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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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러시아 SF의 개척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형제 작가에게 SF란 무엇인가를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게 만든 소설.
작가정보
저자(글) 아르까지 스뜨루가츠끼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1925.08.28. 바투미 ~ 1991.10.12. 모스크바)
“사고하는 것은 여흥이 아니라 의무다!”
20세기 러시아 SF의 개척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형제 작가. 러시아 문학의 비판적인 경향과 풍자문학의 전통을 SF에 결합시킨 독특한 반反소비에트적 디스토피아 작품을 남겼다. 그들의 작품 세계는 ‘정신의 모험’을 다루면서 실존의 본질에 천착한 실험적 공간이었다.
형제는 어린 시절 책만큼은 풍족하게 누리며 자랐다. 서재에는 허버트 조지 웰스, 미하일 예브그라포비치 살티코프셰드린,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잭 런던 등이 꽂혀 있었다. 그들은 같은 책장을 공유했지만, 취향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형제 모두 소설을 쓸 생각이 있었으나, 의기투합해서 소설을 쓰기까지는 다른 길을 걸었다. 형 아르카디는 군사언어학교 일본어학부에서 수학했고 훗날 나쓰메 소세키와 아베 고보 등을 번역하며 일본어를 가르쳤다. 동생 보리스는 레닌그라드 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후 풀코보 천체관측소에서 근무한다.
형제는 1950년대부터 소설적 발상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힘을 합쳐 쓴 첫 작품은 『외부로부터』로 1958년 잡지 《기술-청년들》에 발표되었다. 이듬해인 1959년에는 첫 단행본 『선홍빛 구름의 나라』가 출간되었고, 이후 『신이 되기는 어렵다』(1964)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1964) 등 대표작들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맞았다.
젊은 시절 형제는 소련의 이념에 긍정적인 공산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차츰 혁명과 소련 체제에 의구심을 가졌고,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목도하면서 소련 이념에 대한 환상을 잃는다. 그즈음의 작품은 검열과 비평가들의 혹평에 시달렸다. 이 같은 상황에 굴복해 글쓰기를 중단하는 것을 패배라 여긴 그들은 의도적으로 중립적이며 비정치적인 작품을 계속해서 써 나갔지만, 그조차 검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초기 작품에서는 기술과 문명의 진보가 초래한 도덕성 및 인간성 상실, 역사 앞에서의 개인의 책임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탐구했고 후기로 갈수록 소비에트 관료제도 고발,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에 더불어 통제와 감시로 고통받는 인간의 위기의식을 다양하게 제기했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변의 피크닉』(1972)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에 의해 영화 〈잠입자〉(1979)로 만들어졌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1976)을 토대로 영화 〈일식의 날〉(1988)을 촬영했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형제의 작품은 33개국 42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저자(글)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1933.04.15. 레닌그라드 ~ 2012.11.19.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고하는 것은 여흥이 아니라 의무다!”
20세기 러시아 SF의 개척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형제 작가. 러시아 문학의 비판적인 경향과 풍자문학의 전통을 SF에 결합시킨 독특한 반反소비에트적 디스토피아 작품을 남겼다. 그들의 작품 세계는 ‘정신의 모험’을 다루면서 실존의 본질에 천착한 실험적 공간이었다.
형제는 어린 시절 책만큼은 풍족하게 누리며 자랐다. 서재에는 허버트 조지 웰스, 미하일 예브그라포비치 살티코프셰드린,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잭 런던 등이 꽂혀 있었다. 그들은 같은 책장을 공유했지만, 취향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형제 모두 소설을 쓸 생각이 있었으나, 의기투합해서 소설을 쓰기까지는 다른 길을 걸었다. 형 아르카디는 군사언어학교 일본어학부에서 수학했고 훗날 나쓰메 소세키와 아베 고보 등을 번역하며 일본어를 가르쳤다. 동생 보리스는 레닌그라드 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후 풀코보 천체관측소에서 근무한다.
형제는 1950년대부터 소설적 발상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힘을 합쳐 쓴 첫 작품은 『외부로부터』로 1958년 잡지 《기술-청년들》에 발표되었다. 이듬해인 1959년에는 첫 단행본 『선홍빛 구름의 나라』가 출간되었고, 이후 『신이 되기는 어렵다』(1964)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1964) 등 대표작들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맞았다.
