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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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하 900미터 아래에 있는 암흑물질 실험실에서 시작해, 앞으로 10만 년 동안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설계된 깊은 저장고에서 끝난다. 우리의 상상 속에 갇혀 있는 과거를 불러내고 인류세의 미래에 우리가 좋은 조상으로 기억될지를 가늠하면서 미트라교와 도시 탐험, 샤머니즘과 동굴 탐험에 이르는 지하 세계의 컬트와 문화를 넘나든다. 원유 개발을 둘러싼 논쟁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언더랜드의 변화하는 모습도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맥팔레인의 여정은 비전과 산문시적 강렬함으로 이야기된다. 그가 도달한 땅 위와 아래의 풍경은 신비하고 놀랍다. 그가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미로, 어둠 속에서 보기, 표식 제작과 읽기, 오염과 보존, 저장과 상실, 잔인함과 친절까지. 소설처럼 박진감 넘치는 속도와 힘, 독창적인 구조와 표현이 돋보이는 ?언더랜드?는 생생한 탐험, 과학적 지식, 역사적 사실 등 여러 면에서 읽는 재미와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언더사이트’, 다시 말해 아래에 놓인 것을 지각하는 능력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주장하고 공동의 미래를 단조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언더랜드에 묻힌 우리의 과거를 조사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작가정보
Robert Macfarlane
경관, 기억, 장소, 자연에 관한 저술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상 경력이 화려한 작가다. 그의 책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많은 예술가, 사진작가, 음악가들과 협력하여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널리 각색되었다. 2003년에 출간된 첫 번째 책 『 마음의 산(Mountains of the Mind) 』은 가디언 퍼스트북상, 서머싯 몸 상,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젊은 작가상’을 받았고 BBC에서 영화로 제작되었다. 2007년에는 『 와일드 플레이스(The Wild Places) 』로 보드만 태스커 산악문학상, 밴프 산악도서 페스티벌 대상, 스코틀랜드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 더 올드 웨이즈(The Old Ways) 』, 『 잃어버린 말(The Lost Words) 』(공저) 등을 발표했고 2017년에는 미국 문예아카데미가 수여하는 E. M. 포스터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자연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임마누엘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왕립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번역하고자 노력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 대학교 식물학과에서 공부하며 거시생물학에서 미시생물학까지 두루 익혔다. 옮긴 책으로 『 신경가소성 』, 『 10퍼센트 인간 』, 『 세렝게티 법칙 』, 『 침입종 인간 』, 『 나무에서 숲을 보다 』, 『 오해의 동물원 』, 『 문명 건설 가이드 』, 『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 나무의 세계 』, 『 이토록 멋진 곤충 』 등이 있다.
목차
- 첫 번째 방
제1장 하강
제1부 어둠 속 언더랜드를 보다
제2장 동굴과 매장
제3장 암흑물질
제4장 언더스토리
두 번째 방
제2부 감춰진 언더랜드를 찾아서
제5장 보이지 않는 도시
제6장 별이 뜨지 않는 강
제7장 할로우랜드
세 번째 방
제3부 언더랜드에 홀리다
제8장 붉은 댄서
제9장 가장자리
제10장 시간의 푸른빛
제11장 융빙수
제12장 은닉처
제13장 지상을 향해
ㆍ주
ㆍ참고문헌
ㆍ감사의 말
ㆍ옮긴이의 말
ㆍ찾아보기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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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랜드 』는 용기 있는 책이다. 맥팔레인은 감히 지구의 보이지 않는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 우리가 숨기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려고 한다.
