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가 용기를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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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신익상
저자 신익상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 박사원에서「실존론적 사유와 대승불교의 불이적(advaya) 사유를 통한 변선환 신학 연구」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감리교신학대학교, 성공회대학교, 협성대학교,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학자이자 감리교 목사로서 종교와 과학의 대화, 종교간 대화, 종교해방신학 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사유와 실천을 통해 인간 해방에 기여할 바를 모색하고 있다.
작가의 말
이 책은 종교인이자 학자가 당면한 사회적 현안에서 어떻게 종교의 사회적 위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다. 신경과학과 불교ㆍ그리스도교의 가르침들을 가로질러 ‘공감’ 개념을 사유하면서 그 결과물을 제도권 종교들에게 들이다.
목차
- 머리말
1. 점심, 어느 마음에 점을 찍을까?
2. 기억하라, 여기 있음을!
3. 세월호가 묻는다. 공감할 자, 누구냐?
4. 메르스가 답한다. 종교가 공감한다고?
5. 종교의 완성은 그것의 위반이다!
출판사 서평
신경과학과 종교를 가로질러 공감을 사유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2015년 6월과 7월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를 현대 신경과학의 성과와 그리스도교(개신교와 가톨릭), 불교의 가르침으로 사유하면서 주류 종교의 현실을 비판한 책이다. 이 책을 가로지르는 핵심 개념은 ‘기억’과 ‘공감’이다.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대학원에서 종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한 저자가 원용한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와 그리스도교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공감할 능력이 있고, 바른 공감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서 종교와 종교인들은 교묘하게 기억과 공감을 저버렸다. 종교가 자신의 기원이 되었던 정신과 가르침을 배반한 것이다. 이에 저자는 이제 종교의 완성은 종교 자신을 통해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종교의 완성을 위해 종교를 위반하라고 말한다. 예수가 유태교에서 그랬고, 붓다가 힌두교에서 그랬듯이.
기억하라, 그래야 미래가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피곤해 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의 지속이 피로감을 가져온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기억하라”는 말은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들이 사회적인 응답을 간절히 바랄 때 거기에 응해 달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적잖은 사람들은 기억을 불편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주로 억울함과 원통함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이익을 얻는 자들이고 본다. 이들은 불의한 구조의 수혜 주체이기에 이들은 더할 나위없는 해결의 주체로 나설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시정하고자 한 적이 없을 뿐더러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며 여론을 조정하고 기억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억의 가능성을 의심한다. 기억은 단지 과거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해 돌아가려는 퇴행적 행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오해다. 우리가 기억을 통해 과거를 불러내는 이유는 그것을 불러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이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나 요구는 앞으로 무언가가 도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이기 마련이다. 기억은 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월호 대참사의 유가족들이 과거의 진실을 규명할 것을 요구하고 이들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잊지 않겠습니다’나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를 통해 참사를 상기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의 경제 발전에 발목을 잡으려는 행위도,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행위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고자 하는 현재적인 요구이자 기억을 통한 과거와 미래의 수축이다. 원통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외치는 진실 규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책 수립의 요구야말로 법적 판결을 넘어서는 진실과 정의를 향한 열망이자 진실과 정의 자체이기도 하다.
저자가 인용한 현대 신경과학의 성과들에 따르면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키는 가운데 나와 세계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미래를 준비한다. 그런데 이러한 연결성을 가능케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간의 신경과정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것이 감정의 일부를 이루는 공감의 과정이라고 밝힌다.
인간에게 ‘바른 공감’이 가능한가
여기서 저자는 묻고 대답한다. 첫째, 인간에게 공감이 가능한가? 둘째, 가능하다면 공감의 정도와 지향성이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이렇듯 다양한 공감 중에서 바른 공감을 찾는 일이 가능한가? 넷째, 만일 가능하다면 바른 공감을 종교적 응답 내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신경과학의 성과에 기대어 찾은 첫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은 뇌가 손상되지 않는 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 째 질문에 대한 답, 그럼에도 공감의 정도와 지향성이 다른 것은 각자 상이한 내외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상이한 신체 상태 지도로 귀결함으로써 다양한 감정이입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간의 뇌는 신체를 매개로 세상과 만나면서 자신이 포획할 수 있는 범위의 역사와 자연사를 신체에 응축시킨다. 감정은 이렇게 형성된 개개인의 독특한 신체 상태의 표현이자 외부의 자극에 대한 수용 결과를 드러내는 고유한 소통 방식이다. 공통된 공감의 토대를 두고 누구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피눈물에 깊이 공감하는 반면, 누군가는 대통령의 눈물에 깊이 공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 바른 공감을 찾는 것이 가능한가. 이 대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그리스도교 성서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로 바른 공감의 가능성을 찾는다. 예수의 가르침에 따르면 ‘공감’은 신분과 입장을 나누는 경계선을 가로질러 소외되고 배제된 삶의 아픔을 공유하는, 대등한 동료로서의 의식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공(空)과 자비(慈悲)를 통해 바른 공감의 가능성을 찾는다. 붓다의 공이 목표로 하던 것 중 하나는 인간들을 위아래로 나누어 아래쪽 사람들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로부터 만인을 해방하는 것이었다. 또한 대자비의 정신은 끝없이 상승해서 정상에 도달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역주행해서 바닥으로 내려와 바닥에 있는 이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고통을 나누며 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종교는 바른 공감에 스스로 응답하고 있는가?