젊은 시절 형제는 소련의 이념에 긍정적인 공산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차츰 혁명과 소련 체제에 의구심을 가졌고,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목도하면서 소련 이념에 대한 환상을 잃는다. 그즈음의 작품은 검열과 비평가들의 혹평에 시달렸다. 이 같은 상황에 굴복해 글쓰기를 중단하는 것을 패배라 여긴 그들은 의도적으로 중립적이며 비정치적인 작품을 계속해서 써 나갔지만, 그조차 검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초기 작품에서는 기술과 문명의 진보가 초래한 도덕성 및 인간성 상실, 역사 앞에서의 개인의 책임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탐구했고 후기로 갈수록 소비에트 관료제도 고발,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에 더불어 통제와 감시로 고통받는 인간의 위기의식을 다양하게 제기했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변의 피크닉』(1972)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에 의해 영화 〈잠입자〉(1979)로 만들어졌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1976)을 토대로 영화 〈일식의 날〉(1988)을 촬영했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형제의 작품은 33개국 42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목차
- 저주받은 도시
제1부_ 청소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2부_ 수사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3부_ 편집자
제1장
제2장
제3장
제4부_ 고문관
제1장
제2장
제3장
제5부_ 연속성의 단절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6부_ 결말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후기
드미트리 글루홉스키 해제
옮긴이의 말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 목록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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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너무나 위험성이 커서 존재 자체가 16년간 비밀에 부쳐졌던’ 『저주받은 도시』는 분명 체제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SF가 미래는 물론이고 현재에 대해 어떻게 통렬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지 다시금 아로새겨 준다
-
정체불명의 이상가理想家들이 카프카적인 세계에서 개별성을 짓밟는다. 그곳은 환멸을 느낀 인간들이 20세기에서 떨어져 나와 이상한 도시로 인계되고, 미치도록 막연한 체제의 부품으로 전락하고 마는 세계이다. ‘도시’는 주민들에게 비참함과 뒤틀림을 불어넣는, 가장 거대한 등장인물이다. 이 불온하고 지적인 소설의 주된 공포는 기저의 사상들에 있다
-
대표 일간지의 이름이 ‘진실’이고, 거짓이 넘쳐흐르기에 바로 그런 이름이었던 국가에서는 SF가 적어도 어느 지점에서는 상황의 진짜 상태를 넌지시 암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사람들이 스트루가츠키 형제에게 기대했던 것은 진실된 예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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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루가츠키 형제 최고의 작품magnum opus이자 러시아 문학에 있어 철학적 전통을 잇는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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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도시』는 스트루가츠키 형제 필생의 역작이다. 소비에트 러시아의 검열과 맞서 싸우고, 살아남았으며, 끝내 물리쳤던-정치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SF의 예술적 정점頂點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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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도시』는 오웰식 펀치와, 독특한 광기의 에너지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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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위대한 잃어버린 걸작. 프란츠 카프카의 『성』, 찰스 피니의 『불경한 도시』, 렉스 워너의 『공군기지』, 그리고 엄중히 선택받은 소수의 다른 이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특별한 지도책에 걸맞은 우화적 악몽의 메트로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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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도시』를 책장에서 『1984』 『화씨 451』 『울티마 툴레』 『나라가 임하시오며』 옆에 꽂아라. SF 독자가 아니라면 『동물농장』 『붉은 수확』 『캐치-22』와 나란히 두어도 퍽 잘 어울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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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루가츠키 형제 중에서 한 명은 고골의 후손이고 한 명은 체호프의 후손인데, 누가 어느 쪽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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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러시아 지식인들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에게서 배태되었다. 그들의 책은 소비에트 사회나 실로 억압적인 모든 사회에 대한 정치 논평이라는 특별한 관점에서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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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자신들이 공상적인 것의 사실주의자임을 증명해 보인다. 공상소설에서의 사실주의가 논리적 귀결에 대한 존중, 오로지 가정된 전제에서 모든 결론을 추론할 때의 성실함이라는 것을 고려하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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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은 세계문학의 불가결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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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루가츠키 형제는 다른 문학 형식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소비에트 삶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공상과학소설이란 장르를 이용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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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SF가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에게 거하리라. 새로운 세대 SF 독자를 위한 근사한 필독서
책 속으로
“잠시만요. 당신은 내가 말 그대로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을 또 던지고 있어요. 이해하셔야 합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어요……! 건축물의 부식, 기억합니까? 물이 담즙으로 변해 버린 사건은 기억하시는지요…… 어쨌든 그건 당신이 오기 전 일이고…… 이제는 보다시피, 원숭이들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내게 파묻곤 했죠.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두 같은 언어로 말하는데 다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겐시에게, 당신은 러시아어로 말하고 있으며 겐시 자신은 일본어로 말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냈을 때, 당신 스스로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혼란에 빠졌는지, 아니 심지어는 겁먹었는지 기억합니까?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익숙해졌고 그때 가졌던 의문은 이제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지요. 실험 조건 중 하나였던 겁니다. 실험은 실험일진대 여기서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가 보세요. 가요, 안드레이.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저쪽입니다. 무엇보다도 행동을 해야 합니다. 모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_ 56~57쪽, 「제1부 ‘청소부’ㆍ제2장」에서
“맞아!” 이쟈가 인정했다. “목줄을 채우는 건 물론 해결책이 아니지. 가장 먼저 쥐어짜 낸 실무적인 해결책은 이거야. 원숭이의 존재를 숨기는 것. 원숭이들이 전혀 없는 듯 행동하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 또한 불가능해. 원숭이들은 너무 많고 세상이 뒤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정치체제는 아직 민주주의거든. 그러던 중 단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방안이 하나 떠오른 거야. 원숭이들의 존재를 체계화하기. 혼돈과 말썽을 법의 틀에 욱여넣는, 그런 방식으로 원숭이들을 우리 선한 시장 특유의 견고한 질서의 일부로 만드는 거야! 동냥질을 하고 말썽을 피우는 무리와 패거리 대신에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모두 동물을 사랑하잖아! 빅토리아 여왕도 동물을 사랑했고 다윈도 동물을 사랑했어. 심지어 베리야도 어떤 동물은 사랑했다고 하고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고……”
_ 112~113쪽, 「제1부 ‘청소부’ㆍ제3장」에서
“여기서 ‘악에 맞선다’는 얘기가 왜 나옵니까?” 안드레이가 약간 흥분하며 말했다. “악은, 그건, 일종의 의도가 있는……”
“당신은 마니교도구먼!” 노인의 그의 말을 잘랐다.
