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6도,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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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의 말
북위 36도, 포항에 살면서 보고 느낀 애정 어린 마음의 시편을 모아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2020년 늦가을
목차
- 시인의 말
1부
2017. 11. 15 / 장기長?에서 / 칠포리 바위 그림 / 기계 다방 / 하옥 마을 / 진도 5.4 지진 / 북위 36도, 포항 / 기북 우체국 / 포항중앙포은도서관 / 옛 포항역 / 포항우체국 / 중앙동 이발소 / 대진 반점 / 월포 바닷가우체국 / 호미곶 등대 / 대전리 3·1운동 / 포항함, 故 한주호 준위 / 과메기 1
2부
왕대포집 / 기북 장날 / 포항세무서 / 포항 운하 / 오어사 / 청포도 여인숙 / 구룡포 일본가옥거리 / 포항물회 / 동백꽃 필 무렵 / 보경사 / 몰개월 가는 길 / 영월재 / 머구리 이씨 / 연화재 공동묘지 / 영일만 갈매기 / 동해바다, 윤슬 / 포항 멸치
3부
제일국수공장 / 송도 바다 / 털신 / 상옥 마을 / 영암도서관 / 포항시립화장장 / 제철소 용광로 / 경북수목원 / 다무포 고래마을 / 과메기 2 / 흥해 들녘 / 제철소 사람들 / 사과꽃 피는 저녁 / 귀신고래 / 쇳물백일장 / 영일만 친구 / 모리국수
4부
보리누름 / 영일대에 핀 살구꽃 / 신광뜰 / 사방공원 / 서림지 / 고추꽃 / 구만리 보리밭 / 전선생집 / 모감주나무 / 이팝나무 / 보라빛 해국 / 우암 은행나무 / 보리라는 말 / 붉은 열매 / 장미꽃 / 해당화 / 할매집 잔치국수
■ 해설 ┃포항에 바치는 연서戀書 - 이달균
책 속으로
북위 36도, 포항
지도를 펼쳐 놓고 한때 몸 부리고 살았던 곳마다 점을 찍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잠시 유학했던 곳이나 거처를 두고 살았던 생의 좌표들을 빼고 우리 인생 탄착점 대부분은 현재 살고 있는 주변에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내게 모험과 도전이 결여된 성향을 보여주는 듯 집과 일터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위성 같은 점들을 보면서 그것이 자신의 성격을 빼닮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익숙한 것이 제일 편안할지 모르지만 대부분 사람은 늘 가던 커피전문점을 이용하고 식사 약속도 자주 가던 식당으로 정하곤 한다 게다가 입던 옷이 편해 어머니가 명절 빔으로 새 옷을 사줘도 잘 입지 않았던 기억도 있듯이 나는 북위 36도 포항에서 느리게 익어갈 것이다
2017. 11. 15
이날은 포항지역에 진도 5.4 지진이 일어난 날입니다 무고하신가요? 별고 없으신가요? 안녕하신가요? 괜찮으신 가요? 하는 흔하디 흔한 인사말마저 눈물겹게 느껴지는 저녁 무렵, 지진이 일어나고 난 후 약 1~2시간 동안 정말 이지 많은 분들이 심지어 외국에 계신 분들까지 지진에 대해 놀라워하면서, 근심하면서, 또 빠짐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걱정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공포보다 가족과 친지들과 이웃의 안위를 먼 저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모습들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험악해졌다고 하나 우리 안에 흐르는 마음의 온도는 시리고 쓰린 자리를 덮어주고 어루만지기에 충분하기에 사람이 희망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겨울은 빠르게 왔고 추위가 깊어질 때마다 내 몸도 조금씩 부서져 갔습니다 땅이 흔들리자 역설적이게도 사람에 대한 불신이 흔들리면서 이웃들이 새로운 뜻으로 다가오는 경험이었습니다 당신이 살아야 내가 살고, 그들이 있어야 14 15 내가 있다는 다시 한번 여쭙습니다 다들 무고하신가요? 별고 없으신가요? 안녕하신가요? 괜찮으신가요? 아아, 이토록 위태롭고 힘들게 살아있는 날에 받아보는 이 눈물겨운 인사 말입니다
보라빛 해국