-
★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고, 공감하면서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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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위대한 자연 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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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랜드 』는 역사와 기억의 미로, 문학과 풍경, 풍성한 산문과 지하 세계의 관찰을 언어로 표현한 맥팔레인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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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랜드 』는 카타콤, 동굴, 핵폐기물 처리시설, 그리고 줄어드는 그린란드 빙하 아래의 땅으로 들어가 상상력의 어두운 오지, 예술가와 모험가와 범죄자들이 기꺼이 여행했던 장소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여행을 ‘심원의 시간’ 영역으로 확장하면서-인간 지성으로는 상상할 수 없으나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 과거와 미래의 평행한 연장선-맥팔레인은 우리를 창조의 순간에서 인간 이후의, 우리가 없다면 더 나을지도 모르는 미래로 데려간다. 스탠리 돈우드의 놀라운 책표지에 덧붙여, ?언더랜드?는 대단히 사려 깊고, 풍부하게 쓰이고 무한히 보람된 아주 특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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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랜드 』는 우리를 아찔하게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시켜준다. 그것은 기쁨으로 연결되는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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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옥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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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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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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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발밑 세상을 한 번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책 속으로
근본적 관점으로서의 심원의 시간, 무관심이 아닌 행동을 재촉하는 심원의 시간을 촉구해야 한다. 심원의 시간을 바탕으로 한 사고는 문제투성이인 우리의 현재를 외면하는 핑계가 아니라 현재를 재구성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생성과 파괴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구 역사의 오랜 이야기가 현재의 성급한 욕심과 분노를 거두어갈 것이다. 또한 심원의 시간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과거와 미래의 수백만 년을 잇는 선물, 상속, 유산이 뒤엉킨 네트워크의 일부로 보는 동시에 우리가 인류 이후의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갈 존재에게 무엇을 남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심원의 시간 속에서 보면, 생명이 없는 것들조차 살아난다. 새로운 책임을 선언한다. 눈과 마음에 존재의 쾌활함이 들어온다. 세상은 다시 짜릿할 정도로 활기차다. 얼음이 숨을 쉬고 바위가 물결친다. 산맥이 썰물과 밀물이 되고 돌이 맥동한다. 우리는 쉬지 않고 움직이는 지구에 산다. _[제1장 하강]에서
그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인류세는 인간이 한 종으로서 자신을 지각하는 방식에 강한 충격과 도전을 준다. 또한 이 행성에서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한계와 우리의 활동이 가져오는 결과의 규모를 모두 드러낸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인간과 앞으로 나타날 인간 이후의 존재 사이에 복잡하게 존재하는 취약성과 과오의 일부를 까발린다. 무엇보다 인류세라는 관점은 심원의 시간의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들의 무게를 재게 한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풍경이 언젠가는 지층 속으로 가라앉아 언더랜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칠 사물의 역사는 어떨까? 우리 미래의 화석은 어떤 형태일까? 인간은 세상을 빚어내는 능력을 크게 키웠으므로 자신이 빚어낸 것들의 오랜 사후 세계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인류세라는 말은 면역학자 조나스 솔크(Jonas Salk)가 말한 기억하기 쉬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좋은 조상인가?’ _[제3장 암흑물질]에서
