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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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고아, 종대와 용기. 천변에서 넝마를 주워 팔며 살다가 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판잣집마저 빼앗긴 그들은 우연히 서울을 구경하다 여당인 정화당의 사주를 받아 야당인 민평당의 전당대회를 습격하는 용역 깡패 무리에 합류하게 된다. 그곳에서 종대는 자신 안의 폭력성, 그리고 야망을 발견한 동시에 친형 같았던 용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3년 후. 종대는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준 전직 중간보스 길수의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조직을 떠나 세탁소를 운영하며 착실하게 살아가는 길수의 바람과는 달리 종대는 다시 건달 생활에 뛰어드는데…….
작가정보
저자(원작) 유하는 시인이자 영화감독. 《무림일기》를 시작으로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세상의 모든 저녁》 등의 시집을 발표해 시대의 정신과 풍경을 시의 언어로 포착해냈다. 또한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감독으로 데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폭력의 시대를 영화적 향수의 대상으로 극화해냈으며 〈비열한 거리〉로 현실에 단단히 발붙인 한국형 느와르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10년. 유하는 스스로 ‘나의 원체험이자 핵체험’이라고 밝힌 바 있는 ‘강남’과 ‘1970년대’로 다시 한번 눈을 돌린다. 가진 것 없이 폭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두 주인공 ‘종대’와 ‘용기’. 〈강남 1970〉은 꿈을 향해 도약했지만 결국 ‘비열한 거리’에 가닿을 수밖에 없었던 청춘의 모습으로 ‘거리 삼부작’을 완결한다.
Filmography
2012 하울링 각본 / 감독
2008 쌍화점 각본 / 감독
2006 비열한 거리 각본 / 감독
2004 말죽거리 잔혹사 각본 / 감독
2001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각본 / 감독
1993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각본 / 감독
각색 이언
목차
- 서문 4
등장인물 8
Part 1
맨주먹 시대 15
넝마주이 / 복서들 / 장안 인력사무소 / 전쟁의 맨얼굴 / 엇갈림 / 와해
Part 2
설계와 배신 51
영동, 아침 / 새로운 세력 / 가족 / 위태로운 사랑 / 대선자금 / 강남, 말죽거리 / 땅
Part 3
욕망 93
언제 사람처럼 살겠습니까 / 재회 / 줄 / 혁명 전야 / 식구를 봐버렸어
Part 4
전쟁 137
후발주자 / 대혼란 / 제비들 / 죽음 가까이 / 쥐새끼와 녹음기
Part 5
추락 181
꽃잎 저물다 / 설계자들 / 이중간첩 / 돌아오지 못할 강
Part 6
강남 215
충심과 사심 / 마지막 일전 / 남겨진 계산들 / 가라. 멀리 떠나라 / 마지막에 살아남는 자
EPILOGUE 247
인터뷰 251
책 속으로
“의원님 차에 그거 좀 실어라.”
“예, 전무님.”
일어선 용기가 정자에서 벗어나 어둠 속으로 멀어진다. 박 위원장이 짐짓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차에 뭘 실어?”
“대왕호텔 인수하고 남은 돈입니다.”
그러자 빙그레 웃는다. 노회한 정치인도 단번에 아이 같은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이 돈의 힘이다. 3년 전, 야당 전당대회 습격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서 의원이 총대를 메고 물러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기택의 보스가 바뀌었고 대왕호텔의 주인이 바뀌었으며 여당의 실세 또한 바뀐 것이다.
_57~58페이지
화요일 오후. 한가로이 뻗은 제3한강교를 외제 승용차 한 대가 질주하고 있다. 운전대는 민 마담이 잡았고 조수석엔 종대가 앉았다. 뒷자리에는 창배와 명춘, 병삼이 타고 있다. 훗날 한남대교로 개칭된 제3한강교를 지나자마자 창밖 풍경은 완연한 농촌으로 뒤바뀐다. 강남. 영등포의 동쪽. 아직은 한적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농촌. 그러나 순수와 욕망, 희망과 탐욕이 신열처럼 끓어오르는 땅이다.
_81쪽
복덕방 사람들이 가게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이질적인 분위기의 두 사람을 관심 있게 바라본다. 혹시라도 무슨 정보가 있지 않나 잔뜩 기대하면서.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땅값은 힘 있는 놈들, 펜대 쥔 놈들 손끝에서 움직이는 법이라는 것을.
_87페이지
“제대로 자리 잡아서 사장님 다시 모시겠습니다. 그러려고 시작한 일입니다.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제가 약속드립니다.”
“……내가 왜 빚까지 져가며 생활을 접었겠냐.”
한참 만에, 길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래 할 일이 아냐. 너도 알잖아. 예전에 선혜 보는 앞에서 수갑도 차보고 칼까지 맞아봤다. 그게 어디 아비라 할 수 있겠냐.”
“사장님…….”
“나는 종대 네가…… 없이 살아도 사람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건 그뿐이다.”
종대가 고개를 쳐들었다.
“미싱질 백날 해봐야 일당 오십 원도 못 받습니다. 언제 사람처럼 살겠습니까.”
상처 입은 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101~102페이지
끌려나온 집주인들이 군용트럭 짐칸에 강제로 태워지는 중이다. 영문 모르고 집에서 쫓겨나는 이들. 아닌 밤중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논두렁 땅은 하룻밤 새 황금으로 바뀌고 땅문서의 명의도 눈 깜짝할 새 낮선 이름으로 바뀐다. 평화롭던 영동이 욕망 가득 이글거리는 황금으로 바뀌는 공식이 바로 이러하다.
_160쪽
출판사 서평
이민호ㆍ김래원 주연 《강남 1970》을 소설로 읽다!
