일 년 동안 미국을 순회하며 자신의 미학을 설파했고, 동화집 『행복한 왕자』(1888)를 출간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890년에 유일한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월간 리핀콧≫에 게재하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듬해 ‘동성애적 암시’를 대폭 걷어 낸 다음 새로이 단행본으로 펴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는 “모든 예술은 정말이지 쓸모없다.”라고 선언하며 끝까지 자신의 문학과 예술을 옹호했다. 1891년, 단편집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석류나무 집』을 출간하고, 1892년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 1894년 또 다른 문제작 「살로메」, 1895년 「이상적인 남편」과 「진지함의 중요성」 등 여러 희곡 작품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며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때 동성애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파산과 함께 명성을 잃었고, ‘강제 노역형’을 선고받은 뒤 수감됐다. 출소 후에 시집 『레딩 감옥의 노래』(1898)를 자신의 수인 번호로 발표했고, 교도소에서 쓴 『심연으로부터』(1905)는 사후에 출간됐다. 그 뒤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떠돌다가 1900년 11월 30일, 파리의 한 호텔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소설가이자 영미문학 번역가다. 단편소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소년문학상을, 단편 〈로드킬〉로 SF어워드를 수상했다.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쓰며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필진으로 단편소설을 다수 발표했다. 공동 작품집 《22세기 사어 수집가》에 단편 〈언어의 화석〉을,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에 〈로드킬〉을,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2》에 〈방문자〉를 발표했다. 옮긴 책으로는 《복수해 기억해》, 《흉가》, 《레딩 감옥의 노래》, 《캐서린 앤 포터》,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게스트》, 《캐릭터 공작소》, 《신더》, 《오늘 너무 슬픔》 등이 있다.
목차
- 슬퍼라! Helas! 21
낭비된 나날들 Wasted Days 23
평안히 잠들길 Requiescat 25
부활절 Easter Day 29
엔디미온 Endymion 31
숲속에서 In the Forest 37
장식 환상곡: 풍선들 Fantaisies Decoratives: Les Ballons 39
노란색 교향곡 Symphony in Yellow 43
황금 방에서: 화음 In the Gold Room: A Harmony 45
인상들: 실루엣 Impressions: Les Silhouettes 49
변명 Apologia 51
너무나 사랑했기에 Quia Multum Amavi 57
사랑의 침묵 Silentium Amoris 61
그녀의 목소리 Her Voice 65
나의 목소리 My Voice 71
삶의 권태 Tædium Vitæ 73
스핑크스 The Sphinx 75
칸초네타 Canzonet 127
매춘부의 집 The Harlot’s House 133
레딩 감옥의 노래 The Ballad of Reading Gaol 139
옮긴이의 글 아름다움의 숭배자, 퀴어들의 순교자 오스카 와일드의 시 세계 224
책 속으로
아! 기쁨과 비가 내리던 그 모든 여름날/ 그대가 나를 덜 좋아하고 더 사랑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슬픔의 상속인이 아니었을 텐데/ 고통의 집에서 종살이를 하지도 않았을 텐데 _본문 57쪽
그리고 이제 할 일은 남지 않았네/ 한 번 더 키스하고 헤어지는 것밖엔./ 그래, 우리에게는 후회할 것이 없어/ 내게는 아름다움이, 그대에게는 예술이 있으니/ 아니, 아무 말도 마/ 그대와 나, 우리 두 사람은/ 하나의 세상으로는 부족했던 거야. _본문 69쪽
이 불안하고 분주한, 현대의 세상 속/ 우리는 쾌락을 마음껏 즐겼지 ―?그대와 나,/ 그러나 이제 우리 배의 흰 돛은 걷히고/ 배 안의 화물은 모두 소진되었구나. _본문 71쪽
그래도 다 괜찮다네. 그는 삶의 지정된/ 경계선으로 넘어갔을 뿐/ 그리고 깨어진 지 오랜 연민의 항아리에는/ 이방인들이 그를 위해 눈물 흘리리./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은 추방자일 터이고/ 추방자들은 언제나 슬퍼하리니. _본문 207쪽
출판사 서평
“고통이 언제나 위대한 예술이나 위대한 인간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칭 ‘언어의 제왕’인 와일드의 경우에는, 그가 당했던 끔찍한 치욕으로 말미암아 〈레딩 감옥의 노래〉라는 역작을 탄생시키고 예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새로운 위상을 얻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_캐롤 루먼스(영국 시인)
촌철살인의 대가 오스카 와일드의 화려한 언어의 향연
재치 있는 수많은 명언들로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 그의 언어는 ‘시’라는 응축된 장르에서 또 얼마나 빛날까? 《행복한 왕자》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살로메〉 등으로 성공한 소설가, 극작가로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오스카 와일드가 시를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이십대였던 1881년에 일찌감치 《시집》을 출간했고, 이후 거듭 수정하여 개정판도 냈다. 날카로운 유머 감각과 화려한 패션으로 유미주의를 선도했던 오스카 와일드답게 그의 시에는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풍부하고 동시대나 이전 시대의 저명한 시인들의 문학적 오마주가 가득하다.
