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문학의 역사와 사회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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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종회는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신봉승 · 시인, 희곡작가 (작고)
임헌영 · 문학평론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안경환 · 서울대 명예교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광훈 ·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작고)
표성흠 · 소설가
이재복 · 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노현주 · 경희대 강사
안 광 · 소설가, 순천대 교수
이경재 · 문학평론가, 숭실대 교수
추선진 · 경희대 강사
정호웅 · 문학평론가, 홍익대 교수
송희복 · 문학평론가, 진주교대 교수
해이수 · 소설가
권선영 · 신라대 교수
강희근 · 시인, 경상대 명예교수
이광호 · 문학평론가, 서울예대 교수
서지문 · 고려대 명예교수
홍기돈 · 문학평론가, 가톨릭대 교수
정미진 · 경상대 강사
목차
- 머리말 · 서사성의 복원과 이병주 문학의 재발견
1. 역사
이태의 『남부군』과 이병주의 『지리산』 · 김윤식
역사소설의 사실과 픽션 · 신봉승
이병주의 역사소설과 이념 문제 · 임헌영
이병주 문학의 역사의식 - 『관부연락선』을 중심으로 · 김종회
2. 학병
문학사적 공백에 대한 학병세대의 항변 - 이병주와 선우휘의 경우 · 김윤식
이병주와 황용주 - 작가의 특권과 특전 · 안경환
3. 정치ㆍ사상
이병주 소설 『행복어사전(幸福語辭典)』 시론(試論) · 김윤식
‘회색의 군상’, 그 좌절의 기록 - 김규식과 유태림을 중심으로 · 이광훈
소설 『지리산』을 통해 본 이병주의 일본·일본인 · 표성흠
한 휴머니스트의 사상과 역사 인식 - 이병주의 「패자의 관」, 「내 마음은 돌이 아니다」, 「추풍사」를 중심으로 · 이재복
이병주 문학의 정치의식 · 노현주
4. 법
사랑의 법적 책임 - 이병주의 「철학적 살인」을 중심으로 · 안광
휴머니스트가 바라본 법 · 이경재
이병주 소설에 나타난 법에 대한 의식 연구 · 추선진
5. 공간
이병주 소설의 공간 환경 · 김종회
이병주 문학의 공간 · 정호웅
소설가 이병주, 혹은 1971년 로마의 휴일 · 송희복
이병주의 「예낭 풍물지」에 나타난 공간 소요 · 해이수
이병주 『관부연락선』에 나타난 일본 · 권선영
6. 예술
「소설·알렉산드리아」에 흐르는 시심과 시정 · 강희근
‘테러리즘-예술’의 자율성과 익명성 - 이병주의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를 중심으로 · 이광호
7. 대중성
이병주 소설의 통속성에 대한 고찰 · 서지문
이병주 소설과 문학의 대중성 · 김종회
관념의 유희와 소설의 자리 - 『행복어사전』의 대중성에 대하여 · 홍기돈
이병주 소설의 영상화와 대중성의 문제 · 정미진
책 속으로
p. 54~55_ S대에 이르자 경애는 지리산 있는 쪽을 향해서 섰다. 한참동안 같은 자세로 서 있더니 경애는 중얼거렸다.
“지리산이 보이지 않네요.”
“맑은 날씨가 아니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서경애는 희미한 태양빛이 비치곤 있다지만 흐린 하늘이라고밖엔 할 수 없는 그 하늘의 저편에 있는 지리산의 모습을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듯이 그 방향에다 시선을 쏟고 있었다.
“지리산은 춥겠죠.” 경애는 묻는 말도 아니고 혼잣말도 아닌 어조로 이었다.
“전투에서보다도 동상 때문에 희생이 많이 난다고 하던데.”
서경애는 지리산 속에 있는 빨치산에게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이었다. 지리산 속의 빨치산! 그들은 여수와 순천 기타 지리산 주변에서 나와 같은 사람을 많이 죽였다. 우익이라고 해서, 그들과 같은 사상을 지니지 않았다고 해서, 만일 그들이 나를 붙들면 영락없이 죽여 버릴 게다. 그런데 서경애는 그러한 빨치산에게 호의가 넘치는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억지로라도 서경애에 대해서 적의(敵意)를 품어 보려고 애썼다. 허사였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p. 189~190_ 3인칭 시점으로 『행복어사전』의 전체 풍경을 시종일관 관찰하던 주인공 서재필은 그의 사랑하는 여인 차성희와 드디어, 〈행복어사전〉의 작업에 착수한다. 결국 〈행복어사전〉 집필의 배경에는 불행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는 것. 그것의 편찬 의지는 역설적으로 시대의 우울과 상실감에 기대어 있는 것. 이러한 『행복어사전』의 주제적 설정은 어찌 보면, 한편으로 저 헝가리 태생의 미학자 루카치가 설파한 『소설의 이론』(1916) 첫 줄과도 매우 흡사하다. “우리가 갈 수 있고 가야만 할 길을 하늘의 별이 지도의 몫을 하는 시대는 복되도다!”라고, 루카치는 불세출의 저작에서 외치지 않았는가. 이를 니체는 ‘영웅적 목가의 세계’라 외쳤고, 도스토옙스키는 ‘인류의 망집’이라며 탄식해 마지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만 할 길을 별이 안내하던 시대란 이제, 실제에 있어서는 어림도 없는 일. 그러니까 현실은 일종의 “어른의 세계”, 온갖 죄악과 음모의 생지옥이기에 그 강도에 역비례 하는 상징적 시공간이 필요한 것(이것은 간혹, 유년기의 회고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설을 두고 ‘선험적(先驗的) 고향 상실의 형식이’ 라 함은 이 사실을 잘 암시해준다.
