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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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시인의 시는 생활시이다. 오십 후반을 맞이한 그가 사회와 직장, 그리고 가정에서 파생되는 갈등과 연대, 자기 회복을 진솔한 문체로 형상화했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중년 남자가 일상으로 엮인 관계를 통해서 얻게 된 마음의 이력을 진솔한 문장으로 풀어놓은 시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규 시인은 “이번 시집이 아내에게는 헌시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시인의 말」에 언급했듯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가족시’로 묶어도 무방하다.
“아내가 대화방을 만들었다”로 시작하는 표제시 「식구들의 수다」에서는 다음날 일할 생각에 잠을 걱정하면서도 아내와 아이들의 수다를 흡족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지켜보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아이들과의 낯선 대화법을 익히려는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다. 시인은 아이들이 쓰는 이모티콘과 ‘맛점’과 같은 줄임말 등이 마뜩지 않다. “얼마나 공감하는지는 모르지만”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시인세대의 정서에는 맞지 않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내 “생각보다 괜찮다 싶기도 하”다고 여긴다. 시인이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긍정적 자세를 갖는 것이다. 하루는 늦은 시간까지 카톡 카톡 울림음에 잠잘 시간을 놓치고는 “그만 자자/ 나도 날리고 싶은데/ 그래도/ 첫 번째 올리는 댓글이/ 그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멍하니 그 수다/ 밤새 지켜보고 말았다”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충남도청에서 공적 업무를 하고 있는 김남규 시인은 자기만의 삶보다 사회적 퍼소나에 치중한 삶을 비중있게 살기도 한다. 물론 중년 남자 다수가 살아온 대한민국의 일반적 삶의 형태일 테지만 그가 유독 사회적인 삶에 치중했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 편의 시의 소재들이 타자에 의한 자기 반추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학생이 양보하는 자리에 무심코 앉는다. 그 학생이 다음 역에서도 내리지 않는 것을 보고 시인은 민망해진다. “근래 들어/ 부끄럽고 낭패스러운 일들이/ 너무 잦다”(「지하철에서」)라고 자책한다. 자신의 많은 나이를 부지불식간에 의식하고 잠재화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우리 사회는 변했다. 이성적인 사람과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집단이 버젓이 우리 사회에 드러났다. “주황색과 오렌지색 차이에 대한 논란이/ 정치면(政治面)의 가십거리로 등장한 날” 시인은 딸이 선물한 빨간 목도리를 무심코 두르고 한 모임에 나갔다가 “생각이 없는지, 생각이 다른지/ 책망 같은 질문을 받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정치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들이 “남의 차림새를 보고/ 내 편 네 편을 생각하는”(「생각이 없는지, 생각이 다른지」) 것에 시인은 다소 불편해진다. 그들도 틀린 건 아니고 시인도 틀린 건 아니다.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다만 어떤 현상의 이면을 숙고하지 않고 가시적인 것에 생각이 머무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불편한 것이다.
최광임 시인은 발문에서 “가족을 시의 원천이자 바탕으로 하여 직장인으로서의 소회, 늙어가고 있음에 대한 의식과 관계에 의한 자기 점검, 가치가 전도된 사회 풍조 비틀어 보기 등, 시의 주제와 소재를 일상 삶에서 길어 올린다”고 밝히고 있다. 사람과 세상의 내밀한 심연을 응시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시 밭을 일구고 있는 김남규 시인은 현재, 동맥문학회, 백지시문학회 회원이며, 계간 『시와 경계』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정보
목차
- 1부
봄 · 13
해바라기 · 14
가뭄 · 16
고즈넉한 저물녘 · 18
길목 · 20
어떤 처방 · 21
어떤 처방 2 · 22
어떤 처방 3 · 24
지하철에서 · 26
지하철에서 2 · 28
편리한 세상 · 30
걸음걸이 · 32
행복할 권리 · 34
무량사의 추억 · 36
적과(摘果) · 38
2부
갈등 · 41
편지 2 · 42
어느 날 아들에게 · 43
아버지와 아들 · 44
식구들의 수다 · 46
원룸에서의 하룻밤 · 48
술 · 50
쓸쓸한 아내 · 52
사랑 · 53
신혼방 · 54
아내의 외출 · 56
아내의 부탁 · 58
어떤 생각 · 60
사랑의 자물쇠 · 62
3부
기도 · 67
사쿠라 어원에 대한 소고 · 68
궁금증 · 69
생각이 없는지, 생각이 다른지 · 70
2015년 3월, 대한민국 · 72
절망 · 74
왕소군(王昭君) 능(陵) · 75
절필 · 76
단순함 혹은 가벼움 · 78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 80
완벽한 아침 · 82
명절, 고향 풍경 · 83
작은 바위 얼굴 · 84
출금전표 · 86
4부
노을 1 · 89
노을 2 · 90
노을 3 · 91
빗소리 1 · 92
빗소리 2 · 93
빗소리 3 · 94
내포일기 1 · 96
내포일기 2 · 98
내포일기 3 · 100
내포일기 4 · 102
내포일기 5 · 103
어머니의 근심 1 · 104
어머니의 근심 2 · 105
꽃게 · 106
발문 충서(忠恕)를 기본으로 하는 생활시의 미학 / 최광임 · 108
책 속으로
식구들의 수다
--
아내가 대화방을 만들었다.