찬바람 불면 바닷가에 피는 해국海菊은 가을꽃이다 따뜻하고 편안한 땅을 마다하고 바닷가 척박한 땅에 소금 바람 몰아치는 아스라한 해벽海壁에 목숨 던진 순교자자 같은 꽃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의 일도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내는 사람,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이웃을 위해 등불을 켜는 사람, 극지와 오지 세계 최고봉에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 그 사람들 모두 바닷가에 피는 해국이다 보라빛 해국을 볼 때마다 내 삶의 발자국이 어디쯤 머물고 있는지 돌아보고 진일보된 나의 세계를 위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고난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처럼 자신을 이기는 사람만이 해국과 같은 꽃을 피울 수 있고 저 해국처럼 당당한 자세로 살아가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꽃이다
제철소 사람들
뜨거운 여름날 불 앞에서 묵묵히 일하는 제철소 사람을 보면 붉은 장미가 생각난다 제철소에서 철광석 녹여 쇳물 만드는 사람들이나 대장간에서 시우쇠를 다루어 연장을 만드는 대장장이는 노동으로 땀을 흘리는 여름에 꽃 피우는 장미 같은 사람 에어컨 찬바람 앞에 앉아서 나무 그늘에 누워서 여름을 보내는 사람에게서 맡을 수 없는 철 내음과 해풍에 실려 오는 싱싱하고 건강한 소금 같은 땀내가 난다 여름철 땀 흘리는 철인鐵人이여 그 땀에서 뜨거운 쇳가루 내음을 맡는다 바닷물을 햇살로 증발시켜 만드는 염전의 소금처럼 빛나는 산업의 쌀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리는 이 여름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그 땀에서 피어나는 장미 같은 사람의 꽃을 본다
기북우체국
편지를 부치기 위해 산골 마을 기북우체국 찾아가는 길에 접시꽃 지고 코스모스 피기 시작하면 오래지 않아 쑥부쟁이 구절초 피고 바람도 순해진다 나무들 그림자도 점점 길어지면 먼 북쪽 하늘에선 한랭전선을 서서히 준비할 때 호박은 노랗게 익어갈 것이고 박이 하얗게 익어가는 시월이 오면 황금 들녘은 농부들 마음같이 금빛으로 물들어 갈 때 동구 밖 멀리서 걸어오는 그대를 기다립니다 여름이 뜨거웠기에 사과와 감에 단물이 들었고 고구마도 굵어질 것이며 벼들은 고개 숙일 때 사람도 사랑도 오고 가는 법 내가 부친 편지를 받아 읽으며 그대도 사랑으로 발갛게 익어갈 것입니다
출판사 서평
예순 중반에 쓴 윤석홍 시인의 이 시편들은 포항에 대한 절절한 연서다. 처음엔 포항 백과사전이라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서 한 시인이 쓴 연서임을 알게 되었다. 사랑한다면 당장 만나야 한다. 나도 내 사는 곳에 대한 사랑이 있지만 이렇게 절실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의 사랑고백서를 읽다 보니 이 짝사랑이 머잖아 화합의 합혼주(合婚酒)를 마실 날이 다가올 것임을 느낀다. 그 술은 이 시집을 읽는 독자와 함께 포항을 사랑하는 시민과 함께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달균 시인 (해설에서)
이 시집은 포항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에게는 나름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향이 꼭 포항이 아니어도 이곳에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사는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도 이 시집은 따뜻한 위로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줄 것이다. 고단한 삶을 살아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아니 바쁜 일상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유년의 시절 그리고 고향의 기억과 아련한 꿈들을...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속으로,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번 시집 『북위 36도, 포항』을 읽어보시라.
- 김일광 동화작가
기본정보
ISBN | 9791195689859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30일 | ||
쪽수 | 122쪽 | ||
크기 |
127 * 193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나루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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