빈 껍질뿐인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공감
저자에 따르면 답은 회의적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막말 파문’을 일으킨 일부 개신교 목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주류 개신교는 ‘죄’라고 하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속에 모든 사건들을 넣어 녹여버리고 구원의 원리로 은폐한다. 이 순간 목사는 죄 없는 자로 등극함으로써 신을 대신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 앞에 펼쳐진 온 우주의 죄인들이 침묵하게 한 뒤 혼자 말하기 때문이다. 신을 대리하는 그는 일종의 심판자이자, 법관이 된다. 그는 판결한다. 그러나 그것은 판결일 뿐, 정의도 진실도 아니다. 더 많은 것이 이야기되지 못하게 하는 개신교의 거대한 죄 이야기 앞에서 ‘공감’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죄 이야기는 기억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억울함은 ‘죄를 지었지만 없었던 일로 해 줌’이라는 원리 속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자신의 죄를 끊임없이 상기함으로써 신의 은혜를 명상하라는 주문 속에서 죄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정면 돌파는 회피된다. 죄 → 그리스도의 십자가 → 부활 → 죄라는 추상적인 순환 고리 속에서 죄의 구체적 현실성이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죄의 현실성은 ‘내가 죄인’이라는 신앙 고백적 사실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고하며 끈질김에도, 교회가 제시하는 구원의 원리 속에서 은폐된다.
저자에 따르면 가톨릭은 ‘공감’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개인주의에 호소했다. ‘공감’을 실현하는 주체의 자리에 신자들을 올려놓고 교회 자신은 그 뒤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천주교회는 정치사회적 입장을 유보하고 이른바 중립을 지킨다. 일제 식민치하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왔던 가톨릭의 정치사회적 중립은 세월이 흘러도 강고하다. 그러나 중립은 ‘침묵’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치사회적 사건은 대개 힘의 불균형에 기인하기에 이때 ‘침묵’이란 정확하게는 강한 자의 편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이 들어서야 할 자리를 침묵에 내어줌으로써 가톨릭의 ‘공감’은 정치사회적 실현의 장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멈추어 선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묻는다. “실현될 수 없는 공감이라면, 개신교의 아편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저자는 “유감스럽게도 불교의 ‘공감’ 또한 개인적”이라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개인주의가 관계성의 확장을 통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연기에 대한 깨달음은 우주적인 관계성을 감지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사건의 독특한 의미를 해소해버린다는 이야기다. 기독교에서 초월자 자리를 불교에서는 연기법계가 차지하면서, 엄청난 연기의 세계 앞에서 모든 것이 사소해져 버리는 탓이다. 결국 ‘공감’의 책임은 이러한 논리 속에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신도에게 전적으로 맡겨진다. 불교계는 특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치사회적인 논평을 배제함으로써 ‘공감’의 사회적 실현에도 침묵했다. 따라서 “사회적 아픔을 함께 치유해 나가겠다는 의지”는 기독교의 ‘공감’만큼이나 빈 껍질뿐인 언어가 되고 말았다.
위반하라, 예수와 붓다가 그랬듯이
국가와 자본의 관리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좌파의 이념이나 운동까지도 자신들의 관리권 내에 편입시켜버렸다. 좌파라는 상품은 우파의 구호와 선전에, 드라마와 영화에, 심지어는 좌파 운동 자체에 담겨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소비된다. 여기서 제도 종교들은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국가와 자본의 관리이념을 전파하거나 국가와 자본의 관리체계가 야기하는 불의에 침묵함으로써 그 지속을 승인했다. 그러면서 각종 치유문화를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억울함과 고통으로 호소하는 사회변혁을 향한 요청들을 치유 이야기 형식으로 바꾸어 전유한다. 제도 종교들이 자신들을 기원케 했던 정신을 배반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단언한다. 이제, 종교의 완성은 종교 자신을 통해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예수가 유태교에서 보았고, 붓다가 힌두교에서 보았던 것처럼, 오늘날 이 땅에서 종교의 완성은 스스로에 의해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종교의 이상과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제도권 종교들이 설정해 놓은 경계선을 벗어나야 한다. 종교의 완성은 그것의 위반을 통해서 달성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묻는다. 위반을 감행할 종교는 어디에 있는가? 설명은 충분하다, 이제 누가 용기를 낼 것인가?
기본정보
ISBN | 9791195585250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9월 01일 | ||
쪽수 | 76쪽 | ||
크기 |
110 * 174
* 15
mm
/ 9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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