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여자, 송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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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캐나다 University of Alberta Ph.D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생명건강공학과 교수(1990~현재)
세계메밀학회장(2001~2007)
1999년 《오늘의 문학》 시 데뷔
1999년 《계간수필》 수필 데뷔
저서
수필집 『요게요 메물로 맹근 막국수래요』
시집 『동강모래무지』, 『도송리 연가』, 『배후령』, 『엄마의 밥상』
소설집 『산토 치엘로』
장편소설 『춘천여자, 송혜란』
전공서 『식물유전자원학』, 『메밀』, 『잡곡의 과학과 문화』, 『웰빙식물의 과학』, 『산채재배기술』, 『Ethnobotany of Buckwheat』 외 40권
작가의 말
“늦가을 거둔 햇메밀, 눈 쌓이면 ‘제철 막국수’로 거듭난다.”
2019년 1월 5일~6일자 중앙SUNDAY 24면, ‘FOOD’의 타이틀이다. 첫 장편소설을 내는 내 마음이 꼭 그랬다. 그것은 30년 메밀과 막국수를 공부해 온 과학자 이력의 비유로도 마음에 드는 표현이지만 늦깎이로 소설의 바다에 뛰어든 문학적 소망에 대한 비유로도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해 세모(歲暮)에 첫 단편소설집 『산토 치엘로(하느님 맙소사!)』를 펴낸 데 이어 기해년 세시(歲時)에는 첫 장편소설 『춘천여자, 송혜란』을 내게 되어 기쁘다. ‘과학적 창조와 문학적 창작’은 내게 언제나 시작일 뿐이다. 어느 것도 완성의 경지에 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는 만용(蠻勇)은 뿌리 깊은 빚 갚음에 대한 염원에 연유한다.
대학 2학년 때 농촌봉사활동에서 만나 같이 땅을 파며 잡아 본 13살 재건학교 소년의 돌같이 굳은 손을 잊지 못한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일을 많이 했으면 손이 돌처럼 단단할까? 그때 여리고 여려서 삽질 몇 번에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 나의 ‘부끄러운 손’은 지금도 내놓기가 민망하다. 터뜨려 버리면 그만인 물집보다 더 불순한 각질 투성이의 손으로 배불리 밥을 먹고 있는 것은 ‘빚’에 다름 아니다. 논문 몇 편과 소설 몇 편으로 갚아질 빚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새벽잠을 줄여 한 땀 한 땀 헤진 ‘통섭과 공유’ 의식을 깁는 작업을 멈출 수가 없을 것 같다. 현실 속의 나는 무력하나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서라도 잘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 생각 때문에.
막국수와 메밀의 고장, 춘천. 그곳에서 나고 자란 한 여인의 고향 사랑. 메밀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 그 열매로 생명을 지키는 농심(農心) 같은 사랑으로 봄 시내처럼 산 ‘춘천여자, 송혜란’, 우리들의 누이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며 기해년의 새 봄을 맞는다.
목차
- 작가의 말
춘천여자, 송혜란
책 속으로
회사에 출근해 사장실에서 사장과 마주한 스테노는 그간의 상황과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털어 놓았다. 사직 의사를 밝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사장은 일단 스테노에게 아내의 교수 임용과 임신을 축하한다고 했다. 그리고 사직 문제는 좀 더 생각해 보자고 했다. 스테노의 역량으로 회사의 매출이 늘고 있어서 스테노에 대한 사장의 신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놓치기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에 그를 가르치고 추천한 블랭카 교수를 만날 때마다 침이 마르도록 스테노를 칭찬했었다. 스테노의 회사 내 입지가 일취월장함은 물론 그의 후광으로 블랭카의 제자 두 사람이 추가로 입사해 개발부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 두 사람도 스테노의 지도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어서 사장으로서는 스테노가 없는 연구개발부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장은 스테노가 있는 자리에서 여기 저기 전화 통화를 하더니 스테노에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님을 전제로 새로운 제안을 했다. 요점은 몇 개의 유럽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 진출을 협의하고 있는데 성사가 되면 스테노가 그 중 자기 회사를 대표해 컨소시엄의 현지 책임자로 추천할 테니 한국에 파견되어 한국 및 중국 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을 담당해 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스테노는 순간 자신에게 드리웠던 검은 그림자가 모두 걷히는 기분이었다.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또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것은 스테노에게 분명히 황금찬스가 될 것이라고, 꼭 그렇게만 되게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바짝 매달렸다. 사장은 자신에게도 인재를 놓치지 않고 새롭게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일석이조가 될 것으로 판단돼 한번 해보자고 의욕을 보였다. 한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필요하면 본사로 가져와 쓰면 될 것이므로 스테노를 한국에 파견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것이 사장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사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사회를 통해 현지 책임자를 선임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한국인 아내를 둔 스테노만큼 적임자는 찾기가 힘들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스테노는 또 한 번 혜란의 위력을 느꼈다. 아무래도 컨소시엄의 한국 진출에는 현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혜란이 슬로베니아인을 남편으로 두었고 교수라는 지위와 전문성도 있는 사람이니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장의 관측은 과히 틀림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 혜란에 대한 자부심도 느꼈다. 스테노는 사장실을 나오자마자 사직 문제를 궁금하게 여기고 있을 혜란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서막을 짧게 문자로 알렸다. 혜란에게서 자세히 듣고 싶다는 답이 와 통화 버튼을 눌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혜란도 가슴이 설?다. 스테노에 대한 사장의 신뢰와 파격적 제안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당연하게 여겨졌다.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스테노의 품성과 자질에 대한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혜란이 지난 3년간 직접 경험하고 검증이라면 검증일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얻은 결론에 자신이 한 번도 회의를 하거나 판단을 번복하는 일이 없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혜란은 혼자서 육아를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기에 아기를 위해서도 스테노의 일이 잘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어쩌면 아기가 복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랫배에 손을 대고 “아빠와 같이 가야지?” 하고 속으로 말했다. 다시 부푼 희망 속에 아기는 물론 스테노도 같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혜란은 스테노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끔히 씻고 시어머니를 뵈러 가는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스테노는 어머니와 통화를 해보겠다고 했다. 혜란이 류블라냐에 3년 가까이 있었지만 슬로베니아어로는 아주 기본적인 대화만 겨우 하는 수준이어서 시어머니와의 소통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간에서 스테노가 혜란의 몫까지 대신 할 때가 많았다. 스테노의 전언에 의하면 집으로 찾아가 뵙겠다고 하는 아들의 말에 올 것 없다며 당신이 굳이 류블라냐로 오시겠다는 것이었다. 바쁜 아들 내외의 일상을 감안한 어머니의 배려임에 틀림없었다. 시어머니의 진한 모정을 느끼며 스테노에게 시내 호텔에 방을 잡아 드리자고 했다. 시어머니는 한 번 사진으로만 뵈었고 스테노가 엄마와 그랬던 것처럼 스테노의 통역으로 한 번 인사를 드렸을 뿐이었다. 성당에서의 혼배 때도 참례를 하게 해드리지 못했으니 혜란이 느끼는 시어머니에 대한 죄송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번 한국에 다녀올 때 엄마와 함께 시어머니께 드릴 예물도 준비해 왔으므로 만나 뵙는 날 예물도 전해 드리고 임신 소식도 알려드리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혜란이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8606183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2월 20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27 * 188
* 21
mm
/ 37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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