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황녀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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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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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읽고 싶은 것을 생산하는 자급자족형 작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웁니다.
대표작으로는 《동궁연애비사》, 《메리지 앤 소드》, 《막내 황녀님》, 《나를 잡아먹지 말아줘》 등이 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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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평생 하지 못할 고백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을 꺼내놓는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찾아왔다. 죽음과 마주하고 나서야, 카힐은 솔직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 제가 황녀님께 무례하게 굴었던 것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려는 길이 당신을 괴롭게 만들까 봐. 그래서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빼거나 더하는 것 없이, 카힐은 제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밀어낼 명분도 없지 않습니까.”
황녀님을 위해 얼음검을 만들어냈고, 두 번째 맹세를 바쳤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운명으로 단단히 묶여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났는데, 여기서 다시 싫은 척하며 밀어내봤자 우스운
꼴일 뿐이었다.
자신이 가려는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었다. 눈부신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춥고 어두운 눈과 얼음의 길. 하지만 카힐은 깨달았다. 함께 그 길을 걸어야 한다면, 자신이 더욱 강해지면 된다. 황녀님이 발을 디디시기 전에 딱딱하게 굳은 얼음을 깨어 새로이 흙을 다지고, 햇살을 가리는 나뭇가지를 꺾어내고, 조그만 잔가시 하나 없도록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그래서 눈이 소복하게 쌓인, 아름다운 설경의 길을 만들어드리면 된다.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카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주저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똑바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카힐은 황녀님에게 손을 뻗었다. 물기를 머금은 주홍색 눈동자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하얀 뺨에 흥건한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황녀님.”
손 아래에 닿는 따뜻한 감촉이 얼어붙어가던 제 심장을 천천히 녹였다. 감히 당신을 밀어내고 상처주려 했으니, 대역죄인과 다를 바 없다고 사죄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테니…….”
서서히 퍼져나가는 온기를 느끼며, 카힐은 옅게 웃었다.
“이제는 제 눈을 피하지 말아주십시오.”
(5~6페이지)
“꺄아아악!”
곱게 차려입은 드레스가 음식물로 범벅이 되었다. 리사엘라는 온갖 음식들을 뒤집어쓴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파드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에니샤는 그쪽으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검지를 쭉 내뻗어 까닥였다. 금빛 마력이 손가락을 둥글게 휘도는가 싶더니, 카르티나 부인이 식탁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녀는 그대로 주르륵 끌려와 식탁 끝에 다다랐다. 몰아치는 상황에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던 카르티나 부인이 겨우 고개를 들어올렸다. 에니샤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카르티나 부인은 황망히 외쳤다.
“이, 이 무슨 무례한……!”
이미 무례함의 범주를 한참 벗어났으니, 의미 없는 말이었다. 상식을 파괴하는 행동에 당황하는 카르티나 부인을 바라보며, 에니샤는 무표정하게 질문했다.
“네 주인 어디 있어?”
“!!”
시종일관 여유롭던 카르티나 부인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처음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밀랍처럼 하얗게 굳은 카르티나 부인이 시선을 돌리려 하자, 가느다란 손이 턱을 꽉 붙들었다. 에니샤는 그녀의 턱을 움켜쥔 채 나직이 말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리고 싸늘하게 속삭였다.
“아바르티아 어디에 있냐고.”
(94~95페이지)
“카힐……!”
황족들의 성질머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카힐이었다. 카힐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왕손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아까부터 같이 있었지만 이제야 아는 척해주는 것이었다. 서로 통성명을 한 후, 카힐은 그에게 정중히 말했다.
“황녀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시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왕손은 카힐의 말을 잘라내며 날카롭게 굴었다.
“무슨 자격으로 대화마저 못 하도록 가로막는 겁니까?”
좋은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며 이죽거렸다. 그러자 카힐이 에니샤를 돌아보더니, 허락을 구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당장 쌍둥이를 막는 것이 급한 에니샤는 뭔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손이 손목을 움켜쥐었다. 한 손에 답삭 잡혀버린 에니샤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카힐은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에니샤를 제 뒤로 숨기며, 엘하르크의 왕손에게 선언한 것이다.
“연인입니다.”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는 연회장에 가득히 울려 퍼졌다. 어느새 음악도 멎어 있었다. 모두가 동작을 멈추고서 이쪽을 쳐다보았다. 에니샤도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벌렸다.
고요와 경악이 뒤섞인 가운데, 헬라드가 음산히 입을 열었다.
“……뭐 이 새끼야?”
