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이 다음 없이
도서+교보Only(교보배송)을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패키지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1년 선정
-지극히 사소해서 아름다운 휘파람 같은 시편들
시인은 사소한 일상을 사소하게 살아간다. 작고 시시한 것들을 바라보면서 “작은 것들은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닮고 작은 것들은 어쩌면 “살아 있을지”(「발견」)도 모른다고 숨겨진 생명력을 엿보기도 한다. 그리고 “시시한 것을 묻고/시시한 것을 듣”기도 하면서, 끝내는 “시시해서 우리는 좋았다”(「서울에서 멀어지면」)고 담담하게 진술한다. 시인의 이런 진술은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순간으로 치환될 수도 있다는 전언처럼 들린다. “소리 지르는 아이”를 보다가 끝내는 그 아이의 엄마에게 항의를 하고, 곧 “그러지 말걸” 하고 중얼거리는데 그의 자조 섞인 듯한 말들은 탄식 혹은 후회로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허무한 세계에 조응하기 위한 하나의 태도인지 모른다. 시인은 무채색의 세계를 감지하며, 점차 무감하게 반응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시에 투영한다. 희망도, 절망도 아니고, 정의도, 의문도 아닌 것이다.
해설을 쓴 고봉준 문학평론가는 이런 일상의 반복을 일종의 ‘징후적’인 현상으로 설명하면서, “임곤택에게 시는 ‘어느 부주의한 마음에 잠깐 산다/이름을 떠 올릴 때마다’(「발견」)라는 진술처럼 이 작은 것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을 내어 주는 것에서 시작되며, ‘스웨터 장갑 철 지난 것들/그렇게 다/버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서울에서 멀어지면」)라는 문장처럼 버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것들을 이삿짐에 담는 일에 필적한다. 생각해보면 일상이란 이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시간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 일상의 순간들을 정직한 시선으로 그려 낸다”고 증언한다.
시인은 서로 닮은 세 명의 꼬마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이 닮다가 슬슬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일을 사거나 팔”기도 하면서, “튀어나온 자동차에 놀라 물러서”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 시인은 세 명의 꼬마가 “닮았다가 달라지다가 다시 닮아”(「아마도 셋은」) 갈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러한 진술은 특정한 개인에게 개별적인 차이성이 발생하지만, 끝내는 모두 동일하게 귀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 시는 머리 모양이 닮은 꼬마 셋에서 출발하지만, 시는 점점 확장되어 인생 전체를 내포한다. 인간은 모두 잠깐은 달라질 수 있더라도 끝내는 같아진다는 필연적인 허무함을 일러 준다. 일찍이 그런 허무함을 깨달은 시인은 냉정한 세계 속에서 노래를 이어 나간다.
시집 『죄 없이 다음 없이』를 읽다 보면, 쓸쓸히 고개를 떨구고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연상된다. “10센티 일몰”(「10센티 일몰」)을 남겨 두고, “돌아보는 하늘 붉어 염소처럼 안심”하며 “귀가”(「이런 귀가」)하는 그런 사람. 그 사람이 걷고 있는 길 위에서는 어떠한 풍경도 사건도 색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잔인한 호의”도 없고, “죄”도 없고, “다음”(「10센티 일몰」)도 없다. 그저 범속한 일상 속에 본인을 가만히 내려놓고 걸을 뿐이다. 어쩌면 그는 일찍이 무채색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한 조각 아름다움, 그 말도 안 되는 것”(「한 조각 아름다움」)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일찍이 임곤택 시인은 “몇 해를 모래 바람 속에 헤맨 뒤였다. 세상은 그런 거였다. 회색의 구름 속에 알 듯 모를 듯 거개가 운이거나, 아니면 나도 모르게 미리 다 정해져 있는 듯했다. 나는 늘 길 위에 있었다.”라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쓰기도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집은 ‘길 위’에서 써 내려간, 안착할 장소를 찾지 못한 한 유랑자의 무심한 고백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창밖 세상은 지붕과 나무들, 새들의 노래와 자동차 소리로 가득합니다. 전깃줄은 구름을 지나 사방으로 뻗어 갑니다. 길고양이는 새끼를 네 마리 낳았습니다. 장마가 곧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네를 흔들며 꼬마들 몇이 재잘거립니다. 지났거나 아직은 지나지 않은 이야기들.