도시 탐험은 국제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전 세계에 관련 단체, 조, 지부가 있다. 여성 탐험가도 놀랄 만큼 수가 많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섞여 있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대개 법과 시스템에 반감을 품고 덜 순종적인 사람들로 구성된다. 드산크트(Dsankt)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탐험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브리즈번에서 현대판 카론이 되어 배를 타고 도시의 언더랜드에 잠입했다. 그는 도시 외곽의 강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물살을 따라 흡기밸브로, 그리고 도시 아래 미지의 구역까지 들어갔다. 캐나다에서는 한 탐험가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온타리오 발전소에 연결된 서지 파이프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갔다. 바닥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을 채운 수압관을 리벳으로 고정시켜 제작한 대형 터널이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아래의 하얀 사암 지대에서는 새로운 동굴 경로를 찾아 발굴팀이 교대로 작업한다. 뉴욕 시에서는 탐험가들이 출근 시간에 차창에 얼굴이 눌린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나와 거리의 배수구를 통해 간선 도관과 사이드 파이프를 정찰하면서 공책이나 태블릿에 지도를 휘갈긴다. 마드리드에서는 배관 전문 탐험가들이 도시의 외곽에서 지하 배수로로 들어가는 개울과 개천의 행방을 추적한다. _[제5장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그린란드 북서쪽에서는 묻혀 있던 냉전 시대의 미군 기지와 그 안에 있던 유독성 폐기물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캠프 센추리(Camp Century)는 1957년에 미 육군 공병단이 건설한 지하 기지로, 빙모에 터널을 뚫고 감춰진 마을을 만들었다. 실험실, 가게, 병원, 극장, 교회, 그리고 최대 200여 명의 병사를 수용하는 주거시설을 포함한 약 3킬로미터의 지하 터널망은 모두 세계 최초로 이동식 원자력발전기에 의해 운영되었다. 이 기지는 1967년에 버려졌는데, 군인들이 떠나면서 원자력발전기의 반응로는 가져갔지만 그 밖에 기지에 있던 생물·화학·방사성폐기물을 포함한 기반 시설은 얼음 밑에 그대로 두고 떠났다. 미 국방성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이 기지가 북부 그린란드의 끊임없는 폭설로 ‘영원히 보존될 것’3이라고 예상했다. 20만 리터의 디젤연료와 알려지지 않은 양의 방사성 냉각수, PCB(폴리염화바이페닐)를 포함한 다른 오염물질들은 여전히 그곳에 매장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캠프 센추리 지역에서 눈이 녹는 속도가 쌓이는 속도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언더랜드에서 내가 수없이 목격한 역동성 속에서, 오랫동안 묻혀 있던 골칫거리 역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_[제10장 시간의 푸른빛]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의 발밑에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집필에만 6년이 걸린 역작 ?언더랜드?는 어둠 속으로 떠나는 여행기이자 지식을 찾아 하강한 이야기다. 그린란드 빙하의 깊고 푸른 빙하에서 나무가 소통하는 지하 네트워크까지, 청동기시대의 매장지에서 도시의 카타콤과 외딴 북극해 바다 동굴의 바위 예술까지, 우주가 탄생한 순간에 형성된 암흑물질에서 인류세에 닥칠 핵 미래까지, ?언더랜드?는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재의 다양한 관점이 포개지는 심원의 시간 여행이다. 전 세계의 지리를 아우르며 그것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에 함축된 의미를 파헤치는 ?언더랜드?는 광대한 범위와 열정적인 힘을 지닌 책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영국의 자연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은 15년 넘게 경관과 인간 마음의 관계에 대한 글을 써왔다. 그의 여정은 ‘왜 나는 젊어서 산에 끌려 산에 대한 열정으로 죽을 각오까지 했을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에 답을 찾고자 시작되었고 다섯 권의 책과 2,000여 쪽에 걸친 딥 맵(deep map) 프로젝트로 전개되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얼음 덮인 정상에서 출발해 아래로 내려가는 궤도를 따라 아마도 종착점이 될 지하공간까지 탐험했다. 언더랜드에서 그는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것과 절대 목격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았다. 그것의 이미지는 인사를 하고 연민을 드러내고 손자국을 남기기 위해 크게 벌린 손이다. 차가운 바위를 누르는 따뜻한 손이 느껴지고 그의 손가락이 시간을 초월해 동굴 속에서 죽은 자의 벌린 손가락과 만난다.
