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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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강성철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2012년 《한국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틈새』 『풀잎에 쓰다』 외 다수의 공저가 있으며, 광명시장상, 광명시의장상(예술 부문)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광명시문인협회 회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명시 지부 지부장 역임, 현재 광명시청에 근무하고 있다.
작가의 말
숨겨놓았던 시를 세상에 내보내려 하니
부끄러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30년 공무원 생활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견책 징계에도 벌벌 떠는 공직사회에서
공무원노조 총파업 참여로
3년 동안 해직이라는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삶에 관한 시를 써보고 싶었다.
막상 시를 쓰니 1년에 몇 편 완성하기도 힘들었다.
아내는 졸작이라고 농담을 했지만
언제나 내 편이 되어 격려를 해주었다.
덕분에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었다.
한 사람이라도 이 시집을 읽고
위안을 받으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0년 12월
강성철
목차
- 제1부
빛나는 저 자리 13
여우 생존기 14
전령사 16
체면 18
두 개의 산 20
공무원 22
권불십년 24
착각 26
기웃거리다 28
폭탄주 30
장미의 미소 32
사람이기에 34
마라톤 36
민낯 38
제2부
약사가 되어간다 41
잔소리에 취하다 42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 44
봉급생활자는 봉이야 46
물 위에 서다 48
해고 통보 50
꿈은 져도 좋다 52
콩국수 54
어머니 밥상 56
소나무 58
비둘기 할머니 60
오이냉국 62
설거지 64
까치집 66
제3부
첫사랑 69
목련 70
벚꽃 72
수국 74
상사화 76
저녁노을 78
매미 79
은행나무 사랑 80
들국화 82
이별을 경험하는 계절 84
저물어 간다 86
번 아웃 88
길 90
모과 92
제4부
이상기후 95
항아리 96
여린 마음 98
경주 100
상처를 어루만지다 101
운명 102
첫사랑 그녀 104
미니는 나의 애인 106
명절 주차 단속 108
쓸쓸한 호미곶 109
라인큘러스 110
노점 할머니 112
이별 114
해설
기묘한 끌개와 카오스모스의 세계 115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추천사
-
카오스적 인생을 살아가는 강성철 시인에게 현재(공무원)의 위치와 기능과 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끊임없이 운동하는 끌개로 존재하는 동시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이후의 모든 시간까지 존재하고 있고 또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카오스라는 혼돈이 그야말로 무질서의 혼란에 가까운 혼돈이 아니라, ‘질서의 혼돈’과 ‘질서로 나아가고 또 나아가게 만드는 카오스적 혼돈’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서로 만나/따뜻한 두 손 꼭 잡을 수 있다면”(「상사화」) 그것이 가장 최선의 질서요, 최대의 세계가 아닌가. 서로 만나 “당신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고 말할 수 있고 또 “내 가슴에 당신이 있기 때문”(「은행나무 사랑」)이라는 고백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새로운 끌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성철 시인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 사람이기에」)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익히며 실행하였기에, 이제는 혼돈 속에서도 스스로의 끌개를 이용해 카오스적인 혼돈에서 정연한 질서의 영역인 코스모스(cosmos)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책 속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저 자리
누가 앉고 싶지 않겠나
쉬지 않고 일하는 황소도
가시를 숨긴 장미의 아부도
다 저 자리에 앉고 싶어서 아니겠는가
어두운 밤에도
누군들 빛나는 자리에 앉고 싶지 않겠나
지느러미가 찢어질 듯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도
달빛 아래 울부짖는 여우도
다 저 자리에 앉고 싶어서 아니겠는가
저기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답겠나
오늘도 저 자리 하나 때문에 웃고 우는 세상
누구의 자리일지 모르는 저 자리가
오늘따라 더 빛난다
- 「빛나는 저 자리」 전문
숨길 수도 없고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어
상처받기 마련입니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때론 분노가 폭발하여 참을 수도 없습니다
가슴 조여올 때도 있지만
가쁜 숨을 쉬며 정신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집념 하나로 거리에 나선 적도 있었습니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맞으며 투쟁했지만
해직이 되어 더 짓눌리기만 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살았지만
차가운 방의 가난한 살림살이를 벗어나지 못해
동료 하나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꽃 한 송이에 가슴이 열리고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사람이기에」 전문
서류 뭉치 가득 담아
들고 다니던 가방
약봉지 하나가
봉투 하나를 밀어내더니
조금씩 조금씩
밀어내기가 이어지면서
가방을 점령해간다
점점 늘어나는
약봉지와 약통들
가방은 이제 약국이 되었고
나는 약사가 되어간다
- 「약사가 되어간다」 전문
두 얼굴을 가져야만
여우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우리 사이에서만 비밀일까
이른 아침
살랑거리는 꼬리를 옷 속에 숨기고
미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언제나 나는 너의 편이야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마!
불안했던 사무실에 훈풍이 불었다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타고
신선한 과일과 각종 비타민까지
온 마음을 다했건만
두 번째 승진마저 누락이 되고
가슴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오늘도 마주친다
미사여구로 꾸며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사람
여우는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있다
- 「여우 생존기」 전문
집주인 말 한마디가
심장을 타들어 가게 한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 위에 지어놓은 까치집 한 채
저 집은 전세일까 월세일까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다닥다닥 정교하게 고정시켜
집을 튼튼하게 꾸미는 까치 부부
인심 좋은 나무는
전셋값을 올리지 않는다
고지서도 날아오지 않고
은행 대출도 필요 없는 까치집
크기는 작아도
사람의 집보다 아늑하다
- 「까치집」 전문
출판사 서평
근원적인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혼돈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바람과 몸짓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과 관계가 있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이다. 태평양의 아주 작은 섬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 그 날갯짓이 다른 지역에서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그 대단한 결과의 확실성보다는 예측 불가능성이나 복잡성과 불규칙성, 또는 비주기성 같은 개념들에 더 주목한다. 문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미래의 성공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미이다.
누구라도 한번
지축을 흔들고 싶지 않겠는가
저온과 고온의 차이가 심한
해수와 육지 사이에서
한 번의 날갯짓으로
태풍을 만드는 나비
삼십 년이란 세월 동안
한 평 남짓한 자리에서
날갯짓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아온 나
바람이 불면 그 바람에 실려
안개 속을 헤매다
쏟아지는 비를 맞을지라도
쾌적한 자리를 찾아다녔는데
이제 온종일 누군가의
그늘을 걷어내는 꿈을 꾸며
부드러운 날개를 몰래 펼쳤다가
가만히 접어보네
- 「공무원」 전문
이 시집의 표제시 「공무원」에는 이와 같은 한 개인으로서의 ‘혼돈에서 질서 찾기’가 정서적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고, 동시에 나비효과에 등장하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빚어내고 규정하는 ‘혼돈의 감정 정돈하기’라는 진폭이 또 하나의 울림을 형성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보통 꿈을 가지게 되고 그 꿈은 현실 속에서 유형무형의 어떤 것을 소유하고 이루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강성철은 그 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누구라도 한번/지축을 흔들고 싶지 않겠는가”라는 아주 묵직한 심정을 토해낸다. 이것은 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성질의 것이어서 보다 근원적인 입장으로 접근해야 강성철의 서정을 풀어나가면서 규명할 수가 있다.
-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기본정보
ISBN | 9791158964993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21일 | ||
쪽수 | 136쪽 | ||
크기 |
126 * 205
* 12
mm
/ 19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의전당 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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