2021년 여름
임곤택
목차
- 1부 닮았다가 달라지다가 다시 닮아 가겠지
그러지 말걸
식욕
발견
서울에서 멀어지면
아마도 셋은
어두운 신발
벽으로 빨려드는
하얀 말
기도하는 낙서
한 조각 아름다움
그럴 수 있지만
오후의 느낌과 여행을 떠나자
10센티 일몰
2부 빛나지 않는 것들을 잠시 빛나게
쑥
멀리 간다고 가까워지는 건 아니야
밤의 북벌
메이드 인 베트남
악수
깃발
카페 탱고
넝쿨
알 것 같다
이유
광화문에 가야 한다
어제 일처럼
3부 일요일의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Lost
무정
해라, 하지 마라
가을이 왔다
신호 대기
조금만 조금만
물컵을 보며 재떨이
수족관
언덕의 동화
먼지와 이파리
너는 쉽게 속는다
데리러 온다는 말
죄와 벌
4부 돌아가는 길에, 돌아가도 좋으냐고
카나리아 노란 새
집인가 아닌가
담배와 사과로 겨울
장마와 사루비아
불가능한 휴식
외눈박이 놀이터
주춤거리다
정물
옮겨 가는 불
나는 자연인이다
좋은 날
자전
이런 귀가
해설
삶의 리듬과 언어의 미학
-고봉준(문학평론가)
추천사
-
여기 “담뱃불을 붙이는 잠깐”에도 “당신의 하루 밤낮 이야기”(「자전」)를 보고, 또 보고, 그 어떤 기교도 없이 “한 조각 아름다움, 그 말도 안 되는 것”(「한 조각 아름다움」)에 가닿고자 하는 시인이 있다. 그는 아니꼬운 일들, 서럽거나 막막한 일들에 딸린 뒷이야기들을 “연필 끝으로/살짝 끄집어낸다.”(「발견」) 임곤택 시인의 그물코 감각에 걸리는 것은 온갖 소리와 냄새와 “반쯤 죽은 것에 물을 뿌려 반쯤 살리”(「오후의 느낌과 여행을 떠나자」)는 시간의 숲이다. 그는 참새와 글자들이 구별될 정도의 거리에 침잠하면서 삶과 조우한다. 딴생각하면서 한눈팔았는데 그때 보이는 아름다움이랄까. 그렇다, 임곤택 시인은 너무 평범해서 잊고 사는 존재들, 즉 폐허이면서 생명인 것들의 범상함을 안다. 그의 시작법은 의도적으로 만든 이미지가 아니라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내파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는 언뜻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찰나의 면을 입체적으로 그려 낸다. 진술의 선명함도 좋지만 특히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묻어 있는 흥興이 마음에 든다. 그의 흥은 “묘한 쾌감”이고 “징그러운 살기”이고 “즐거운 운명”(「수족관」)이다. 옳고 그름을 섣부르게 분간하지 않고, 금 간 일상, 특히 삶의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사뭇 진지하면서도 짓궂고, 또 측은하면서도 장난기까지 머금고 있다. 쾌快와 불쾌不快의 세계마저도 아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그려 놓은 것만 같은데, 거긴 “맑은 오후”이면서 “구겨지기”(「정물」) 쉬운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의 사색을 좇아 동행한다면, 삼투하는 노을같이 “빛나지 않는 것들을 잠시 빛나게”(「메이드 인 베트남」) 하는 사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소리 지르는 아이를 참다가 참다가
그 엄마에게 항의했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
눈이 내렸고 눈을 뭉쳤고 벽을 맞혔다.
말을 그치자 말이 없다 잠깐 뜨겁고 오래 차갑다.
생면부지의 열애는 늘 이렇다.
주머니에 손 넣어 동전을 짤그락거린다.
눈이 계속 내린다.