“전 공산당원입니다!” 크나큰 믿음과 확신이 왈칵 흘러넘치는 것을 느끼며 안드레이는 더욱 흥분해 반발했다. “악은, 언제나 계급적 산물입니다. 순수한 악은 없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게 엉켜 있죠. 실험이니까요. 우리에게 혼돈이 주어진 거예요. 우리가 그걸 바로잡지 못해서 저쪽 세계가 처한 상황으로, 계급 분열과 그 비슷한 거지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으로 회귀하거나, 혼돈의 고삐를 쥐고 그걸 소위 공산주의라는 새롭고 훌륭한 인간관계의 형태로 바꾸어 나가거나 하는 겁니다……”
_ 256~257쪽, 「제2부 ‘수사관’ㆍ제3장」에서
“당신은 잊었을 뿐이오.” 노인이 말을 이었다. “전쟁이 일어났고 거리에 폭탄이 떨어졌고, 당신이 방공호로 달려가는 중에 갑자기 충격과 고통이 덮쳤고, 모든 것이 사라진 거요. 그 후 당신은 나긋나긋하게, 비유적 수사를 쓰는 천사의 환영을 본 다음 이리로 온 거지……” 그는 입술을 내밀고는 또다시 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 바로 여기서도 이런 식으로 자유의지에 대한 감각이 발생하는 거군. 이제야 알겠소. 그건 관성이오. 관성일 뿐이오, 젊은이. 당신은 내가 잠시 흔들릴 정도로 대단히 확신에 차서 말했소이다…… 혼돈을 체계화하느니 새로운 세계니…… 아니, 아니오. 관성일 뿐이오. 그건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거요. 지옥은 영원하다는 것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이제 겨우 첫 번째 굴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_ 263~264쪽, 「제2부 ‘수사관’ㆍ제3장」에서
“가난한 자가 계속 부유한 자에 맞서 싸운다면! 공산주의자들이 계속 자본주의자들에 맞서 싸운다면! 흑인들이 계속 백인들에 맞서 싸운다면! 우리는 짓밟힐 겁니다! 우리는 파괴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손에 무기를 꼭 쥐고! 잭해머를 쥐고! 쟁기 손잡이를 쥐고 선다면! 그럼 우리를 쓰러뜨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무기는, 단합입니다! 우리의 무기는, 진실입니다! 얼마나 무거운 진실이 되었든! 그렇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덫에 걸려들게 했지만! 그랬지만! 신을 걸고 맹세하건대, 그 덫으로 잡기에, 우리는 지나치게 거대한 맹수입니다……!”
“아!” 군중이 포효하려다 말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태양이 일순간에 켜졌다.