이 책은 물질, 신화, 기억 속에 존재하는 언더랜드를 탐험한다. 그곳은 필연적으로 어둠이나 죽음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지만 빛이나 희망과도 관련되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었던 것과, 사랑해서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언더랜드에 두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일까? 언더랜드에 무언가를 두는 행위는 대개 그것을 쉽게 들키지 않고 지키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대로 무언가를 애써 언더랜드에서 되찾아오려면 결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접근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언더랜드는 쉽게 입 밖에 낼 수 없는 것이나 볼 수 없는 것, 상실, 슬픔, 모호한 속내, 공포와 혐오 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아래에 있는 것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언더랜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세상을 더 깊게 보라’고 맥팔레인은 강조한다. 언더랜드는 우리가 매일 그것과 함께 사고하고, 그것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삶에서 언더랜드의 존재를 의식하거나 머릿속 언더랜드의 불편한 형상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러한 ‘평면적 관점’은 우리가 몸담은 심원의 세상,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심원의 시간에 남길 유산과 점차 어울리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인류세를 살고 있다. 거대하고 두렵기까지 한 범지구적인 변화의 시대다. 시간이 심하게 망가져가고, 묻혀 있어야 할 것들이 떠오르고 있다. 북극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열린 지구의 ‘창’을 통해 고대의 메탄이 새고 있다. 얼어붙은 땅 아래에 묻혀 있었으나 침식과 온난화로 인해 노출된 순록 사체에서 탄저균 포자가 방출된다. 동시베리아 숲의 바타가이카 분화구가 내뱉은 하품이 수만 그루의 나무를 집어삼키고 20만 년이나 된 오래된 지층을 드러냈다. 알프스와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서 수십 년 동안 얼음이 에워쌌던 사체가 발견되고 계절에 따라 저장하고 방출하는 물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수십억 인구의 생계와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린란드 북서부에서는 50년 전 만년설 아래에 봉인했던 냉전 시대의 미군 미사일 기지가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 기지에는 수십만 갤런의 유독성 화학물질이 폐기되었다. 이렇듯 지구 곳곳에서 ‘잠자는 거인’의 어두운 힘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언더랜드?는 지하 900미터 아래에 있는 암흑물질 실험실에서 시작해, 앞으로 10만 년 동안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설계된 깊은 저장고에서 끝난다. 우리의 상상 속에 갇혀 있는 과거를 불러내고 인류세의 미래에 우리가 좋은 조상으로 기억될지를 가늠하면서 미트라교와 도시 탐험, 샤머니즘과 동굴 탐험에 이르는 지하 세계의 컬트와 문화를 넘나든다. 원유 개발을 둘러싼 논쟁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언더랜드의 변화하는 모습도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맥팔레인의 여정은 비전과 산문시적 강렬함으로 이야기된다. 그가 도달한 땅 위와 아래의 풍경은 신비하고 놀랍다. 그가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미로, 어둠 속에서 보기, 표식 제작과 읽기, 오염과 보존, 저장과 상실, 잔인함과 친절까지. 소설처럼 박진감 넘치는 속도와 힘, 독창적인 구조와 표현이 돋보이는 ?언더랜드?는 생생한 탐험, 과학적 지식, 역사적 사실 등 여러 면에서 읽는 재미와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언더사이트’, 다시 말해 아래에 놓인 것을 지각하는 능력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주장하고 공동의 미래를 단조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언더랜드에 묻힌 우리의 과거를 조사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실체를 파헤치다!
“언더랜드에서는 지키고, 생산하고, 처분하는 세 가지 과제가 문화와 시대를 아우르며 반복된다.”
언더랜드는 인간에게 주로 세 가지 기능, 즉 보관, 생산, 처리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사람의 몸을 땅에 묻고,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흔적을 남겼다. 바위를 뚫고 내려가는 광산에서는 유용한 광물을 캐내고 바다 밑에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재앙을 막기 위해 지구 곳곳에서는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짓고 있다. 또한 자연이 만들어낸 언더랜드의 세계도 존재한다. 나무와 나무가 균사로 연결된 우드 와이드 웹, 지하 동굴을 흐르는 강, 빙하가 녹아서 생겨난 물랭 등이다. 맥팔레인은 이러한 언더랜드, 즉 고분, 광산, 숲, 도시, 빙하, 동굴 등지를 직접 찾아가 현장을 목격하고, 경험하고, 관련된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본다.
파리에서 맥팔레인은 보이지 않는 도시로 내려간다. 그러면서 18~19세기에 성 이노센트 묘지에서 채석장 공동으로 수백만 구의 유골을 옮긴, 파리의 언더랜드에서 가장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후 카타콤 숭배 문화가 확산되는 과정, 도시 탐험의 변화 양상 등에 대해서 자세히 덧붙인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에서 별이 뜨지 않는 강을 탐사하고 슬로베니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자행된 포이베 대학살 현장을 찾아간다.
