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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 시집

b판시선 46
조재도 지음 | b | 2021년 09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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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91189898601(1189898608)
쪽수 111쪽
크기 125 * 195 * 12 mm /166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동네 뒷산의 사계(四季)를
시적 서정의 사계로 옮겨 놓다”
산을 좋아해서 등산을 자주하며 산을 주제로 시를 쓴 시인들이 많다. 조재도 시인도 산을 좋아하는 시인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시인 중에 하나다. 시인이 살고 있는 천안에 태조산이 있는데 30년 동안 수천 번도 넘게 올랐다고 할 정도이다. 태조산은 고려 태조의 군사 주둔지에서 산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천안시 동쪽 교외에 해발 421미터짜리로 그리 크지 않은 산이다. 그 산에 거의 매일 오르내리면서 빚어낸 시 80편을 묶어 시집 〈산〉을 펴냈다. 시집의 시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4개의 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산은 봄이면 잎과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열매를 맺고 초록이 무성해져서 가을에는 열매와 씨앗을 익히고, 겨울이면 그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인고의 시간을 갖는 순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모습이 이리저리 엮이는 풍경을 그려보면 마치 우리네 사람살이와도 유사하기만 하다.

“울면서 산을 오른 날 있다/직장 잃고 갈 곳 없을 때였다//울면서 산을 내려온 날 있다/그분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주저앉아 산에서 운 날 있다//어머니 돌아가신 후 어느 날이었다”(「푸르른 날」, 전문)와 같은 시는 삶의 격랑과 고난에 찬 인간이 산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먼 산이 녹슨 종처럼 엎드려 있다/그리움 한껏 부풀어 종소리 차올라도/쳐주는 사람 없는 엎드린 종이다//내가 가마/내게 오고픈 간절한 너의 소망을 위해/내가 가 너를 울려주마”(「종소리」, 전문)와 같은 시에서는 꿩이 자신을 희생하며 치악산 절간의 종을 울리는 우화가 떠오르게 하는데 이는 시적 화자의 타자를 향한 사랑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느껴진다. 산에 오르내리며 산으로부터 자신의 슬픔을 위로받는 것은 물론이고 또 타자의 소망을 기원하고픈 충동의 경험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면서 “저 산을 어떻게 올라야 할지 까마득할 때가 있다//저 산을 어떻게 넘었는지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겨울 산」)는 시에서처럼 산행의 경험 속에서 결코 녹록지 않은 삶에서의 경이와 찬탄을 토해내고 있기도 하다.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는 소박하고 아담한 산행 시편들은, 거대한 산을 정복한다거나 특별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삶의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매일 다니는 산이지만 시인의 눈에는 날마다 그 얼굴이 천변만화하는 산을 통해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다.

작가의 말

다른 것도 그렇지만 산도 가까운 곳에 있어 자주 찾을 수 있는 산이 좋은 산이다. 그런 면에서 집 뒤에 있는 태조산은 나에게 참 각별하다.
그 산을 오래 다녔다. 거의 한 30년. 그동안 나에게도 산고랑 같은 주름 몇 개 더 깊게 새겨졌다.
산에 다니며 쓴 여러 편의 시 가운데,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못 된다 싶은 것은 골라내고 80편을 묶었다.
마음의 독(毒)이 씻기어, 사람이 있는 듯 없는 듯 살게 해주는 산.
사람보다 품이 넓어 인간사 희로애락이 부딪치지 않는 산.
바다가 거품을 밖으로 밀어내듯 때 묻은 인간의 언어를 버리라던 산.
갈수록 말은 줄고 뜻은 넓어진다.
하루가 그렇고 시도 그러하다.

목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봄 산
봄 산 13
푸르른 날 14
천지간 15
끝물 16
이치 1 17
이치 2 18
작은 꽃 19
찔레 20
아카시아 향기 21
무연고 묘 22
종소리 23
산길을 가며 24
진주 한 알 25
새 소리 26
오솔길 27
분갈이 28
하관 29
잠시 30
누구는 31
나비야 청산 가자 32

제2부 여름 산
6월 35
매미 소리 36
떠돈다 37
마지막 영토 38
태풍 39
여름 숲 40
작다 41
세석평전 가는 길 42
속울음 43
계족산 황톳길 44
산개구리 45
동행 46
작은 힘 47
앗 48
떡갈나무 49
지렁이 50
아름다운 풍경 51
새 52
달개비꽃 53
막잔 54

제3부 가을 산
첫사랑 57
산그늘 58
도시 낙엽 59
가을 숲 60
바람의 소리 61
수목장 62
처음 보는 꽃 64
길 65
산길 66
뿔 67
투명 68
낙엽 호수 70
업 71
돈이 열린 나무 72
끝 73
회귀 74
시월의 새 75
별리 76
무명 77
낙엽 78

제4부 겨울 산
첫눈 81
겨울 산 82
솟구쳐야 하리 83
얼음 산 84
양지 85
한계 86
사나운 것들 87
눈꽃 환상 88
교감 89
먼 훗날 90
빈 산 91
해 두 덩이 92
대추 한 알 93
멧새 소리 94
제 몫 95
장작 1 96
장작 2 97
겨울비 98
낮달 99
시대정신 100

ㅣ발문ㅣ 김태환 101

추천사

최원식(문학평론가)

조재도 시인의 자리는 귀하다. 신군부의 치안에 저항한 교사 정치의 투사였던 그는 ‘민주화 이후’ 문득 돌아와 복직된 교실을 한결같이 지켰다. 이 드문 귀거래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집 뒤에 있는 태조산은 나에게 참 각별하... 더보기

책 속으로

〈잠시〉


혼자 산에 다니는 사람이 있다
마주친 횟수에 비해
나눈 말은 적다
5월 지리산 야생화 보러
밤 기차로 구례에 간다고 한다
우린 잠시 서서
그 정도 말만 하고 헤어진다
나는 위로
그는 아래로

* * * * * *

〈마지막 영토〉


아무리 낮은 동네 산도
정상은 섣불리 내주지 않는다

정상의 마지막 구간
잡아채는 고비가 있다

다 내주어도
함부로 내주지 않는
산의 자존심

네가 지키고자 하는
너의 마지막 영토는 무엇이냐

* * * * * *

〈사나운 것들〉


날씨가 어찌나 사나운지
산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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