퀴어 문학 전문 출판사 큐큐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독특한 개성이 잘 드러나고 미적 가치가 뛰어난 시들만을 골라 《레딩 감옥의 노래》라는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감각적 쾌락의 탐닉과 예술적 이상의 추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순을 잘 드러내는 〈슬퍼라!〉, ‘아름다움’의 이상이 집약된 〈변명〉, 사랑의 황홀함과 이별의 고통을 잘 드러낸 〈사랑의 침묵〉 등 초기 시들과 함께 동성애 혐오 법률에 의해 남색죄를 선고받고 감옥에 간 그가 어느 사형수의 처형을 직접 목도하고 쓴, 박해받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노래한 대표작으로서 그의 시 중에서 대중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레딩 감옥의 노래〉가 담겼다. 대부분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되어 소개되는 것들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던 와일드가 가장 찬란한 시기에 남긴 아름다운 시들과 밑바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쓰인 사실주의적인 서사시를 두루 살펴봄으로써 오스카 와일드의 삶과 문학의 여정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한층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불안하고 분주한, 현대의 세상 속에서 쾌락을 즐기다
남성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퀴어 시인 오스카 와일드
《레딩 감옥의 노래》는 특히 오스카 와일드의 퀴어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시인이자 성 소수자로서의 오스카 와일드의 시 세계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도 했지만 남자들과 만남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일찍이 옥스퍼드 대학 시절부터 월터 페이터의 영향을 받은 그의 시에서는 ‘아름다움’이 곧잘 소년의 모습으로 표상된다.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찬미되는 대상은 주로 그리스 신화의 히아킨토스나 힐라스와 같은 미소년들이다.
"날씬하고 어여쁜 소년, 이 세상의 고통과 어울리지 않네./ 숱 많은 금빛 머리카락 귓가에 고슬고슬하고/ 어리석은 눈물을 머금은 애타는 눈동자는/ 안개비 너머로 비친 푸르디푸른 물 같고" _〈낭비된 나날들〉 일부
19세기 말 영국은 기독교의 도덕률과 가부장적 질서, 계급 제도가 남아 있는 보수적인 사회였기 때문에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성향은 그의 삶을 철저하게 망가뜨렸다. 퀸즈베리 후작의 셋째 아들 앨프리드 더글러스 경과 만나고 있던 오스카 와일드는 어느 날 “남색가를 자처하는 오스카 와일드에게”라고 적힌 쪽지를 받는다. 이에 그는 퀸즈베리 후작을 고발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동성애 성향과 주변의 증언으로 전세가 뒤집히면서 법정 다툼에서 패하고, 남색죄를 선고받아 법정 최고형인 2년 징역형에 처해지고 만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스타 작가가 한순간에 죄수 신분으로 몰락하게 된 것이다. 재산은 몰수당하고 가혹한 노동으로 몸과 마음 모두 철저하게 망가진 그는 출소 후 영국에서 추방당한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서 목격한 어느 사형수의 처형을 소재로 파리에서 6개월 동안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여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데, 그것이 바로 〈레딩 감옥의 노래〉다.
깨어진 지 오랜 연민의 항아리에는 이방인들이 그를 위해 눈물 흘리리
"이 시(〈레딩 감옥의 노래〉)는 와일드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이 현실에서 경험한 사건을 소재로 쓴 사실주의적인 시다. 삶에 대해 쓴, 그리고 삶에 바친 시다." _〈옮긴이의 글〉 중
109연으로 이루어진 장시 〈레딩 감옥의 노래〉는 찰스 토머스 울드리지라는 전 왕실 근위대 기병에게 헌정되어 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아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레딩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1896년 7월에 교수형당했다. 1895년 11월 23일부터 1897년 5월 18일까지 레딩 감옥에 복역하면서 울드리지의 처형을 목격한 오스카 와일드는 〈레딩 감옥의 노래〉에서 그가 이승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처형되고 시신이 땅에 묻히기까지의 잔혹한 과정을 서사적으로 그려나가면서, 그를 지켜보는 화자 자신의 고통과 더불어 모든 죄수의 고통을 연결 짓는다. 이 시는 절망과 수치의 구렁텅이에 갇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며 모든 인간적인 존엄과 행복을 박탈당한 채 침묵하면서 세상과 단절되어 절망과 죄악감에 사로잡힌 죄수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공감하는 오스카 와일드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이지/ 이 노래를 듣는 사람 모두가./ 어떤 이는 냉혹한 눈길을 던져 죽이고/ 어떤 이는 아첨으로 죽이고/ 비겁한 자는 키스를 해서 죽이고/ 용감한 자는 검으로 죽인다네!" _〈레딩 감옥의 노래〉 일부
〈레딩 감옥의 노래〉는 기존에 오스카 와일드가 고수하던 유미주의, 퇴폐주의를 넘어 사실주의를 기조로 모든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강하게 표현하는 차별화된 작품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시에서 누구나 크든 작든 죄를 저지르는 처지임을 상기시키며, 신 앞에서는 모두가 죄인인 인간들이 같은 인간에게 죄를 묻고 벌을 주고 학대하고 목숨까지 빼앗을 권리가 있느냐는 통렬한 질문을 던진다. ‘C. 3. 3.’이라는 가명으로 출간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체가 동성을 사랑한 죄로 감옥에 갇혔던 오스카 와일드임을 알고 있었고, 오스카 와일드의 마지막 작품은 영국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출소 후 4년여 뒤인 1900년에 사망하여 파리의 페르 라셰즈에 묻혔고, 오늘날까지도 그곳에는 추방당한 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283209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3월 02일 | ||
쪽수 | 264쪽 | ||
크기 |
117 * 181
* 16
mm
/ 22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Ballad of Reading Gaol/Oscar Wild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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