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 읽기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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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공광규는 1960년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나, 충남 홍성과 보령을 거쳐 청양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국문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논문집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 시평집 『시쓰기와 읽기의 방법』, 시창작론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이 있다. 〈신라문학대상〉 〈동국문학상〉 〈윤동주상 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작가가 뽑은 가장 좋은 시’에 「담장을 허물다」가 선정되었고, 동시그림책 『구름』이 프랑스에 수출되었다.
작가의 말
그동안 쓴 여성 시인들의 시평을 정리하여 책으로 내게 되었다. 내가 아는 한 여성 시인들의 시평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은 처음일 것이다. 원고들은 시집 해설과 서평은 물론, 산문과 대담을 보완하여 정리하였다. 이 책은 세 가지 의미를 갖게 되었다. 첫 번째는 현재 생존하고 있는 여성 시인들의 시를 다루었다는 것, 두 번째는 시인의 범위를 원로에서 신인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는 것, 세 번째는 여성 시인의 감성이 시인 자신과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가를 개별적이고 통합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눈이 밝은 분이라면 여성문학사나 정신사, 사회사 측면에서도 참조할 것이다. 아마 시의 처음은 대상이나 사건이나 생각에 대한 자기의 감정이나 기억이나 상상의 표출일 것이다. 이것이 시인의 창조적 노력에 의해 잘 표현되고 독자에게 향수될 때, 시인과 독자가 느끼는 재미와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바로 시의 미학적 성취와 향수. 이런 재미와 즐거움이 없다면 시를 누가 쓰고 읽겠는가? 재미와 즐거움은 행복의 다른 말이다. 여성 시인 22명의 감정과 고뇌가 응결된 시를 통해, 그들의 현재적 감정과 기억과 상상 속에서 창의적이고 미학적인 재미와 즐거움에 빠져보기 바란다. 그리고 정서적 궁합이 잘 맞는 여성 시인이 있다면 전작 읽기를 통해 평생 정서적 친구가 되어보기 바란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지도 않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다. 행복을 파는 가게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여성 시인들의 시가 잠시나마 행복을 찾아가는 정서적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
목차
- 작가의 말 5
제1부
감상성 극복과 이지적 감성의 어조― 홍윤숙 시집, 『Sunlight In A Distant Place』 13
반어와 웃음, 그리고 불교적 상상력 ― 유안진 시집, 『둥근 세모꼴』 25
여성을 넘어 생명으로, 매력을 넘어 마력으로 ― 문정희의 시 33
등단 반백년의 창작관과 진술 방법들 ― 김윤희 시집, 『오아시스의 거간꾼』 48
여행 경험의 대위법적 진술과 입체적 구성― 최금녀 시집, 『길 위에 시간을 묻다』 60
제2부
대모적 감성과 발성 ― 이승은 시집, 『넬라 판타지아』 71
몸과 시간의 변주 ― 장순금 시집,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88
낙원 회복과 반문명 정신 ― 지순 시집, 『누추한 평화』 99
동북아 삼국 제재와 서정의 확장 ― 김금용 시집,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111
경쾌한 어법과 발랄한 상상의 언술 ― 김정인 시집, 『남탕으로 가는 여자』 126
제3부
생활 제재의 비극화와 회고적 상상 ― 문숙 시집, 『단추』 141
아버지를 읽는 방식; 노환에서 묘지까지 ― 천수호 시집, 『우울은 허밍』 163
욕망의 연쇄적 상상 ― 이정란 시집, 『나무의 기억력』 173
모성애의 시적 발화 방식 ― 진란 시집, 『혼자 노는 숲』 185
비극적 가족사와 민족 시원의 회복 의식― 김여옥 시집, 『너에게 사로잡히다』 192
제4부
인생을 조망하는 원숙한 시선 ― 허영숙 시집, 『바코드』 203
가정주의 회복과 에로티시즘 ― 고경옥 시집, 『안녕, 프로메테우스』 215
따뜻한 시선과 서정의 힘 ― 성영희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 227
시조의 미적 갱신과 현재화 ― 박명숙·문순자·우은숙·강현덕의 시조 237
책 속으로
이처럼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성의 본질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은 문정희 시에는 몸과 관련된 어휘가 자주 출현한다. 문정희 시에서 현대인은 자기 몸의 주체가 아니다. 남의 시선에 의해 이끌려 다니느라 타자화되어 있다. 거기다가 몸은 대중매체의 광고주인 식품 회사와 제약 회사, 의류 회사와 화장품 회사 등 대자본에 종속화되어 있다.
문정희는 자본에 속박된, 종속된 몸을 거부한다. 적극적 거부의 방식으로 몸을 시에 자주 던지고 드러낸다. 그러니 몸은 시인이 선호하는 시어이고 주제일 수밖에 없다. 그는 다른 시인들이 몸을 시로 쓰는 것을 유행처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전폭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몸이야말로 정신의 알맹이를 드러내는 실체라고 여긴다. 시에서건 삶에서건 몸이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몸을 제재로 쓴 그의 가장 대중화된 시는 아마 「겨울 사랑」일 것이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머뭇거리지 말고/서성대지 말고/숨기지 말고/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사랑」 전문
머뭇거리거나 서성대는 것이 관습이고 일상인 사람들에게 몸을 던지라는, 뛰어들라는 선동이다. 이런 몸은 도대체 무엇일까? 타자에게 정직하게 부딪히고 섞여서 동거하는 몸인 것이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다른 시 「응」이라는 시를 읽어가다가 보면 성애라 할까 관능, 에로티시즘이 몸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발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몸은 모든 것의 처음이다. 의식조차도.
