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조세는 정치적 합의의 표현이다. 이는 과거 프랑스 혁명이 왕의 권력이 약화되어 귀족과 성직자에게 도전을 받게 되자 새로운 조세수단을 승인하기 위해 조세의회인 ‘오를레앙의 삼부회’의 소집으로 유발된 역사적인 사건이 된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프랑스 혁명 이전에 발생한 미국 혁명은 북아메리카의 영국인에 의해 부과된 새로운 세금(1764년 설탕법, 1765년 인지법, 1767년 타운젠드법, 1773년 다(茶)세법)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영국은 7년 전쟁(프로이센·오스트리아의 대립에 영국·프랑스의 식민지 전쟁이 얽힌 국제 전쟁(1756~1763년))으로 인해 빚을 탕감하기 위한 재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식민지 주민들은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영국과 독립전쟁을 유발하게 되었으며 1776년 독립선언은 ‘정부는 국민의 동의로부터 권력이 나온다’라는 원칙을 구체화시켰다. 이와 같이 조세는 역사적으로 전쟁과 같은 격변기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을 하였지만 국민들과의 합의를 얻지 못하면 바람직한 조세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저항을 받게 된다.
조세를 통한 재원의 크기는 시민들의 합의에 의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에서 조세가 동일한 방식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조세정책은 역사적·사회적·정치적 배경에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타국의 조세정책과 우리의 것을 단순하게 비교하여 판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현재 OECD 회원국으로서 타국의 조세정책에 대한 동향과 정책권고 사항들은 우리의 조세정책 수립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바람직한 조세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주요 세목의 근본적인 조세개혁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조세정책의 수립과 중·장기적인 조세개혁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과세로 인한 경제의 영향을 우선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나라의 조세정책과 국제적인 조세개혁 동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에 맞는 바람직한 조세정책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본 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원론과 재정학(조세론을 포함)을 수강한 학생들에게 초점을 두었다. 기술적인 사항들은 가능한 배제하면서 OECD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조세정책의 개론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본 서의 구성은 제1부, 제2부, 그리고 제3부로 구별하여 제1부에서는 조세정책과 실제 사례에 접근하기에 앞서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들을 다루었다. 제2장에서 바람직한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을 기술하였는데, 제2장부터 제5장까지 기본 원칙들 중 효율성과 공평성 측면에서 조세정책을 다루었다. 제3장은 과세로 인한 후생손실과 주요 조세로 인한 후생효과를 다루었다. 또한 효율성 측면에서 과세로 인한 행정비용과 납세협력비용을 설명하였다. 제4장은 효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성장에 있어서 조세정책의 역할을 다루었다. 성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조세정책을 설명하면서 외국의 조세정책과 비교하였다. 제5장은 공평성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다루면서 성장을 높이는 조세정책이 소득분배의 공평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OECD 자료를 통해 설명하였다. 또한 공평성 측면에서 조세회피와 탈세를 줄이기 위한 조세정책과 세무행정 측면에서 공평성을 함께 다루었다. 제2부에서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조세정책과 개혁을 다루었다. 또한 조세정책의 개혁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요인과 이행에 따르는 비용과 방안 그리고 정치적 과정을 설명하였다. 이와 함께 납세협력을 높이기 위한 두 가지 접근방법을 소개하였다. 제3부에서는 세목별(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자산세) 조세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각 세목에 대한 조세정책은 OECD 회원국들의 동향을 참고하여 본 서에 담았다. 제8장 소득세에서는 개혁방안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금융소득 과세정책을 설명하였다. 제9장은 법인세로 개혁안의 소개와 배당정책에 대한 OECD 국가들과 우리의 정책 간의 비교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제10장은 소비세로 대안적인 소비세정책,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제의 주요 사항들을 다루었다. 제11장은 부 또는 자산에 대한 조세를 함께 다루었는데 일부의 유럽 국가들에서 도입·시행하고 있는 부유세를 설명하였고, 자본이전세(상·증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지방세 주요 세원인 재산세에 대해서도 본 장에서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자본이득세에 해당하는 양도소득 과세제도에 대해 보론에서 설명하였다.
세계화 시대에 조세정책은 타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조세조화, 역외탈세와 이전가격조작 등과 같은 국제조세정책에 대한 논의는 추후에 다루기로 하고 본 서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본 서를 작성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우선 본 서의 출간을 흔쾌히 수락해주신 문우사 김영훈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창원대학교 손주현 강사는 방대한 자료수집과 본 서 초고단계에서 많은 오류를 수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문우사 전영완 과장님은 본 서의 구성과 교정에 큰 도움을 주셨다.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는 저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남은 오류는 전적으로 저자의 몫임을 밝혀둔다.

2018년 8월
창원 연구실에서
전 형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