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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주머니에서 꺼낸 꽃말사전 김민 시집

달아실시선 40
김민 지음 | 달아실 | 2021년 06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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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91188710591(1188710591)
쪽수 132쪽
크기 125 * 200 * 13 mm /169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한 줄 속에 담긴 수백의 숨은 문장들
- 김민 시집 『신神 주머니에서 꺼낸 꽃말사전』
2019년 구상솟대문학상을 수상한 김민 시인이 2001년 33세에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을 때, 세간에 큰 화제가 되었는데, 그가 ‘한줄시(일행시)’라는 독특한 시형식을 선보인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와 청각장애를 지녔다는 사실과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故 김수영(1921~1968) 시인의 조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비록 그가 중증의 장애인이고 김수영 시인의 조카라는 사실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정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그의 독특한 시세계일 것이다.

이번 시집은 김민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김민 시인이 구상솟대문학상에 당선되었을 때, 심사를 맡았던 이승하 교수는 심사평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김민의 시는 촌철살인과 정문일침(頂門一鍼)을 주면서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시로 확실한 메시지가 있고 선명한 이미지가 있다. 대상을 예리하게 관철하여 언어(시)로 포착하는 직관이 놀랍다. 상대적으로 긴 시 〈심부름하는 아이〉는 생명 탄생의 비극성을 극복하려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 엿보인다. 어머니와의 대화체로 진행이 됨으로써 우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섬뜩한 충격과 뻐근한 감동을 준다.”
이번 시집에서도 김민 시인은 촌철살인과 정문일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해설을 쓴 이병철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김민의 시는 함축과 절제, 음악성, 대화의 기술을 통해 서정을 획득하고, 이 서정은 결국 타자와의 화해와 합일, 조화와 균형의 감각을 독자에게 내면화한다. 서정의 순간이 우리 내면에 충만해질 때, 우리는 ‘나’라는 개인이 홀로 존재하는 개별자가 아니라 우주 자연의 모든 타자들과 관계 맺은 유기적 존재임을 확인하게 되며, 그때 비로소 자기중심적이고 즉자적인 세계 인식에서 벗어나 타자 지향적이고 대자적인 성숙한 인격으로 전향할 수 있게 된다. 타자 지향의 성숙한 세계관이 김민으로 하여금 묵언에 가까운 ‘일행’의 시를 쓰게 했으리라. 그가 빚어내는 서정은 ‘나’를 비우는 데서부터, ‘말’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그동안 온갖 상투성과 고정 관념, 언어유희의 경향, 모호함과 난해함, 소음, 잡설, 인위, 사족, 과도한 수사와 기교, 불분명한 상징, 설명적 진술, 소통 단절의 요설이 함부로 부려진 시들을 읽어왔다. 그 시들의 너무 많은 말들이 우주와 순환해야 할 우리 영혼의 통로를 혈전처럼 막아서, 시를 읽는 일이 정화가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딱딱하게 하는 경화(硬化)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마음의 혈전용해제를 복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 자연의 소리와 냄새와 빛을 대언하는 김민의 시가 우리에게 처방된 ‘잘 듣는 약’이다.
시집을 읽고 나니 벌써 신생의 초록이 창문을 넘어 내 눈에 와 닿는다. 들리지 않던 초록의 소리들이 들린다. 아까시, 아까시, 향기로운 계절의 향기가 머리칼에 배어든다.”

삼촌인 김수영 시인이 리얼리스트의 길을 걸었다면, 조카인 김민 시인은 로맨티스트의 길을 걷는 중이다.

시들이 점점 길어지고 산문화되어 가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다. 서정보다 서사에 힘이 실린 시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시류를 김민 시인은 철저히 거슬러 오른다. 그리하여 단 한 줄에 극단적인 서정을 압축해서 펼쳐 보인다. 어쩌면 시의 본령에 가장 가까운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지리멸렬하고 어지럽기만 한 요즘 시류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김민 시인의 이번 시집이 사막의 오아시스, 가뭄 속 단비가 될 거라 확신한다.
한 줄 속에 담긴 수백의 숨은 문장들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이번 시집의 독법 중 하나이며, 김민의 시집을 읽는 즐거움이겠다.

작가의 말

어디서 찾아낼 수 있을까
새들이 찍어놓았던 첫 글자

2021년 5월
김민

목차

시인의 말

새벽안개와 풀숲 이슬 사이 자박거리는 날갯짓
자벌레 혼자 내려가는 길
붉은가시선인장
꽃말사전
개나리꽃 빙그르르 떨어지고
월동 준비
가을감기
개미들 물고 나오는 돌 하나
시인 함민복
팝업북
꿈 쉴 권리
거미집
나무둥치 이곳저곳 고치들 흔적
내가 한낱 이끼였을 때
물결나비
땅거미
편의점 불빛마저 꺼지고
귀갓길
절름발이 백구 메리
달맞이꽃 아래
별꽃 무리 옆 고개 숙인 해바라기
빨리 안 일어나면 두고 간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또 딱 걸렸네
말벌 떼로 쏟아져 나오는 글자들
당나귀기침
돌아가는 길목에 무당거미 하나
바짓가랑이 같은 갈림길에서
골목길
신神 주머니에서 꺼낸 풍경
내려놓은 마음이 더는 쓰리지 않을 때
냉장고
송화다식
죽어라 슬픔 퍼마시고는
갑오징어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눈길에도
마음
구덩이
푸른 의자
전기구이
사고뭉치
미술관
소나기
살 만큼 살다

솔방울 하나 머리에 떨어져 뒤돌아보니
창문 너머 앉아있는 주름투성이 겨울
돌머리
제비집 있는 풍경
역고드름
절구질하며
따끔
편의점 불빛만이 켜있고
봄밤
밤사이 쌓이는 달빛 여섯 광주리
편두통
안경을 벗어두었는데도
흔들개비
혼잣말
감자탕
자기소개서
업경業鏡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다
여물통 속 지구
보름달 빵
봄결과 가을결
눈웃음 한 자락 빌려주시겠습니까
여인麗人
카르마
여우야 여우야
천둥벌거숭이
초승달과 그믐달 사이
낙서
비로전毘盧殿
바라보다
레시피
공양
돌팔이
심장
촉수
포댓자루 옆구리 터져 기어 나온
우리 뒤뜰로 가면
섬돌
장바구니에 대파 한 단, 무 한 개, 두부 한 모, 그리고 고등어 한 마리
여우비
잘 듣는 약
가을볕 가로지르는 태양의 날개
부전나비
자장가
빨간약
풍경에 매달린 목어
감나무

전당포
오일장
비눗방울 놀이
실패
지문指紋
묘비명
운동장 가장자리 플라타너스 그림자 모서리
문갑
자재암自在庵 처마
공갈빵

해설 _ 풍경과의 대화, 언어와의 대화 _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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