햇살 가득한 대낮/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네가 물었을 때/꽃처럼 피어난/나의 문자(文字)//“응”//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오직 심장으로/나란히 당도한/신의 방//너와 내가 만든/아름다운 완성//해와 달/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땅 위에/제일 평화롭고/뜨거운 대답//“응”
―「응」 전문
관능과 재미와 의미를 한꺼번에 꿰는 작품이다. 이 시를 야하다고만 생각한다면, 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일 것이다. 문정희는 대담에서 “이 시는 샤워를 하다가 급하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얻은 착상인데,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노린 것이며, 한국 사회에서 조강지처가 아니면 못 쓰는 시”라고 하였다. 아마 시인이 혼자 살면 이런 시 못 썼을 거라는 것이다. 여자가 혼자 살면 ‘잡벌’들이 날아들기 때문이라는 것. 잡벌이 날아들면 꽃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가 없는 까닭에, 부부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건강한 삶이어야 쓸 수 있는 시라고 하였다.
시인은 자신이 가식과 위선에 살지만 견딜 만하다고 했으며, 시를 쓰면서 자신을 견딘다고 하였다. 위 시처럼 시인은 첫 줄부터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애를 쓴다. 정보가 많은 이런 시대에 시를 안 본다고 투정을 부리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시인의 잘못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시인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한다. 시를 읽었을 때 다른 정보 언어들과 차별된, 시만이 가지고 있는 언어가 있어야 독자가 놀라게 된다는 것이다.
_38~41쪽
출판사 서평
남성 시인이 탐색한 최초의 여성 시 평론집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시평집 『시쓰기와 읽기의 방법』, 시창작론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등 여러 저작을 펴낸 바 있는 공광규 시인의 평론집. ‘남성 시인이 탐색한 최초의 여성 시 평론집’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원로인 홍윤숙 시인부터 현재 한국 시단의 중진인 유안진, 문정희 시인을 비롯하여 신진 작가까지, 저마다의 시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는 22명 여성 시인의 작품 세계를 분석했다. 이처럼 여성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시평(詩評)만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를 향한 끝없는 애정에서 탄생한 이 책의 서문에서 공광규 시인은 “이 책에 소개된 여성 시인들의 시가 잠시나마 행복을 찾아가는 정서적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시인의 감각으로 시에 드러난 여성의 욕망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공광규 시인이 『여성 시 읽기의 행복』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행복’이다.
[출판사 서평]
시인의 감각으로 여성의 욕망을 어루만지는 남자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시평집 『시쓰기와 읽기의 방법』, 시창작론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등 여러 저작을 펴낸 바 있는 공광규 시인이 여성 시인들의 시세계를 탐색한 평론집을 출간했다. ‘남성 시인이 탐색한 최초의 여성 시 평론집’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원로인 홍윤숙 시인부터 현재 한국 시단의 중진인 유안진, 문정희 시인을 비롯하여 신진 작가까지, 저마다의 시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는 22명 여성 시인의 작품 세계를 분석했다.
이처럼 여성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시평(詩評)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광규 시인은 이 책을 위해 그동안 썼던 시집 해설과 서평은 물론 산문과 대담 등을 보완하여 정리했다. 공광규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현재 생존하고 있는 여성 시인들의 시를 다뤘다는 점. 둘째, 대상 시인의 범위를 원로에서 신인까지 폭넓게 아울렀다는 점. 셋째, 여성 시인의 감성이 시인 자신과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가를 개별적이고 통합적으로 살폈다는 점이다. 여기에 공광규 시인은 “더 눈이 밝은 분이라면 여성문학사나 정신사, 사회사 측면에서도 참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광규 시인은 “시의 처음은 대상이나 사건이나 생각에 대한 자기의 감정이나 기억이나 상상의 표출일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이것이 시인의 창조적 노력에 의해 잘 표현되고 독자에게 향수될 때, 시인과 독자가 느끼는 재미와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고 “바로 시의 미학적 성취와 향수. 이런 재미와 즐거움이 없다면 시를 누가 쓰고 읽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여성 시인 22명의 감정과 고뇌가 응결된 시를 통해, 그들의 현재적 감정과 기억과 상상 속에서 창의적이고 미학적인 재미와 즐거움에 빠져보기 바란다.”고 밝힌다.
공광규 시인은 “정서적 궁합이 잘 맞는 여성 시인이 있다면 전작 읽기를 통해 평생 정서적 친구가 되어보기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결국 시평은 시 읽기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지도 않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는 것처럼, 적극적인 독서 행위를 통해서만 시 읽기의 기쁨을 알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 소개된 여성 시인들의 시가 잠시나마 행복을 찾아가는 정서적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담백한 고백 속에는 시를 향한 공광규 시인의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공광규 시인은 『여성 시 읽기의 행복』이 길라잡이가 되어 독자의 손길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훌륭한 작품들과 나아가 미처 다루지 못한 시집에까지 이어지를 바라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091302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6월 29일 | ||
쪽수 | 253쪽 | ||
크기 |
136 * 224
* 2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인동네 평론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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