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수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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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필치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인간군상의 모습을 짧은 글에 담은 「영일소품」,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한 「생각나는 것들」, 나쓰메 소세키 말년의 사상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리문 안」을 통해서 인간과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했던 나쓰메 소세키의 정신을 따라가보자.
작가정보
(夏目漱石, 1867~1916)
도쿄 명문가의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긴노스케(欽之助). 당시 어머니는 고령으로 ‘면목 없다’며 노산을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12세에 도쿄 제1중학교 정규과에 입학하지만 한학 · 문학에 뜻을 두고 2학년 때 중퇴, 한학사숙에 입학해 이후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유교적인 윤리관, 동양적 미의식, 에도(江戶)적 감성을 기른다. 22세 때, 문학적 · 인간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준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와 만나게 되지만, 잇따른 가족의 죽음으로 염세주의, 신경쇠약에 빠진다. 대학 졸업 후 도쿄에서 영어 교사로 있다가 1895년 고등사범학교를 사퇴하고 아이치(愛知) 현의 중학교로 도망치듯 부임해 간다. 그곳에서 얻은 경험은 소설 『도련님』의 소재가 되었다. 이후 런던으로 유학을 떠나지만 영문학 연구에 거부감을 느껴 신경쇠약에 걸리게 된다.
귀국 후 도쿄 제국대학 강사생활을 하다 또 다시 신경쇠약에 걸리자 강사를 그만두고 집필에만 전념하던 소세키는 1907년 아사히(朝日) 신문사에 입사, 직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후 계속되는 신경쇠약, 위궤양에 시달리다 1916년 12월 9일에 대량의 내출혈이 일어나 『명암』 집필 중에 사망했다. 마지막 말은 ‘죽으면 안 되는데’였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 및 직장 생활을 하다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 출판을 시작했다. 번역서로는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도련님』, 『인간실격』, 『사양』, 『붉은 수염 진료담』, 『계절이 없는 거리』, 『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붉은 흙에 싹트는 것』, 『그럼, 이만…… 다자이 오사무였습니다.』, 『그럼, 안녕히…… 야마자키 도미에였습니다.』 외 다수가 있다.
목차
- 1. 영일소품
새해 / 뱀 / 도둑 / 감 / 화로 / 하숙 / 과거의 향기 / 고양이의 무덤 / 따뜻한 꿈 / 인상 / 인간 / 꿩 / 모나리자 / 화재 / 안개 / 족자 / 기원절 / 돈구멍 / 행렬 / 옛날 / 목소리/ 돈 / 마음 / 변화 / 크레이그 선생
2. 생각나는 것들
3. 유리문 안
나쓰메 소세키 연보
책 속으로
나는 정면의 왼쪽 두 번째 골목으로 접어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다음 2정 정도 똑바로 걸어간 듯 여겨졌다. 거기서부터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 홀로 서서 머리를 갸웃거렸다. 오른쪽에서 구두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는가 싶더니 그것이 4, 5간 앞까지 와서 멈췄다. 그러더니 점점 멀어져갔다. 결국에는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후에는 정적에 잠겼다. 나는 다시 어둠 속에 홀로 서서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하숙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영일소품」 안개 중에서
면모가 뚜렷한 오늘날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과학의 법칙을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옛날로까지 펼치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보편의 이치에 따라 산은 산이 되고 물은 물이 된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테지만, 이 산과 이 물과 이 공기와 태양 덕분에 생식하는 우리 인간의 운명은 우리가 살아갈 만한 조건이 갖추어진 동안의 일순간-영겁으로 전개하는 우주 역사의 장구함에서 본 일순간-을 탐하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니, 덧없다고 하기보다 그저 우연한 목숨이라고 평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평소의 우리는 단지 사람을 상대로만 살아간다. 그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기에 대해서는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신경을 써본 적조차 없다. 그 속내를 파헤쳐보면, 우리가 태어나는 이상 공기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이라는 정도로만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공기가 있기에 인간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니 사실을 말하자면 인간을 위해서 생겨난 공기가 아니라 공기 덕분에 생겨난 인간인 셈이다. -「생각나는 것들」 제7장 중에서
피를 토한 나는 씨름판 위에서 쓰러진 씨름선수와 마찬가지였다. 자활을 위해서 싸울 용기는 물론,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는 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천장을 향해 누워 가느다란 숨을 간신히 쉬며 무서운 세상을 멀리로 바라보았다. 병이 침상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쳐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생각나는 것들」 제19장 중에서
지금의 나는 바보 같아서 타인에게 속거나, 혹은 의심이 많아서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이 두 가지밖에 없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불안과 불투명함과 불유쾌함으로 가득하다. 만약 그것이 평생 계속된다면 인간이란 얼마나 불행한 것일까. - 「유리문 안」 제33장 중에서
출판사 서평
나쓰메 소세키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문단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수많은 명작을 남긴 일본의 문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소설 외에도 여러 종류의 글을 남겼으며, 그의 강연록 또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 나쓰메 소세키의 글 가운데서도 특히 어깨에서 힘을 빼고 쓴 글 3편(영일소품, 생각나는 것들, 유리문 안)을 모아 한 권으로 엮었다.
『영일소품』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가생활 중기라고 할 수 있는 1909년 1월에 「새해」가 아사히 신문에 게재되었고, 1월 14일부터 3월 14일까지 오사카 아사히 신문에 24편이 게재되었다. 그 가운데 14편은 도쿄 아사히에도 게재되었다. 그리고 1910년 5월에 「몽십야」, 「만한 곳곳」, 「문조」와 함께 『소세키 근십 사편(漱石近什四篇)』에 수록되어 출판되었다. 일상 속에서 재제를 취한 것과 런던 유학 시절에서 재제를 취한 것 등 다양한 소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나쓰메 소세키의 맨얼굴을 엿볼 수 있다. 장편 「산시로」 이후에 「몽십야」처럼 짧은 글을 연작으로 써달라는 요청에 의해서 집필한 작품이다.
이후 나쓰메 소세키는 1910년 6월에 위궤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해 8월부터 이즈 슈젠지에서 요양을 했다. 그러나 거기서 병이 깊어져 800g이나 되는 피를 토하고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위독한 상태에 빠지고 만다. 이를 ‘슈젠지의 대환’이라고 하는데 이때 일시적인 죽음을 체험한 일이 이후의 작품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일생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사건 가운데 하나였던 슈젠지에서의 일들을 기록한 수필이 바로 『생각나는 것들』로, 같은 해 10월에 용태가 안정되어 병원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이듬해 2월까지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다.
『유리문 안』은 나쓰메 소세키의 말년인 1915년 1월 13일부터 2월 23일 사이에 39회에 걸쳐 아사히 신문에 게재되었다.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유리문으로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서재 안에서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던 나쓰메 소세키에게도 종종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 「유리문 안」에는 그런 사람들과의 일화, 그리고 추억 등이 담겨 있다. 나쓰세 소세키 말년의 사상과 어린 시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그의 마지막 수필집이다.
어깨에서 힘을 빼고 쓴 글들만 모아놓은 책이기에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모습은 물론 인간 나쓰메 소세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156141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7월 20일 | ||
쪽수 | 336쪽 | ||
크기 |
130 * 210
* 20
mm
/ 40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의 숲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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