벽에는 내가 던진 눈 뭉치가 뭉개져 있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
-「그러지 말걸」전문
강릉이나 삼척으로 가자고 했지
서울에서 멀어지면 우린 아주 행복할 거라고
거짓말로 안내하던 택시 기사에게
속았던 때를 기억하면서도
귀찮은 일은 문득 삐져나온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노인들의 여권과 티켓
에스키모 다큐에는 상처 입은 개들이 보이듯이
계획이란 늘그렇듯이
상자를 채워 더 큰 상자에 담는다
깜빡 잊으면 두세 배 늘어나는 일들
스웨터 장갑 철 지난 것들
그렇게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머리를 부딪히며 우리는 짐을 옮긴다
시시한 것을 담고
시시한 것을 쌓고
-「서울에서 멀어지면」부분
꼬마 셋이 지나간다. 같은 곳에서 머리를 자른 듯 머리 모양이 똑같다. 가운데 아이가 저금통을 거꾸로 들어 올린다. 셋이서 동전 구멍을 올려다본다.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눈송이 민들레 사탕 한 알, 어떤 것이 나오면 좋을까. 꼬마 셋은 닮았다 하나쯤 닮지 않아도 좋지만 그들은 닮았다.
더 많이 닮다가 슬슬 달라지겠지. 과일을 사거나 팔겠지. 과일 가게를 지나가겠지. 튀어나온 자동차에 놀라 물러서겠지. 사랑하거나 그랬다고 믿겠지. 매미 소리를 듣겠지. 겨울에도 푸른 풀잎들을 무심결에 지나치겠지. 기다리는 사람이 있겠지. 닮았다가 달라지다가 다시 닮아 가겠지.
-「아마도 셋은」전문
너는 연습 중
담배 연기는 얼굴로 되돌아온다
하늘은 빨갛고
달리는 사람은 조금 더 빨갛고
오늘은 나중에게 물러서지 않기를
아이를 땅에 묻는 젊은 부부는
동전 한 개를 그 위에 던져 놓는다
너의 말이, 여기 적는 글자들이
낱낱이 혼자이기를
혼자들이 배를 만들고 게으르게 연명하기를
10센티 남은 일몰
버려진 가옥 퇴색한 페인트가 집일 때
이것들 다 혼자일 때
잔인한 호의 없이
죄 없이
다음 없이 혼자일 때
-「10센티 일몰」전문
두부를 먹고 싶다
사과를 먹고 싶다
두 시간 후면 광화문에 가야 하는데
서울 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
방은 어둡고
설경이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있다
눈이 내릴 텐데
눈 쌓인 곳이 있다고 하는데
두부를 먹고 싶다
지긋지긋하게 흙냄새 나는
사과를 먹고 싶다
연분홍 꽃이 시들어 맺은 열매
이제 술을 깨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기차를 타야 하는데
두부를 먹고 싶다
사과를 먹고 싶다
설경이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있다
광화문에 가야 한다
광화문에 가야 하는데
-「광화문에 가야 한다」전문
열심히 지나간다
지나치고도 좋은 것만 기억하는 사람
그래서 두 번 지나치는 사람
골목 끝에는
오토바이 가게, 폐차된 오토바이 열 대쯤
병아리 색깔의 유치원 버스
담배를 피우다 물을 마시고 싶다
물컵을 보며
재떨이 들어 입에 가져다 기울인다
꽁초 몇 개 바지에 쏟는다
더 자주 잊어야 한다
-「물컵을 보며 재떨이」부분
어제 죽은
빛의 마을에 돌아가려는 게 아니라
색다른 도시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어둠의 환대를 바라서가 아니라
돌아보는 하늘 붉어 염소처럼 안심하는
이런 귀가는 어떤지
-「이런 귀가」전문
기본정보
ISBN | 9791191262452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8월 03일 | ||
쪽수 | 136쪽 | ||
크기 |
126 * 201
* 12
mm
/ 15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걷는사람 시인선
|
Klover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리뷰 종류별로 구매한 아이디당 한 상품에 최초 1회 작성 건들에 대해서만 제공됩니다.
판매가 1,000원 미만 도서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리뷰는 1인이 중복으로 작성하실 수는 있지만, 평점계산은 가장 최근에 남긴 1건의 리뷰만 반영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