등장인물 소개 및 감독과 주연배우 인터뷰, 제작보고회 사진 독점 수록!
유하 감독이 ‘거리 삼부작’을 완결하는 《강남 1970》으로 돌아왔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제도 교육의 폭력성을 그린 지 어느덧 10년. 시인이자 영화감독으로 창작활동을 이어온 유하에게 강남은 오랫동안 이야기의 시원(始原)이었다. 유하 감독은 권두에 실린 서문을 통해 ‘나에게는 강남이 공간과 시간, 이중의 의미에서 원체험에 해당한다. (중략) 《강남 1970》은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과거를 얼마나 잘 재현하느냐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를 통해 오히려 오늘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유하 감독의 작가적 다짐답게 대화는 함축적이고 인물들은 저마다의 욕망으로 끓어오르며 문장은 간결하다. 내용의 이해를 돕는 자세한 등장인물 소개와 감독과 주연배우 인터뷰, 편집된 장면까지 읽어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10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영화 《강남 1970》을 더욱 풍성한 소설로 만나보자.
[출판사 리뷰]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그리고 《강남 1970》
유하 감독 ‘거리 삼부작’의 완결이자 시작!
주민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고아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종대’와 ‘용기’. 천변에서 넝마를 주워 팔며 살다가 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판잣집마저 빼앗긴 그들에게 서울 구경을 할 기회가 왔다. 여당인 정화당의 사주를 받아 야당인 민평당의 전당대회를 습격하는 ‘용역 깡패’ 무리에 합류하게 된 것. 그곳에서 종대는 자신 안의 폭력성, 그리고 야망을 발견한 동시에 친형 같았던 용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3년 후. 종대는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준 전직 중간보스 강길수의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조직을 떠나 세탁소를 운영하며 착실히 살아가는 길수.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종대는 다시 건달 생활에 뛰어든다. 한편, 3년 전 전당대회 습격사건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서 의원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양기택 등 그의 밑에 있던 조직도 새로운 여당 실세 박 의원에게로 옮겨간다. 부동산 큰손이자 과거의 실세인 서 의원은 자신의 입지를 되찾기 위해 강남 땅 투기에 뛰어들고, 신흥세력 박 의원 또한 선거자금을 대기 위해 강남에 조직원을 급파한다. ‘남서울 개발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강남 요지를 선점해야 하는 숨 가쁜 하루하루. 서 의원의 사람이 된 종대는 박 의원 수하의 조직에 몸담고 있는 용기와 재회한다. 전답과 모래밭뿐이었으며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의미의 ‘영동’으로 불리던 1970년의 강남. 돈과 욕망, 권력과 정치가 한데 엉켜 끓어오르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싸움의 최말단, 그리고 최전선에 두 청춘이 섰다. “땅 종대, 돈 용기! 끝까지 한번 가보자!”
땅과 돈을 향해 질주하는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
소설로만 읽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과 디테일, 그리고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는 결말!
2013년 ‘유하 프로젝트’ ‘골드러시’ ‘강남 블루스’ 등 다양한 가제목(假題目)의 유하 감독 원작 시나리오 전(全) 버전을 검토한 후 완성된 소설 《강남 1970》은 영화에 다 담기지 못한 넝마주이 시절의 종대와 용기의 일상들,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종대와 민 마담의 관계, 정치계의 이권다툼까지 풍성하게 담았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된 종대의 운명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반갑다. 제한된 분량 안에서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순간과 인물들의 첨예한 갈등, 이권 다툼의 디테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책 속 부록으로 자세한 등장인물 설명과 각 조직별 인물을 정리해 실었으며, 권말에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독점 수록하여 생생한 현장감을 살렸다.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되던 1970년대를 조명하여 역대 한국 영화 중 아시아 최다 국가 판매라는 쾌거를 거두며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3개 국가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동시 개봉하는 영화 《강남 1970》. 소설 《강남 1970》은 영화로 재현된 1970년의 강남을 더 넓고 깊게 만나는 방법이자 소설적 재미까지 선사하는 특별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추천사
‘거리 삼부작’의 마지막이면서 시대상 가장 먼저인 작품. 전작들의 처음으로 돌아가 강남의 시원을 증언한다. 폭력과 청춘이라는 두 테마의 공존과 충돌, 중심에 편입되지 못하고 배회할 수밖에 없는 뒤틀린 청춘의 초상! 이것이 삼부작을 관통하는 주제일 것이다.
_유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춘들의 답답함과 절박함. 그 마음을 바탕에 두고 임했다. 기존에 연기하며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었다. 모두에게 가슴 깊이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것이다.
_이민호
한마디로 블러드 카니발(Blood carnival) 같은 작품. 언뜻 악한으로만 여겨지는 ‘용기’이지만 그를 욕망에 사로잡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환경과 사회였다.
_김래원
슬프고도 멋진 영화! 화려하기만 한 오늘의 강남 그 이면에 자리한 놀라운 진실과 마주할 것이다.
_정진영
작가 서문
모든 창작자에게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맞닥뜨린 ‘핵체험’이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는 강남이 공간과 시간, 이중의 의미에서 그런 원체험에 해당한다. 1974년, 이사를 와 처음 맞닥뜨린 강남은 농경문화와 도시문화가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기이한 공간이었다. (중략) 군사문화의 폭력성이 지배했던 사춘기, 수컷되기와 남성성을 강요받았던 고등학교 이래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제도 교육이 어떻게 폭력성을 키워내는가를 다뤘고, 《비열한 거리》에서 돈이 형님이 되는 사회, 돈이 폭력성을 어떻게 소비하는가를 다뤘다면 《강남 1970》은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유하, 서문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85014791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1월 19일 |
쪽수 | 292쪽 |
크기 |
137 * 196
* 20
mm
/ 35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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