(199페이지)
하지만 스칸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서부 유목민들의 잔혹함은 히페리온조차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였다. 그들은 항복과 후퇴를 용납지 않았다. 전장에서 도망치는 병사는 그 자리에서 목을 베었고, 항복하는 영지는 재탈환해 적군보다 더 잔인하게 짓밟았다. 주술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악령과 시체로 대륙을 뒤덮으니, 스칸샤를 돕던 나라들조차 그들의 잔인함을 두려워했다.
히페리온과 스칸샤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양분된 대륙의 타국들 또한 바쁘게 움직였다. 북부는 자드카르 공국을 중심으로 북부연합을 구성해 물자와 병력을 지원했다. 동부 엘하르크 또한 상당량의 물자를 지원했으며, 대륙마법협회는 스칸샤를 돕는 척하며 부지런히 기밀을 빼돌려 히페리온에 보고했다. 그렇게 대륙이 핏물로 젖어드는 동안, 에니샤 또한 최후의 결전을 준비했다.
에니샤는 로시엘, 좌우법사와 함께 군사회의를 가졌다.
“제 생일날, 하크만이 전장을 비울 거예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이 하크만이 전장을 비우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에니샤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 틈을 타서 밀어붙이세요. 그날 스칸샤를 완전히 꺾어야만 해요.”
로시엘은 한참 침묵하다가, 느릿하게 말했다.
“……폐하와 헬라드에게 전달하도록 하지.”
(331페이지)
바람이 불었다. 벌판 위를 기다랗게 쓸어내는 바람에 풀들이 파도 소리를 냈다. 에니샤와 하크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금안 위로 붉은 물이 번졌다. 나른하던 눈동자에 광기가 깃들고, 붉게 달아올랐다. 새빨간 눈동자를 한 아바르티아가 눈웃음치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에니샤.”
에니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게 찢어진 눈매가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바람을 타고 달콤한 냄새가 건너왔다. 아바르티아는 다정하게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는 건 어때?”
“…….”
“이번에도 안 되면 널 죽여서 시체라도 가질 거야. 죽은 사람으로 되살아나긴 싫지? 그러니까 순순히, 고분고분하게…….”
제발, 응?
조르듯이 묻는 목소리가 어찌나 살가운지, 모르는 이가 들으면 에니샤가 무정하다 생각할 정도였다.
에니샤는 잠시 눈을 감았다. 복잡한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어깨 위에 얹힌 마음의 무게가 무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가지만 생각해야 할 때였다. 모든 상념을 지워내고, 천천히 눈을 떴다. 들판을 쓸어내던 바람도 서서히 멎어들었다. 휘날리던 금색 머리카락이 느리게 가라앉았다. 금빛 속눈썹 사이에서 주홍색 눈동자가 차분하게 빛났다.
“아르커스.”
어느 때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에니샤는 명령했다.
“마법을 전개하라.”
(336~337페이지)
“에니샤 님!!!”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 카힐은 아바르티아를 밀쳐내고 에니샤를 품에 안았다.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내며 악령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붙잡으려 달려드는 검은 연기를 피하다가, 둘은 서로를 안은 채 나란히 바닥을 뒹굴었다. 에니샤는 몸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소리쳤다.
“너……. 너, 어떻게……!”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저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도망가!!”
영혼을 빼앗기고 싶은 거냐며 다그쳤다. 그러나 카힐은 물러나지 않았다. 떨리는 주홍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카힐은 결심했다. 결국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입술이 느릿하게 벌어지며 단단한 말을 내뱉었다.
“카힐 자드카르가 세 번째 맹세를 바치니.”
에니샤는 눈을 크게 떴다.
“맹세의 주인은 에니샤 로드고 히페리온.”
“카힐!!”
“세상이 종말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나의 영혼을 오롯이 그대에게.”
“안 돼!!!”
에니샤는 맹세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다. 카힐은 침착하게 속삭였다.
“받아주십시오.”
(360~361페이지)
출판사 서평
4주 연속 카카오페이지 로맨스판타지 부문 ‘TOP 3’
웹툰 제작, 3월 28일 카카오페이지 론칭 확정!
4주 연속 ‘카카오페이지’ 로맨스판타지 부문 ‘TOP 3’, 46만에 이르는 구독자 수를 기록한 사하 작가의 대표작 《막내 황녀님》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총 5권으로 구성된 《막내 황녀님》 세트는, 구매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로 웹소설 표지 일러스트를 활용한 포토카드 3종과 단행본 출간을 기념해 사하 작가가 새롭게 집필한 ‘미공개 특별외전’을 포함했다. ‘포토카드 3종’은 오랫동안 《막내 황녀님》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준 독자들에게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이, ‘미공개 특별외전’은 연재 당시의 감동과 새로운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64790678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3월 05일 |
쪽수 | 412쪽 |
크기 |
143 * 212
* 23
mm
/ 52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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