p. 445~446_ 그런가 하면, 그의 소설들은 이성적 논의가 날카롭게 빛나고 철학적 토론을 유발할 만한 주제를 부각시키기는 하지만, 그 종착점은 언제나 감성적이며 인본주의적인 지향점을 갖는다. 그를 일러 흔히 문·사·철(文·史·哲)에 두루 능통한 작가, 특히 역사소설에 있어 한국 근대 정치상황에 대한 이념적 토론이 가능한 작가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작가는 인간중심주의에 연맥되어 있지 않으면 소설이 소설로서의 보람을 다하지 못한다는 인식에 입각해 있다. 그와 같은 감성적 사유와 행위가 존중받을 수 있는 시대 또는 사회야말로 그의 문학이 꿈꾸는 신세계다. 그 길이 막혀 있거나 인간이나 제도에 의해 외면당할 때 그는 ‘감옥에 유폐된 황제’를 내세운다. 자신의 감옥체험을 뜻하기도 하는 이 소설문법은 「소설·알렉산드리아」, 「겨울밤」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왜 지금 여기서 다시 이병주인가?
“일찍이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던 시절, 그는 책상 앞에 ‘나폴레옹 앞엔 알프스가 있고, 내 앞엔 발자크가 있다’라고 써 붙여 두었다고 술회했다. 이 오연한 기개는 나중에 극적인 재미와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의 구성, 등장인물의 생동력과 장쾌한 스케일, 그리고 소설 처처에서 드러나는 세계 해석의 논리와 사상성 등에 의해 뒷받침된다.”
1921년에 태어나 1992년에 타계할 때까지, 언론인이요 작가로서의 생애를 살았으며 근·현대사의 온갖 굴곡을 그 인생역정 가운데 체험하고 이를 소설로 남긴 나림 이병주의 문학적 성취는 쉽게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시대를 넘어 의미를 가지는 작품을 고전이라고 할 때 이제 이병주의 작품들도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이러한 그의 문학을 기리는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가 경남 하동의 이병주문학관에서 2009년도부터 매해 개최된 ‘이병주문학 학술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글을 발표했는데, 그것을 정리해 역사, 학병, 사상·정치, 법, 공간, 예술, 대중성의 7개 분야로 나누어 세밀히 살펴보는 본격 이병주 연구서로 펴냈다.
이병주의 문학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관심을 가지려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학병세대의 자기인식
“그동안의 한국근대문학사란, 이광수·김동리 등의 민족주의자들과 한설야·임화 등 카프계의 대립으로 구성되었고, 해방공간에서도 이 구도는 그대로 반복 증폭되었음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문학편의 실상이 제일 크게 간과한 것이 바로 일제 강점기의 과제를 건너뛴 것이다. 이병주는 주장했다. 학병세대의 기막힌 역사체험을 몰각하고도 한국문학사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
교원이라 징집 대상에서 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관학교에 지원해 일본군 장교가 된 박정희와 강제로 타국에 끌려간 후 탈영해 광복군이 된 장준하 사이에 이병주가 있다. ‘회색의 사상’이라는 이병주의 특징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 거리를 두고 냉정히 관찰한 결과를 기록한 것이 그의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병세대의 자기인식을 드러내는 이병주의 작품은 단순히 한 세대의 특색 있는 시각이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를 오롯이 보기 위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시대를 넘는 울림이 있다.
타국에서 발견한 우리의 현실
“해외 여러 대륙에 걸쳐 그야말로 종횡무진한 소설의 지역적 환경은 작가의 곤고한 체험과 지적 편력, 그리고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그의 관심이 집중된 작품은 결국 고난의 세월을 보낸 자신의 개인사 및 우리 근대사의 질곡과 그 형상이 닮아 있는 경우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외국을 유람할 수밖에 없었던 이병주는 그의 작품에 다양한 해외 풍광을 담았다. 그런데 그것이 역설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외국의 절경에 대한 감탄이나 조국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깊숙이 들어가 거기에서 우리의 현실을 발견해냈기 때문이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나라뿐만 아니라 화려함의 상징인 뉴욕의 번화가에서조차 우리의 현실을 발견해내는 것은 문학적 기법의 원숙함을 넘어 그의 작품이 지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가 제기한 문제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시착한 사람들
“모두들 그곳을 사막이라고 하고 자기들을 불시착(不時着)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어떻게 내가 불시착한 사람들 틈에 끼어 그 사막에서 살게 되었는지, 이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병주 작품의 매력은 장중한 역사의식뿐만 아니라 대중의 기호에도 맞는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의 모습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접근은 요즘 독자가 읽어도 저절로 공감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 《행복어사전》의 처음에 나오는 ‘불시착한 사람들’은 시대를 넘어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고전이 당대의 의미를 넘어 현대에 새롭게 해석된다고 할 때 이병주의 작품은 아직도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장중한 역사에서부터 일상의 모습까지 이병주의 작품이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넓다. 그만큼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좋은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병주 문학의 역사와 사회 인식》으로 한국의 발자크 나림 이병주의 문학 세계를 재발견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8770228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4월 15일 |
쪽수 | 472쪽 |
크기 |
153 * 226
* 28
mm
/ 67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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