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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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질긴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하는 고뇌와 희망의 시편!”
1985년 동인지 『남민시(南民詩)』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동현 시인이 첫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를 펴냈다. 30여 년의 세월 동안 시인이 품고 살았던 시대와 역사와 문학이 “눈물 닦으며/지워버린 꿈, 지워버린 노래”(「민화4」)가 되어 한권의 시집에 켜켜이 쌓여 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에는 지난 시절 우리들의 자화상이 고고학적 화법으로 담겨 있다. 최동현의 시가 ‘고고학적’인 것은 ‘재회’를 시적 방법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재회의 방법론에는 ‘다시’라는 시차의 생명력이 존재한다. ‘다시’의 시차는 기억이나 추억으로 담아내기 어려운 “다시 맞출 수 없는 부서진/꿈”(「만경강」)을 되살려낸다. ‘다시’ 살아보는 일이야말로 인간 미학의 본질이다. 젊은 날을 향해 시간을 거슬러가는 시인의 문학적 회귀는 그 시절을 지금 이곳에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이다. “곁에 있어도/별만큼 먼”(「별」)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각과 사유의 흔적들을 시인 최동현은 이 시집에 오롯이 재현해 놓았다.
작가정보
목차
- 시인의 말
1부 언 강을 건너며
전야
격포 기행
민화 1
민화 2
민화 3
민화 4
민화 5
어전리 1
어전리 2
어전리 3
어전리 4
어전리 5
어전리 6
들 1
들 2
들 3
들 4
귀로
추석
2부 민둥산 너머
김제평야
개망초 1
개망초 2
오월에
논 1
논 2
겨울
만경강 1
만경강 2
만경강 3
만경강 4
풀씨에게
자주달개비
꽃피는 봄이 오면
3부 모진 그리움
밤차에서
민들레
개나리
만경강
가을에
다시 가을에
눈
혼자 앉아서
마흔 살 적
절집 마당
까치집
대춘
상사화
가을 숲에서
헤어짐에 대하여
은행나무
그믐달
별
늦봄
5월 지나며
4부 봄이 온다
운동화
억새꽃
아내
퇴원
눈병
5월
유채꽃
아내 생각
낡은 노트
수술 1
수술 2
아버지
어떤 봄날
해설 시간을 실어 100층쯤으로 들어 올리는 힘 | 김만수(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출판사 서평
설움을 딛고 일어선 평화와 자유와 사랑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에는 1980년대를 관통하는 ‘아픈 자기’가 담겨 있다. 그 어떤 시대보다 시대와 역사의 파장이 단호했던 그 시절, 그 파장의 대열에서 이따금 이탈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냉해가 들고, 아이들이
무리지어 가출을 했다.
학부형이 소환되고
닷새만에 죄인이 되어
불려온 아이들을 벌주면서
종아리를 치면서
다문 이를 악물었다.
끝끝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며
한 아이가 퇴학을 하였다.
회초리를, 그 질긴 아픔을
휘두르며
겨울이 가고
학기가 바뀌어도 더러는 잊혀도 갔지만
수첩을 펴면 명렬표 끝에
아프게 남아 있는 이름, 성. 순. 애.
아직도 너는 우리 반이다.
-「어전리 3」 전문
젊은 날 “더는 갈 곳 없는/오지”(「어전리 1」)에서 근무했던 시인에게 ‘어전리’는 역사와 시대를 모르고 시도 모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시인은 “아이들”에게서 “죄인”을 읽어내고 “끝끝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질긴 아픔”을 겪었다. 그 아이들은 시인에게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들이었다. 그 “아이들을 벌주면서/종아리를 치면서/다문 이를 악물었”던 시인에게 “아프게 남아 있는 이름, 성. 순. 애.”는 “미운 언니를 따라 울먹이며/공장으로 가더니/한 달 뒤에는 퇴학이 되었”(「어전리 4」)던 ‘미자’였으며, “흘러가지 않겠노라고 악을 쓰며/종아리를 치던/전 선생”(「어전리 5」)이기도 했다. “어느 곳에서든지 다시 만나리라는/안개같은 생각”(「어전리 2」)이었던 그들이 30여 년 만에 시인의 시를 통해 “아직도 너는 우리 반”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에는 오랜 시차 속에서도 ‘아직도 너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힘과 연대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 연대의 공동체는 “처자식 거느리고, 그리운 강/돌아와 보는/우리의 얼굴”(「김제평야」)이다. 복효근 시인이 “그의 시는 설움을 딛고 평화와 자유와 사랑의 공동체를 그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은 최동현의 시에서 “우리가 모여 이룩한 큰 슬픔”(「들 3」)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봄을 기다리는 모진 그리움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에는 6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부 「언 강을 건너며」, 2부 「민둥산 너머」, 3부 「모진 그리움」, 4부 「봄이 온다」 등 각 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시대와 역사의 ‘겨울’ 속에서 도래할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다림의 순간을 ‘모진 그리움’이라고 표현하는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봄’에 대한 혹독한 고백록이다. 시인에게 ‘봄’은 “올 날은 언제든 기어이 오고야 말”(「풀씨에게」) 시간이면서 동시에 “다시 되돌리지 못하는”(「대춘」) 불가역의 시간인 것이다.