노르웨이에서는 혼자서 로포텐 장벽을 넘고 눈사태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겨우 도착한 해안 동굴에서 수천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킨 붉은 댄서들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쏟아지는 눈물에 몸을 떤다. 그린란드에서 마주한 빙하가 내뿜는 시간의 푸른빛, 그 아름다움에 몸과 마음이 저절로 이끌리지만 한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파열하는 급작스런 변화를 눈앞에서 목격한다.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 섬을 찾아가서는 암반 깊숙한 곳에 인간이 만든 가장 어두운 물질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봉인하기 위한 작업을 지켜보면서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언더랜드에 묻힌 이야기를 온몸으로 느끼다!
“아버지는 땅속의 암벽 틈에 아들의 시신을 영원히 봉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언더랜드에 묻힌 비극적인 이야기들과, 맥팔레인과 동행한 이들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인상 깊다. 영국의 동굴 탐험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이야기는 닐 모스(Neil Moss)라는 옥스퍼드 대학 철학과 학생의 이야기다. 1959년의 어느 일요일, 8인 탐험 여행의 일원으로 피크 동굴을 찾은 모스는 탐사 도중 사다리를 헛디뎌 아래로 미끄러졌는데 바위틈에 끼어 옴짝달싹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소식을 듣고 구조팀이 도착했지만 수직굴 속의 산소가 고갈되면서 결국 모스에게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이때 모스의 아버지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아들의 시신을 수직굴 속에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특별한 매장을 원했는데, 땅속의 암벽 틈에 시신을 영원히 봉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이후 피크 동굴의 이 구역은 ‘모스의 방’으로 불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 한때 반파시스트(빨치산)에게 훌륭한 도피처와 은닉처를 되어준 이탈리아 북동쪽의 카르스트 지대는 처형과 집단 살인이 행해지는 장소로 변질되었다. 주로 공산주의 빨치산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파시스트 민병대도 마찬가지였다. 민간인과 군인 희생자들이 싱크홀 가장자리까지 이송된 다음 석회암 캐즘 속으로 떠밀렸다. 카르스트 동굴과 숲은 수천 수백의 시신이 메우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포이베 대학살(foibe massacres)’이다. 당시 처형된 시신이 여전히 깊은 숲의 얕은 토양과 싱크홀 아래에서 발굴되고 있으며, 동굴 탐험가들이 싱크홀에서 사람의 뼈, 총알, 녹슨 철사를 발견하기도 한다. 포이베 대학살은 오늘날에도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쟁 이후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 간에 ‘좋은 이웃’ 정책이 실시되고 있지만 그 상흔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 맥팔레인의 여정을 이끌거나 함께한 이들은 대부분 오랜 경험과 열정을 가진 탐험가이다. 동굴부터 도시, 폐허, 배관, 수중, 빙하 등 그 영역 또한 무척이나 다양하다. 어둠 속에서 보는 법을 배우려고 멘딥힐스를 찾아가 만난 션, 나무와 곰팡이가 상리 공생하는 지하 네트워크의 세계를 연구하는 멀린, 파리의 보이지 않는 도시로 안내해준 리나와 제이, 이탈리아의 카르소와 슬로베니아의 고지대 카르스트를 보여준 루시안, 그린란드 여행을 이끌어준 등산가이자 빙하 가이드인 매트와 헬렌 등이다. 그 밖에도 현지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들려주는 실제 경험담과 개인적 삶의 이야기에서도 언더랜드는 흥미롭고 깊은 울림으로 확장된다. 참고로, 한국어판 본문에 추가된 웹 사이트 주소를 검색해보면 훨씬 더 실감 나는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941483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7월 29일 | ||
쪽수 | 520쪽 | ||
크기 |
160 * 232
* 37
mm
/ 950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Underland/MacFarlane, Robe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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