_ 396~397쪽, 「제3부 ‘편집자’ㆍ제2장」에서
……그래서 너는 대체 뭘 증명했나? 우리와 살아가기 싫다는 것? 하지만 도대체 그걸 왜, 누구에게 증명한단 말인가? 우리를 증오한다는 것? 그런 쓸데없는 짓을. 우리는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돼지인 게 우리 탓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오기 전에도 돼지였고 우리 이후에도 돼지일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들을 먹이고 입히고 동물적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은 날 때부터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한 일이 부족했단 말인가? 도시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라. 청결해지고 질서가 잡혔으며 전과 같은 난장판은 눈 씻고 찾아도 없고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풍족하다. 시간만 더 주면 곧 볼거리도 풍부해질 것이다. 그런데 뭐가 부족해서 그런단 말인가……? 그러는 넌, 너는 무얼 했길래? 지금 미화원들이 아스팔트에 붙은 네 내장을 긁어내고 있다. 그게 바로 네가 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노동하며 기계 전체를 움직인다. 이제까지 우리가 이룬 것은 시작일 뿐이기에 그 모든 것을 계속 지키면서, 친구여, 지키면서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인간 위에 신도 악마도 아마 없겠지만, 이곳에는 있기 때문이다…… 네놈은 악취 나는 민주주의자이고 인민의 편을 자처하는 기회주의자이며 내 형제들의 형제다……
_ 479~480쪽, 「제4부 ‘고문관’ㆍ제1장」에서
“아니.” 이쟈가 말했다. “칭송할 일 없어. 오늘 안드레이가 과학자들에 대해 설명해 줬지. 위대한 작가들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투덜댄다고. 그게 그들의 기본 상태야. 왜냐하면 그들은 어쩌면, 공동체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앓는 양심이거든. 지금 공동체의 상징은 너니까 깡통들이 너한테 가장 먼저 날아들겠지……” 이쟈가 킥킥댔다. “그들이 너의 루머를 어떻게 처단할지 눈에 그려지는군!”
가이거가 한쪽 어깨를 으쓱했다.
“루머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물론 진정한 작가가 그걸 표현해야겠지.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있는 게 작가니까……”
“작가들은 절대 그 어떤 종양도 치료하지 않아.” 이쟈가 반박했다. “앓는 양심은 그저 아파할 뿐이고 모든 건……”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가이거가 말을 끊었다. “그냥 이 질문에만 대답해 봐. 지금 상황이 정상인 것 같아? 아닌 것 같아?”
“정상이 뭔데? 지구의 상황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나?” 이쟈가 물었다.
“말장난을 하는군! 말장난!” 안드레이가 인상을 썼다.
“단순하게 묻는 거잖아. 창조적인 재능이 없는 공동체도 존재할 수 있는가? 라고 말이야.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 맞지, 프리츠?”
“내가 더 명확히 질문해 주지.” 가이거가 말했다. “100만 명이 지구에서든 여기에서든, 수십 년 동안 단 하나의 창조적인 재능도 내놓지 못하는 게 정상인가?”
_ 527~528쪽, 「제4부 ‘고문관’ㆍ제2장」에서
‘권리가 있느니 권리가 없느니’ 다 헛소리다…… 권력에 대한 권리는 권력을 가진 자에게 있다. 더 정확히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권력에 대한 권리는 권력을 실현하는 자에게 있다고. 거느릴 수 있는 자에게 권력에 대한 권리가 있다. 그럴 수 없는 자라면 미안하지만……!
그리고 네놈들은 내 밑에서 갈 것이다. 이 더러운 놈들! 그가 잠을 자는 탐사대를 향해 내뱉었다. 내가 먼 미지의 땅으로 가고 싶어 하는 그 털북숭이 원숭이 놈처럼 절박해서 네놈들이 내 명령에 따르는 게 아니다. 너희가 내 명령에 따라 가는 이유는 내가 가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 거지 같은 놈들, 게으름뱅이 놈들, 똥싸개 용병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도시에 대한 의무나, 제기랄, 가이거에 대한 의무 때문이 아니다. 나에게 권력이 있고 나는 그 권력을 계속 확인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너희 같은 비열한 놈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확인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가이거에게도 확인시켜 줘야 하고…… 너희에게 확인시켜 주지 않으면 나를 잡아먹을 테니. 가이거에게 확인시켜 주지 않으면 날 내쫓고도 남을 테니.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확인시켜 줘야 하는 이유는…… 그거 아는가. 그 많은 왕들과 군주들은 시기를 잘 타고났다. 그들의 권력은 신이 직접 내린 것이었고, 권력이 없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백성들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하품이나 할 정도로 태평했던 건 아니지만. 하지만 우리, 작은 사람들은 신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왕으로 추대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세상에서는 용기를 내는 자가 차지한다. 우리에게 참칭자는 필요 없다. 내가 지휘할 테니. 네가 아니라. 그나 그들이나 그녀가 아니라. 내가 할 것이다. 그리고 군대는 나를 지지할 것이다……
_ 643~645쪽, 「제5부 ‘연속성의 단절’ㆍ제2장」에서
“당신이 말하는 그 깨달음은 지금 저한테 차고 넘친다고요!” 안
기본정보
ISBN | 9791167900241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5월 17일 | ||
쪽수 | 812쪽 | ||
크기 |
128 * 196
* 47
mm
/ 887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Град обреченный/Arkady Strugatsk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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