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눈병을 앓았다.
잠깐만 책을 보아도 뉴스를 보아도
핏발이 섰다.
핏발선 눈으로 세상을 보면
내 앞의 세상 일이 다 흐릿하고
눈물이 나고.
의사는 태평하게
따뜻해지면 나으리라고 한다.
봄이 와서 따뜻해지면
저절로 나으리라고 한다.
아직 눈 날리는 한겨울인데,
내 눈의 핏발이 사라질 봄은
정말 오는 것인가?
봄이 오면 저절로 핏발이 사라져
이 세상 모든 것이 환해지는가?
아픈 눈에 치료용 렌즈를 넣고
어찌어찌 참아보는 날,
창가의 봄은 멀기만 하다.
-「눈병」 전문
이 시에는 봄을 기다리는 ‘모진 그리움’의 병적 징후가 “눈병”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잠깐만 책을 보아도 뉴스를 보아도/핏발이 섰”고, “핏발선 눈으로 세상을 보면/내 앞의 세상 일이 다 흐릿하”다. 그만큼 봄을 기다리는 열망과 간절함이 크다. 조바심 내는 시인에게 “의사는 태평하게/따뜻해지면 나으리라고” 처방한다. 그럼에도 “내 눈의 핏발이 사라질 봄은/정말 오는 것인가?”라고 시인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나 “종일을 물어도 시원한 대답은 없”(「상사화」)다. 시인은 답을 구하기 위해 질문하는 존재가 아니라, 질문 자체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어찌 참아보는 날”들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움과 외로움이 함께 하는 황홀한 경지
30여 년이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에 담긴 시간의 이음매는 매끄럽다. 그 세월 동안 시인 최동현은 자신의 문학을 하나의 결로 유지해왔던 것이다. 김만수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굳이 계절을 비유로 들자면, 추운 겨울의 분노와 상처가 전부는 아니며 오히려 완연한 봄날의 세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찬비에 젖는 서너 개/불빛”(「밤차에서」)과 같은 대목에서 시인은 ‘겨울’에서 ‘봄날’을 읽어내고, ‘찬비’의 감각을 지나 흐릿한 배경의 ‘불빛’을 탁월하게 이끌어낸다. 그 불빛은 “오래 묵어 낡은 사람”(「낡은 노트」)처럼 그리운 존재이면서 “저마다의 생애로 저물어가는/눈 덮인 길”(「만경강 4」)처럼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참담한 살냄새로 엉크러졌”(「자주달개비」)던 까닭에 시인은 종종 “황홀한 슬픔으로 넋을 잃”(「민들레」)었다. 손택수 시인은 “일 년도 못가 사라지는 새로움이 들끓는 시대에 참으로 기이하기까지 한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을, 나는/더 이상 가늠할 수 없다”(「어떤 봄날」)고 시인은 고백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감각과 정서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차원의 시세계를 우리는 이 시집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을 말한다!
“최동현의 시는 설움을 딛고 평화와 자유와 사랑의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그 세상에 이르기 위해 고뇌하고 몸부림치는 검질긴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노래는 지나간 한 시대를 관통하여 여전히 아직도 유효한 고뇌와 희망의 기록이다.”
―복효근(시인)
“최동현의 시는 잃어버린 감각과 사유를 자극하며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모두가 떠나버린 들판과 들꽃과 자신의 나라에서 난민으로 사는 자들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시. 일 년도 못가 사라지는 새로움이 들끓는 시대에 참으로 기이하기까지 한 시집이다.”
―손택수(시인)
“최동현의 시집에서는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섭게 피어오르는 봄의 시절을 거쳐 가난한 식솔들과 이웃들이 악착스럽게 살아가는 여름의 모습, 그리고 모든 것이 서서히 익어가는 가을과 겨울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그러한 계절의 순환이 결국 한 개인의 일생이자 우리 사회의 역사인 것이다.”
―김만수(평론가, 인하대 교수)
기본정보
ISBN | 9791188071142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9월 10일 | ||
쪽수 | 110쪽 | ||
크기 |
131 * 211
* 11
mm
/ 14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모악시인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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