식구라야 달랑 넷인데
사는 곳은 세 군데니
이렇게라도 만나자고 했다.
쓸데없는 짓 한다고 했지만
며칠째
잘 잤느냐, 행복한 하루되라 올리고
맛점하라 올리고
잘 보냈느냐, 편안한 밤 되라 올린다.
얼마나 공감하는지는 모르지만
애들은 이모티콘으로 혹은
단문으로 답을 한다.
생각보다는 괜찮다 싶기도 하고
잠들기 전 훑어보는 것으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어젯밤에는
신호음이 한번 울리더니
연이어 카톡, 카톡, 소리가
온 방을 흔들어댔다.
잠이 안 와
나도
나도
수다가 넝쿨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만 자자
나도 날리고 싶은데
그래도
첫 번째 올리는 댓글이
그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멍하니 그 수다
밤새 지켜보고 말았다.
--
[대표시]
신혼방
--
아내의 글이 핸드폰 메시지로 올라왔다.
지금 막 도착하여
창문을 열고 틈새를 닦아내고
방안 먼지도 털어내고
빨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비었던 냉장고를 채우고
작은 옷장 하나 정리하고 나니
더 이상 할 것도 없는 원룸이
아늑하게 느껴지고
예전처럼 둘이 살아도 충분하겠다는 생각
했다고 했다.
-
부모님을 모시고 시작한 우리들 신혼방은
안방과 마주한 건넌방이었다.
시부모님과 시동생, 시누이가 살고
인근에 사시는 친가나 외가의 식구들이
자주 모였던 집에서
둘이 눕기에 딱 맞은 건넌방은
유일한 아내만의 공간이었다.
하루가 저물고
모두가 잠들면
옷장을 닦고 방을 닦고 창문을 닦으며
귀가하지 않는 나를 기다렸다고
이삿짐 틈에서 발견된 아내의 일기는
기록하고 있었다.
-
애들도 나도 직장 따라
모두 집을 떠난 지금,
남편의 원룸을 찾아온
아내의 가슴에 앉은 것이
행복함인지 쓸쓸함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내의 일기장을 보며 떠올렸던 상념들이
문득 되살아나
근무시간 내내
발만 동동 구르고 말았다.
--
사랑의 자물쇠
--
프랑스 센 강의 퐁데자르에도
서울 남산타워에도 있다는
사랑의 자물쇠가
대전에서 금산으로 가는 중간
만인산 휴게소에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름을 적어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버리고 나면
둘 사이의 영원한 사랑 약속은
마무리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혹은 흔들리는 자신을 위해
행하는 의식이 눈물겹고 아름답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자물쇠로 채워져
묶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마 그들도 알 것이다.
여기 잠깐 서 있는 이 순간에도
발 아래 펼쳐진 저수지
미풍에도 물결 일고
굳건히 버티고 선 저 메타세콰이어 나무
가지 내주듯
흔들리면서 옷깃 여미고
그렇게 조신하게 보듬고 가야 할 것이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
기본정보
ISBN | 9791165121174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8월 08일 | ||
쪽수 | 132쪽 | ||
크기 |
128 * 211
* 11
mm
/ 20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현대시세계 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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